1213 화순 용암산

[범고개]

나의 거친 호흡을 염려하여 바보는 정 산에 가고 싶으면

금당산에나 다녀오자고 하지만, 난 용암산에 가자고 한다.

능주에서 한천저수지 지나 용암사 아래 차를 세우기까지

40분이 걸리지 않는다.

용암산에 오른지도 꽤 오래이고 저쪽 불암사 쪽에서 오른지라

절 건물들이 많이 변한 듯하다.

스님 거처 아래 건물은 주춧돌을 받치고 선 여인상이 무슨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하얀 화강암은 돈 태를 내고 그나마 주춧돌은 고색이다.

넘치는 물을 한모금 마시고 능선까지 완만한 길을 서서히 오른다.

호흡을 걱정하는데 그르렁거리지만 그나마 견딜만하다.

쉬려는 바보를 다그쳐 계속 오른다.

능선길은 지그재그로 더 가파르다.

금방 정상부 평평한 길에 이른다.

하얀 구름 사이로 파란 하늘도 보이고 기온도 포근해 겉옷을 벗는다.

바위 위에 앉아 차를 마시며 사진을 찍고 논다.

다시 걸으니 전망대 삼거리에 전망대로 간다.

돌아나오는데 리본 표시가 있어 앞으로 나아가니 금오산성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길이 없어 낙엽쌓인 바위 사이를 기어올라 산성 안을 지난다.

돌무더기의 산성 흔적이 꽤 넓다.

뾰족하게 서 있는 천연의 바위와 더불어 적을 막기엔 좋겠는데

물은 어디서 구하고 오랜기간이라면 식량은 어떻게 했을까?

장성 입암산성이나 담양의 금성산성은 농사도 짓는 마을이 있을 법했는데--

바위 사이 낙엽길을 밟으며 걷는 길은 기분이 좋다.

정상엔 산불감시카메라가 태양열 집열판을 달고 서 있다.

앞쪽 작은 암봉으로 올라가 간식을 먹으며 사진을 찍고 논다.

챙기고 돌아 내려오니 1시 20분이 지난다.

4km남짓의 산행이 세시간이나 걸렸다.

한천 소재지 참새미식당에서 6,000원을 주고 밥상을 받는다.

소재지에서 가양리인가 가는 마을을 지나 고개를 넘으니 화순읍 감도리가 나오고

삼천리 개천 다리를 건넌다.

집에 돌아와 뻐근한 다리를 풀자고 낮잠을 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