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명 동원하다가 수백명 남짓작은 무대로 돌아와
"관객 한명 한명 눈맞추며 대화하듯 노래하고 싶어"
올해 첫해외 순회 공연도… "주례 요청 쏟아지는나이인데…"
다시 소극장이다. 지난해 말 실내공연장으로는 최대 규모인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이문세 더 베스트' 콘서트를 3회 펼치며 3만장 입장권을 매진시켰던 이문세가 올해는 소극장으로 돌아왔다. 4월 1~23일 이화여대 삼성홀(600석 규모)에서 18회 공연을 갖고 전국 투어를 시작한다.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호텔서 만난 이문세는 "친정에 돌아온 기분"이라고 했다. 1998년부터 지난해까지 500여 차례 콘서트에 70여만명을 동원한 '최고의 티켓 파워맨'이 왜 다시 소극장일까. "남들은 자꾸 공연 규모를 키우려 하지만 나는 관객과 눈을 맞추며 일대일 대화 나누듯 노래를 들려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작은 무대에서 관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챙겨가면서 노래하는 게 더 어렵다. 하지만 감동과 재미에 대한 내 고집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객석 1000명 이하의 무대가 최선이다."
- ▲ 다음 달 1일부터 소극장 콘서트를 갖는 가수 이문세.“ 공연을 통해 관객들이 남아 있는 인생에 대한 새로운 깨달음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전기병 기자 gibong@chosun.com
이문세는 콘서트 때마다 음향·조명·안무·객석 배치를 모두 직접 챙기는 완벽주의자이다. "공연을 할 때마다 완전히 새로운 무대를 만들려고 한다. 내가 고여있고 지겹다면 관객에게도 감흥을 줄 수 없다." 올해 '이문세-붉은 노을' 타이틀은 그대로지만 공연 내용은 지난해와 크게 다르다. 최근의 통기타·복고 열풍을 반영, 자신이 30분 이상 직접 통기타를 치며 노래하고 무대도 LP판을 본떠 만들었다. "첼로·바이올린 같은 현악기 반주자들을 이전보다 많이 늘려 한층 어쿠스틱하고 풍성한 음색을 들려주겠다"고도 했다.
이문세는 올해 처음으로 미국·호주·일본 등 5개국 10개 도시를 도는 해외 순회공연에도 나선다. 그는 "이제 비로소 해외에서 먹고살 만큼 자리를 잡은 제 또래 세대들을 만나고 싶어 기획했다"고 했지만 일본 예매자들 가운데는 현지인이 60%나 된다. 아이돌 스타 빅뱅이 일본에서 히트시킨 '붉은 노을' 원곡과 NHK 한국어 강좌의 삽입곡 '빨간내복'을 부른 가수가 이문세라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면서 생긴 팬들이다.
송창식·윤형주·김세환 등 60대 원조 통기타가수 '세시봉'이 올 초부터 전국 순회공연에 나서기 전까지만 해도 이문세는 가요공연계의 사실상 '최연장자'였다. 그보다 한 세대 위인 조용필이 연말처럼 특별한 때에 몇 차례 대규모 공연을 가지는 것과 달리 이문세는 연중 내내 전국을 돌며 콘서트를 가지고 있다. 앉아서 '영토'를 빼앗겼다는 느낌은 없을까. 그는 "형님들 인기에 흐뭇하다"며 웃었다. "원래 가게는 몰려 있어야 장사가 잘된다. 형님들이 깃발을 들고 나가시니까 제가 좀 덜 버거워 행복하다"고 했다.
이문세를 만나 그의 히트곡 대부분을 작곡한 명콤비 이영훈 얘기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영훈이 세상을 떠난 지 3년. "그의 음악이 잊히지 않고 클래식이 돼가고 있지 않나. 자랑스럽다. 천국에서도 흐뭇하게 웃으며 담배 물고 피아노 연주하고 있을 것이다."
이문세는 TV에 잘 나오지 않는다. "특히 공연과 노래 홍보를 위한 출연 제의는 질색"이라고 한다. "TV에서 웃음을 팔며 '표 팔아달라'는 속내를 대중에게 들키는 게 끔찍하다"고 했다. "예술인의 생명은 자존심"이란다.
이문세는 올해 52세이다. "늘 고사는 하지만 주례 요청이 쏟아지고 있는 나이"가 됐다. 그러나 무대 위의 그는 항상 펄펄 난다. "오랜 기간 배드민턴을 해서 건강만큼은 자신 있다"고 한다. 그런 그도 "생각이 늙어가는 건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요즘 라디오 진행을 하면서 갈등을 겪는 부부들 사연이 오면 '참고 살라, 인생 원래 그런 거다'라고 한다. 과거의 나라면 '시원하게 감정을 분출시키라'고 했을 것이다. 어느 순간 인간관계를 정리해주는 사람이 된 것이다."
-
' altHtml=' '> - ▲ 다음달 공연을 시작으로 월드투어를 준비하고 있는 가수 이문세를 만났다. 자신의 공연에 대한 그의 생각부터, 작곡가 고 이영훈씨에 대한 추억, 최근 불고 있는 세시봉열풍에 대한 의견까지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재호 기자
- "3개월 떠돌았다... 세계 대중음악을 찾아서" 2012. 8. 27 (월)
- 이문세(55). 그에게는 여러 타이틀...조선이 방영하는 '이문세와 떠나요, 비밥바룰라(Be-Bop-A-Lula...서울 중구 태평로에서 이문세를 만났다.―'비밥바룰라'는...
- 조선일보> 문화| 신효섭, 채민기기자 | 관련기사
- 8개국 15개 도시를 돌며 세계 유명 뮤지션들과 협연을 펼친 가수 이문세는“나라마다 특색있는 음악으로 내면을 꽉 채울 기회였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 ‘비밥바룰라’에 게스트로 참여한 이영현(왼쪽)과 함께 무대에 오른 이문세. /TV조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