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뉴스레터, MZ세대 마음 훔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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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작가 홍보 수단 넘어
소소한 편집자 일상 전하고
독서용 음악까지 소개
독자 취향 설문조사 가능
소통 통로로 안성맞춤
민음사 `한편`·문동 `우시해`
1만 구독자 돌파하며 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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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시인이 인생 페이지 곳곳에 드리워 있다는 건 축복일 거예요. 직접 만나본 적은 없지만 허수경 시인이 제게는 그렇습니다. 대학의 어느 시절은 허수경 시인의 `혼자 가는 먼 집`이라는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허 시인을 향한 애정을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편지를 쓴 이는 소설가 김금희다. "고구마를 구워 먹으며 별도 구워 먹으리라 했어요"라는 첫 마디로 열리는 시 `고구마별`을 소개하며 김금희 작가는 시집 `빌어먹을 차가운 심장`을 간곡하게 권한다. 시를 소개하는 이 편지의 이름은 `우리는 시를 사랑해`다. 매주 수요일이면 시를 소개해주는 이들이 있다. 김연수 최은영 문보영 이제니 등 작가와 편집자, 서점 직원, 독자 등이 번갈아가며 `시믈리에`를 자처한다. 시 두 편씩을 골라주는 이 뉴스레터의 쓸모는 자신의 지친 마음을 위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가까운 이들에게 선물로 보낼 수도 있다.
문학동네의 이 뉴스레터는 작년 말까지 구독자 1만명을 넘어섰고, 누적 조회수도 10만건을 돌파했다. 52편의 시를 32명의 `시믈리에`가 소개해온 노고 덕분이다. 레터를 발행해온 강윤정 문학동네 한국문학1팀장은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뉴스레터를 구독해 놀랐다. 첫 레터부터 꾸준히 따라 읽었다면 시집 한 권 분량 시를 읽은 게 되는데, 시를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하나 막연히 어려웠던 분들이 취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출판계가 뉴스레터에 푹 빠졌다. 출판사 창비는 `인문학 레터`, 마티는 `마티의 각주` 등 각 사 개성을 반영한 레터를 보낸다. 민음사는 `책타래`와 `한편` 두 개의 편지를 발간한다. 뉴필로소퍼, 스켑틱, 우먼카인드 등 3종의 잡지를 펴내는 바다출판사도 `바다레터`를 통해 잡지의 글을 소개하고, 경제경영 출판사 북스톤은 `책돌이의 편지`를 보낸다. 서점 중에도 리디북스는 자사 필진의 글을 편지로 실어나르고, 독립서점 스틸북스는 이 주의 큐레이션을 통해 신간을 소개해왔다.
뉴스레터는 MZ세대에게 각광받는 채널이 된 지 오래다. 수백 가지 조합이 가능한 `서브웨이 샌드위치`가 인기 있는 이유처럼, 내가 듣고 싶은 정보만 골라 담을 수 있어서다. 게다가 편지는 오래전부터 출판인들을 매혹시켜온 수단이다. 원고를 주고받을 때, 책을 펴내고 의견을 나눌 때 손 편지를 주고받았다. 디지털로 형식은 변했지만 독자와 작가, 편집자라는 독서의 `3각 편대`를 묶어주는 역할을 여전히 하고 있는 셈이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쏟아지는 정보에 묻혀 스팸 취급을 당하기 일쑤인 데 비해 뉴스레터는 구독자에게 직접 배송이 되어 독자와 소통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2020년 여름부터 뉴스레터를 일찌감치 발행해온 출판사 마티는 신간 소개라는 본연의 업무 외에도 편집자의 일상이나 책과 함께하면 좋은 음악·음식 등을 소개하며 폭 넓은 문화예술 가이드를 지향한다. 1월 첫 레터를 통해서는 올해 발간될 신간인 대니 샤피로의 `계속 쓰기`, 장정일의 `신악서총람` 등을 미리 소개하기도 했다. 마티에서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하고, 마티의 책에 귀 기울여줄 사람을 찾는 여정"이라고 뉴스레터 발간 동력을 설명한다.
민음사의 인문잡지 `한편` 편집팀은 5분 만에 지하철에서 읽을 수 있는 쉬운 인문학 편지 `한편`을 매주 발송하고 있다. 사르트르, 괴테, 세네카의 글 등을 소개하고,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편지도 발송했다. 최근 100호를 돌파하면서 1만5000명의 구독자를 확보했다. 종이책을 만드는 데도 뉴스레터를 통한 소통은 도움이 된다. 신새벽 민음사 인문사회팀장은 "최근 100번째 레터 발송을 하며 설문조사를 했는데 400여 명에게 응답을 받았다. 인문학 핵심 독자층 수요를 직접 파악할 수 있어 크게 도움이 되었다"고 답했다.
첫댓글 좋은 정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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