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오맞이 행사에 다녀와서 ***
남들은 심심해서 어떻게 산 속에서 사느냐고 한다.
백수가 과로 쓰러진다더니 산촌의 오월은 바쁜 나날이다.
소나기는 퍼붓고
고삐풀린 소는 날뛰고
바람 불어 풀지게는 넘어지고
똥까지 마려운데 바지가랭이는 빨리 내려가지 않는 형국이다.
조그만 텃밭과 정원의 화초를 가꾸는 데도 시간이 잘 가는데
산청 약초 축제 참가에 농사 일은 올 스톱(1~6일),
어버이날엔 고향의 우리 엄니 찾아갔다(7~8일),
사랑하는 친손자, 외손자까지 내려오니
황매산 철쭉 구경시켜줬다.(8~10일)
석가탄일엔 천주교 신자인 로사(아내) 따라 칠곡의 팔공산에
있는 한티 순교 성지 순례도 하고(12일),
마을 단합을 위해 하동 금오산(849m)도 오르고 바닷가를
한 바퀴 돌아 활어회를 먹고(16일),
대전고 동문 단오맞이 행사(17일)까지 참가하려니
이보다 더 바쁜 백수가 어디 있으랴.
재 넘어 사래 짧은 밭 풀도 못 뽑을 지경이다.
시간을 맞춘어 간다고 차를 몰았지만 마음만 조급하다.
초행길에 신탄진 IC에서 청남대 매표소까지 40분이
넘게 걸렸다.
대청호반을 오른쪽에 끼고 꼬불꼬불 휘감아 돌아간다.
전날 남해안 다도해 해안도로를 다녀온 뒤라 드라이브
코스가 감흥을 줄만한 경관이 아니다.
이미 서울에서 내려온 친구들은 청남대에 입장했는데 우리
부부는 내차를 놔두고 버스로 이동하니 더욱 시간을 끈다.
매표소에서도 14km는 더 가야한다.
입장료 만원, 버스비 4800원(2인)을 내니 아까운 생각이 든다.
인공이 가미된 청남대는 아무리 명당 자리라고 하나
내 눈에는 참으로 볼 것이 없다.
국가 원수의 휴양지 치고는 개인 별장 같은 느낌이다.
기념관, 본관은 들어가고싶지도 않아 잔디밭 광장을
쳐다보는데 조형작품이 또 해괴망측하다.
아무리 훌륭한 조각 미술품이라도 그렇지 깡통과 드럼통을
쭈그리고 철근과 쇠말뚝을 얼기설기 꼬아 놓은 것이 전쟁
기념관이나 공원같은데 설치하면 좋을 법하다.
더구나 역대 대통령을 논산 훈련소 사격 연습장 표적처럼
세워 놓은 꼴이라니 영화 세트장도 아니고 존경할만한 국가
원수가 없어서 그런가하고 한심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보고싶은 친구들을 만나 껴안고 악수하니 반갑고
기분이 좋아졌다.
인천 치구들이 많이 참석하여 더욱 반가웠다.
사진예술가 김봉섭 친구의 멋진 사진을 기대해 본다.
청주에 있는 '풍차송어'로 점심 겸 2부 행사가 있어 이동했다.
'풍차송어' 근처에 청주박물관, 상당산성, 분재마을이 있어
재작년에 다녀간 동네라 낯설지 않다.
술과 함께 송어회, 통돼지 바베큐 등 푸짐한 잔치 마당이다.
술이 거나해지니 좌중은 시끌벅적하고 웃음이 터지고
화기애애하게 이야기꽃을 피운다.
나는 운전을 해야되니 먹고싶은 술도 못마시고 취하지도
않으니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감흥이 나지 않는다.
노래와 여흥시간이 되자 주기가 오르는지 모두들 신명이 났다.
한 해가 다르게 술이 약해졌는지 독주에 눈껍풀이 풀어지고,
넘어지고, 남의 귀 잡아당기기, 친구 부인 가로채서 돌고
돌리고, 귀청 떨어져라 노래 부르며 잘들 놀았다.
그러나 나이는 못 속이는 법, 술 앞에 장사 없다.
깨소금이려니 하며 술을 홀짝 털어 넣었던 전직 두 회장님
혀는 꼬부라지고, 다리가 꼬이니 넉 다운!
결국은 술이 사람을 먹었구나.
엉아들!
집에까지 잘 가셨능교?
사모님 앞에서 요강 들고 벌 서지는 않았는지.
몸조심 하소, 건강이 걱정 되오.
그래도 사모님들 고운 맵시와 노래 실력, 매너는
서방인지 낭군인지 보다 존경스럽고 멋졌습니다.
아름다운 사모님들 감사합니다.
갈 길이 바쁘니 파장이 되기 전에 미리 자리를 떴다.
내년을 기약하며 온갖 기화요초가 기다리는 지리산으로 향했다.
행사를 준비하신 우정환 회장님, 권평채 총장님, 임원님들,
특히 청주 동문들 고맙고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대고 43회 친구 여러분! 화이팅!!!
건강하시고 행복한 나날이 되시길 기원합니다.
2008년 5월 19일
山淸 嘉峴山莊에서 金汪會 씀
첫댓글 글솜씨가 부럽구려 근데 지리산에 상주하시남?
김왕회 친구 글은 잘 찍은 사진을 보는 것 같습니다.언재나 감탄 감탄 감탄 합니다. 차 때문에 오랬만이 것만 술 한잔도 제대로 권하지 못 했습니다.설치 예술은 한점이면 족하지, 그리 많이 어지렵혀 놓았는 지, 청남대에 대한 所懷에 전적으로 동감 입니다.오랬만에 부담없는 친구들 만나 이런끈 저런끈 풀어졌치고, 2重3重 잠긴 가슴속 자물쇄도 풀고 한번 마음먹고 大醉했습니다.걱정을 하게 했나 봅니다.다음날은 오히려 말끔하여 아침일찍 안성 石南寺절에 들러 큰스님 法門듣고 왔습니다.우리 각자 건강 관리 하여 용감하고 씩씩하게 삽시다.
바쁜 백수(?) 과로 하지 말고 항상 건강합시다. 모처럼 왕회친구의 간 맞은(짜지도 싱겁지도 않은) 글을 읽으니 옆에 있는 듯 하구려. 벌써 한해가 다 되어 갑니다. 방곡도사가 된지도.....아니 嘉峴산장 주인장이 된것이...
진교수, 균서 회장, 덕배님 답글 고맙습니다. 밖에 세상보다 산이 좋아 외롭지 않고 그냥 눌러 살기로 했습니다. 나랏일 구상하고 휴식하는 자연스런 공간이 어떨까 생각이 들어 예술에 문외한이 헛소리 좀 했습니다. 산에 가서 더덕, 잔대, 개불알꽃(복주머니꽃=요강꽃)도 캐봅니다. 요즘은 화단에 매발톱꽃, 석죽, 붓꽃, 청록패랭이, 작약, 끈끈이대나물, 사랑초... 딸기, 감자꽃도 피고 고추가 예쁘게 자랍니다.. 균서 엉아, 사모님 오시고 싶어 하던데 여행 한 번 오세요. 시간과 기름값이 만만치 않으니 부담되지만...무공해 자연산 채소와 풀은 무궁무진합니다.
햐~ 내사진 나와서 좋았구려~~ 고밉습니다~ 그라나치면 누가 청남대 다녀왔다고 하련가~~ 전체사진엔 못든 사유~~와이프님들 모시구 다니느라 몇팀 빠졌 see you~ 왕회 교장님~~ 부럽습니다~~나도 이젠 농사일을 확 줄일까 합니다~~ 언제 술 한번 거나하게 먹어 봅시다~~ 술좀 먹던 때가 그립습니다~~ 슬 슬 회복 하고 있습니다~~ 역시 술 먹을 때가 건강 할 때 입니다~~자~ 그날을 위해 작은잔 이라도 건배!! ~~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