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아들 천하람은 왜 홍매화를 심었나
1977년 시사 및 교양 월간지인 ‘뿌리 깊은 나무’에 이청준 작가의 단편 하나가 실렸다. 제목은 남성의 고환을 의미하는 단어가 포함된 ‘불X깐 마을의 밤’이었다. 요즘 세태를 보면서 이 소설이 갑자기 생각났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그런 소설이 없었다. 혹시 작가가 이청준이 아닐 수도 있어 당시 내가 즐겨 읽던 소설가인 황석영, 이문구, 윤흥길, 최인호 등과 조합해 봐도 나오지 않았다. ChatGpt도 답해주지 못했다. 결국 그 소설은 처음의 이름을 버리고 ‘거룩한 밤’으로 바뀌어 이청준의 단편집 ‘눈길’에 실려 있다는 걸 알았다. 왜 이름이 바뀌었을까? 제목이 음란해서? 본래의 제목이 의미하는 남성 불임수술이 정관을 묶는 것이지 고환과는 직접 상관없으므로 의학적 상식에 안맞아서? 그런 맛깔난 제목이 어디 있다고 바뀐게 아쉽다.
하지만 지금은 ‘거룩한 밤’이므로 이 제목을 쓰기로 한다. ‘거룩한 밤’은 한국 자본의 흐름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아파트 분양권을 두고 일어난 일을 소설화 한 것이다. 1977년부터 정부는 불임시술자에게 아파트 우선 입주권뿐만 아니라 영세민 시술자 보상금 지급 등의 혜택을 주었다. 그해부터 서울 반포아파트 등 아파트 분양이 줄을 잇자 불임시술을 받는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보건소에서는 무료로 시술받을 수 있지만 대기자가 많아서 사람들은 일반 병원으로도 모여들었다. 불임시술증명서는 특혜증명서가 되어 아파트 분양권을 얻게 되고 이것은 강남 아파트 입주자라는 신분상승의 기회로 작동했다. 반면 주택, 생식기능 등이 남성 권위의 상징이던 시절 이런 아파트들에 입주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들을 향하여 씨없는 수박마을이니 ‘불X깐 마을’로 비아냥 거렸다. 이청준의 소설은 편법으로 입주한 남성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었던 것으로 기억난다.
송은정(순천향대 )은 ‘한국문예비평연구’ 제 58호(2018년)에 실린 ’ 불임의 시대, 생명상실에 대한 징후의 서사 -이청준의 「아이 밴 남자 (姙夫)」·「무서운 토요일」·「거룩한 밤」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거룩한 밤’을 이렇게 분석하고 있다.
아파트라는 새로운 공간은 문화의 형식으로 공통된 주체를 형성해내고, 남성과 여성의 성마저 거세하며 양성생식이 불가능한 불임의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제목인 거룩한 밤은 오로지 자본의 자가 증식의 방식으로 복제되는 잉여자본의 탄생을 가져오는, 즉 물신이 탄생하는 밤임을 상징하고 있다고 하겠다. 이청준의 이들 소설들은 자본주의 경제 체제에서 가치 불임의 상태에 놓인 주체들과 그들에게 다가온 생명 상실이라는 위기를 알레고리화 하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생산해 내지 못하고 오직 자본(물신 物神)의 가치가 최상의 위치를 차지하면서 모든 가치의 포식자가 되어 버렸다.
자본의 가치를 가장 배격해야 할 교회는 오히려 자본의 선봉장으로 역할에 충실했다. 완전한 시장주의가 되지 못하고 국가의 개입이 아직 미력으로나마 남아 있는 한국 자본 시장에서 대형교회, 족벌언론을 포함한 모든 자본가들은 국가권력의 눈치를 살핀다. 족벌언론이 아닌 이른바 진보언론의 기자들도 ‘아파트 값’에 예속되어 그 눈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리고 고가의 아파트 촌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형교회들은 중소자본가들로 구성된 교인들의 입맛에 맞는 메시지를 창출한다. 악순환이다.
이렇게 자본에 눈이 팔려 있는 사이 현정부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최근의 친일 논란, 의대 정원 논란, 한미일이 똘똘 뭉친 방위 논란이 그런 것들이다. 그 뒤에는 예외없이 한 점술가의 이름이 등장한다. 취임 전부터 건진 – 천공으로 이어지는 논란들이 얼마나 많았는가? 그것에 침묵하니 이번에는 윤의 아내 김이 공천에 개입했다는 공천파동사건에 M이라는 이름도 등장했다. M의 약력이 불투명해 사람들은 윤의 아내가 늘 그래왔듯이 점술가일 것으로 예측해서 공천개입 사건 초기에는 그를 역술가로 소개하는 언론도 많았다. M측의 반발이 있었는지 이제는 여론조사 전문가로 소개되고 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그의 정세 분석이 뛰어나 많은 사람이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여론조사라는게 오차범위도 있고 하룻 밤 사이에 등락이 바뀌는 상황이 즐비한 신출귀몰한 것인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그의 분석이 정확했다고 하면 이건 여론조사 전문가가 아니라 ‘쪽집게’, ‘방석깔아도 될 수준’이라는 표현이 더 잘 어울린다. 그를 역술가로 소개했던 언론들이 더 정확했는지도 모른다.
무속신앙에서 한 쪽 코를 막는 행위는 부정적인 기운이나 원치않는 영적인 영향이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고 자신에게 필요한 에너지나 기운만을 받아들이려는 행위로 해석된다.
실제로 국민의 힘 공천에서 탈락한 김영선 전의원에게 공천을 주기 위해 작년 2월말 경남 ‘칠불사(七佛寺)에 모인 개혁신당 모임에서 목사의 아들 천하람 현의원은 이준석과 M이 지켜보는 가운데 주술적 가치가 높다고 하는 홍매화를 심기위해 삽질하는 사진이 공개되었다. ‘소년이 온다’ 작가 한강의 부친인 한승원이 쓴 ‘시방 여그가 그 꽃자리여’에 보면 홍매화에 대한 묘사가 다음처럼 되어 있다.
(홍매화) 꽃이 지고 나면 맺히는 열매가 매실이다. 5~6월 오동통하고 보드라운 청록색의 앙증스러운 멸매가 잎사귀 사이에서 호박단추 같은 모습을 드러낸다. 한쪽 배에 오목한 줄이 그려져 있고 표면에 아주 미세한 은색의 털이 보송보송한 매실에서는 알 수 없는 귀기鬼氣가 느껴진다. 그것을 이 세상에 있게 한 신이 열매 속에 어떤 힘, 어떤 주술呪術을 주입한 때문이다. (중략)
일본사람들은 매실이 악귀하고 관련이 있는 이질 설사 따위를 미리 막아주는 영검한 주술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리하여 도시락에 반드시 매실장아찌를 한 개씩 넣는다.
한국 장로교들은 대부분 9월에 총회를 연다. 올 9월에는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NCCK) 설립 100주년 기념대회도 열린다. 로잔 4차 대회도 열린다. 일반 교회들의 관심은 오직 세습제 폐지, 목사 정년 연장, 차별금지법 반대, 창조과학 비판 반대, 반동성애에 쏠려 있다.
NCCK대회에서는 그나마 진보적 담론을 생산해내려고 애쓰는듯 하나 2013년 WCC 부산총회를 개최할 때부터 NCCK가 자본에 예속된 것은 마찬가지다. 이번 100주년 대회 앞서 열린 세미나에서 민감한 문제에 대해 마이크를 슬쩍 외국 학자들에게로 돌려버리는 비겁함마저 엿보인다. 예전에 하비 콕스와 몰트만을 한국으로 불러다가 소비하던 방식과 비슷하다. 지금은 그만한 명망가조차 없는 상태다.
내가 한국 교회를 보면서 ‘불임’을 생각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이비 점쟁이들이 판을 치고, 국내외적으로 갈등을 부추기는 정국에 대해서는 입도 뻥끗 못하면서 무슨 미래 가치를 잉태할 수 있겠는가! 그들의 권위에 조금이라도 도전하면 ‘이단’이라고 침을 튀기면서 가장 큰 이단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미 불임이 된 상태에서 종족 보존을 위해 애쓰는 그들의 모습은 안타깝다 못해 ‘허무 개그’처럼 보인다.
그렇다면 그들이 불X을 까고 얻은 이득은 무엇이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없는데 스스로 비굴한 ‘내시’가 되어가는 이유를 정말 모르겠다.
스피노자가 말했다고도 하고 마르틴 루터가 말했다고도 하는 ‘내일 지구에 종말이 올지라도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은 불임의 시대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제 교회 앞마당에 모두 홍매화 한 그루씩 심어봄이 어떠할지 권해본다.
첫댓글 깊어가는 영적 불임의 시대,
교회가 선지자적인 사명을 전혀 감당하지 못함으로 인한..ㅜ
스스로 만든 불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