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 제26주간 토요일, 아기 예수의 성녀 데레사 동정 학자 기념] 루카 10,17-24 "영들이 너희에게 복종하는 것을 기뻐하지 말고,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고대 근동지역에서는 각 고을마다 그 공동체에 속한 주민들의 이름을 명부에 기록하여 보존하는 관습이 있었습니다. 그 명단에 들어있는 사람들은 그 고을에서 제공하는 모든 혜택을 누릴 수 있었지요. 오늘날 주민등록 등본에 기재된 사람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권리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예수님 당시 유다인들은 하느님께서 거처하시는 ‘하늘나라’에도 그런 명단이 존재한다고 여겼습니다. 그 명단에는 하느님께서 당신 자녀로 뽑으신 사람들의 이름이 들어있는데 그렇게 이름이 적힌 이들만이 구원과 영원한 생명을 누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명부를 ‘생명의 책’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사람들에게 공포를 조장하여 제 이익을 챙기는 사이비 교주들이 자주 애용하는 책 제목입니다.
‘이번 선거에서 어느 후보를 찍지 않으면 생명책에서 삭제하겠습니다. 광화문 집회에 안나오면 생명책에서 지워버리겠습니다. 헌금 안내면 생명책에서 빼버리겠습니다.’
하는 말을 들을수록 어이가 없고 하는 행동을 보면 그들이 ‘사기꾼’임이 너무나 분명한데도, ‘생명의 책’에서 이름을 지우겠다는 말에 쩔쩔매고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그분들은 생명의 책에 이름이 기록된다는게 진정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고 계시는걸까요? 거기에 직접 이름을 적으시고 관리하시는 분이 누구신지를 정말 몰라서 그런 사기꾼들에게 휘둘리시는 걸까요?
아닐거라고 생각합니다. 머리로는 알지만 마음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일 뿐이지요. 오늘 복음은 예수님으로부터 파견받아 소명을 수행하고 돌아온 제자들이 기쁨에 겨워 자신이 이룬 성과를 보고하는 장면입니다. 그들이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분의 권위와 권능에 기대어 명령하자 인간의 힘으로는 제어할 수 없는 마귀들까지 꼼짝 못하고 복종했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그 모습을 보고 주님의 힘과 권능을, 그분이 얼마나 대단하신 분인지를 느낀 듯 합니다. 주님과 함께 있으면 그 강력한 힘으로 세상을 굴복시키는 날도 멀지 않으리라 여겼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그들이 ‘힘’의 맛에 취하는 것을 경계하시며 그리스도인이 참으로 기뻐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려주십니다.
“너희 이름이 하늘에 기록된 것을 기뻐하여라.” 권력자를 등에 업고 그의 힘으로 다른 이들을 굴복시키려 드는 것은 재물과 권력을 쫓는 세상 사람들이나 하는 짓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이라면 그분처럼 희생과 사랑으로 자신을 낮추고 다른 이들을 섬기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래야 하느님께서 그런 우리를 당신 자녀로 인정해주시고 영예로운 하느님 나라의 국민으로 인정해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등에 업고 세상의 인정을 받으려고 신앙생활을 하는게 아니라 세상에 정면으로 맞서 주님의 뜻을 이루려고, 그래서 하느님 아버지로부터 인정과 사랑을 받으려고 신앙생활을 하는 것이지요.
앞서 언급했던 사이비 종교의 신자들이 사기꾼들에게 휘둘리는 것은 그런 점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자기만 믿고 따르면 현세의 복과 부귀영화를 주겠다는 감언이설에 넘어가 하느님으로부터 인정받는 복된 삶에서 멀어져 사기꾼들의 인정을 받으려고 애쓰는 허망한 삶을 살게 된 겁니다. 그러니 그 사기꾼이 제 멋대로 쥐고 흔드는 ‘가짜 생명의 책’에서 이름이 지워질까봐, 지금까지 그가 시키는대로 복종하며 노력해온 시간들이 물거품이 되어버릴까봐 두려워서 전전긍긍 하게 되는 것이지요. ‘생명의 책’에 이름을 적으시는 분은 오직 하느님 한 분 뿐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은 당신 뜻을 받아들이고 따르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을 절대 외면하거나 내치지 않으십니다. 그런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 공정을 굳게 믿고 매일의 삶에 최선을 다하면 사기꾼들에게 휘둘릴 일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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