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봉쇄수도원의 삶을 다룬 영화 '위대한 침묵'이 말 그대로 침묵 속에 국내 관객 5만명을 돌파하면서 잔잔한 화제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슬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국내에서 누적관객수 5만명을 돌파한 독립영화 ‘위대한 침묵’은, 해발 1300미터 알프스의 깊은 계곡에 위치해 있는 카르투지오 수도원의 일상을 담은 영화입니다.
1084년 성 브루노 성인에 의해 설립된 카르투지오 수도원은 가톨릭에서도 가장 엄격하기로 유명한 수도회로, 외부와 단절된 채 자급자족의 원칙을 지키며 일체의 방문객을 받지 않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위대한 침묵의 감독인 필립 그로닝은 1984년 처음 이 영화를 계획했지만 촬영허가를 받는데 만 무려 15년을 기다렸고, 6개월동안 수도자들과 함께 생활하면 그들의 삶을 영상에 담았습니다.
누구도 들여다보지 못했던 고요함의 세계가 처음으로 공개되자 해외 언론들로부터 끊임없는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베니스, 선댄스 영화제 등 세계 유수영화제에도 초청받았습니다.
하지만 세 시간에 가까운 긴 상영시간, 여기에 대사 한 마디 없이 '침묵'만 흐르다보니 극장 안에는 조는 관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띱니다.
영화를 수입한 배급사 진진의 김난숙 대표 역시 처음 영화를 접했을 땐 '뭐 이런 영화가 다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녹취 : 김난숙 대표] "다른 영화 뭐하나 옆방에 무슨 영화인지도 모르고 들어갔어요. 그게 한 2006년이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보고 저도 음향사고인줄 알고 대사가 거의 없는 영화여서 ‘독특하네’하고 금방 나왔어요."
하지만 보면 볼수록 영화 속 장면들이 마음속에서 사라지지 않아 결국 수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지난해 12월 3일 단관으로 개봉한 이 영화는 가톨릭신자들과 영화팬들의 입소문을 타며 상영관 수를 하나씩 늘려갔고, 지난 18일 독립영화로는 ‘대박’이라 불리는 누적 관객수 5만명을 돌파했습니다.
처음엔 주로 가톨릭 신자들이 영화관을 찾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개신교나 불교, 또는 비신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김난숙 대표입니다.
[녹취 : 김난숙대표] "나오시는 분들 보면 일반인들은 많이 안 졸아요. 근데 종교를 가지신 분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보면서 주무시더라구요.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은 분들이 갖는 감흥이 크다. "
영화를 보고난 관객들은 감동적이라는 평부터, 다소 졸리다는 평까지 다양했지만 영화 내용처럼 말없이 깊은 울림이 주는 영화 라는데는 평을 같이했습니다.
[녹취 : 관객들] “잠깐이지만 딴세상 같은 느낌이 드네요, 어쩌면 천국이 그곳과 가장 맞닿아 있지 않을까” “2번째 보는데 훨신 감동적인 것 같아요” “졸기도 했죠, 근데 한번 볼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아무말이 필요 없는 것 같은데요, 그냥 오래오래 남을 그런 영화”
영화 '위대한 침묵'은 전국 9개관에서 다음달 4일까지 상영될 예정입니다.
PBC 뉴스 이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