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향정약에 멍드는 의·약사, 대책은 없나 의약계가 의료용향정약을 마약류에서 분리하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 향정약의 경우 흔한 질환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만큼 굳이 마약으로 묶어둘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 의약계의 입장이다. 현재 국회에서도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올해 상반기중 마약류관리법에 대한 제·개정 작업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를 둘러싼 찬반양론과 향정약의 관리실태, 법안의 추진방향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reamdrug.com%2FUsers%2FImages%2Fnews%2Fupload%2F62200_1.jpg) |
▲ 약국 금고에 보관돼 있는 향정약들. | -------------<글 싣는 순서>------------- <상>관리 힘들고 처벌 무거운 향정약 <중>"향정약 관리, 잘해도 본전" 이구동성 <하>향정약분리법 추진, 관리부담 확 준다 -----------------------------------------
서울 강남에 소재한 P약국 A약사는 지난해 검찰 특별단속에 걸려 향정사범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향정약의 처방건수가 매일 50건이 넘다보니 매일매일 수불장부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때문에 4~5일 간격으로 장부를 정리해왔는데, 마침 장부를 기재하지 않은 날에 검찰이 들이닥친 것이다.
A약사는 결국 수불장부와 재고가 맞지 않고, 3~4일치 판매기록이 남아있지 않는다는 혐의로 약식기소 돼 벌금을 물었다.
서울 강남의 T약국과 대전 유성구의 G약국도 식약청 약사감시에서 유사한 경우로 적발돼 행정처분을 받았다.
서울 서초동에서 J내과의원을 운영하는 의사 J모씨는 ‘염산페치딘(마약)’ 1ml짜리 89앰플을 잠금장치 없이 옷장에 보관하다 검찰의 특별단속에 적발됐다.
약국은 물론이고 병·의원에서 이같이 의료용 향정약과 마약을 취급하면서 적발되는 사례는 매년 기 백건 이상씩 반복되고 있다.
향정사범 5천명 중 129명이 의·약사
최근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동안 마약류 사범으로 적발된 사람은 모두 3,427명으로 이 가운데 의·약사가 106명(3.2%)이나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년도에 발행된 마약류범죄 백서에서는 향정사범 5,313명 중 의·약사가 129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단속에 적발된 의·약사의 대부분은 앞서 열거된 사례처럼 불법사용이 아닌, 관리부실 등의 사유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치료목적으로 향정약과 마약을 취급하다 관리부실이나 실수, 장부기입의 비현실성 등으로 말미암아 ‘마약사범’으로 이름이 오르는 의·약사가 매년 100명 이상씩 배출되는 셈이다.
향정약 처방 광범위...10대 품목 사용량 연간 87억원
향정약은 현재 의료용으로 위염, 고혈압, 당뇨, 감기, 비만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마약류와 관련한 국제협약에서도 질병치료 목적의 향정약 사용은 권장, 보호하고 있다는 게 의약계 관계자들의 설명.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reamdrug.com%2FUsers%2FImages%2Fnews%2Fupload%2F62200_3.jpg) |
▲ 마약류 약물 생성원별 분류 | 치료용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고 있는 향정약 10대 품목의 심평원 청구현황을 보면, 지난 2003년 기준 연간 2,120만여건이 처방돼 청구금액만도 87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품목별로 ‘테파스정’이 23억원으로 청구금액이 가장 많았고, ‘리제정’ 22억, ‘바리움정’ 13억, ‘알프람정’ 11억, ‘삼진디아제팜’ 5억원 등의 순으로 사용량이 많다.
하지만 마약류관리법에서는 의료용 향정약을 밀조·밀매 등 범죄목적으로 사용되는 비의료용 향정·마약류들과 동일선상에서 취급하고 있고, 벌칙 또한 같은 선상에서 다루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약국과 의료현장에서 향정약 취급을 기피하거나 다른 치료용 의약품과는 달리 ‘천덕꾸러기’로 취급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보관과 관리상의 어려움은 물론 약국의 경우 향정약은 반품에서도 ‘골칫거리’인 데다, 한달이면 전국에서 수 건씩 발생하는 도난사고도 심리적인 불안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검·경과 시도 보건소, 식약청 등 사정기관의 중복단속 항목이기도 하다.
의약계 “이대로는 안된다”...의기투합
의약계는 이같이 의료용 향정약과 마약으로 인해 불거지는 어려움과 부담을 해소하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데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국민정서에 반하는 ‘마약류 사범’이라는 딱지는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니다.
최근 잇따라 열리고 있는 지역 약사회 정기총회에서는 “향정약으로 인한 회원들의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대한약사회 차원에서 고충을 해소해 줄 것”을 건의하고 있다.
총회에 참석한 한 약사는 “향정사범은 출국할 때도 서류를 다른 사람보다 한 장 이상 더 제출해야 한다”면서 “그런 말을 들으면 소위 전과자가 되는 것도 한순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이같은 약국과 의료현장에서의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다 보니 분업이후 공동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의약계가 모처럼 이 문제를 놓고 보조를 맞추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약사회와 의협, 병협은 향정약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방편으로 마약류관리법에서 향정약을 분리해 별도의 법규정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한창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세 단체는 지난해 향정관리 T/F팀을 구성했으며, 국회 정형근 의원실은 의약계의 의견을 참고해 고대 의대 이상돈 교수팀에게 연구용역을 의뢰하기도 했다.
![](https://img1.daumcdn.net/relay/cafe/original/?fname=http%3A%2F%2Fwww.dreamdrug.com%2FUsers%2FImages%2Fnews%2Fupload%2F62200_5.jpg) |
▲ 의약계는 향정약 문제로 모처럼 의기 투합했다. | “불법사용 방지 대책 선행돼야” 우려 목소리도
그러나 향정약은 악용될 경우 국민건강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에서 분리입법 추진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규제와 처벌이 완화될 경우 의·약사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에 의해 불거지는 불법사례가 현재보다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현행법 아래서도 비만환자에게 식욕억제제로 향정약인 ‘푸링정’을 불법으로 다량 판매했거나, 의료용 마약을 자신에게 투여한 의사와 간호사들이 검·경에 적발되는 등 불법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보건의료계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향정약도 치료용 의약품이라는 점에서 지나친 규제와 처벌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서 “그러나 불법사용을 방지할 수 있는 확실한 제어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분리입법만을 주장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마약류는 강한 중독성으로 인해 관리와 사용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할 의약품”이라며 “현재의 규제가 과연 지나친 것인지 따져봐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한편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다른 각도에서 향정약 문제를 바라보고 있다.
무분별하게 향정약이 처방되다보니 향정약 조제를 많이 하는 약사들은 '상당한 주의가 필요한' 약물이라는 점을 등한히 할 수 있고, 국민입장에서는 향정약 오남용에 의한 피해가 학산될 수 있다는 것이다.
건약 관계자는 "갈수록 향정약의 투약, 조제 건수가 늘어가고 있음에도 적정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상황"이라면서 "정부차원에서 유통체계는 물론이고 사용량 조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