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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은 다도해 부근에 있는 조촐한 어항이다. 부산과 여수 사이를 내왕하는 항로의 중간 지점으로 그 고장의 젊은이들은 ‘조선의 나폴리’라 한다. 그러니만큼 바다 빛은 맑고 푸르다. 대부분의 남자들이 바다에 나가서 생선 배나 찔러 먹고 사는 이 고장의 조야하고 거친 풍토 속에서 그처럼 섬세하고 탐미적인 수공업(갓, 소반, 경대, 문갑, 두석, 나전칠기 등)이 발달한 것은 이상한 일이다. 바다 빛이 고운 탓이었는지 모른다.”
-소설 <김약국의 딸들> 서문-
통영은 유려한 해안선과 둥근 산맥이 줄을 잇는 곡선의 마을이다. 한눈에 그 윤곽을 더듬어 낼 수 없는 모호함. 불과 100미터 안팎의 세상이 지금 자리한 곳과는 전혀 상반된 느낌이다. 통영 여행에는 다도해에 보석처럼 박힌 171개의 크고 작은 섬들의 향연, 진한 바다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는 구수함이 있다. 처음, 얼굴에 부딪힌 통영의 바람은 묘하게도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와 닿는 느낌이다. 갑작스레 피는 감성으로 몸이 으쓱거린다. 박경리, 백석 등 예술계의 별들이 통영에서 탄생한 이유도 그 때문 아닐까? 같은 하늘 아래 전혀 다른 우주가 펼쳐진다. 남해여행, 섬 여행을 아우르는 동양의 나폴리에서 함께 한 1박 2일의 기록, 지금부터 시작한다.
미륵산 한려수도 전망대는 통영 시내는 물론 멀리 한려수도의 보석 같은 섬과 항구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1975미터의 국내 최장 길이 케이블카를 타고 미륵산에 오르다 보면 자연의 한복판에 들어앉은 기분이 든다. 미륵산 정상. 발아래 기기묘묘한 한려수도 다도해의 황홀경이 펼쳐진다. 곡선의 도시답게 산도 항구도 둥근 전경을 바라고 있으니 어느덧 일상의 날카로움은 사라지고 여유와 낭만이 벅차오른다. 드디어 여행의 시작이다.
- Point 전망대에 설치된 시인 정지용의 <통영> 시비.
- Open 동계 오전 9시30분~오후 5시, 춘,추계 오전 9시30분~오후 6시, 하계 9시30분~오후 7시(둘째,넷째 월요일 휴무)
- Price 대인 9,000원, 소인 5,000원
- Info 통영관광개발공사 055-649-3804
대표적인 통영 출신 문학가로 작품 곳곳에서 작은 한촌의 삶을 적나라하게 선보인 소설가 박경리. 선생의 문학에 끊임없이 영감을 제공한 고향 통영과 그녀의 문학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록들이 다양하게 정리돼 있다. 그뿐인가. 기념관 뒤쪽, 호젓한 산길을 따라 오르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공원이 펼쳐져 있다. 다도해의 뱃길을 한가로이 바라볼 수 있는 산책길. 군데군데 전시된 친필 원고 동판, 어록비 등의 시비를 보며 걸으면 그대로 한 편의 그림이 된다.
- Point 박경리 선생 묘지와 기념공원.
- Open 오전 9시~오후 6시(월요일, 법정공휴일 다음 날 휴관)
- Info 박경리기념관 055-650-2540
청마 유치환 시인의 문학 정신을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설립된 청마문학관은 기념 전시관과 생가(유약국)를 복원해 하나의 테마 공원으로 꾸며져 있다. 문학관은 청마의 생애, 작품 세계, 발자취 세 가지로 구분해 유품 100여 점과 각종 문헌 자료 350점이 마련돼 있고, 뒤쪽으로 복원된 생가에는 청마의 손 때 묻은 식기와 책, 집기들이 세월의 흔적을 보여준다. 왠지 모를 감동과 설렘. 역사 속 시간여행을 하듯, 오래전 문인의 정취가 느껴진다.
- Point 청마 유치환 시인의 생가.
- Open 오전 9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 공휴일 다음 날, 명절 연휴 휴무)
- Info 청마문학관 055-650-4591
충렬사는 이순신 장군의 위패를 봉안한 사당으로 비각과 강한루 등을 보관하고 있는 문화재이다. 이곳이 더욱 흥미로운 것은 백석 시인의 러브 스토리 때문이다. 충렬사의 돌계단이 바로 그가 사랑한 통영 여인 ‘박경련’을 그리며 시를 쓴 장소. 당시 그녀가 살던 명정동을 바라봤다는 곳에 올라서자 시 <통영>에서처럼 ‘미역오리같이 말라서 굴 껍질처럼 말없이 사랑하다 죽을 듯한’ 심정이 느껴지는 것 같다. 아름다운 전통의 향연 속 감동의 러브 스토리. 진한 여운이 여행의 추억을 더욱 풍성하게 한다.
- Point 백석 시인 시비와 박경련이 빨래를 했던 ‘정당샘’.
- Open 오전 9시~오후 6시
- Price 어른 1,000원, 청소년 500원, 어린이 300원
- Info 충렬사관리사무소 055-645-3229
- 동광식당 중앙전통시장에 위치한 40년 역사의 복국집. 055-644-1112
- 뚱보할매김밥 원조 1세대의 충무김밥. 055-645-2619
- 오미사꿀빵 통영의 명물 꿀빵을 창시한 명소. 055-645-3230
- 양지펜션 한려수도의 아름다운 풍광과 복층 별채의 안락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곳. ‘박경리공원’과 인접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055-641-2590
김춘수유품전시관, 남망산조각공원, 달아공원, 동피랑마을, 연필등대, 예술가거리, 중앙시장, 해저터널
통영 여행에서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낭비 없는 동선을 짜는 것. 대부분의 명소들이 통영 시내를 중심으로 뻗어있기 때문에 낮, 밤의 이동경로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 특히 기념관 등은 운영시간을 미리 조사해야 헛걸음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