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참고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는
Patient, Kind and does not Envy
양정은 개인전
집(Home)
83x120cm(32.5x47.5 inches)_Acrylic on canvas_2024
전시작가 : 양 정 은
전시일정 : 2024.04.02-04.07
관람시간 : Open 12:00 ~ Close 18:00 (화~일요일)
전시장소 : 갤러리 더플로우
서울 종로구 윤보선길 28 2F
T. 02-3663-7537
www.thefluxtheflow.com
행복한(Happy)
48x39cm(19.5x15.5inches)_Acrylic on paper_2023
부자되길(Be Rich)
80.3x60.6cm(31.6x23.9 inches)_Acrylic on canvas_2024
고독(Solitude)
49.3x38cm(19x15 inches)_Acrylic on paper_2024
선으로부터 시작되고 발견된 차이, 그리고 그 너머를 향한 확장과 연결의 미학
양정은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오래 참고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는”이라는 다소 긴 문구를 사용하여 전시 주제를 제시하는 가운데 그의 최근 작업들을 선보이게 된다. 이는 성서에서 ‘사랑’을 서술하는 문구 중 일부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관련하여 작가 역시 그의 작업노트에서 ‘사랑’이라는 것은 자신이 ‘그림을 통해 펼치고 싶은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작가가 이 ‘사랑’이라는 개념을 그의 작업으로 옮기기 위해 이 개념과 관련된 어떤 상징적 이미지를 차용하거나 구체적인 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조형적 장치로 ‘선’과 같은 조형 요소만을 선택하고 여기에 주목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작가에게 있어 선이라는 것이 사실 구분하고, 경계 짓고, 차이를 발생시키는 조형 요소에 불과하고 ‘사랑’과 같은 구체적인 정서나 의미를 지시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며 뿐만 아니라 결합하거나 하나가 되는 것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랑’이라는 개념에 대해 그것의 구분하고 경계를 짓는 도구인 ‘선’이라는 조형요소는 그 역설적 방식일 수 있다고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작가는 그 선을 어떻게 사용하는 가에 따라 그 구분과 차이를 만드는 요소가 오히려 그것을 극복하거나 넘어서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그 역설적 지점으로부터 다시 한 번 그의 작업을 살펴보도록 만들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작가의 태도는 그의 작업을 자세히 살펴보게 되면 일정 부분 확인할 수 있는데 그 일례로 작가가 선을 사용하여 자신의 회화 세계를 보여주는데 있어 작업 소재를 일상적 풍경을 선택하고 있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다. 일반적으로 일상이라는 말의 의미는 늘 반복되고 어제와 오늘이 다를 바 없는 매일의 날들에 관한 것을 말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작가는 차이가 없어 보이는 그 일상의 것들을 가져와 자신의 작업을 풀어갈 때 그 주요 작업인 발, 책 시리즈에서 보여주고 있듯이 명료하거나 두툼한 선을 사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평소 차이가 없어 보이고 늘 주위에 있었기에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작가는 선을 개입시켜 차이를 만들어내고 선을 통해 일상의 모든 것들이 본래는 각기 특정한 무엇이었던 것임을 상기시키고자 한 것이다. 그런데 작가가 주변의 모든 것들을 이 선으로 구분하고 차이를 만들어내는 작업을 하고 있지만 작가는 이 대상들을 화려하게 꾸미거나 어느 특정한 한 대상을 향해 포커스를 맞추는 일을 하지는 않는다. 그저 느껴지는 대로 투박해 보일지라도 일상 속에서 눈 앞에 보이는 날것 그대로를 표현하고자 한 것 같다. 그러나 작가는 그 개별적인 것들이 그저 그런 똑 같은 것들이 아니라 어느 하나만이 두드러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각각의 특별한 차이가 드러나 있는 개체들임을 확인시켜 주고자 하는 것 보인다.
작가는 어쩌면 아이러니하게도 ‘사랑’이라는 것은 먼저 차이를 발견하는 일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것을 각인시키고자 했던 것 같다. 이는 늘 주변에 있기에 항상 아무 차이도 느껴지지 않는 일상적 대상들의 경우 그것을 주목하게 되는 일도 없다는 것을 언제부턴가 느끼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일상 가운데 늘 가까이 있지만 무관심했던 대상들에 대해 이를 다시 바라보게 되면서, 특히 어떤 것들은 익숙하고 편하기도 하지만 이와 달리 주변의 어떤 것들은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것들이 있을 수 있음에도 이 모두는 일상 속에서 함께 살아가야 하는 것들이라는 점을 재발견하게 되면서, 작가는 그 일상의 것들이 하나하나 차이가 있고 서로 다르고 편함과 불편함이 동시에 공존하는 다양한 것들이지만 그 다름과 차이가 오히려 특별함과 유일함이라는 소중한 근거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어느 순간 통찰하게 되었던 것 같다. 그래서 작가는 그 일상의 것들을 선으로 구분 짓고 다시 그 선으로 구분 지은 것들에 드러나 있는 차이에도 불구하고 그 모두가 함께 살아가야 할 대상들이고 사랑해야 할 대상들이기에 그 모두를 선으로 구분 짓는 것과 동시에 연결하고 다시 그 선들을 모두 이어나가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하게 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쟈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 ‘차연(Différance)’이라는 개념을 통해 주체와 타자,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의 차이(difference)와 함께 연기(delay), 연장(extension)에 대해 제안한 바 있다. 이는 주체와 타자,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이항대립 구조에 대한 탈경계적 담론이다. 그런데 이를 바꾸어 말해 본다면, 예를 들어 누군가가 타자를 환대하거나 용서하는 행위를 한다면 조건이나 한계를 분명히 인식하는 것, 즉 차이를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이고 이때 연기와 연장, 즉 조건이나 한계를 넘어서는 일은 이 조건과 한계로 인해 불가능해 보이는 지점으로부터 출발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말은 양정은 작가가 일상을 그려낼 때 사용한 선들 역시 한계와 경계의 상징일 수도 있지만 결과적으로 그 한계와 경계의 울타리를 근거로 그 너머를 향해 연결 가능성을 상상하게 될 때 그것을 극복하고 확장하는 것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의미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의미라는 것은 차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며 불가능해 보이는 영역의 한계 지점에서는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것으로부터 창조적인 일들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단순해 보이지만 선을 긋는 작은 행위의 결과물에는 생각하는 것 이상의 세계가 담겨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며 여기에는 조형적 의미 이상으로 함의하는 바가 있다 해야 할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보면 작가가 타자에 대하여 “오래 참는다는 것, 친절하다는 것, 시기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것은 결국 타자와의 차이가 발견하게 될 때, 즉 작가가 그려낸 회화와 여기에 그려진 선들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인식하도록 만드는 지점과 같은 일정한 계기를 전제하게 될 때, 그러한 상황에서 그 한계와 경계로부터의 느끼고 인식되는 여러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래 참아낼 수 있고, 친절하게 대할 수 있고, 시기하지 않고 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다면 그것이 작가가 그려내고자 한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일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기에 작가는 아마도 작업을 통해 이러한 의미를 전해주고자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흔히 평범한 것들로 인식될 수 있는 일상 속 대상들에 대해 선으로 그분하고 그려내면서 여기 담겨있는 양가적 인식 혹은 정서의 경계면 너머를 상상하도록 만드는 회화 공간을 소개하는 것과 동시에 여기에 관객들의 시선을 초대함으로써 작가가 제안하는 ‘사랑’ 혹은 차이를 넘어선 확장과 연결의 의미를 또 다른 차원에서 실천해 보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므로 관객들 역시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의 일상적 사물들에 대해 작가가 그려낸 것처럼 그 하나하나를 선이라는 경계면 따라 읽어가면서 그곳에서 차이와 다름을 인식하는 것과 함께 그 너머의 세계가 과연 무엇일는지 상상하는 보게 된다면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이승훈(미술비평)
오래참고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는
철학자 데리다가 자신의 철학에서 이야기한 개념이 있습니다. 경계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데리다의 의견으로 부터 제 그림에서 경계와 조건에 대한 생각을 했고, 경계와 조건을 넘어선 무조건적인 사랑에 대해 생각하며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젊은 시절에 우리의 창조주를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문제가 있는 날이 오고 "나는 그들에게서 즐거움을 찾을 수 없다" 고 말할 해가 다가오기 전에 말입니다.
오래참고 시기하지 않으며 자랑하지 않으며 교만하지 않으며 무례하지 않으며 자기 유익을 구하지 않으며 성내지 않으며 원한을 품지 않으며 불의를 기뻐하지 않으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덮어 주고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고 모든 것을 견디는게 사랑이라고 지지합니다.
사랑은 제가 그림을 통해 펼치고 싶은 것이고, 저는 선을 사용했습니다. 사랑은 선과 같습니다. 선은 연결을 합니다. 시각, 보기, 시선, 사람과 같은 요소들은 모두 연결을 통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선은 사랑과 같고, 사랑은 선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일상의 풍경을 표현하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카페, 발 그리고 책 시리즈는 일상의 풍경화 중 하나입니다.
일상의 기쁨은 저로 하여금 다른 주제를 그리고 그리게 합니다.
저는 사랑의 비유로 대상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큰 의미가 있으며 사명으로 느낍니다.
2024. 양정은
양정은 Jung Eun Annie Yang
양정은 (b. 1995, 서울)은 페인터로 활동하는 한국인 작가이다.
인스타그램: @anniej_yang / 페이스북: @0annieyang2514
회화과 일반대학원 석사과정; 홍익대학교, 서울
Bachelors of Fine Arts; School of Visual Arts, New York City
Solo Exhibitions
2024 오래참고 친절하며 시기하지 않는 / 갤러리 더플로우, 서울 안국동
2023 있는 그대로 사랑받아 마땅한 / 갤러리 시소, 경기도 구리시
2015 양정은 초대 개인전 / 아트스페이스 호서, 서울 서초동
Group Exhibitions
2022 유연한 오늘 / 한벽원 미술관, 서울 삼청동
2018 나작가 전 II / 바나나롱 갤러리 &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빌리지7, 부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