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540) – 오산 물향기수목원 노루귀
노루귀
알기나 했을까
내가 너를 얼마나 찾았는지를
이 산 저 산, 이 골짝 저 능선
숱하게 찾아 헤맨 세월
드디어 만났다
산비탈 바위 밑에 숨어 있는 너를
뽀송뽀송 털복숭이 얼굴
영락없는 노루의 귀를 닮았구나
이 봄, 너를 만났으니
너 없는 계절까지 함께 하고 싶어라
―― 권규학, 「노루귀」
▶ 일 시 : 2026년 3월 13일(금), 맑음, 미세먼지
▶ 장 소 : 오산 물향기수목원
물향기수목원에 노루귀가 피었다고 하니 보러갔다.
매년 심춘순례로 가는 곳이다.
오산대역까지 전철 타는 시간만 왕복 4시간 가까이 걸린다. 상당히 먼 거리다.
계속 앉아서 가자니 엉덩이가 아팠다. 경로 노릇도 힘들다.
노루귀에 대한 시 몇 수를 함께 올린다.
나목의 가지 사이
조각난
햇살 얹고
한줄기
바람결이 발끝에 스쳐가니
숨죽인 봄 향기를
살며시 피어냈어
빛바랜 흔적 사이수줍게 고개 숙여
하얀 날 기다림 한
모습이 너무 고와
가녀린 그 꽃잎에
입맞춤
망설거려 …
―― 김영태, 「노루귀꽃」
늦은 게 아닌가? 하고 눈을 떴을 땐
아뿔싸, 늦은 게 아니라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아직도 주변엔 백설이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어쩔까 하다가 살며시 백설과 타협을 하였다.
미안해, 내가 있는 자리만 조금 양보해 줄 수 있겠니?
―― 박경남, 「노루귀꽃」
새봄이 다가오는 소리
청각기라도
남몰래 달고 있는지
이른 새벽
잠시 눈 길만
그냥 스치고 지나갔을 뿐인데
두 귀를 민감하게
쫑긋 세우고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슴이 벅차고 뭉클하게
살그머니 눈을 뜨는 그녀
하얀 눈이 소복이 덮인
후미진 산속
모든 걸 인내 하나로
차가운 눈을 녹이며
내 눈에 깜짝 놀란 듯
솟아난 그녀
이파리보다도
늘 먼저 꽃을 피우는 임아!
그대가
내 눈앞에 아른아른하여
얼굴에 내 손끝을 대니
보송보송한 솜털이
분결처럼 곱고
한껏 뿜어내는 향기와
그 감촉에
내 위장 속까지 간지럼이니
(…)
―― 김영복, 「노루귀」
이른 봄 야산에서 만난 야생화
청노루귀
꽃잎이 청초해 되레 슬프다
먼 옛날의
소녀가 생각나서 이런 걸까
돌아서도
눈앞에 먼저 와 있는 청노루귀
―― 이태수, 「청노루귀」
5cm 저 어린 청노루귀 꽃밭 다녀가는
이 숲에서 유일하게 신발 신은 이기적인 동물
내 발자국이 너무 커서 미안하다.
봄 숲에서 23g 아기 참새 종종 발걸음처럼
나도 가벼워져서 가벼웠으면
―― 김인호, 「청노루귀 숲」
복수초
설강화
어떻게 여기 와 피어 있느냐
산을 지나 들을 지나
이 후미진 골짜기에
바람도 흔들기엔 너무 작아
햇볕도 내리 쬐기엔 너무 연약해
그냥 지나가는 이 후미진 골짜기에
지친 걸음걸음 머추어 서서
더는 떠들지 말라고
내 눈에 놀란 듯 피어난 꽃아
―― 오탁번, 「노루귀꽃」
첫댓글 복수 꽃. 바람 꽃, 노루귀 꽃 등 매년 이 봄에 보는데 이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