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대디입니다.
저번에 모였을 때 만나서 악대 여러분들과 의논드리려고 했으나 생각보다 적은 분이 오셔서 충분한 의논이 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오셨던 몇몇 분들께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 말씀 드렸습니다만, 다른 분들께도 허락 또는 의견을 구해야 할 것 같고, 다들 모이시기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한 것 같아 이렇게 카페에 글을 다시 올립니다.
지금 일부 사람들이 우리가 도대체 4년간 무엇을 했으며, 무엇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진보 진영의 크나큰 위기가 찾아왔다고 하는 이 시점에서, 과연 우리는 무엇을 했으며,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 돌아보게 됩니다. 4년 전과 비교했을 때, 우리는 정말 변한 것이 없는 것일까? 우리가 세상을 바꾸는 데 아무런 역할도 못한 것일까? 그리고,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악기를 들고 음악을 연주하면서 촛불을 들었던 것이 옳았던 것일까?
우리 개개인 속에 있는 그에 대한 대답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첫째, 우리 각자가 발전 했습니다. 그저 자식에게 광우병 소고기를 먹일 수는 없다는 울분 하나로 뛰쳐나온 제가, 그 4년 동안 왜곡된 역사, 불의한 권력, 표현의 자유 등에 대한 지식을 쌓고, 생각을 키웠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정립했습니다. 4년 전과는 크게 다른 생각들과 시각들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임을 위한 행진곡’도 모르면서 촛불 들러 나왔던 저만 봐도 충분한 증거가 될 것입니다.
둘째, 우리가 함께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우리는 촛불들에게 음악을 들려주기 위해 연주회를 한 것이 아닙니다. 시민들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반주를 해 준 것도 아닙니다. 우리 자신을 위해 소리를, 음악을 만들었습니다. 이 음악에 각자의 소리를 보태면서 각자가 아닌 우리의 음악을 했습니다.
셋째, 서로의 소리를 듣는 법을 배웠습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는 연주자라 하더라도 독주자들만 여럿 있다면 그것은 소음이나 다름 없습니다. 합주를 통해 서로의 소리를 듣고, 그 소리와 내 소리를 조화시키는 것. 그것이 우리 시민악대가 지금까지 큰 불협화음 없이 존속할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악을 통해 서로의 소리를 들어온 것만이 아니라,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서로의 소리를 들을 마음가짐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우리는 다른 촛불 단체와 달리 지금까지 달려올 수 있었던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제안합니다. 우리가 음악을 통해 서로의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서로의 의견과 주장들에 대해서도 귀기울일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이러한 경험들이 사회 전체로 확장될 수 있도록 시민악대가 세상에 화두를 던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한 실천적인 방안으로 공교육에서 의무적으로 음악 교육을 통해 합주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 거기에 대한 제안서를 시민악대의 이름으로 우리 사회에 던지고자 합니다.
음악을 통한 이러한 성과는 우리만의 해낸 것은 아닙니다. 음악을 통해 세상을 바꾸는 것은, 베네수엘라의 빈민 어린이를 구제하기 위해 시작된 ‘엘 시스테마’가 그 좋은 예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처음엔 11명으로 시작된 청소년을 위한 악기 교육을 통해, 범죄율이 줄고, 일부 사람들의 빈곤이 해소되었으며, 무엇보다 청소년들의 가슴 속에 꿈을 키워줬다는 것으로 인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시도가 일부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는 빈민층 어린이들에게 꿈을 키워주는 것이 해답은 아닙니다. 빈곤해서 음악 교육을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빈부의 차이로, 계급의 차이로, 이념의 차이로 분열되어 있는 우리 사회에서 서로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도록, 모든 학생들이 합주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교육을 통해 모든 학생들에게 그런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 우리나라에서 해야할 일이라 생각됩니다. 그러한 성과가 1년, 2년, 10년, 20년 축적되어 다음 세대에까지 이르게 된다면, 우리 사회는 분명 우리가 꿈꾸는 세상에 더욱 가깝게 다가서 있을 것입니다.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이렇게 모아진 경험들과 확신들을 모아,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 빨리 전달해야할 것 같습니다. 지방 자치단체장이 되었든, 교육감이 되었든, 우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 설득하기 위해서 자료들을 모으고, 정리해서, 제안서를 만드는 작업을 우리 시민악대가 했으면 합니다.
쉽지 않은 일일지도 모릅니다. 무모하다고까지 생각하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의 지난 4년보다는 더 큰 성과를 낼 수도 있습니다. 작은 가능성만 있더라도, 해봐야만 하는 일이라는 생각입니다.
만약, 당장 성과를 달성하지 못하더라도 우리 이후의 누군가가 이 경험들을 새로운 주춧돌로 삼아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도록 기록을 남겨두는 것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다음 모임에서 많은 의견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답글도 환영합니다.
첫댓글 좋은 의견입니다. 미미하겠지만 조력자로 나서겠습니다.
와.. 멋지십니다. 큰도움은 못되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