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태백산
- 한겨울 정상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
★ 산행 날짜 : 2010.01.20. 10:45 ~ 15:15
★ 날씨 : 하루 종일 비가 내림, 산정에도 비바람이 몰아침,
눈 녹은 물이 등산로에 봄날같이 흐름.
★ 산행 장소 : 태백산(太白山, 1,566.7m)
★ 위치 : 강원 태백시 문곡동, 영월군 상동면 천평리, 경상북도 봉화군 석포면
★ 산행코스 : 유일사매표소 - 갈림길 오른쪽 - 유일사 - 장군봉
-천제단 -망경사 - 반재 - 백단사매표소 - 유일사매표소
겨울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태백산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주 토요일에 친구(동기 정동광) 딸 결혼식에 꼭 참석해야 하기에 오늘로 날을
잡은 것인데 아침부터 비가 내려 포기할까 하고 망설이다가
태백산은 워낙 높은 곳이니 눈이 올 것이니 어쩌면 눈 내리는 멋진 태백산 산행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강행을 한 것인데
웬걸! 그 높은 태백산 정상에도 비가내리고 있었습니다!!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大寒날 춥기는커녕 방한복에 우의까지 뒤집어써서 땀을 뻘뻘 흘리며
비를 흠뻑 맞으며
비로 눈이 녹아 때 아닌 홍수(?)가 난 등산로를 힘들게 오른 특별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911▲ 태백산 등산안내도
천제단 광장에 있는 안내도를 근접촬영한 것인데 화질이 안좋네요.
우리는 태백산울 가장 쉽게 오를 수 있는 유일사매표소에서 오르는 코스를 택했습니다.
유일사매표소에서 최고봉이 장군봉까지는 4km로 유일사 입구까지(2.5km)는 탄탄대로입니다.
▲ 보호수인 주목
(카메라렌즈에 물이 묻어 화면의 일부가 선명하지 못합니다. 이후에도 계속 그렇습니다)
▲ 주목군락지 입구에 있는 주목모습입니다.
유일사에서 가파른 등산로를 한동안 오르면 드디어 주능선에 닿게 되는데 이곳부터 장군봉까지는
잡목 속에 오래된 주목이 뒤섞여 있는 평평한 주능선에 닿게 됩니다.
이곳 주목은 대개 수령이 수 백년이 넘은 거목들입니다.
등산로 주면에 있는 주목은 기념촬영을 할 수 있게 의자까지 마련되어 있습니다.
▲ 커다란 주목 앞에서
▲ 운무가 자욱한 주능선의 장군봉 가는 길
비는 계속 쏟아지고 바람이 휘몰아칩니다.
한겨울에 해발 1500m가 넘는 곳에 비가 내리다니...
▲ 장군봉 제단
여기가 태백산에서 제일 높은 곳(1,566.7m)인 장군봉입니다.
정상에 있는 제단에는 누가 과일에도 양주까지 차려놓았습니다.
이 장군봉에 있는 제단은 근세에 와서 인위적으로 쌓은 제단으로 여기서 100m 정도 떨어져 있는
천제단은 역사적 가치가 있는 중요민속 문화재이기 때문에 특별한 행사가 있는 날이 아니면
제사와 같은 의식을 치르지 못하게 하고 있기 때문에 아마도 무속인들이 여기다가 제단을
쌓은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됩니다.
오늘도 무속인인 듯 한 남녀가 제단 앞에서 울긋불긋한 천을 찢으며 비가 쏟아지는 속에서도 열심히
절을 하고 제를 올리면서 무슨 의식을 치루고 있었습니다.
▲ 장군봉 제단 전경
(모속인인 듯한 남녀가 제를 올리고 제단을 정리하고 있네요)
▲ 장군봉 제단 앞에서
▲ 천제단 안쪽 모습
단군할아버지를 모시는 천제단 안쪽 모습입니다.
한배검이란 대종교에서 단군을 높여 부르는 말로
천제단은 역사 기록에도 등장할 만큼 역사적 가치도 있고 옛날 선조들이 쌓은 제단입니다.
▲ 천제단 앞에서
▲ 비가 내리고 바람이 휘몰아치는 천제단 전경입니다.
장군봉에서 서쪽으로 100m 정도 떨어져 장군봉보다 약간 낮은(1,560.7m) 곳에
천제단이 있는데 비바람이 장난이 아닙니다.
바람이 어찌나 세게 몰아치는지 뒤집어쓴 우의를 때리는 빗줄기가 따따닥 따다닥...
귀청을 울려댑니다
▲ 단종비각 모습
천제단에서 백단사 방면으로 얼마를 내려오니 망경사 조금 위에 단종비각이 있습니다.
태백산에 왠 단종비각?!
비각의 문은 굳게 닫혀있는데 쏟아지는 비를 고스란히 맞으며 비각 앞에 무릎을 꿇고 기도를 하는
등산객(? 방석에 앉아 있는 사람은 무속인 같아 보입니다)이 여럿 보입니다.
왜일까요?
단종을 숭배하는 사람들일까요? 단종의 애달픈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들일까요?
아님 이 비각에 무슨 영험한 힘이 있는 것일까요?
그 의문은 비각의 안내문을 보고 곧 풀렸습니다.
단종이 영월에 유배되자 전 한성부윤을 지내고 낙향하여 살고있던 추익한이 태백산의 머루와 다래를
따서 자주 진상(進上)하였는데 어느날 꿈에 산과(山果)를 진상차 영월로 가는 도중 곤룡포(袞龍泡)
차림으로 백마를 타고 태백산으로 오는 단종(端宗)을 만나게 되었다고 합니다. 추익한이 이상히 여겨
영월에 도착해 보니 단종이 그날 세상을 떠난 것입니다.
단종이 서기 1457년 영월에서 승하한 뒤 태백산 산신령(山神靈)으로 모시기로 하여
매년 음력 9월3일 제(祭)를 지내고 있다고 합니다.
등산객은 태백산 산신령이 된 단종에게 자기의 소원을 간절히 비는 것일 것이고
무속인들이 무슨 의식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배는 고픈데 계속해서 비가 쏟아져 비를 피해 이 비각 왼편 처마 밑에 자리를 펴고
컵라면 등으로 간단한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오늘은 정사장이 향이 좋은 중국산 독주와 어리굴젓을 가져와 독주를 두어 잔 하니
추위가 싹 가셨습니다. 허긴 오늘 기온이 워낙 높아 장갑을 끼지 않아도 손이 시리지 않을
정도였지만......(정상에서는 장갑이 비에 젖어 손이 몹시 시렸어요.)
▲ 운무에 뒤덮인 망경사
▲ 백단사로 하산하는 등산로에서
기온이 높고 비가 계속 쏟아지니 쌓여있던 눈이 녹아 등산로에 작은 내(?)가 생겼습니다.
질퍽질퍽 물을 잔뜩 머금은 눈을 밟으며 낙엽송이 울창한 등산로를 내려왔습니다.
▲ 백단사 앞에 있는 얼음으로 만든 조각품입니다.
▲ 백단사 주차장에 도착해 방금 내려온 태백산을 올려다 본 모습니다.
구름에 쌓여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 백단사 주차장에서 태백시 방면을 바라본 모습
백단사 주차장에 도착해도 비는 그치지 않고 계속 쏟아집니다.
유일사주차장까지는 20여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고 매표소 관리인이 안내해 주어
비를 맞으며 태백시로 가는 지방도를 터벅터벅 걸어 유일사주차장에 도착해 산행을 끝냈습니다.
한겨울에 비 내리는 태백산 정상!
비로 인해 볼 것도 제대로 못보고, 몸도 마음도 비에 젖어 엄청 힘든 산행이었지만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첫댓글 와높은산 주목이크네요
비와 추위로 고생이 많으셨을것 같습니다.
저렇게 큰 주목은 첨입니다. 서울에도 밤까지 짙은 안개가 가시질 않더라구요. 우중 산행, 특히 눈덮힌 우중산행은 위험하고 힘드셨을텐데 안산하셔서 다행입니다. 그래도 자욱한 산의 풍경은 기가 막혔겠는데요^ ^
비가 오면 오는데로 산은 또다른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요즘은 주말..주중..할것없이 산행을 자주 하시는구만 ~!! 앞으로 권세무사님 뵈려면 山으로 가야 될것같네~ㅎㅎㅎ
우중에 등산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군요. 제가 10일(일)에 태백산갔을때는 눈이 많이 내린 설경이 넘 멋졌지요.
고생은 좀 했어요. 헌데 고생이 고생같이느껴지지 않더군요.
역시 선배님의 산행기는 너무 좋습니다 ~
한겨울에 비맞고 하는 산행...독하게 마음먹고 강행 하셨네요.그것도 1년중 가장춥다는 대한에 1,566m의 태백산 정상 장군봉,천제단에서의 비 맞고 찍은 권승 선배님의 사진을 보니 정말 산을 사랑하는 산사나이의 기백을 보는것 같습니다.정감어린 산행후기와 명품사진 잘 보고 갑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한번 빠지면 몰두하는 성격이라서... 그저 산이 좋아 가는 것이지 특별히 산을 사랑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자주산행을핫ㅣ는것같네요...건강도챙기셔야죠...사진땜에다시가야허것네유....주목은정용근장로님한테가격을물어봐야허는디'''''
일주일에 한번 가는 것인디 자주라니?! 다시 가 왠수를 갚아야지...
우중에 겨울산을 등산....멋진 사진을 남기셧네요...태백산이 가 본 산이라 지난 날 추억이 생각나게 하는 사진들이 많이 보이네요....태백산 표지석이 웅장한 정상에 사람들이 없어 오붓하게 사진을 담으셨네....덕분에 잘 보고 갑니다
비가 쏟아지고 평일인데도 등산객이 꽤 있더군요. 년중 가장 춥다는 大寒날 비맞으며 산행하는 기분도 그리 나쁜것은 아니었는데요 힘은 배로 들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