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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레리 꼴레리!
임금님 거시기는 말만하다네!
너무 커서 짝도 없다네!
얼레리 꼴레리!
임금님은 거시기가 너무 커서요,
바짓가라리 세 개나 된다네!
얼레리 꼴레리!
임금님 거시기가 너무 커서요,
밤마다 대궐에서 곡소리가 난다네!
이것이 근래 서라벌 거리마다 골목마다 애어른 할 것 없이 즐겨 부르는 최고의 유행가다. 이젠 낮이건 밤이건 아무나 마구 불러대는 바람에 황궁의 담장 안까지 노랫소리가 시도 때도 없이 들려올 정도다.
“어허, 무엄한지고! 요즘 귀신들은 뭐 잡아 묵고 사노? 저런 고얀 눔들은 안 잡아 묵고? 에이, 산 채로 썩을 눔들!”
지증마립간은 임금의 체면이 구겨질 대로 구겨지는 바람에 견딜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명색이 마립간이란 자가 체통을 돌보지 않고 품격도 없이 ‘왕 노릇 못해 먹겠다’느니, ‘쪽 팔려 미치겠다’느니 하는 따위의 경박하고 천박한 말은 입 밖에도 내뱉을 수가 없었다. 따라서 속으로만 화를 삭이자니 미칠 지경이었다.
그러다 보니 죽어나는 것은 신하들, 특히 임금의 비밀을 속속들이 죄다 알고 있는 최측근들이었다. 예나 이제나 정계와 관계, 재계를 막론하고 최고 권력자의 비밀을 많이 아는 측근은 여러 모로 매우 피곤한 법이 아닌가. 자칫 잘못 하다가는 목이 달아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러면 지증마립간의 비밀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의 ‘연장’, 일명 ‘물건’, 일명 ‘거시기’가 매우 비정상적으로, 어마어마하게 크다는 사실이었다. 커도 보통 사내들보다 한두 배 정도나 크다면 비밀도 아니겠으나, 지증마립간의 그것은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만큼이나 웅장 무비했던 것이다.
언젠가 비서실장이 마립간의 고민을 듣고 나서 죽기를 각오하고 이렇게 물어보았다.
“폐하, 아뢰옵기 황공무지로소이나 도대체 폐하의 거시기가 얼마나 크기에 그렇게 고민하시옵니꺼?”
“아흐흐, 이 마리칸과 고민을 함께 나누려는 저 충성! 예전엔 미처 몰랐구마! 그럼 내 거시기 한 번 볼라는공?”
그리고 대왕은 근시들을 물리친 다음에 아랫도리를 벗어보였다.
“아니, 폐하! 도대체 무슨 속바지가 그렇게 요상하게 생겼십니꺼?”
자세히 들여다보던 비서실장은 그만 까무러칠 듯 놀라고 말았다. 마립간의 속바지 가운데에는 거시기, 즉 ‘가운뎃다리’가 들어가는 바짓가랑이가 하나 더 달려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마립간이 속바지를 벗어서 자신의 거시기를 보여주었는데, 너무나 민망스러워서 차마 재보자고 할 수는 없었지만 얼핏 보기에도 한 자 다섯 치는 되어보였다. 그러니 어찌 놀라지 않으랴.
참으로 고금에 듣지도 보지도 못한 희귀하게 장대한 거시기였다.
지증마립간은 이처럼 돌연변이라고나 할 만큼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연장- 거시기를 달고 있으니 사이즈가 맞는 배필을 구할 수가 없었다.
서기 500년. 지증마립간이 육촌형이던 전 임금 소지마립간이 재위 22년 만에 죽자 그 뒤를 이어 즉위, 마침내 고대하고 고대하던 대궐의 주인이 된 뒤였다.
혹시 ‘치수’가 맞는 궁녀라도 있을까 하여 나이가 많거나 적거나, 얼굴이 잘 생겼거나 못 생겼거나 가리지 않고 밤마다 한 명씩 침전으로 불러들였지만 하나같이 “아이고, 나 죽겠네!” “사람 살리~소!” “하이고, 아파라!”하는 찢어지는 비명과 함께 엉금엉금 기어서 달아나는 불상사가 꼬리를 물고 벌어졌다.
이렇게 궁녀들마다 하룻밤도 버티지 못하고 두 다리 사이에 선혈이 낭자한 채 나가자빠지니 결국 대왕의 ‘거시기 문제’가 동트는 나라 대 신라 왕국의 범국가적 당면과제로 대두되었던 것이다.
고대건 근대건 왕국에서의 모든 국정은 대왕의 신상에 아무 문제가 없어야만 원활하게 돌아가는 법이었다. 그렇다고 이처럼 매우 미묘하면서도 은밀한 문제까지 어전회의의 정식 안건으로 올리기는 뭐하고 해서 지증마립간은 어느 날 신임하는 극소수의 근신들만 내전으로 불러들여 이렇게 상담을 했다.
“느그들, 아니 경들은 무신 좋은 생각이 없노? 짐이 다소(?) 불편하게 큰 연장을 달고 있는 까닭에 고민이 많지만, 이런 짐을 모시고 있는 경들의 마음도 그리 편치는 않을 끼구마? 다들 그렇제?”
“억수로 황공무지라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어예!”
의제가 비록 국가안보에 관한 중대사는 아니지만 그에 못지않게 중대하다면 중대하다고 할 수 있는 문제였기에 측근들은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그래서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서로의 얼굴만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자 대왕이 내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이렇게 입을 열었다.
“하마(벌써) 신하들은 죄다 알고, 이 소문이 백성들 사이에서도 점점 퍼져나가니 하루 빨리 황후 감을 찾아야 하지 않겠노? 느그들, 아니 경들은 당장 내일부터 두 명씩 조를 짜서 방방곡곡 돌아댕기며 내 물건에 맞는 여자를 찾아보그래이, 알겠노?”
신하들이 저마다 속으로는 ‘어디 그런 깜이 있을까’ 하면서도 이구동성으로 “네~이!” 하는 대답을 남기고 퇴궐하려고 발길을 돌렸다. 그런데 마립간이 다시 부르더니 이런 지시를 덧붙이는 것이었다.
“내 참, 깜빡 잊고 있었구마. 다른 기 아니라 앞으로는 우리나라 이름을 말이데이. 한 가지로 통일해서 부르기로 하자 그 말이데이. 도대체 나라는 하난데 이름이 몇 개나 되노 말이데이. 서나벌, 서벌, 사로, 사라, 계림, 신라, 이렇게 짐이 알고 있는 것만 해도 여섯 개나 된다 아이가! 그러니까 앞으로는 ‘날마다 새로워져 온 누리를 덮는다’는 뜻을 가진 신라로 통일하자 그기라. 경들은 우찌 생각하노?”
“억수로 기발한 생각이네예!”
“하모요! 참말로 기막히게 지당하신 말씀이라예!”
신하들은 쌍수를 들어 만세를 부르고 박수갈채로 적극 찬동했다.
“국호는 그렇게 정리됐고, 왕호도 바꾸는 게 좋지 않겠나? 우리도 이제부턴 촌시럽게 마리칸이라고 부르지 말기로 하자 그 말이데이.”
“마리칸이라꼬 안 부르면 뭐라꼬 불러야 하는 기 좋겠어예?”
“우리도 국제규격에 맞게 대왕이라 부르기로 하자 그거데이. 옛날 박혁거세 시조 할배 때부터 불러오던 거서간이니 이사금이니 마립간이니 하는 칭호는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북방 유목민시대의 촌시러운 칭호 아니가 그 말이데이. 지금은 국제화시대, 세계화시대 아니가? 고구려와 백제는 말할 것도 없고, 하다못해 별 볼 일 없는 가야나 왜국 알라들도 하마부터 성왕이니 명왕이니 태왕이니 대왕이니 안 카드나? 우리 신라도 이젠 세계화시대에 맞춰 힘차게, 멋지게 도약하고 웅비해야 하지 않겠나? 느그들 마카 잘 알아 들었제?”
“하모요! 참말로 때 늦은 감이 있십니더!”
“기막히게 절묘한 통치철학이네예!”
“그럼 이제부턴 마리칸은 치와삐리고 대왕폐하라꼬 부르겠심더!”
“옹야 옹야! 이제부턴 그렇게 불러다고. 그럼 나가들 봐라, 내 치수에 맞는 신부 감 구해오는 거 잊지 말고!”
그렇게 해서 이튿날 아침부터 대왕의 측근들은 팀을 짜서 서라벌 6부를 하나하나 이 잡듯이 뒤지기 시작했다. 목적은 오로지 하나, 대왕의 거대한 거시기에 꼭 들어맞을 거대한 ‘머시기’를 달고 있는 여자를 찾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처럼 장대한 머시기의 여주인공이 과연 이 서라벌 땅에, 신라국 안에 살고 있기는 한 것일까.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렇게 날이면 날마다 서라벌 주변을 샅샅이 뒤져나가던 특수임무대의 한 팀이 모량부에 이르렀을 때였다.
두 사람은 날씨도 후텁지근해서 좀 쉬었다 가기로 하고 마을 앞 냇가 나무그늘에 앉았다. 그렇게 나란히 앉아서 땀을 식히고 있자니 근처에서 갑자기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짖는 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이기 갑자기 웬 개소리제?”
“개들이 풀 뜯는 소리가 아니라 싸우는 소리 아이가?”
“삼복이 가까워오니 촌눔들이 벌써부터 개를 잡는공?”
그래서 혹시 개를 잡으면 개장국이라도 한 그릇씩 얻어먹을까 하여 두 사람은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곳을 찾아가보았다. 그리고 그들은 놀라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다. 개 두 마리가 뻥을 조금 보태서 북만큼 커다란 똥 덩어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서로 차지하려고 촌치의 양보도 없이 사납게 짖어대며 맹렬히 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변에는 모량부에 사는 마을아이 대여섯 명도 구경하고 있었다.
“히야! 자네 여태껏 살면서 저렇게 큰 똥 덩거리 본 적 있노?”
“어데! 털 나고 오늘 처음 보는구마!”
두 사람이 마을아이들에게 물어보았다.
“알라들아, 느그들 저 똥의 정체와 유래에 대해 아는 대로 솔직하게 진술해 보레이! 저 똥이 과연 사람의 똥인가, 짐승의 똥인가 말이데이.”
“이히히히! 저 똥은예, 우리 마을 칸(촌장, 족장)의 따님이 빨래하다가 숲속에 들어가서 몰래 싼 똥이라예! 우히히히…”
“으흐흐흐! 나으리들요! 시상(세상)에 저렇게 큰 사람의 똥 덩거리를 본 적이 있는교? 에헤헤헤…”
“히야, 이놈 시키들, 거짓뿌리 하는 것 좀 보소! 가시나가 숲속에 들어가서 몰래 똥 싼 걸 우찌 알았노? 느그들이 다 큰 가시나 궁디 훔쳐볼라꼬 몰래 따라가서 보지 않구서야….”
“몰래 봤건 말건 우리가 상관할 기 뭐고? 어쨌거나 인제서야 임금님 거시기 임자를 찾은 것 같으니 한 번 가서 실물을 보세나.”
“그래그래! 이제사 확실한 깜을 찾은 모양이구마!”
그렇게 해서 두 사람은 아이들을 앞세우고 즉시 그 마을 칸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리고 문제의 그 똥 주인공을 불러보니 제발 다들 놀라서 기절하지 마시라! 키가 일곱 자 다섯 치, 2미터 25센티미터나 되는 거녀였다. 척 보기에 시집갈 적령기인 열다섯 살은 훨씬 넘었고, 스무 살도 조금 더 넘어보였는데, 아무래도 체구가 워낙 커서 여태까지 시집을 못 간 듯했다. 처녀의 성은 박씨라고 했다. 부모를 만나보니 딸자식보다는 작았지만 그래도 체격이 보통사람들보다는 훨씬 큰 편이었다.
모량부는 원래 손씨네 마을인데, 현재 그 마을의 칸, 즉 우두머리인 처녀의 아비는 자신이 시조 박혁거세거서간 할배의 후손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시조 할배의 후손이거나 말거나, 체구가 장대하거나 말거나, 임금과 거시기 사이즈만 맞으면 그만이지! 두 사람은 바람같이, 쏜살같이, 비호처럼 대궐로 달려가 입에 게거품을 물고 신나게 마립간, 아니 이제는 대왕폐하에게 보고했다.
“으힉! 느그들 참말이제? 참말로 황후 깜이 나타났단 말 진짜 참말이제?”
대왕은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반색을 했다.
알맞은 신부 감을 발견했다는 근래 드물게, 아니 임금 자리를 차지한 뒤 처음으로 반가운 보고를 받은 지증왕은 즉각 자신의 전용 리무진인 황실 마차를 보내어 세상에서 둘도 없는, 자기만을 위한 천생연분인 박씨 처녀를 모시고 오게 하여 거창하게 혼인식을 올렸다. 이 거녀가 바로 나중에 법흥대왕 김원종의 어머니가 되는 연제부인이다.
연제부인의 아비 모량부의 칸 박씨는 딸자식이 오로지 체구가 장대한 탓에 보통사람에게도 시집을 못 보내서 비탄의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다가 졸지에 국구(國舅), 즉 임금의 장인이 된데다, 각간이란 최고위 벼슬까지 얻게 되었으니, 참으로 사람 팔자 알 수 없었다. 인생역전도 이런 역전이 또 없었다.
요즘 세상에 이런 경우는 없다. 딸자식 체구가 장대한 덕분에 말단 지방자치단체의 일개 동장이나 이장에서 일약 중앙정부의 총리나 장관급으로 벼락출세한 사람을 봤는가? 뭐, 최근엔 이장과 군수를 하다가 장관이 되고, 도지사가 된 사람도 있긴 하지만. 또 군대에 가지 않으려고 손가락을 잘랐지만 정계에 입문하여 국회의원도 하고, 불법정치자금을 받고 재판을 받고 있지만 지방선거에 출마해서 도지사로 당선된 엽기적 인물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군대에도 못 간 인간들이 출세하는 이 나라, 가난한 문인들에게 원고 청탁을 하고는 정작 약속한 원고료는 주지 않는 협잡꾼 잡지사 사장, 사이비 시인 소설가, 위선자 교수 따위가 지식인이니 성직자니 하며 설치고 판치는 이런 나라, 아아, 이거 도대체 이 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
그런데, 이야기는 재미있지만 작가가 엄중히 조사해본 결과 <삼국유사>의 이 설화에서 한 가지 모순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편의 깨끗한 마무리를 위해 반드시 이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하겠다.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삼국사기>에 따르면 지증왕은 나이 64세에 즉위한 것으로 나온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지증왕이 나이 예순이 넘도록 장가를 들지 않았을 리가 없는 것이다. 지증왕이 즉위한 때는 서기 500년이다. 지금으로부터 1510년 전에 환갑이 넘도록 살았으면 매우 장수한 편인데 장가도 들지 않다니, 이게 도대체 상식이 통하고 말이나 되는 소린가!
지증왕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죽은 먼저 임금 소지마립간은 후사가 없었다. 그래서 가까운 친척 가운데 가장 학식과 덕망과 인품이 빼어난 육촌아우 김지도로를 부군(副君), 또는 갈문왕(葛文王), 즉 왕위 계승 서열 1위로 책봉했던 것이다. 지도로는 지대로(智大路), 지철로(智哲路)라고도 나오는데, 이는 신라 말 이름을 한문자로 기록하다 보니 여러 가지로 표기된 것이다. <삼국유사> ‘왕력’ 편에서는 지정마립간(智訂麻立干)이라고도 했다. 지증왕은 이 지도로왕 사후에 바쳐진 존호이다.
신라에서 사후에 존호를 바치는 것은 지증왕에서 비롯되었고, 그때까지 사라니 서라벌이니 하던 국호를 신라로 확정하고, 거서간이니 이사금이니 마립간이니 하던 왕호를 다른 나라들과 마찬가지로 왕이라고 부르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 지증왕 때부터였다. 순장(殉葬)을 금지한 것도 지증왕 때부터였다.
또한 이 지증왕 때부터 신라는 한반도 동남부에 위치한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여건을 딛고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했다. 당대의 영웅 김이사부가 오늘의 강원도 삼척 지방인 실직주와 강릉 지역인 아슬라주 군주(軍主)가 되어 오늘의 울릉도인 우산국을 정복한 것도 지증왕 때였다. 신라(경주) 김씨로서 처음 왕위에 오른 내물이사금의 후손인 김이사부나 김거칠부 같은 영웅호걸이 본격적으로 활약하는 것은 진흥태왕 때인데, 그 이야기는 나중 기회로 미루자.
또 지증왕은 전국의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소를 이용한 농사법을 확산했으며, 서라벌에 새로운 동부시장을 개설하여 상업을 장려했다. 그리고 선박이용법을 제정하여 해운업을 장려하는 등 탁월한 업적을 남겼다.
어쨌든, 지증왕이 즉위하기 전에 이미 장성한 아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둔 유부남이란 사실은 <삼국사기>와 <삼국유사>를 유심히 분석해보면 알 수 있고, 또 <화랑세기>에도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소지마립간 재위 시에 지도로의 장성한 아들 김원종, 즉 뒷날의 법흥대왕이 국공(國公)이란 이름을 내걸고 신라 중앙정계의 실력자로서 현실정치에 참여하고 있었던 것으로 나온다.
한편, 둘째아들 김입종(金立宗)은 비록 둘째아들로 태어나서 임금 자리에 오르지는 못 했지만, 형인 법흥대왕의 딸 지소(智昭), 즉 친조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삼맥종(彡麥宗)이 왕위에 올랐으니 그가 곧 신라 최고의 영주로 꼽히는 진흥태왕이다.
신라 황실은 근친혼이 매우 빈번한데, 그 이유 중 하나는 황족의 순수한 혈통, 이른바 성골(聖骨)을 보존하여 박, 석, 김가가 아닌 타성받이에게 대권을 넘겨주지 않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러한 근친혼은 제17대 임금인 내물이사금의 즉위를 계기로 석씨 왕조가 몰락하고, 경주 김씨 시조인 김알지의 후손인 신라 김씨 왕조 설립 이후 더욱 두드러졌던 것이다. 그래서 김부식이 <삼국사기>에서 이 신라 김씨의 비도덕적, 비윤리적, 비유교적인 문란한 성 풍습이 마치 북방 유목민족 흉노 오랑캐와 같다고 비난한 것이다.
그러면 지증왕의 장대한 거시기 이야기는 어떻게 하여서 만들어졌을까.
그것은 정통성이 결여된 즉위에 대한 보완작업(?)이었다. 즉, 적자도 서자도 아니고, 사촌도 아닌, 멀다면 먼 육촌형제로서 왕위를 이었으므로 비롯됐다. 다시 쉽게 말해서 새 임금은 거시기도 이렇게 크기 때문에 임금이 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사후 장치였던 것이다! 아하, 지난 1980년 5.17쿠데타로 정권을 강탈한 군사독재자 전두환의 경우를 보지 못 했는가. 경남 합천 촌구석에서 태어날 때 임금이 될 징조가 숱하게 나타났었다고 뻥을 치지 않았던가! 뭐, 황강에서 북악까지라고?
어차피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더구나 고대는 강자가 승자가 되어 왕 노릇을 하던 세상이 아닌가. 먼저 왕이 후사도 없이 죽었겠다, 그러지 않아도 오랫동안 부군(부왕)으로서 후계자 자리를 굳혀놓았던 지도로-지증왕이 ‘연장’도 크고, 머리까지 금상첨화로 빼어나니 다른 놈들은 찍소리도 내지 말라는 일종의 경고이기도 했던 것이다!
고대의 역사는 그렇게 이어져왔다. 뭐 요즘 세상이라고 해서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그래서 작가가 역사에서 교훈을 얻기 위해 역사공부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는 것이다.
대가리에 제대로 든 것도 없이 지식인이니 지성인이니 행세하고, 제 인격부터 제대로 닦지 않고 남들에게 훈계하려 나서는 황당무계한 위선을 떨지 말라 그거다. 과오와 죄상을 참회 반성해도 부족한 인간이 남보고 자중하라니, 지나가던 개도 소도 닭도 웃을 헛소리가 아닌가! 그래서 말다운 말을 하지 못하는 입은 주둥이나 아가리라 하고, 그런 인간은 짐승보다 못하다고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