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영-김민우-윤규진으로 이어지는 토종 선발이 흔들리면서 중반 이후 승패표가 나빠졌습니다. 세 선수 모두 풀타임 선발 경험이 없고 부상이나 수술 또는 혹사 경력이라는 변수가 있었는데, 역시 한시즌을 안정적으로 돌아주기에는 좀 부족함이 있네요.
답답함이 더해질수록 "다른 선발을 찾자"하는 의견도 늘어납니다. "기회 충분히 줬으니 이제 다른 선수에게 눈을 돌리자 주자"는 의견이죠. 이태양 선발 전환 얘기도 나오고, 루키 이승관의 이름을 거론하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선발이 안정되야 팀이 강해지므로 국내 선발 3자리를 빨리 안정시켜야 하는 건 당연한 숙제고, 지금 선발요원들이 계속 불안하니 대안을 찾자는 목소리에도 분명 귀를 기울여야죠.
문제는, 저 세선수 말고 다른 누구를 그 자리에 앉혀도 선발진의 어려움이 한방에 <뿅!>하고 해결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선발을 찾는 건 시간과 인내심이 필요한 일이니까요. 하지만 지금 많은 팬들이 원하는 건 시간을 들이는 게 아니라, 빨리 공백을 메워 가을에도 야구를 잘하자는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올 시즌 성적이 좋아서 뜻하지 않은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두들겨 맞고 불안하더라도 꾹 참고 선발을 키워야 되는게 올 시즌 과제였는데 치열한 2위 다툼을 벌이고 있으니 그 자리가 자꾸 눈에 들어옵니다. 6~7등에 머물다 5등으로 올라가서 와카전에 진출하면 세상 더할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2등 하다가 3등으로 내려왔으니 마음이 급해서 김재영 김민우 윤규진 자리가 자꾸 야속해지는거죠.
오늘 김성훈이 4.1이닝 3실점 후 내려갔는데 다른 투수였으면 별다른 칭찬을 듣지 못했을겁니다. 경험 적은 투수니까 '그래도 초반 실점에 비해 잘 버텼다'는 평가를 들을 수 있는거죠. 문제는, 오늘 그래도 잘 버틴 김성훈이지만, 선발 기회를 계속 주다 보면 그 선수 역시 볼질하고 연타맞고 퐁당퐁당 할겁니다. 김재영 김민우도 그랬죠. 씩씩하게 잘 던져줘서 한껏 기대를 갖게 만들었는데 등판이 이어지면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기도 하면서 말입니다. 참 어려운 숙제죠. 이만큼 경험 쌓았으니 더 믿고 계속 밀어줄 것이냐, 아니면 또 그만큼의 시간과 시행착오를 감수하고 다시 누군가에게 투자를 할 것이냐. 그런데 사실, 저는 선발에게 중요한건 나이가 아니라 <기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숙제는 젊은 선발을 찾는게 아니고 잘 던지는 선발을 찾는거니까요.
가을야구를 하기 위해서든, 2~3년 후 강팀이 되기 위해서든, 일단 확실한 선발 카드가 1장은 더 있어야 됩니다. 지금 유니폼 입은 선수 중에 김재영 김민우 말고 선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안영명-이태양-송은범-배영수-윤규진-장민재정도인데, 앞의 3명은 지금 불펜에서 빼오기가 어렵고 배영수는 감독이 기용할 생각이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면 일단 남은 카드는 윤규진과 장민재 뿐이네요. 그냥 젊은 선수들을 계속 끌고 갈 것이냐, 아니면 베테랑 투수들이 과거의 경험을 한번 살려주기를 기대할 것이냐의 선택이 남는데, 일단 한용덕 감독은 후자를 골랐네요.
우선 다음주 수요일 선발이 윤규진으로 내정된 것 같습니다. 장민재도 선발로 쓰겠다고 했으니 감독은 아마도 샘슨-해일-윤규진-장민재-김성훈(?)으로 일단 선발진을 돌려 볼 계획인 것 같네요. 순위다툼 와중에 고육지책일 수도 있고, 선발진을 아예 그렇게 개편하려는 움직임일 수도 있겠죠. 어쨌든 외국인을 뺀 나머지 3자리가 지금 가장 큰 숙제인 건 사실이고, 한용덕 감독이 일단 새로운(?) 시도를 하는건데, 결과가 어떨지는 일단 지켜봐야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선발투수 문제는 그냥 깔끔하고 간단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원칙은 딱 하나, <가장 잘 던지고 건강한 선수 5명을 선발로 내보내면 된다>는 거죠. 선발 먼저 채우고 남은 선수들로 불펜을 세팅하면 됩니다. 잘 던지는 필승 불펜 있으니까 그 선수는 거기 두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길게 잘 던질 수 있는 선수는 전부 선발로 넣어두고 그 다음에 불펜을 세팅하면 된다고 보거든요. 과거 송창식 선발 전환을 주장한 것도, (혹사 문제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는) '잘 던지니까 선발로 보내자'는 마음에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도 이태양-안영명의 선발 등판을 원합니다. (물론 지금 이 시점에서 선발로 전환하는 건 타이밍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불펜에 잘 던지는 선수들이 모여 있으면 승률을 올리는데 아무래도 도움이 됩니다. 단기전에서 힘을 발휘할 확률도 있죠. 최근 몇년간 우리가 불펜의 힘으로 재미(?)를 본 경험도 있고요. 하지만 불펜의 힘으로 버티는 야구는 <힘세고 오래가는 야구>가 아닙니다. 당장 외국인 둘 빼고 선발 세자리가 모두 불안하니 필승조가 많아도 힘을 받기 어렵죠.
지금 상황상 필승조들을 당장 선발로 올리기는 어렵습니다. 가능한 일이 아니죠.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선 선발 3자리 먼저 채우고 전력을 구상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 선수냐 아니냐도 중요하지만, <긴 이닝을 안정적으로 던져줄 확률이 조금이라도 더 높은 사람>을 중심으로 말입니다. 그래야 팀이 강해질 수 있으니까요.
첫댓글 내년에도 성적을 내려면, 투수 용병 2명이 지금과 같은 성적을 거둬야하고,
말씀하신것처럼 확실한 국내선발 1명은 있어야합니다.
하지만, 한화에는 없죠.
이럴땐. 선수를 키우는것보다, 돈주고 사는것도 방법중 하나인데, 내년 fa에서 눈독들일만한 선발자원이 없네요.
그건 아시안게임에서 느꼈듯, 국내 선발은 양현종, 김광현 제외하면, kbo리그 전체를 봐도 마찬가지구요.
어찌보면, 한화뿐만이 아닌 모든팀들의 고민일지도 모릅니다. 최원태, 김광현, 양현종이 있는 넥센. Sk, 기아가 이럴땐 부럽네요.
내년에는 이태양에게 기대해 봐야겠죠. 하지만 말씀대로 금년에 전환하는건 어려울듯 합니다.
당장 성적에 맞는 변변한 국내선발이 눈에띄지 않긴 하지만, 금년에 먹여둔 경험치들이 말을 하는 자원이 언젠간 나오겠죠. 내년에 안나오면 내 후년에라도요 ㅎㅎ
국내 토종으로 선발 10승하는 투수 한명만 있어도 원이 앖겠네요...
내년엔 외인2명 이태양 안영명 김성훈이 선발로 가는게 맞는것 같구요
불펜에 박상원 윤규진 송창식 김재영 서균 장민재 송은범 김범수 권혁 정우람이 들어가는게 맞을듯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