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어죽을놈의 템플 스테이라고 할까..
아니,여름이니 찜쪄먹을노므 템플스테이라고 하자.
처음 이틀간은 템플스테이를 소개해준 친구 임정진을 원망했다.내 집에 가서 두고보자고,,
각설하고,이하 오늘 적었던 소감문 내용을 기억을 되살려 대충 올려본다~
내 옆자리 코골이 대마녀의 방해로 처음 이틀간은 꼬박 밤을 새웠다.정,말.이.지.꼬,박.새.웠.다.
강의 시간마다 100번을 졸았고 저항력 상실한 나는 잠귀신의 짓궂은 놀림에 내 머리채가 아래위로 사정없이 휘둘렸다.
사흘째 되던 날 아침,이제 하산해서 싫컷 자야겠단 생각으로 가득 했던 참선시간이 끝나자 범진 스님께서 와선 할 수 있게 배려 해 주셨다.
말씀 떨어진 그 순간, 와선 삼매(?)에 빠진 수련생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고,내 정신줄도 어느새 아득하니 선계를 넘나들었다.
딱 10분간의 와선,그리고 나는 거짓말처럼 심신이 개운해져 다시 나머지 사흘간을 절밥을 축냈다.
나도 규율을 좋아하는 사람이다.하지만 규율을 빙자한 억압과 통제만이 능사가 아니다,게다가 거기에 가학성이 느껴지다니..
비록 짧은 며칠간의 불가생활,내 심신이 찢어지고 녹초가 되었지만 수도정진 하시는 수도자 성직자들에 대한 경외심이 저절로 우러났다.
함께 하신 수련생들과 습의사스님들,,모든분들께서 성불 하시길 바랄뿐,,
사실 소감문 작성란이 작아서 요 정도만 적어내었다.하지만 할 말이 무쟈게 많았다.
입방 첫날 소지품을 내어 놓는데 수련 총책임 소임을 맡으신 스님이 썬크림 스킨로션도 다 내놓으라신다.
내가 썬크림은 준비물에 있었다고 하니,그럼 이번 5차 수련회는 썬크림 없는 수련으로 하겠단다.순간 독선이 느껴졌다.
일부 남자 수련생들은 치약칫솔 비누도 회수당했다..엄청난 반발이 있었으나 총책스님 자신의 말이 곧 "법"이었다.
썬크림 대신 모자를 지급하겠노라고 했으나 모자 숫자가 모자란다고 둘째날 아침 운력 갈때 내주었던 모자를 회수해갔다.
(알고보니 다들 세수후에 로션과 선크림을 발랐지만 모든걸 반납한 나는 세숫물로 만족해야만 했다 ..이런 바보같으니..ㅠㅠ)
수련기간 내내 엄청나게 규율준수를 외치던 총책스님,그러나 수련생에게 말했던 자신의 약속은 지켜내지 않았다.
모자를 회수할 때 최소한 미안하다고 했어야했다.
단체생활에서 규율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아름다운거다.나처럼 반골 기질 강한 사람 조차도 규율을 좋아한다.
하지만 유독 총책스님에겐 융통성없는 억압만이 난무했고 새디즘도 느껴졌다.한마디로 철학 부재다.
그 스님은 수련생들을 절대적으로 무시했다.수련생들의 인격과 존엄성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
이번 수련생들 때문에 엄청 힘들다고 투덜댔다.이번수련생들 너무 맘에 안든단 얘기도 몇차례 했다.역지사지 난 그이가 맘에 안들었다.
수많은 해외 관광객들이,그리고 윗분 스님들께서 우리를 바라보고 있으니 제대로 수행하는 모습을 보이자고 누차 설명했다.
사실 커다란 불심을 가슴에 채워 가는건 수련생 각자에게 달려있는데 말이다..그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좋은거다.
하지만 거기엔 자신의 지도하에 이만큼의 성과가 있었단걸 윗분 스님들과 관광객들에게 과시하고 싶은 욕심이 지나쳤다.
단체를 이끌어 나갈때 악역을 맡아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그분이 짐을 졌던 거라고 생각하자.
아무튼 결과적으로 모든 수련생들이 환희심 가득 안고 돌아갔으리라 확신한다.나 조차도 기쁜 마음으로 하산했으니..
무척 힘든 일과의 4박5일이었다.
새벽 두시가 넘어야 잠을 자는 내겐 새벽 두시50분이 기상 시간이었고 게다가 처음 이틀간은 밤을 꼬박 새웠다.
매일밤 코골이 대마녀를 원망했다.
하루종일 졸음과 싸웠고,강의시간엔 최선을 다해 들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으나 허사였다.
난생 처음해본 108배,3보1배,1080배,거의 지옥훈련이었고 내게 총책스님은 해병대 조교였다.
걸음이 힘들어서 모두들 어기적 걸음을 걸었고,일어서고 앉을때마다 신음소리가 절로 났다.
나와 몇사람의 잘못으로 모든이들이 함께 참회 108배를 했고,죄책감에 사로잡혔다.어딜 가든지 3인 이상 함께 가야했고,
모든일정이 묵언수행인데 화장실 갈 사람을 조용히 찾다가 참회자 명단에 이름이 적혔을때 아찔했다.단체참회의 죄책감이 나를 괴롭혔다.
다행히 그날 참회자 명단을 부를때 내 이름이 없었다.하지만 스스로 참회 108배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카톨릭 신자인 신가경씨의 참회에 동참한 ,,예의 그 성당 친구의 모습도 아름다웠다.
조금의 휴식도 없는 시간들,,마지막 단체 토론때 많은 사람들이 화장실 시간이 짧아서 변비에 시달렸다고 성토했다.
나도 변비에 시달렸고,첫날 발우 공양때부터 소식으로 일부러 배를 불리지 않았다.물도 가급적 삼가했다.
4일째 아침 운동장 풀뽑기 운력중 기미가 느껴져, 스님께 급하게 달려가 함장하고 내 배에 기미가 온다고 말씀 드렸더니 웃으셨다.
강원스님들만 사용한다는 남자 화장실을 허락하셨고 나는 영광이라고 말씀드렸다.
해우소,,,4일간의 뱃속 괴로움을 모두 버리고 희열을 만끽했다.
너무나 맑고 고왔던 범진스님..그분의 수련생들에 대한 조용하고도 깊은 배려는 모든 수련생들의 얼어붙은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주었다.
바루공양때 내 실수를 보시고 조용히 타이르신 우성스님,산길을 걸을때 차분하게 화두에 대해 설명하시던 너무나 착하게 생기신 정산스님.
수련생들에게 차수叉手를 강조하시고 요가를 잘 하시던 징현스님,수련생들의 실수를 많이 눈감아 주셨다..나의 실수도 그랬듯이..
훤칠한 인물에 넉넉한 풍체의,,그러나 의외로 순진무구했던 금오스님..
3보1배 함께 하시던 스님들의 땀에 젖은 법복을 보는 감동도 눈물겨웠다.그리고 모든 108배를 함께 하셨다.
3보1배 예행연습 도중 왠지 모를 감정이 북받치고 눈물이 흘러나와 서가모니불 염불 외는 내 목소리가 잠겼고,결국 우리 2조는
다른조가 염불소리 크게 연습할때 계속 절을 해야했다..하지만 짧은시간이었다.
우리는 무조건 크게 소리쳐야만 했다.해외 관광객들이,,윗분스님들이 들으실테니까......목청 트는 예행연습이 필요했다.
총책스님에게 수련생들의 삼보일배는, 고행을 통한 기도가 아니고 윗분 승려를,대내외 관광객을 위한 "운동회 마스게임"이었다.
처음 이틀간의 108배,,그리고 여러번 계속 된 단체 참회의 108배는 사흘째부턴 힘겹지 않았고 차라리 좋았다.
발우 공양후의 청수통에 부은물이 탁해지자 단체로 그 물을 함께 마셨다.일종의 경고였다.
4일째 되던날 수련기간의 최고점인 1080배,,처음 한시간 500배는 거의 쉬지 않았으나 나머지 580배는 스무번 절하고 다섯번 엎드려 쉬었다.
그러다가 스무번 절하고 열번 엎드려 있었다.마지막엔 열번 절하고 다섯번 엎드렸다.한계였다.
처음부터 함께 하신 습의사 스님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은 죽을때 까지 간직할것이다.생각날 때마다 성불하시라고 기도할것이다.
스님들과의 간담시간에, 습의사로 발탁되시면 짜증나시겠다고 여쭈었더니,,웃으셨다.우성 스님은 공부 할 시간이 없어서 시험지를 백지로 내셨단다.
1080 배를 하고 단체 산행을 다녀 오고나서 내 다리 근육이 다 풀렸다.희안하게도 아프지 않은 걸음을 걸었고,다리에 힘이 넘쳐났다.
마지막 밤엔 묵언수행이 풀려서 다들 화기애애 했다.수련회엔 가족들이 왔고,친구들이 함께 왔고,같은 절 도반들이 어울려서 왔더라.
나는 부족했던 잠을 자려고 누웠으나 잠이 오지않아 그냥 눈감고 쉬었다.큰 비가 내려주었고 내 마음이 통쾌해졌다.
그리고 오늘 새벽,마지막 법고치는 시간을,,독경 읊던 시간을 보내고 수계식과 회향식을 하고 아침 아홉시 30분 모든 일정을 끝냈다.
나처럼 카톨릭 신자였던 아가씨들 ,,우리 네명은 수계식은 받지 않았으나 함박 웃음 지었고 함께 사진을 찍고 헤어졌다.
회향식을 끝내고 혼자 조용히 버스를 타고 오려고 했으나 내가 부산인걸 아는 앞자리분의 끈질긴 권유로 함께 편승 해 왔다.
함께 동승했던 분들 네명이서 남산동 화실 근처 시골밥상에서 조촐한 점심식사를 했다.
벌써 내일 새벽3시면 합장한 손으로 매일 새벽 들었던 법고 소리 가득한 해인사가,독경소리 그윽한 해인사가 그리울것이다.
참 잘 다녀왔다.
ps//
헉~수계식을 받지 않았지만 가져온 보따리엔 수계증이 들어있다. 내 佛名이 청량국(淸凉國).. 맑고 서늘한 나라를 이루다,,,참 맘에 드는 이름이다..
소중하게 여기고 내 이름을 마음에 새기면서 살아야지~
2010.8.8 찔 레 언 니 차명 월 쓰다.
해인사 2010년 여름 템플스테이 제 5차 ..참가 인원 84명
첫날,입방식
발우공양..
108배 하면서 한알씩 꿰었던 염주,,마지막에 매듭 묶는 장면.
삼보일배
3보1배.맨앞의 포교국장님.법문(? 강의)도 편하고 따뜻하게 수련생들을 대해주셨다.
Ryo Yoshimata - What A Coincidence
첫댓글 저는 카톨릭 신자입니다.떠나기 며칠전이 제 영명축일 이어서 어느분께서 저를 위해 송파성당에서 미사 봉헌도 하셨고요,,,,극락과 천국의 대문은 같은거라고 생각합니다..그 문을 열고 들어가면 예수와 부처가 서로 내기 바둑을 두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한수 물리자..싫슴다 해쌈서리..참 좋은 경험이었고 잘 다녀왔습니다..보람된 고행이었습니다.
좋은 경험 하셨네요...^^*
사진 올리는데 누가 딜다봤을꼬,,물론 제 몰골은 제가 봐도 괴로워서 못 올리고,,ㅠㅠ
찌찌뽕....또 ㅡㅡ;;
헉~~우리 이대론 안돼겠어요,,차표 끊으러 가야게따~
도망 가지마시....헉..그새 날랐나..안보이네.. ㅡ,.ㅡ;;;
세상은 무엇이든 의미를 두고 찾는 사람에게 그 모습을 조금씩 보여주는것 같습니다...
늘 본질을 향해 정진 하시는 차명월 화가님께....많은것을 배웁니다....
템플 스테이의 성공적인 수련을 축하드립니다...^^*...
淸凉國 ... 좋은 이름입니다.....(카토릭 세례명은 모르지만...ㅎ)
세례명은 휘데스 입니다..
부러움으로 가득했습니다...
복된 시간이셨으리라 축하 드립니다 청량국(淸凉國)님.~~^^
맑은 된장국이 절대로 아닙니다..^^
히휴~~언젠가 템플 스테이에 참여해보고 싶었는데 엄두가 안납니다. 속세로 돌아오신 걸 환영합니다.휘데스 청량국 찔레공주님~ (무협소설속에 나오는 나라이름 같아요..) ^^
끝나고 선물 받은 책 한권을 읽었는데,해인사 근처에 청량사라는 비구니 암자가 있더군요.꽃별님 방가방가요~
써글노모 해병대 조교랑 한판 붙지 그랬디야..
거 왜 잘하는거 있쟈너..드롭킥!
거긴 묵언수행이야..어버버버~그것밖에 할 수 없었어,,ㅠㅠ
살 좀 빠지셨겠다...........
2kg...하지만 내일이면 원상복귀 될것 같아서 슬퍼요,,ㅠㅠ
그런데 왜 이 행사명이 "템플 스테이" 라고 영어 (만약 영어가 맞다면) 로
해야하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이런 행사가 영어 사용국가에서 유래된 걸 우리나라 불교계에서 도입했나보죠 ?
그러게요,,home stay에서 빌려온 거 아닐까요?..
어쩌면 외국인을 겨냥한 단어인지도 모르겠어요..
독테르 오라버니 안녕하셨어요~? 지금 오라버님에 대한 며칠간의 제 그리움의 눈물이 태풍이 되어 화실 창문을 쌔리 두드리......무서운 날씨 입니다..
휘데스의 믿음이라면 템플스테이던 힌두사원이던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좋은 경험이셨겠습니다.
저는 전에 산에 다니면서 절밥 꽤나 축내고 다녔었는데요.
헉~휘데스(피데스),,라틴어로 믿음이란 뜻이랍니다..
그러니 자아~이 언니를 믿고 언제 함 사이좋게 술이나...ㅡ,.ㅡ;;;
저도 지난 주, 해남 미황사에서 있은 아이들 한문학당에 참여 강사로 1박2일 일정을 소화하고 왔지요.
포로그램 진행이 너무 덥다보니 거의 반 죽음이었어요, 한 오년간 물릴 모기도 한꺼번에 다 물리고..
그곳이 썽이 나서 병원에 다녀와얄까 생각중이네요. 깁스한 발을 질질 끌며...고행 아니 고행이었죠. 고생 많으셨어요~~ 부러워요~~!!
제 친구가 한문학당 소개글 올린것 봤는데,,
혹시 임정진이라고 아시는지요??
미황사는 대문을 들어서는 순간 미쳐버리겠습디다..그 신비로운 경치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