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약 성경 구조를 토대로 27권 확정
- 성 다마소 교황은 382년 로마 공의회에서 4 복음서와 사도행전, 14 바오로 서간, 7 가톨릭 서간, 요한 묵시록 등 27권을 신약 성경 정경으로 처음 확정했다. 사진은 서기 125년께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요한 복음서 필사본이다.
성경의 단일성
참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하느님의 모든 계시를 당신 자신 안에서 이루신 분이십니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의 모든 계시가 완성되었기에 다른 계시는 더는 없습니다. 이에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먼저 예언자를 통해 약속되고 당신께서 성취하시고 친히 전파하신 복음을 모든 진리와 윤리 규범의 원천으로 모든 이에게 선포하도록 사도들에게 명하셨습니다.(「계시헌장」 7항 참조)
복음은 주님의 명에 따라 두 가지 방식으로 전해졌습니다. 하나는 ‘입으로 전승되었고’, 다른 하나는 ‘문서’로 기록되었습니다. 입으로는 사도들이 그리스도의 말씀과 행적 그리고 그분과 함께한 공동생활에서 받은 것과 성령의 조언에 힘입어 배운 것을 설교와 모범과 제도로써 전달해 주었습니다. 문서로는 사도들과 그 직제자들이 성령의 감도로 구원의 소식을 기록하였습니다.(「가톨릭교회 교리서」 76항) 우리는 이를 ‘성전’(聖傳)과 ‘성경’(聖經)이라고 합니다.
교회는 사도 시대 때부터 성전 안에서 신ㆍ구약 성경의 단일성을 천명해 왔습니다. “구약 성경과 신약 성경의 단일성은, 하느님 계획의 단일성과 그분 계시의 단일성에서 비롯된다. 구약 성경은 신약 성경을 준비하며 신약 성경은 구약 성경을 완성한다. 둘은 서로를 밝혀 주며, 둘 다 참된 하느님의 말씀이다.”(「가톨릭교회 교리서」 140항) 이에 교회는 하느님께서 강생하신 당신 아드님의 인격 안에서 이루신 일들의 예형을 구약의 하느님 업적에서 식별해 냅니다. 그래서 아우구스티노 성인은 “신약은 구약에 감추어져 있으며, 구약은 신약 안에서 드러난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신약 성경 정경
초기 교회 사도들과 그들의 제자들은 “예수는 그리스도이시다”를 선포하기 위해 강생하신 하느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와 그분의 활동, 가르침, 수난과 부활, 그리고 성령 강림을 통한 그리스도교 탄생, 그리스도인의 생활을 주제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성령의 이끄심으로 이러한 글을 처음으로 쓴 이가 바로 바오로 사도입니다.
바오로 사도는 서기 50년 말에서 51년 초 코린토에서 테살로니카 신자들에게 보낸 첫째 서간을 시작으로 자신이 세운 여러 교회에 편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1세기 후반에 이미 네 복음서를 비롯한 신약 성경의 경전 대부분이 헬라어로 쓰였습니다. 신약 성경 정경 가운데 가장 늦게 집필된 경전인 「베드로의 둘째 서간」도 120년께 쓰였습니다.
신약 성경 정경 곧 목록화는 2세기 중반부터 시작됩니다. 정경 작업은 「70인역 성경」 곧 구약 성경 구조를 토대로 분류되었습니다. 「70인 역 성경」은 △ 토라 △ 역사서 △ 시서와 지혜서 △ 예언서로 틀을 이루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신약 성경은 △ 복음서 △ 사도행전 △ 서간 △ 요한 묵시록으로 구성됩니다. 신약 성경의 뿌리는 구약의 토라(율법)와 견줄 수 있는 예수님의 네 복음서입니다. 중간에는 하느님의 구원 업적이 인간 역사 안에 실현되는 과정을 다룬 구약의 역사서, 시서와 지혜서처럼 신약에선 사도행전과 서간들이 그 몫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계시하는 구약의 예언서처럼 신약의 묵시록은 종말에 그리스도 왕과 함께 도래한 하느님 나라를 계시합니다.
교회는 2세기 말에서 3세기 초에 어느 정도 신약 성경 정경 범위를 잡습니다. 네 복음서와 사도행전, 바오로 사도의 13개 서한은 이때 정경으로 확고하게 자리매김합니다. 그러나 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한과 가톨릭 서간(야고보 서간, 베드로의 첫째ㆍ둘째 서간, 요한의 첫째ㆍ둘째ㆍ셋째 서간, 유다 서간)과 요한 묵시록은 지역 교회별로 다르게 평가되었습니다.
382년 로마 공의회에서 성 다마소 교황은 처음으로 현재의 신약 성경 27권을 정경으로 선포했습니다. 네 복음서(마태오ㆍ마르코ㆍ루카ㆍ요한)와 사도행전, 바오로의 14개 서간(히브리인들에게 보낸 서간 포함), 가톨릭 서간 7개, 요한 묵시록이 신약 성경 정경으로 확정됐습니다.
신약 성경 정경은 397년 제3차 카르타고 공의회에서 재천명 됐고, 405년 성 인노첸시오 1세 교황이 재확인했습니다. 그리고 1439년부터 1443년까지 열린 피렌체 공의회에서 에우제니오 4세 교황은 동방 교회와의 재일치를 시도하면서 신ㆍ구약 성경의 통일성과 성령의 영감, 그리고 정경에 관한 교리를 선포합니다.
가톨릭교회는 개신교의 분열로 또다시 신ㆍ구약 성경의 정경 논쟁이 일어나자 트리엔트 공의회를 열고 1546년 「정경에 관한 교령」을 선포합니다. 바오로 3세 교황은 이 교령에서 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신ㆍ구약 성경 정경을 신앙 문제로 받아들입니다. 교황은 가톨릭교회에서 전통적으로 봉독하는 라틴어 불가타본에 수록된 모든 신ㆍ구약 성경을 거룩한 경전으로 받아들이지 않은 사람을 파문한다고 선포했습니다.
정교회는 1672년 예루살렘 공의회에서 가톨릭교회와 똑같은 신약 성경 정경을 받아들여 공포했습니다. 또 개신교 역시 가톨릭교회와 똑같은 신약 성경 27권을 정경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가톨릭평화신문, 리길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