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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7일 금요일 맑음
바간 양우 터미널에 새벽 4시에 도착했다. 말이 터미널이지 우리네 시골집의 마당이다. 포장되어 있지도 않고 썰렁한 시골이다. 아직 날이 밝지 않아 주변이 보이지 않고 흐린 전등불 몇 개가 어둠을 지키고 있다. 버스에서 내리니 마차꾼이 달라붙는다. 겸이네와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마차 두 개에 나눠 타고 겸이네가 추천한 호텔로 향했다. 어두운 밤인데 마차는 잘 달린다. 어쩌면 태어나 처음 타 보는 마차다. 타임머신을 타고 갑자기 먼 과거로 와버린 것 같다. 조용한 시골,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을 딸랑 소리와 뚜벅 거리는 말발굽 소리를 내며 마차는 어디론가 달려간다. 손님을 태운 마차꾼은 기분이 좋은가보다.
Golden express Hotel 이다. 마차꾼이 내려서 문을 두드려 잠자는 호텔 직원을 깨운다. 아쉽게도 방이 하나밖에 없단다. 21$이면 값도 괜찮은데......... 호텔도 넓고 깨끗하고 고급스러우며 시설도 좋다. 수영장도 있다. 할 수 없이 겸이네가 묵기로 하고, 아침 9시에 이곳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다. 마차꾼이 다른 숙소를 보여준다고 해서 우리는 마차에 다시 올라탔다. 밍글라 호텔은 25$인데 방이 없단다. 몇 군데 찾아다녔지만 모두 결정을 하지 못했다. 덕분에 마차는 새벽 날이 샐 때까지, 엉덩이와 허리가 아프도록 마차를 탔다. 결국 우리가 처음에 가려고 했던 잉와 게스트 하우스에 와서야 짐을 풀게 되었다. 열쇠를 받아들고 숙소에 들어와 제일 먼저 한 것이 환전한 돈을 세어보는 것이었다. 뭉치는 10뭉치인데 하나 씩 풀어 세어보니 58장이다. 참 기가 막힌다. 어떻게 이렇게 속을 수가 있을까? 세어볼 때는 10장씩이데, 교묘하게 6~7장을 접어서 10을 만들어 묶어 놓은 것이다. 그들의 수법의 대단함에 그냥 웃음이 나왔다. 참 머리가 좋다. 기발하다. 속았다는 분함보다 대단한 기술에 칭찬이 나온다. 인도계 미얀마사람들, 인도 사람들은 머리가 좋다. 여행 다닌 지 20년 만에 이렇게 속아보기는 처음이다. 이 사건에 너무 집착하면 여행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 빨리 잊기로 했다. 첫사랑을 잊을 수 없듯이 어찌 이 사건을 잊을 수 있을까? 생각나면 그냥 생각하기로 하고 다음 일을 지행하기로 했다. 여행하다보면 좋은 추억도 있지만 나쁜 추억도 만들어지기 마련이다.
아침 먹거리가 없다. 어제 양곤에서 산 삶은 계란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밤새 덜컹거리는 버스에서 시달려 왔기 때문에 온몸이 부스스하다. 빨래도 하고 샤워도 하며 오늘의 일정을 준비했다. 겸이네와 함께 바간을 마차타고 종일 돌아다니는 것이다. 새벽에 데려다 준 마차와 8시 30분에 만나기로 했다. 준비를 해서 숙소를 나서는데 복도에서 한국 분을 한 분 만났다. 40대로 선하게 보이는 분이다. 양우의 큰 길 가에서 난향이라는 염주 가게를 운영하시는 분이다. 우리의 형편을 아시고 일일 마차투어도 1700짯에서 1500짯으로 깎아 주고 따로 잘 안내해 주라고 부탁도 해 주셨다. 염주를 만들어 수출하는 일을 하셔서인지 온화한 미소를 갖고 계신 분이다. 마차를 타고 Golden express Hotel로 향했다. 양우 시내라고 하지만 마차가 달리기에 딱 어울리는 도시 분위기다. 이제 바간이라는 지역이 눈에 좀 들어오는 것 같다. 고목나무들이 집보다 더 많아 보이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지역이다. 바간(Bagan)은 만달레이에서 남서쪽으로 193km 떨어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는 넓은 면적에 세워진 고대도시이며, 캄보디아의 앙코르 유전, 인도네시아의 보로부드르 유적과 함게 세계 3대 불교유적지로 손꼽힌다. 이제 여기 왔으니, 모두 돌아보게 되었다. 천년을 견디어 온 2227개의 파고다들과 많은 유적들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끈이지 않는 곳이다. 바간은 1044년 미얀마 최초의 통일 왕조인 바간 왕조를 열었던 야소여타 왕에 의해 건설된 미얀마의 고대 수도였다. 11세기부터 13세기까지 ‘4백만 파고다의 도시’로 알려진 바간은 2500개 이상의 파고다와 수도원을 건립하며 번창을 누렸으나 1287년 몽골의 쿠빌라이칸에 의해 멸망하였다. 여기거지 몽골이 쳐들어 왔다니 놀랍다.
바간 지역은 크게 3 구역으로 나눈다. 구 바간과 신 바간 그리고 양우지역이다. 유적지는 옛 중심지인 구 바간에 집중되어 있으며 뉴 바간과 양우에도 적지 않은 유적들이 있다. 유적지 보호를 위해 올드 바간에 살던 사람들을 이주시킨 뉴 바간 지역은 새로운 호텔이 많이 들어서 있다. 양우는 바간을 관광하기위한 전진기지로써 저렴한 여행자 숙소와 시장 등 편의시설이 많은 곳이다. 바간을 관광하기위해서는 지역 입장료를 지불하게 되는데 체류기간에 관계없이 외국인은 1인당 10$을 내야한다. 바간 지역 내의 호텔이나 숙박업소에 묵을 경우 이 입장료 영수증 번호를 꼭 적어야 한다고 해서 우리는 숙소에서 입장카드를 구입했다. 따로 입장표를 파는 곳도 없고, 검사하는 사람도 없다. 없어도 사지 않고 버틸 수 있다면 사지 않아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마차는 Golden express Hotel에 도착했으나 겸이네가 보이지 않는다. 호텔은 넓은 정원을 갖고 있어 이리저리 구경해 보았다. 아침식사를 호텔정원에서 간단하지만 뷔페식으로 하고 있다. 겸이네가 몸이 불편해서 투어를 못할 것 같다는 겸이 아빠의 말에 아내와 둘이서 마차를 타고 출발했다. 9시 20분이다. 큰 길을 좀 가다가 아무데나 마차를 몰면 탑이 나온다. 처음 도착한 탑이 자보탑이라고 말하였지만 이름이 정확치 않다. 마차에서 내려 탑 안으로 들어가니 부처상 배에 작은 부처가 그려져 있는 특이한 모습이다. 흙벽돌로 지어진 탑이다. 오솔길을 걸어 강 쪽으로 간다. 내 키보다 큰 선인장이 있다. 빨갛게 핀 작은 꽃이 예쁘다. 길을 포장이 안 되어 있지만 고운 모래 길이라 편안했다. 땅콩을 심으면 잘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아파서 못 가겠다던 겸이네를 만났다. 함께 다니니 심심치 않아서 좋다.
다시 마차를 타고 틸로민로 파고다에 도착했다. 양우에서 구 바간으로 가는 길에 있다. 썩 이름 있는 탑인 것 같다. 주변에 작은 가게들이 있고 기념품을 팔고 있다. 1282년(책에는 1218년)에 지어진 탑으로 규모도 크고 2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내부 4면에 각각 불상이 하나씩 있어 총 8개의 불상이 있다. ‘우산의 뜻대로’라는 이 파고다는 총 높이 46m로 바간에서 두 번째(가장 높은 파고다는 61m로 땃빈뉴)로 높다. 전설에 따르면 바간 왕조의 8대 왕인 난따웅먀 왕이 왕자의 신분일 때 선왕인 나라빳띠 씻뚜왕이 5명의 왕자들 중 누구를 왕으로 할 것인가를 우산을 던져서 결정했단다. 우산이 가리키는 왕자인 난따웅먀를 왕위계승자로 지명해서 그 자리에 파고다를 지었단다. 하지만 전설일 뿐 원래는 세 세계의 축복(Blessing of three worlds)이라는 빨리(Pali)어를 잘못해석 하여 붙여진 이름이란다.
파고다를 둘러보고 나오다가 친론이라는 나무줄기로 만든 공을 발견했다. 우리나라 3학년 2학기 교과서에 나오는 미얀마 전통 공이다. 우리반 아이들에게 하나 사오기로 약속을 해서 하나 골랐다. 2000짯을 부르는데, 1000짯을 주고 샀다. 기회가 될 때 사야할 것 같았다. 파고다 주변에 엉성하게 만들어진 넓은 밭에서는 바싹 말라버린 수숫대를 거두고 있다. 뜨거운 태양아래서 무덥게 일한다. 대나무로 만들어진 울타리에는 커다란 박이 싱싱하게 올려져 있다. 다음 방문한 파고다가 우팔리떼인 파고다다. 13세기 중엽 틸로민로, 난따웅먀 왕의 명령으로 우팔리 라는 유명한 승려 이름을 다서 지어진 건축물이다. 승려가 되기 전, 수도승들이 이곳에 들어가서 보시물을 모시고 자신의 불심과 수도자로서의 약속을 하는 장소이다. 내부에는 17~18세기에 그려진 벽화와 큰 불상이 하나, 작은 부처상이 하나 만들어져 있다. 탑이라기보다는 건축물로 부르는 게 더 맞을 것 같은 건축물이다.
다음에 방문한 곳이 카야민가 파고다이다. 별 특징이 없다. 또 마차를 타고 간다. 겸이네 마차를 따라가니 뒤에서 먼지가 날려 좀 짜증이 난다. 나는 마부와 함께 앞에 타고 아내는 뒤를 보며 다리를 쭉 뻗고 타고 간다. 흔들리며 가는데 긴장되어 좀 피곤하다. 마차를 많이 타는 것도 특이하고 재미있지만 힘들다. 도착한 곳이 아난다 파고다이다. 바간에서 가장 보존이 잘 되어 있으며 아름다운 여성미를 자랑하는 성스러운 파고다로 높이 53m, 인도의 오리사 우따야기리 언덕에 있다는 동굴사원을 모방해서 1091년 짱찟따 왕에 의해 만들어졌다. 파고다의 내부에는 9.5m의 목재 부처상이 각 방향에 세워져 있다. 서쪽에는 고타마 부처, 동쪽에는 과거 3불인 고나공 부처, 남쪽에는 까다빠 부처, 북쪽에는 까꾸딴 부처가 세워져 있다. 남쪽과 북쪽의 부처상은 창건 당시 그대로 이지만 나머지는 불에 타거나 훼손되어서 후대에 새로 만든 것이다. 또 서쪽 고타마 부처왼편으로 신 아라한을, 오른편에는 짱찟다 왕의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 각 부처상에는 많은 사람들이 금박을 붙여놓아 화려하다. 뿐만 아니라 외부의 뜰로 나오면 사면의 아래층을 몬(Mon)어로 된 554개의 자타카(부처님 전생 이야기)와 각종 형상을 만날 수 있다. 정형화된 해태상 이전의 머리 두 개 달린 독특한 형태의 해태상을 볼 수 있다. 점심때가 되었다. 마부가 점심식사를 선택하란다. 미얀마 스타일과 중국스타일이 있단다. 중국식당으로 정했다. 중국 식당은 규모가 크고 고급스러웠다. Sarabha Restaurant이다. 이곳도 상권은 중국 사람들이 잡고 있는 듯 했다. 외국인들이 많다. 붂음밥과 국수를 주문했다. 밥 먹고 하는 일이라고는 마차타고 탑을 방문하는 것이다. 탑돌이를 하는것 보다 마차 타는 것이 더 재미있다.
다음 방문 한 곳이 땃빈뉴 사원이다. 1144년 알라웅싯뚜 왕의 명령에 의해 북부 인도의 파고다를 모델로 지어진 61m의 바간 최대의 파고다다. 총 5층으로 1,2층은 승려들의 거쳐, 3층은 각종 파고다들이 있으며, 4층은 도서관으로 사용되고, 5층은 부처의 유품을 넣어두었다. 1층의 사면에는 부처상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통로에 각종 벽화와 몽고어로 된 경전을 그려 놓았으나 현재는 모두 페인트칠을 해 놓았다. 1994년 이후 1층을 제외하고 출입이 엄격히 통제되고 있어 아쉽게도 파고다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없었다. 숲속에 우뚝 솟은 모습이 멋지다. 이미 우리는 올드 바간 지역에 들어와 있다. 올드바간이다 뉴바간이 별로 구분이 없다. 단지 좁은 도로 양옆에 성처럼 세워진 건축물이 구분을 해 줄 뿐이다. 쉐구지 사원으로 갔다. 1131년에 세워진 사원으로 ‘내세의 부처’라는 뜻의 이름을 가진 ‘아라웅싯뚜 왕이잣신이 죽은 뒤 묻힐 곳으로 선택한 곳에 세운 파고다로 탓빈뉴 사원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내부에는 왕의 사 후 희망이 담긴 다음과 같은 비문이 새겨져 있다. ’나는 비쉬누 마라와 같은 것으로 태어나지 않을 것이며 위대한 왕으로 태어날 것도 원치 않는다. 나는 단지 부처가 되길 원 할 뿐이다. 나는 윤회의 강위에 길을 만들어 고통 받는 모든 중생을 천도하여 극락으로 이끌 것 이니라‘ 하지만 왕은 이곳 쉐구지 사원에서 죽임을 당하게 된다. 이곳 쉐구지 사원에서 보면 탓빈뉴 사원과 멀리 아난다 사원이 한눈에 들어와 보기좋다.
그 다음 찾아 간 곳이 마하보디 파고다다. 1215년에 세워졌다. 고타마 싯다르타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도시 인도 보드가야의 마하보디 파고다를 모델로 난따웅먀 왕에의해 지어진 아주 독특한 모양의 파고다이다. 그러나 정작 이 파고다의 원형이 된 인도의 마하보디 파고다는 무너진 채 방치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를 안타깝게 여긴 미얀마 왕실의 후원과 노력으로 4차례 개보수 공사를 단행했고, 1882년 마지막 보수를 끝으로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바간의 마하보디 파고다도 1975년 지진으로 인해 폐허가 되었다가 국민들의 기부금으로 원래의 모습으로 다시 복원되었으며 내부에는 지진으로 입은 피해를 찍은 흑백사진이 있다. 우리가 보면 그 탑이 그 탑이다. 탑을 구경하고 나와 잠시 그늘에 쉬는데 순박한 아주머니들이 우리 얼굴에 다나카를 발라준다. 미얀마를 여행하다보면 남녀노소 모두 얼굴에 바르고 다닌다. 다나카(thanakha)는 이곳 사람들의 천연 화장품인 셈이다. 이곳에서는 화장품 장사가 잘 될 것 같지 않다. 이것만 바르면 화장 끝이기 때문이다. 다나카는 주로 만달레이와 머그웨이 지방을 비롯한 미얀마 중북부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다나카라는 주로 만달레이와 머그웨이 지방을 비롯한 미얀마 중북부 건조한 기후에서 자라는 다나카라는 나무껍질에서 추출한다. 황색을 띄는 다나카가 미얀마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때는 약 2000년전, 고대국가인 ‘베익따노’에서 부터라고 한다. 사료에 따르면 베익따노 왕국의 여왕이었던 ‘스리카세트라’ 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 뒤 1930년에 일어난 지진으로 인해 바간의 쉐모도 파고다 일부가 무너졌는데, 그곳에서 발견된 석판에 한따와디 왕조 신부신 왕의 공주가 사용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로 다나카의 역사는 오래 되었다.
다나카는 보통 다나카 나무를 잘라 돌판에 물을 뿌리며 껍질을 갈아서 사용한다. 다나카는 강렬한 직사광선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고 미백 효과와 함께 피부를 부드럽게 해준다. 미얀마 여인들이 다른 동남아시아 여인들 보다 고운 피부를 가지고 있는 이유는 바로 이 다나카를 바르기 때문이다. 또한 다나카는 모공수축과 뾰루지나 여드름 등의 피부 트러블 치료에도 아주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하지만 건조한 기후에서는 사용을 하지 않는다. 외국인들은 다나카를 얼굴에 바르고 다니면 보기좋지 않아 평상시에는 바르지 않고 취침 전 머드팩처럼 사용한다. 발라주는 아주머니 성의를 생각해서 즐거운 마음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얼굴에 바르니 일단 시원하다. 피부가 편한 느낌이 든다. 우리는 그냥 바른 채 돌아다녔다. 일몰을 보려면 시간이 많이 남아있다고 해서 바간의 중심을 흐르는 에이야와디 강에서 배를 타기로 했다. 배를 타기위해 마차가 선 넓은 공터 끝에는 작은 사원이 있다. 부(Bu) 파고다이다. 부 파고다의 이름은 미얀마어로 ‘박’ 이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인지 박 모양을 하고 있는 황금색 칠을 한 작은 파고다가 있는 사원이다. 에이야와디 강을 바라보고 있는 단층의 오래된 파고다, 현지인은 3세기 도시국가 바간 시대 쀼소디 왕의 제위기간인 168~243년 경에 지어졌다고 주장하지만 그다지 신빙성이 없다. 학자들은 850년 경 쀼족 양식의 파고다로 황금으로 장식되어 있고, 1975년 지진으로 완전히 파괴되어 있다가 복원사업으로 파고다 아랫부분의 테라스를 첨가하였다고 한다. 이곳에서 에이야와디 강 쪽으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는 것도 바간의 진경중의 하나란다.
걸어서 강으로 내려간다. 물이 삶에서 필요하듯 강가에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빨래로부터 시작해서 인간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모든 일이 이 강물과 더불어 이루어지는 것 같다. 지금은 건기라 물이 얕고 수량도 적어 둑에서 많이 내려가야 강을 만날 수 있다. 우기때 물을 상상해 보니 엄청난것 같다. 경사지의 고목들은 뿌리가 반은 하늘로 드러나 있다. 풀을 가지고 만든 허름한 집들이 보인다. 아기돼지 3형제 중 막내가 지었다는 풀집이 생각난다. 운동장의 아이들 처럼 항아리들이 언덕에 줄지어있다. 공장은 보이지 않는다. 배를 탔다. 뱃사공은 약간 팔이 불편한 젊은이다. 말이 없다. 배를 타고 강을 보니 온통 흙탕물이다. 시끄러운 모타 소리를 내며 배는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 겸이는 좀 지겨운지 막대기를 들고 물을 치며 논다. 마차 타며 성급히 다니다가 배에 오르니 우리도 할 일이 없다. 강바람은 시원하다. 강은 폭이 무척 넓다. 조금 가다가 배가 멈춰 선 곳은 목조로 만들어진 이름 모를 사원이다. 시멘트로 만들어진 계단이 제법 가팔라 숨이 찬다. 힘들게 올라가서 마주한 사원은 폐허 비슷하다. 자세히 보니 모두 목조로 되어있고 꾸밈이 매우 섬세하다. 보수가,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아쉽지만 정교한 조각이 이제 너덜너덜해졌다. 내부에 들어가니 어둡고 시원하다. 모두 목재라 부드러움도 느껴진다. 무슨 사원인지 알지 못 하지만 검은색으로 덮인 특이한 사원이다. 한 바퀴 둘러보고 내려와 다시 배를 타고 올라간다. 올라가는 것이 힘겹다. 물살로 인해 힘든 것이 아니라 배가 강바닥에 닿기 때문이다. 워낙 얕은 수심이다.
아라와디 프린세스 2 라는 커다란 배는 움직이지도 못하고 건물처럼 세워져 있다. 또 강 중앙에는 Road to 만달레이라고 쓰여 있는 길고 큰 배가 꼼짝도 못하고 비가 오기만을, 물이 불어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탄 배도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고 멈추고 말았다. 멀리 보이는 언덕위의 사람들이 작게 보인다. 엔진을 끄고 잠시 강 위의 고요함을 맛 본 후 다시 돌아왔다. 그래도 강에서 배를 타 봤다는 것이 흐믓했다. 육지에 도착하니 갑자기 배가 아프다. 점심에 먹은 느끼한 볶음밥이 원인인 것 같다. 부 파고다 부근에서 화장실을 물어보니 친절하게 알려준다. 화장실, 정말 미얀마 냄새가 나는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고 나오니 살 것 같다. 넓은 공터에서 기다리는 아내를 보니 반갑다. 다시 말을 타고 간다.
가우다우팔린 사원으로 갔다. 1203년에 세워졌다고 한다. 사원의 특징은 별로 없지만 사원 입구에 만들어 놓은 나무 의자는 정말 편했다. 머리를 기대고 몸을 맡겨 앉으면 몸이 풀어지면서 마음도 편안해진다. 이곳에서 놀고 있는 꼬마들을 보니 눈이 참 맑다. 그 다음 도착한 곳은 한가하고 사람도 없는 조용한 파고다다. 마부 가이드가 밍앵고 파야라고 말해주었지만 지도에서 찾기가 어려웠다. 서둘러 급경사 계단을 오르니 펼쳐져 보이는 탑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가 서쪽으로 길게 누워 탑들은 빛을 받아 붉게 보인다. 멋진 경치다. 열기구 6개가 하늘에 올라가 있다. 일몰이 멋지다고 생각하며 즐거워하는데, 마부가 빨리 내려오란다. 일몰을 보는데 적합한 쉐산도 파고다로 가야한단다. 서둘러 내려와 마차에 오르니 신나게 흙먼지를 날리며 달려간다. 앞에 가는 마차로 인해 좀 불편하다. 쉐산도 파고다 주변은 벌써 붐빈다. 대형 버스가 10여대 주차해 있고 택시들도 모여 있다. 마차는 마차끼리 모여서 손님을 내려준다. 서둘러 탑을 오르는데 경사가 급하다. 오르는 계단 옆에 만들어진 쇠봉을 잡고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사람들이 벌써 서쪽의 기우는 해를 보기위해 좋은 자리는 다 차지하고 있다. 서양 사람들이 무척 많다. 쉐산도 파고다는 1057년 터통을 정복하고 미얀마를 최초로 통일한 후에 만들어진 어노여타 왕의 첫 번째 파고다로 마하빼잉네 또는 가네샤 파고다라고 불린다. 떠통에서 가지고 온 부처의 머리카락 하나를 모시고 있다고 한다. 힌두이즘의 영향을 많이 받은 시기라서 파고다 하부의 각 방향으로는 힌두대신들의 형상이 조각되어있고 부속 건물에는 와불이 만들어져 있다. 넓게 펼쳐진 바간의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온다. 화려하고 장엄한 일몰을 감상하러 모여든 인파들로 인해 분위기가 좋다. 모두 기대하며 서쪽의 해를 보고 있지만 딱히 멋진 일몰은 아닌 것 같다. 반대로 지는 석양에 비친 숲속에 솟은 탑들이 더욱 멋있어 보인고 모여든 사람이 더욱 더 흥미롭게 한다.
피라미드 모양의 커다란 담마양지 파고다가 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아난다 파고다가 선명하게 들어온다. 붉게 물들어가는 넓은 벌판이 참 인상적이다. 강 넘어 낮은 산으로 해는 넘어간다. 벌판에는 하얀 안개가 눈아래로 얕게 펼쳐져 더욱 신비롭게 한다. 드디어 해가 떨어지고 어둠이 조금씩 느껴지니 사람들도 하나 둘 계단을 내려간다. 담마양지 사원도 덩치만 컸지 자꾸만 작아져 보인다.
담마양지 사원은 바간 지역 최대 규모의 파고다로 자신의 아버지이며 선왕인 알라웅싯뚜 와 자신의 어머니, 형제들을 살해하고 왕이 된 나라뚜 왕이 그 죄를 참회하기위해 짓기 시작한 파고다다. 원래 아난다 파고다를 모델로 3년 정도 공사가 지속되었으나 그가 8명의 인도인 자객에 의해 암살된 후 공사가 중단되어 아직까지 미완성의 형태로 남아있다. 파고다 안에는 그런 사실을 증언이라도 하듯 다른 파고다들에 비해 좀 괴기스럽고 음침한 느낌을 준다. 특히 박쥐가 많이 살고 있어서 바닥에 박쥐 배설물이 많다. 또한 이 파고다 공사 중에 나라뚜 왕은 벽돌을 쌓아 올릴 때마다 바늘을 찔러보아 바늘이 들어가게 되면 그곳을 담당했던 현장 감독을 처형하고 노동자들의 손을 잘랐다고 한다. 참으로 악독한 왕이었으나 결국 자신도 비참하게 암살되었다.
계단을 내려오니 날이 어두워진다. 탑 아래는 더 빨리 어두워진다. 마차는 라이트도 없는데, 어두워도 마차는 잘 달린다. 숙소에 도착했다. 내일 뽀빠산에 가기로 미리 예약을 했다. 두당 8000짯이다. 저녁 식사는 반찬이 9가지가 나오는 전통 음식점에서 먹었다. 현지인들이 즐겨 먹는 곳인데 국에 밥을 주고 나물종류 9가지가 올라오는 식당이다. 왠지 이곳에 머무는 동안은 이집만 찾아올 것 같은 식당이다.
한국에서 달고 온 감기로 힘들다. 기침이 멈추지 않아 고통스럽다. 갖고 온 약도 다 떨어져간다.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탑 구경이지만 제일 재미있는 것은 마차 타는 것이다. 약간 말이 불쌍해 보이지만 신나는 일이었다. 말 한 마리가 700$, 약 70만원정도 한다. 샤워를 하는데 물이 약간 흐리다. 강물이 흐리기 때문이란다. 종일 잘 놀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