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이제 새들에게 모이 주고싶은 마음이 생긴다. -
권다품(영철)
언젠가부터 눈을 뜨면, 먼저 집으로 새 공기를 들이기 위해 거실 문을 열어놓고 마당 화단을 주욱 둘러본다.
학원을 경영할 때는 마음이 바빠서 이런 여유가 없었는데 참 좋다.
학원을 정리하고부터 이런 여유가 조금씩 생겼다.
그새 마당의 여러 나무들이 많이 컸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무엇보다 벚꽃이 예쁘게 필 때는 더 좋다.
또, 국화를 한 3미터정도 빽빽하게 심어뒀더니 꽃이 피면 이것도 참 예쁘다.
어느 날부터 벚꽃나무에 참새들이 날아들어 지저귀는 것을 보았다.
처음엔 나무에다가 합판 조각을 올려놓고 좁쌀이나 싸래기로 모이를 줘 봤더니, 아침마다 날아와서 모이 달라고 난리다.
한 이삼십 마리가 이 나무 저 나무에 날아다니며 지저귀기도 한다.
하도 예뻐서 판자를 구해서 이리 썰고 저리 맞춰서, 인간들도 마당이 있으니 좋더라 싶어서 새집 앞에다 마당처럼 넓게 마당처럼 만들고, 하얀 페인트까지 칠해서 새집을 만들어서 올려줬더니, 아침만 되면 날아와서 일어나라고 마구 지저귄다.
그 놈들은 아침에 내가 기지게를 키면서 마당으로 나가기만 하면, 이리 날고 저리 날고 벌써 난리를 치며 좋아한다.
우리 집에 새들이 날아와서 지저귄다는 그것만으로도 참 예쁘고 좋다.
한참동안 먹고 살기 위해서 학원을 경영하면서 애를 피운다고 이런 여유가 없었다.
잠자리에 누워서도 '내일은 신입생이 몇 명이나 들어올까, 혹시 성적이 오르지 않는다며 친구 따라 다른 학원으로 가버리지는 않을까, 선생님들이 학생들 관리는 잘 하고 있을까' 등등이 스트레스였다.
다른 사업들도 마찬가지겠지만, 학원 경영도 이런 스트레스들이 참 많다.
'이젠 욕심을 좀 버려야 겠다. 나보다 형편이 못한 사람들도 많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마음을 비우고 학원을 정리를 했다.
사실 마음을 비운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그래도 자꾸 애를 썼다.
'다른 사람이 돈을 많이 번다고 내가 욕심을 낼 필요도 없고, 배 아파하는 것은 참 못난 인간이나 하는 짓이다'
'다른 사람 사업이 잘 되거나 좋은 일이 생기면 기쁘게 생각해주고 축하를 해줘 보자'
'이 세상에는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나보다 나은 사람들이 많다'
'말로 자신을 내세우지 않아서 그렇지,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다른 사람들도 충분히 마음 속으로 생각할 줄 알 것이다'
'말을 조리있게 하지 못해서 그렇지, 대부분 사람들은 나보다 생각이 훨씬 더 깊은 사람일 수도 있다' 등등 ...
자꾸 나를 돌이켜 보는 연습을 했다.
억지로라도 글을 읽고, 생각을 무르익히다보니, '내가 배아파 한다고 다른 사람의 잘 되던 일이 안 될 리도 없다'는 것도 깨달아진다.
또, '다른 사람 잘 된다고 내가 배아파하면, 그 나쁜 생각이 독을 만들어서, 내 몸 곳곳에 그 독이 퍼져서 무서운 병을 만든다'는 의학자들의 말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남 잘되는 것을 배아파하는 그 병은 증세가 얼굴이나 표정으로 드러나서, 다른 사람들이 먼저 알 수 있고, 참 더럽고 지저분한 병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그래서, 추하지 않으려고 나름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많이 했다.
특히, 사람을 졸업장으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은 더 많이 했다.
공부를 많이 못했더라도 마음은 충분히 나보다 순수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자꾸 했다.
자신보다 낮은 졸업장이라고 사람을 무시하거나 말을 함부로 하는 인간이 보이면 나도 그런 인간을 무시했다.
세월이 갈 수록 마음이 조금씩 조금씩 편해진다는 걸 나 스스로도 느낀다.
무엇보다 내 마음을 편하게 하는 것은, 나이가 들고, 철이 조금씩 들면서부터 정치인들에게 관심을 끄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보니 나를 보는 사람들마다 내 표정이 많이 밝아지고, 얼굴을 보니까 건강해 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마음은 표정으로 나타난다더니 그 말이 진짠가 보다' 하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도 좋아진다.
우리 마당 나무들에 새들이 더 많이 날아왔으면 좋겠다.
어디서 구하든지 새 모이 싸래기를 좀 더 구해얄 텐데....
나는 요즘 이런 걱정을 한다.
2024년 10월 20일 낮 12시 55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