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주가 가장 우승하고픈 대회, 마스터스
★...11일(한국시간)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 클럽에서 열린 마스터스 1라운드 경기. 타이거 우즈가 16번 홀 그린 앞에서 잠시 상념에 잠겨 있다. 최경주 선수는 파3(170 야드)인 이 홀에서 티샷한 볼을 물에 빠뜨렸다. 오거스타 AP=연합뉴스
안개 자욱한 래의 개울을 건너 화려한 꽃들이 만발한 아멘 코너 깊숙한 곳으로 안내하는 호건의 다리는 골퍼에겐 천국으로 가는 계단처럼 성스럽다. 디봇 자국 하나 없는 오거스타 내셔널의 융단 같은 페어웨이와 유리판 같은 그린은 골퍼의 이데아다.
마스터스는 신비에 싸여 있다. 라이벌인 디 오픈(브리티시 오픈), US오픈과는 전혀 반대의 설렘이다. 디 오픈과 US오픈은 말 그대로 열려 있다. 지역 예선을 열고 이 관문을 통과한다면 프로 선수든 아마추어든 누구나 참가가 가능하다. 동등한 조건에서 경기하며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골프라는 스포츠의 가장 훌륭한 대회다.
반대로 마스터스엔 아무나 나갈 수 없다. 1934년 처음 만들었을 때 대회 이름은 오거스타 내셔널 인비테이셔널(초청) 토너먼트였다. 이름은 마스터스 토너먼트로 바뀌었지만 전통은 그대로 이어져 내려온다. 역대 우승자와 세계랭킹 50위 이내, PGA 투어 우승자, 주요 아마추어 대회 우승자들만 초청받는다. 초청 자격이 명문화되어 있어 실제 오픈된 것이라는 주장도 있지만 초청은 초청이다. 또한 숫자는 한정됐다.
디 오픈이나 US 오픈의 참가자가 156명인 데 비해 마스터스는 90명 정도다. 마스터스는 가장 참가하기 어려운 대회이고 그래서 최고 프로 골퍼들에게도 마스터스 초청장을 받는 것은 더할 수 없는 영예다.
우승자에 대한 예우도 끔찍할 정도다. 그린 재킷을 입고, 챔피언스 디너에 참가하며 평생 출전권이 보장되는 등 챔피언 클럽의 화려한 모습은 잘 알려져 있지만 생각보다 더 귀족적인 것 같다. 최경주는 “스케줄부터 식사 모임까지 (우승자와 비우승자의 차별이) 우습지도 않다”고 투덜거리기도 했다.
그래서 최경주는 가장 우승하고 싶은 대회를 마스터스로 꼽는지도 모른다. 설립부터 대회는 고귀했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후 홀연히 골프에서 은퇴한 바비 존스가 이 대회를 만들었다. 골프의 성인 존스의 영혼이 깃든 대회다. ▒▒☞[출처]중앙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