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말/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아이들은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살아라, 자라라, 꽃 피워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몰두하라, 그리고 삶을 두려워하지 마라.
늙은이들도 봄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지.
늙은이여, 네 몸을 땅에 묻어라.
활기찬 소년들에게 자리를 양보해라.
<시 읽기> 봄의 말/헤르만 헤세Hermann Hesse
스무 살 무렵엔 여름을 가장 사랑했다. 여름의 타는 듯한 일광에 열광을 했다. 알베르트Albert Camus의 산문을 읽으며 여름의 바다를 꿈꾸곤 했다. 바다는 그 천혜의 미덕으로 가난의 누추함조차 사치로 여기게 한다. 나이가 드니 넘치는 여름의 빛, 여름의 결기, 여름의 과잉이 견디기 힘들어진다. 이제는 봄에 언 땅이 녹고, 애써 움트고 올라오는 새싹의 작은 속삭임에 귀를 기울이게 되었다. 봄의 흙내, 공기 속을 흐르는 미나리 냄새 따위가 좋아지는 것이다.
시인은 ‘봄의 말’을 받아 적는다. 묵은 가지에서 연둣빛으로 돋아나는 새 잎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들판에서는 생명을 가진 것들이 저마다 꿈틀거리고 부스럭거리며 한시도 가만히 있질 않는다. 들로 뛰쳐나가 움츠렸던 가슴을 활짝 펴고 숨을 들이마셔 보라. 들은 생명의 악동 속에서 움직이며 속살거린다. 그속살거림에 귀를 기울여 보라. 살아라, 자라라, 꽃을 피워라, 희망하라, 사랑하라, 기뻐하라, 새싹을 틔워라, 몰두하라 이것은 죽은 것에서는 나올 수 없는 생명의 외침들이다. 이 외침들에는 기대와 설렘이 깃들어 있다. 봄이 오면 심장이 살아서 뛰어야 한다. 봄에도 심장 박동이 거칠게 뛰지 않는다면, 그저 무기력하다면 그게 누구라도 잘못 살고 있는 것이다.
―장석주, 『삶에 시가 없다면 너무 외롭지 않을까요』, 포레스트북스,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