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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청라 / 샨티 / 2020.04.22
페이지 284
책소개
2020년 봄은 우리에게 다시 근본을 돌아보라 말합니다.
우리의 밥상부터 되짚게 하는 청라네 부엌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무의식 속에 숨은 허기와의 직면, 그리고 부엌에서 시작된 ‘단단한 일상 만들기’
이웃이래야 열 가구 남짓이 전부인 외진 산골에 청라네 가족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없어도 될 것이 널리고 널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숨어버린” 도시를 떠나 진심을 길어 올리며 살고 싶어 택한 시골 생활입니다. 어느덧 귀농 14년차, 결혼 12년차가 되었네요.(숫자가 바뀐 것 아니냐고요? 네, 아닙니다. 청라 씨는 결혼 전, 스물아홉이라는 젊디젊은 나이에 혼자서 씩씩하게 귀농을 했답니다.) 그 사이 세 아이의 엄마도 되었고요.
시골에 내려와 살던 첫 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받은 질문이 “뭐 먹고살아?”였습니다. 바구니 하나 들고 나가면 나물이 쌔고 쌨겠다, 마을 분들이 온갖 먹을거리를 나눠주겠다, 농사짓겠다, 굶어죽을 염려 없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죠. “도대체 뭐 먹고살려구 그래?” 청라 씨는 해맑게 웃으며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것이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 여기며 기세등등했습니다.
그런데! 밤마다 밀려드는 극심한 허기와 대면하게 됩니다. 저녁밥을 한껏 먹었는데도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피자와 치킨, 자장면, 순대볶음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며 잠 못 들게 했고 그럴 때면 당장 가까운 도시에라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났습니다. 이런 속사정을 어느 날 귀농 선배에게 털어놓았더니 마음속에 ‘이러다 굶어죽는 거 아냐?’ 하는 불안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습니다. 무의식 속에 예전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음을 알아차리자 놀랍게도 밤마다 찾아오던 허기가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아 ‘음식쓰레기’라는 괴상한 말마저 생긴 요즘 시대에도, 청라 씨는 자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세포 속에는 여전히 굶어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맛집에 열광하고 먹방에 빠져들고 야식을 시켜 먹는 건 아니냐면서요. 왜 그렇게 많이 먹고 싶어 하는지, 먹는 행위로 무엇을 채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말입니다.
청라 씨의 ‘단단한 일상 만들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허기와의 직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생명체로서 허기에 마냥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잘 다루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왜냐, 허기를 잘 다루는 것은 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과 아주 깊이 통하니까요. 잘 산다는 건 허기를 (포만감과는 다른 차원의) 충만감으로 바꾸는 일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청라 씨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부엌에 깃들어야겠다 다짐했고, 그럼으로써 날마다 아주 조금씩 새로워지는 경험을 해나갑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빛깔로 밥을 지어나가고 자기 몫의 삶을 찾아갑니다.
저자소개
정청라
귀농 14년차, 결혼 12년차 되는 산골 아낙이랍니다. 바구니 하나만 들고 나가면 먹을 게 지천인 들판 낙원에서, 타고난 게으름과 씨름하며 날마다 밥상을 차려내는 마법을 펼치고 있다. 빼빼 말랐어도 밥은 늘 곱빼기로 먹는 신랑과 엄마가 해준 음식이 세계 최고라 생각하는 세 아이들, 먹이를 주면 보석 같은 달걀로 보답하는 충직한 닭들, 배가 고프면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밥 달라 시위하는 고양이들, 밥 줄 때마다 껑충껑충 뛰며 환영 의례를 거행하는 개…… 이렇게 밥 앞에서 열광하는 여러 식구들 덕분에 밥 짓는 일에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 밥 짓기를 통해 우화등선의 삶을 짓겠다는 야망을 품고 있다는 건 안 비밀!
『마실장』에 등장하는 다울이의 엄마이자 율 이모의 절친한 친구다. 전라남도 화순의 산골짝 마을에서 농사짓고 글 쓰며 살고 있다. 외딴 마을에 살다 보면 한 달에 두어 번 정도는 친구가 막 그리운데, 그럴 때 마실장에 가면 마음이 한없이 포근해지고, 새 힘이 퐁퐁 솟아난다. 마실장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것이 누구를 새로 사귀는 것과 깊게 통하고 있다는 걸 배웠다. 허물없는 친구 같은 작은 장터가 민들레 홀씨처럼 널리 퍼지길 바라고 있다.
지은 책에 『할머니 탐구생활』을 비롯해 『우리 농사이야기: 천하의 근본이어라』, 『청라 이모의 오순도순 벼농사 이야기』, 『여기는 마실장이어라』가 있다.
목차
글을 시작하며 / 뭐 먹고 살아?
1
해님을 향한 사랑 고백과 동지팥죽/ 희한한 보릿국/ 꼬마 손님들과 만두 빚기/ 알토란처럼 살길 바라며, 토란탕/ 오래오래 기다린 단맛, 조청/ 다울이 혼자 만든 간식, 고구마 경단/ 우리 집 밥상의 주인공은 밥
2
마음속까지 환한 봄빛, 봄나물 샐러드/ 레시피는 없다, 나만의 집 빵/ 살아있음이 그저 고마워서, 삼칠일떡/ 얼마나 기다렸나 ‘딸기’/ 든든해요 콩국수/ 씨감자의 마음으로, 알감자범벅/ 맷돌 선생께 감사하며, 통밀 과자/ 모유와 분유 사이에서, 아가죽
3
쌀밥 먹는 개 보들이, 논을 지키다/ 내 송편엔 무언가 특별한 게 있다/ 만만해서 고마운 나무, 감나무/ 김치가 최고야!/ 마음을 녹여버린 그 남자에게, 아주 특별한 생일 케이크/ 입맛을 심는다, 메주와 청국장/ 특명, 가래떡을 구워라!/ 달걀 한 알의 느낌
4
먹을거리를 구하는 새로운 차원/ 복수초꽃 요정의 말씀, 비움을 두려워 말라!/ 돼지감자와 친해지기/ 꽃을 먹고 산다네/ 산딸기 천국/ 불미나리 대소동/ 때로는 부드러운 죽이 되어/ 보들이를 위한 미역국
5
따끈따끈한 수박/ 손수 짠 들기름이 더 꼬숩다/ 우리 집 암탉이 알을 낳았어요!/ 보석 천지/ 무말랭이가 가르쳐준 것/ 메주에게/ 나를 위해 끓인 생일 미역국/ 밥상 앞에서 화내지 말자
6
누가 누구를 먹여 살리는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똥이 가르쳐준 밥의 길/ 파김치를 파금치로 만드는 삶의 연금술/ 메뉴가 나를 찾아온다/ 고구마 비가 내리던 날/ 냉수의 시대, 따뜻함으로 무장하며/ 다울이의 요리 쇼
글을 마치며 / 밥을 해주고 싶다
출판사 서평
2020년 봄은 우리에게 다시 근본을 돌아보라 말합니다.
우리의 밥상부터 되짚게 하는 청라네 부엌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무의식 속에 숨은 허기와의 직면, 그리고 부엌에서 시작된 ‘단단한 일상 만들기’
이웃이래야 열 가구 남짓이 전부인 외진 산골에 청라네 가족이 농사지으며 살고 있습니다. “없어도 될 것이 널리고 널려 정작 있어야 할 것은 숨어버린” 도시를 떠나 진심을 길어 올리며 살고 싶어 택한 시골 생활입니다. 어느덧 귀농 14년차, 결혼 12년차가 되었네요.(숫자가 바뀐 것 아니냐고요? 네, 아닙니다. 청라 씨는 결혼 전, 스물아홉이라는 젊디젊은 나이에 혼자서 씩씩하게 귀농을 했답니다.) 그 사이 세 아이의 엄마도 되었고요.
시골에 내려와 살던 첫 해,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많이 받은 질문이 “뭐 먹고살아?”였습니다. 바구니 하나 들고 나가면 나물이 쌔고 쌨겠다, 마을 분들이 온갖 먹을거리를 나눠주겠다, 농사짓겠다, 굶어죽을 염려 없다 해도 사람들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물었다죠. “도대체 뭐 먹고살려구 그래?” 청라 씨는 해맑게 웃으며 만족스러운 하루하루를 보냈고, 그것이 그들의 질문에 대한 답이라 여기며 기세등등했습니다.
그런데! 밤마다 밀려드는 극심한 허기와 대면하게 됩니다. 저녁밥을 한껏 먹었는데도 자려고 누우면 머릿속에 피자와 치킨, 자장면, 순대볶음 같은 것들이 둥둥 떠다니며 잠 못 들게 했고 그럴 때면 당장 가까운 도시에라도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 조바심이 났습니다. 이런 속사정을 어느 날 귀농 선배에게 털어놓았더니 마음속에 ‘이러다 굶어죽는 거 아냐?’ 하는 불안과 공포가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물었습니다. 무의식 속에 예전 도시에서의 삶의 방식과 변화를 두려워하는 마음이 숨어 있음을 알아차리자 놀랍게도 밤마다 찾아오던 허기가 꼬리를 감추기 시작했습니다.
버려지는 음식이 너무 많아 ‘음식쓰레기’라는 괴상한 말마저 생긴 요즘 시대에도, 청라 씨는 자신을 비롯해 많은 이들의 세포 속에는 여전히 굶어 죽으면 어쩌나 하는 불안이 새겨져 있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그렇게 맛집에 열광하고 먹방에 빠져들고 야식을 시켜 먹는 건 아니냐면서요. 왜 그렇게 많이 먹고 싶어 하는지, 먹는 행위로 무엇을 채우고 싶은지에 대해서는 도통 관심을 두지 않은 채 말입니다.
청라 씨의 ‘단단한 일상 만들기’는 거기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허기와의 직면! 먹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생명체로서 허기에 마냥 휘둘리지 않고 그것을 잘 다루고 싶었다고나 할까요? 왜냐, 허기를 잘 다루는 것은 일상을 잘 영위하는 것과 아주 깊이 통하니까요. 잘 산다는 건 허기를 (포만감과는 다른 차원의) 충만감으로 바꾸는 일이나 마찬가지니까요. 청라 씨는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부엌에 깃들어야겠다 다짐했고, 그럼으로써 날마다 아주 조금씩 새로워지는 경험을 해나갑니다.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조금씩 자신의 빛깔로 밥을 지어나가고 자기 몫의 삶을 찾아갑니다.
껍데기로만 살던 삶을 내던지고 ‘밥심’에 기대어 온전한 알맹이로 살기
요즘 대부분의 사람들은 밥벌이를 위해 모든 에너지를 쏟느라, 그리고 그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먹는 일로 푸느라 정작 ‘밥다운 밥’ ‘생명력 가득한 먹거리’와는 더 멀어진 채 살아갑니다.
여기서 잠깐, 청라 씨네 밥상, 그중에서도 주인공격인 ‘밥’을 한번 들여다볼까요? 직접 기른 현미와 현미찹쌀, 흑미가 적당히 뒤섞인 쌀에 통밀, 겉보리, 수수, 율무, 조와 같은 갖가지 잡곡을 섞어 하룻밤 물에 불립니다. 씻어서 조리질한 뒤 소쿠리에 담아 젖은 면보를 덮어 다시 발아 현미가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거기에 물에 불린 옥수수와 밤말랭이, 은행, 콩 등을 넣고 압력솥에 밥을 짓습니다. “요즘같이 바쁜 세상에 이게 무슨 신선놀음이냐고? 그렇다. 나는 밥 짓기를 신선놀음이라 생각한다. (신선놀음을 하는 내가 곧 신선 팔자? 우와!)” 청라 씨는 이렇게 농반진반 이야기를 하지만, 그러면서도 누구나 이런 과정을 거쳐 밥을 지을 수는 없어도 한번 생각해 보자고 하네요.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사는지? 우리 삶은 앞뒤가 바뀌어도 단단히 바뀌어 있는 건 아닌지”를요.
언젠가 청라 씨네 집에 친구가 찾아왔습니다. 유방암으로 항암 치료 끝에 완치 판정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여성으로, 침뜸 교육을 받다 알게 된 동갑네기 애기엄마였죠. 그녀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청라 씨를 부러워했지만 남편의 반대로 시골행을 택하진 못했습니다. 모든 결정에 ‘남편이, 남편이, 남편이……’를 연발하는 그녀를 보며 청라 씨는 “오늘이 좋아야 내일도 좋다고, 무조건 참고 견디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조언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빈집을 알아봐달라는 그녀의 연락을 받습니다. 암이 간으로 전이되었고, 그제야 남편도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다네요. 그런데 청라 씨가 소개하는 마을의 빈집에는 관심을 보이지 않고, 남편은 크게 주차장 들이고 조립식으로 집 하나 지을 널찍한 땅은 없냐며, 벌써부터 지인들 불러 고기 구워 먹을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그들 부부는 남편 회사 가까운 곳에 땅을 샀고, 집 짓는 과정에서 부인은 건강이 악화되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항암 치료를 또다시 받았고, 몇 번의 죽을 고비도 넘겼다는 소식을 전하며, 텃밭에 뿌릴 씨앗을 얻으러 오겠다고 합니다.
청라 씨는 그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겠나 싶어 밥상에 응원의 마음을 담습니다. 팥 듬뿍 넣어 밥을 짓고, 암에 좋은 뿌리채소 중 하나인 토란으로 탕을 끓입니다. 다시마 담가놓은 쌀뜨물에 미리 살짝 삶아 껍질 까놓은 토란을 넣고, 무와 당근도 썰어 넣고, 진하게 간 생들깨와 된장을 넣어 푹 끓입니다. 탕이 끓는 동안 죽순나물을 볶고, 밭에서 막 뽑아온 당근과 배추로 청국장 샐러드, 거기에다 동치미 썰어 올리고, 숯불에 김 굽고…… 평소에도 밥이 약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밥상을 차리지만 이날은 더더욱 약이 되라는 마음을 보탭니다. 그녀가 알토란처럼 알차게 자기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까지도 담아서.
“그동안 이 밥상이 얼마나 그리웠나 몰라요.”
그녀는 울먹이며 숟가락을 들었고, 다행히 밥을 맛나게 먹었습니다. 이렇게 우리 모두 ‘밥심’에 기대어 살아가고 있음을 새삼 떠올리며 청라 씨는 생각합니다. ‘사는 게 뭐 별건가? 잘 먹고, 그 힘으로 잘사는 것. 그렇다면 잘산다는 건? 남 눈치 볼 것 없이 내가 나를 나답게 사는 것. 지금껏 실속 없이 껍데기로만 살던 삶을 내던지고 온전히 알맹이로 살기!’
청라 씨는 시금치, 당근, 완두콩, 구억배추, 울타리콩 등 여러 씨앗을 챙겨 보내며 속으로 당부하고 또 당부합니다. 지금부터는 알맹이만 생각하라고, 그리하여 그녀만의 씨앗으로 솟구쳐 오르고, 그녀만의 밥상을 차려내라고! 이 아픔이 부디 그녀에게 가장 소중한 스승이자 메시지가 되어 그녀의 길을 이끌어주기를, 더불어 거품을 걷어내고 진정 붙잡아야 할 삶이 무언지 가르쳐주기를.
“나는 당신에게 밥을 해주고 싶어요. 당신의 밥이 되고 싶어요”
이 책에는 이렇게 밥상을 통해 우리 삶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하는, 그리고 단단한 삶을 만들어가고 싶은 우리 안의 깊은 욕구를 톡톡 건드리는 이야기 47편이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밥상을 차릴 때 유념하는 ‘청라네 밥상 지침’ 일곱 가지도 팁처럼 실어두었고요.
동지에 팥죽을 끓이고 해님 맞이하러 들판에 나가고, 만두 빚기, 가래떡 굽기 등 아이들과 함께 요리를 하면서 자신의 입맛을 찾는 방법을 알려주고, 모유가 충분하지 않아 땅 엄마가 주신 곡물로 아가죽을 만들고, 조청을 만들고 또 과일이 익어가길 기다리면서 기다림이 주는 깊은 맛을 알아가고, 들판에 널린 온갖 것들을 재료 삼으면서 자연에 순응하는 것이 욕망을 억누르고 가치나 명분에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지금 내게 주어진 모든 것을 역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임을 알아가고, 생일 맞은 자신을 위해, 자신을 닮은 담백한 미역국을 끓이며 힘들 때도 많았지만 용케 잘 살아낸 자신을 축하하기도 하는 등 다채로운 이야기가, 다채로운 소재 속에 맛깔나게 담겨 있습니다.
먹거리를 중심에 두었으나 재료나 레시피 소개를 넘은 참살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부엌에서, 텃밭에서, 뒷산에서 얻은 온갖 생명들로 또 다른 생명인 청라 씨 자신의 몸과 세 아이들을 키워내며 배운 생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요.
이 책을 마무리하며, 청라 씨는 이런 고백 아닌 고백을 합니다.
“만날 밥 사 먹는 사람을 보면, 힘든 일로 지쳐 있는 사람을 보면, 토라진 얼굴로 등 돌린 사람을 보면 밥을 해주고 싶다. 밖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 뭐라도 나눠주고 싶어 하는 사람을 보면 밥을 해주고 싶다. 힘들 때도 많았지만, 용케 여기까지 잘 살아온 나를 위해서도 정성들여 밥을 해주고 싶다. 내가 손수 밥상을 차려내기 전엔 그저 밥 사주는 사람이 멋져 보이고 좋았을 뿐 밥 해주는 사람은 당연하게 여겼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밥 해주는 사람이 얼마나 멋지고 훌륭한지를! 그건 자기 존재를 밥으로 내어주는 보시와도 같다는 것을! 그러니 설레고 떨리는 마음으로 고백해 본다. ‘나는 당신에게 밥을 해주고 싶어요. 당신의 밥이 되고 싶어요’ 하고. 온 세상이 자신을 밥으로 내어준 것처럼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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