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산[鶯鵡山](양미봉) 418m 전남 여수 / 순천
산줄기 : 호남여수지맥
들머리 : 해룡면 선학리 계당마을
위 치 전남 여수시 / 순천시 해룡면
높 이 418m

[고스락의 높이가 잘못 음각된 정상석비]
# 참고 산행기[사네드레]
군량미 쌓아놓던 곡식창고 순천만, 광양만 조망대... 앵무산(418m)
순천만과 광양만의 조망대인 앵무산(418.0m, 일명 양미산)의 북쪽에 위치한 순천은 예부터 산천이 아름답고 물이 풍부하고 인심 좋은 고장으로 소강남으로 불려왔다. 지리적으로 순천은 호남정맥의 조계산과 백운산 등이 동서로 길게 펼쳐진 곳에서 갈려나온 여순지맥이 순천만과 광양만을 사이로 남북으로 뻗어 내리며 순천과 여수를 품었고, 북쪽은 반달형태로 평야가 비옥하고 계곡이 수려한 곳이다.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의 갈대숲은 바람에 스치는 억새들의 속삭임과 철새들의 지저귐이 연인들의 밀어처럼 하모니를 이루고, 유유자적하는 흑두루미들과 S자로 흐르며, 저녁노을과 역광으로 영롱하게 빛나는 바닷물의 철석거리는 소리가 발길을 잡는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앵무산이 일명 양미산으로 기록돼 있는데, 해룡면에서는 앵무산, 순천지역에서는 양미산으로 부르고 있다. 진인호 순천문화원 부원장(011-646-7763)에 의하면, 양미산은 고려시대에 순천에서 생산된 쌀을 백성들의 양식으로 삼기 위해 세금으로 거둬서 쌓아놓은 창고가 있던 해창의 뒷산이라는 의미이며, 곡고산(343m)은 정유재란(1897년) 때 순천 외성에 진을 친 소서행장이 이끄는 왜적과 대적하기 위해 이순신과 권율 장군의 휘하 장병들이 먹을 군량미를 산 중턱에 쌓아놓아 곡식 곡(穀), 창고 고(庫)를 쓴다고 했다.
그리고 앵무산은 꾀꼬리의 고어인 곡고리를 한자화해서 꾀꼬리 앵(鶯)을 쓰는 앵무산으로 변했다고 유추했다. 지역주민들도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앵무산 주변을 장롱 등을 쌓아 노적가리로 위장해서 왜적을 물리쳤다는 설화가 있다고 증언했다.
결국 양미산과 곡고산은 백성들이 먹을 양식이나 군량미를 쌓아 놓은 창고나 노적가리를 의미한 이름이고, 앵무산은 정처불명임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산 전체를 지칭할 때는 양미산, 신흥 마을 뒷산은 천왕봉, 해창 뒷산은 곡고봉, 정상은 양미봉으로 고치는 게 좋을 성싶다. 그리고 고도계에 나타난 앵무산(양미산) 정상의 높이는 418m인데, 곡고산의 높이인 343m로 쓰인 정상석을 세웠고, 지형도에는 곡고산이 앵무산, 한자도 꾀꼬리 앵(鶯)이 앵무새 앵(鸚)으로 잘못돼 있으므로 행정기관과 산악인들이 협의하여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곡고산과 앵무산 정상은 환상의 조망대로 북으로 백운산과 억불봉, 그 너머에는 지리산이 하늘금을 그리고, 서북쪽으로 오봉산, 고동산, 조계산이 다가오고 무등산이 아스라하다. 남쪽은 제암산, 일림산, 월출산, 두륜산이 고개를 내밀고, 동으로는 고흥 팔영산, 운암산, 광양만과 순천만이 눈을 가득 채운다.
이번에는 전주상공회의소(회장 송기태)와 전북산악연맹(회장 엄호섭)이 공동 주관한 노사화합 등산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전북은행 산악부(은행장 홍성주)의 엄정용 대장(임실 지점장)과 한광진 총무(영업추진팀 차장), 한병엽 팔복동 지점장이 인솔하는 회원들과 호남지리탐사회(회장 필자)가 공동으로 광주 백계남씨와 무등산닷컴의 김환기, 하늘기둥님의 안내를 받아 앵무산과 순천만 갈대숲을 답사했다.
천황산~곡고산~앵무산 종주산행
해룡초교에서 863번 지방도를 타고가면 도로변에 신흥 마을표석이 반긴다. 이곳에서 동쪽 마을 안으로 들어서면 작은 정자나무 앞 산불조심 안내판이 있는 곳이 산행들머리다. 빨갛게 익은 구기자 밭둑과 임도를 지나면 능선에서 묘소를 만나게 된다. 북쪽은 순천으로 산줄기가 뻗어가고 마삭줄이 진을 치는 남쪽으로 오르면 고사목에 붙은 버섯들이 고층빌딩 설계도처럼 멋진 자태를 연출한다. KTF중계소가 자리 잡은 천황산에 오르면 지형도 상의 이름은 근사한데 산은 미미하다. 아마도 고조선의 시조 단군왕검인 천황신을 모시던 곳이 아닌가 싶다.
동쪽으로 임도가 있고, 남쪽으로 산줄기가 뚝 떨어지는 잘록이에 분묘이장공고가 여기저기 붙어 있다. 해룡면사무소 윤룡씨에게 문의했더니 남해고속도로의 터널이 뚫리기 때문이란다. 밭길과 김해김씨 묘역을 지나면 지형도에 없는 용전과 도룡을 잇는 2차선 도로가 개설됐다. 도로를 건너 남쪽 철탑이 있는 시멘트길이 끝나는 곳에서 밭 옆으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억새가 흐드러지게 피고 산딸기 가시가 앙칼지게 옷깃을 잡는 곳을 오르면 길 좋은 능선을 만난다. 시야가 탁 트이며 북쪽의 순천 시가지, 해창천과 들녘이 시원스럽게 다가온다.
넓은 임도를 가는데 개를 데리고 곡고산을 다녀오는 염영호 해창파출소장이 일행 중에 백계남씨가 있는 줄도 모르고 백 선생이 등산로를 개척하며 붙여놓은 리본 덕에 산행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필자가 얼른 백계남씨를 소개하자 일행이 웃음보를 터트렸다. 임 소장은 전북은행 산악부의 여자회원이 몸이 아파서 해룡면으로 하산하자 우리에게 데려다준 민중의 지팡이다.
동쪽 광양만, 서쪽 순천과 해창만이 다가오는 감나무단지를 지나면 억새가 흐드러진 능선이다. 산줄기가 서쪽으로 꺾여 내려가면 용전고개에 닿는다. 천황산(2.3km) 동쪽 용전(0.5km), 서쪽 해창을 알리는 이정표가 마중 나오고 철탑과 벤치가 다리쉼하라 권한다.
등산로가 잘 정비된 길을 밧줄 잡고 급경사를 오르면 중턱 우측 100m 지점에 해룡면에서 정성껏 만들어 놓은, 은혜를 베푸는 샘이란 뜻의 혜천약수터가 있다. 김환기님은 ‘順天心(순천심)을 지키자’는 글귀를 보고 하늘이 순한 동네의 인심만큼이나 물맛이 아주 좋다고 했다. 순천시가지와 순천만, 그리고 풍요로운 들녘이 정겹게 다가온다.
사거리로 되돌아와서 급경사를 오르면 등산로 주변에 돌무더기가 많은 것으로 보아 정유재란 때 군량미를 쌓아두었던 합미성의 흔적이 아닌가 싶다. 곡고산에 닿으면 삼각점(광양 25)과 앵무산(1.35km), 해창(1.9km)을 알리는 이정표가 있다(신흥에서 1시간50분 소요). 사방이 탁 트인 조망대로 동쪽은 광양만과 산업단지, 북으로 순천시가지, 서로는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해창면에서 세운 이정표는 곡고산으로 돼 있는데, 지도형에는 앵무산으로 잘못 표기됐다. 남쪽으로 1.3km 지점에 앵무산 정상석이 설치돼 있다. 전북산악연맹 김경근 감사는 숲 해설 하느라 열성이다. 조망을 즐기며 40분 동안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고 실크로드를 걷다가 고도가 뚝 떨어진 앵무산재에 닿으면 동쪽 산수리, 서쪽 계당을 잇는 사거리다.
오름길의 헬기장을 지나 전망대 너럭바위에 서면 사방이 탁 트여 조망이 훌륭하다. 하얀 연기를 뿜어내는 광양만의 공장들이 듬직해 보이고, 바다 가운데 토끼 형상의 묘도가 개발로 인해 비명을 내지르고 있다. 완만한 숲길을 지나면 앵무산 정상에 표석이 설치돼 있다(곡고산에서 30분 소요). 양흥식, 김진호 대장은 고도계가 418m로 나오는데, 정상석과 순천시청 홈페이지에는 곡고산의 높이와 동일하게 343m로 잘못돼 있다고 한다. 차제에 산악인들과 시청에서 이를 명확하게 바로잡아 주면 좋겠다.
[앵무산 고스락에서 조망한 순천만 풍경]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모습과 순천만 갈대가 아름답게 내려다보인다. 뒤돌아보면 지나온 천황산, 곡고산, 앵무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가 인생 여정만큼이나 골곡이 심하다.
앵무산에서 10분쯤 내려오면 소나무숲 삼거리다. 동쪽 하사리(1.4km), 남쪽 해룡남초교(1.2km)를 알리는 이정표에서 동쪽으로 발품 팔면 급경사에 마삭줄이 점령군처럼 나무들을 칭칭 동여 고사시키고 있다. 진주최씨 묘를 내려가면 하사와 능주를 잇는 삼거리를 지나 남쪽으로 직진한다.
[앵무산에서 바라본 첨봉 일몰 풍경]
하사와 율촌을 잇는 2차선 도로변인 솔곳재(지형도는 송곳재)에 강남산악회에서 세운 이정표가 앵무산 2.2km를 알려주고, 정자나무 한 그루가 산객을 마중나온다(앵무산에서 50분 소요).
서쪽으로 내려가 죽동 버스정류소 앞 정자에서 한광진 총무가 정성껏 마련한 안주와 하산주로 산행의 피로를 달랬다.
순천만 갈대밭으로 이동해서 나무로 만든 무진교를 지나면 갈대군락과 인산인해를 이루는 인파가 장관이다. 철썩이는 파도소리와 갈대숲을 속삭임을 뒤로하고 용산 전망대를 오르기 위해 수문다리를 건너 나무계단을 오르면 연이어지는 소나무숲이 솔향기를 뿜어낸다.
전망대서 바라보니 역광으로 빛나는 순천만이 은하수를 뿌려놓은 듯 영롱하게 빛나고, 바람에 하늘하늘 춤추는 드넓은 갈대밭이 장관이다.
*산행길잡이
○제1코스 신흥~(1km)~천황산~(3.5km)~곡고산~(1.4km)~앵무산~솔깃재~(2.5km)~하사리 죽동 <8.4km, 4시간 소요. 점심시간 포함>
○죽동~(35분)~순천만 갈대숲 주차장~무진교~갈대밭~갑문~용산전망대~(2시간)~순천만 갈대숲 주차장 <2시간35분 소요>
○제2코스 용전~(0.5km)~용전고개~(1.5km)~곡고산~(1.4km)~앵무산~(2.3km)~해룡남초교 <5.7km, 3시간 소요>
*교통
드라이브코스 호남고속도로 순천 나들목~17번 국도~해룡면~863번 지방도 / 남해고속도로~호남고속도로~순천 나들목~해룡면~863번 지방도 / 호남고속도로 전주 나들목~남원~구례~순천~17번 국도~해룡면~863번 지방도
순천역→하사→와온 시내버스 이용.
택시로는 해룡에서 하사까지 10분 거리.
*맛집
팔마정(725-0746)은 한정식 전문점으로 1인분에 15,000원. 해물하우스(721-4009)는 해물탕과 아구찜이 전문이다. 전망대가든(742-9496)은 겨울철 장뚱어 전골이 일미.
글쓴이:김정길 전북산사랑회 회장. 수필가. 향토지리연구가. 대산련 전북연맹 기획정보이사. 호남지리탐사회 회장. 저서 <전북 100대 명산을 가다> 등.
참고:월간<산> 200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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