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분고분하게 입을 다무는 페이드. 페이드를 조용하게 만든 그 여자는, 그녀의 코끝에 걸려있는 안경을 밀어올리며 말했다.
"설마, 너같은 덩치가 저 안에 돌입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 아닙니다. 저라고 저 난폭하기로 유명한 리온 레이누하고 같이 들어갈리가 없잖습니까. 저는 페이시드 베이스의 조종을 맡아야 해서요. 난폭하기로 유명한 리온 레이누가 잔인하기로 유명한 유하인군을 찾아주길 바랍니다.]
".........."
끼이익..
조용하게, 차가 어느 골목의 안으로 들어가 멈춰선 그때, 그 여자는 발을 조용하게 들었다.
퍼어억!!!!!
여자의 발이 차체의 바닥을 찌그러 뜨리고, 그 기세에서 문을 차서 떼어버린 그녀는, 항의도 못하는 페이드의 차체에서 내려, 골목안으로 천천히 들어갔다. 그녀의 앞으로, 막혀져 있다고 생각되었던 골목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하나의 어두운 통로의 입구로 되었다. GGG 첩보부 전용의 통로중 하나. 그것은, GGG의 메인오더룸으로 직통하는 길이었다.
페이드의 말에 코웃음을 치는 붉은 머리의 여성, 르네 카디프의 왼팔에서 녹빛의 G-스톤이 번쩍였다.
하인과 헤어진후, 카이는 전력으로 달려 C라인의 한 창고로 향했다. 반입로와 직통으로 연결된 그곳은 GGG중에서는 방비가 허술하다고 생각했고, 일단 그곳으로 진입만 하면 빅 오더룸까지는 그런대로 쉽게 가리라는 계산때문이었다. 정전이 되어 칠흙같은 그 통로를 달린 카이는, 마침내 창고에 도착할수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 서있던 한 은빛 동체의 로봇을 봤다. 그리고, 그 앞에서서 은빛동체의 로봇을 바라보던 한 소년도.
[..........!]
낮익은 모습이었다. 물론, 카이 그 와는 별로 대화도 제대로 한적도 없고, 친해지기도 전에 행방불명된 소년이었지만, 낮익은 모습이었다.
강진호의 뒷모습이, 엘릭서 파워를 내뿜으며 그 자리에 서있었다.
[진...........호?]
카이의 말에, 그 뒷모습의 주인은 그를 향해 그 앞모습을 드러내었다.
머리색은 약간 달랐지만, 강진호가 그를 바라봤다. 엘릭서 파워를 뿜어내면서.
[......너....누구냐..]
이를 악물며, 검을 향해 손을 뻗은 카이. 하지만, 차마 뽑지는 못하고 말았다. 그것을 차분하게 바라보던 소년은, 약간 우울한 목소리로 말했다.
"타블리스라고 합니다. 스파클 파워즈."
[...엘릭서 파워즈냐?]
"스피릿입니다."
엘릭서 스피릿. 그 단어에, 카이는 결심을 굳히고 검을 뽑아들었다. 서늘한 검광이 어둠속에 비쳐나오고, 그것을 바라보며, 타블리스는 특유의 우울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절 아시는 것 같습니다만, 싸우실겁니까?"
[.......적어도, 내가 알았던 녀석은 사람이었다. 엘릭서 스피릿따위는 아니었어.]
"그렇군요.....하긴, 저도 별로 신경쓰기 싫어졌습니다. 이제는.....과거는, 중요한게 아니니까요."
그렇게 말한 타블리스를 향해, 천천히 검을 겨눈 카이. 날이 날카롭게 선 검은 타블리스의 은광을 받아 그 서늘한 기를 더해가고 있었다.
[........과거는....이라고....설마...]
저 녀석이 진짜 강진호 아닐까. 그런생각을 문득하던 카이는, 곧 강해져만 가는 엘릭서 파워에 그 감각을 찾고, 날카롭게 타블리스를 주시하기 시작했다. 절대로 봐줄생각은 없었다. 저 거대한 파워는, 스파클 파워즈인 그의 감각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던 것이었다. 타블리스가 그럴 생각은 없더라고 해도.
치켜든 검에서, 뚝뚝 떨어지는 선혈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죽일 생각을 하고있었다.
그러나, 그 피의 환상은 카이의 신경을 다시한번 마비시키고 말았다.
[........!!!!!!]
붉은빛의 동체를 가진 스파클 파워즈가 갑자기 굳어버리는 것을 무겁게 바라보던 타블리스는, 조용히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갑니다."
그리고, 은광이 번쩍였다.
[!]
타블리스를 중심으로 한순간 일어난 은빛의 섬광. 그것은, 카이와 뒤쪽의 로봇동체를 감싸며 퍼져나가고, 한순간에 다시 그 공간에 어둠을 불러왔다.
은광은, 이제 로봇의 주위에만 떠돌고 있었다.
- ......엘, 타블리스!
[.....치잇...!]
방심했다, 라고 생각하며 칼을 들어올린 카이의 눈 위로, 은빛의 로봇, 엘 타블리스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굉음과 함께 푸른섬광이 어둠을 뚫고 지나갔다. 어두움을 부드럽게 감싸던 전의 은빛과는 달리, 푸른섬광은 검은색과 섞이며 더욱 섬뜩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푸른섬광이 사라졌을때, 푸른빛의 거신이 은빛의 거신을 마주보고 있었다. 용자왕을 본따 인간이 만들은 스파클 파워즈의 동체. 하지만 지금, 그 푸른빛의 거신은, 섬뜩한 빛을 뿜어내는 검을 뽑아들고 은빛의 엘 타블리스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지금 로봇이 아니었다. 스파클 파워즈도 아니었다.
[세이버 엘 카이져!]
그는, 살의의 마음을 되새기기 시작한 칼잡이었다.
- 갑니다!!
엘 타블리스가 허리의 장갑에서 검을 뽑아들었다. 은빛의 광채가 나고있는 그 검을, 빠르게 찔러들어간 엘 타블리스. 세이버 엘 카이져도 그 검을 들고 맞서갔다.
채앵!!!
은빛도 청빛도 아닌, 불꽃이 그들의 사이에서 번쩍이기 시작했다.
키이잉.....!
전에까지는 전혀 들리지 않는 소리가 해저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그것은, 바로 용자들이 잠겨있던 곳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제이닷샤, 구동계 45%기동불능. 어떻게든 억지로라도 움직일수 있기는 하지만..}
{블레이즈 로더, 구동계 30% 기동불능. 당분간은 무리입니다.}
{로코모라이저와 마이트 윙도 심각하게 당했다. 어떻게든, 작업하면 움직일수는 있겠지만.}
데커드, 듀크, 가인의 잡음섞인 목소리가 통신기를 타고 마이토의 귀에 들어왔다. 간신히 정신을 차린 그들은, 움직일수도 없는 몸을 간신히 변형시켜, 어떻게는 해저에서 그들의 서포트 메카를 회복시키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던 것이었다. 하지만, 제일 전방에 있어서, 통로의 가운데에 일어난 폭발을 그럭저럭 피한 드릴특급 2를 뺀 나머지 메카들은, 피해가 상당히 심한 편이었다. 당장은 움직일수 없을정도로.
그렇게 말하는 가인이나 듀크의 모습도, 폭발에 가열되었다가 바닷물에 급속냉각되어 장갑에 금이가고 깨진 처참한 모습이었다.
"......어떻게든 부탁한다. 우리의 정확한 위치를 잡으면 구조와러 오겠지."
{응급수리가 마무리되면 지원하겠다. 부탁한다!}
{외장은 어느정도 됐어........어서 가라, 마이토!}
데커드와 가인의 목소리에, 마이토는 손을 뻗어 콕핏의 계기판을 체크하기 시작했다. 천천히, 어둠속에서 그 빛을 찾기시작하는 계기판과 콕핏. 그것에 맞춰, 마이토가 조종간을 힘껏 밀었다.
"간다!!! 카이져 머신즈!!!!!"
콰아아아아아아아!!!!!!
드릴특급 2가 어두운 해저에서, 한번, 세차게 요동치더니, 뒤에서 밝은빛을 밝히며 그대로 튕겨나갔다. 뒤쪽의 카이져캐리어를 분리하며 위로 솟구친 드릴특급2의 뒤로, 카이져 캐리어에서 튀어나온 다섯대의 카이져 머신이 뛰쳐나왔다.
그대로 뒤쪽으로 기다란 물줄기를 남기며 솟아오른 드릴특급2. 그것의 날카로운 드릴의 끝은, 바로 GGG 베이타워기지를 노리고 있었다.
"체인지 마이트 카이져----!!!!!!!!"
드릴특급 2의 드릴이 회전하며 그대로 베이타워 기지에 작렬한것과, 그와 동시에 카이져 머신즈가 드릴특급 2로 뭉쳐진것은 한순간 이었다.
{마이트 카이져 2, 기동!!!!}
"잡았네..."
그것은, 마이트아머가 레드건과 블루건의 공격에 쓰러진 바로 다음순간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앙!!!!!!!!!!!
"응?"
"에?"
한순간 폭발이 저쪽 벽에서 일어나더니 물줄기가 세차게 쏟아져 나왔다. 다크엔젤과 데스캐리건이 얼빠진 얼굴로 그것을 바라보는 가운데, 물줄기를 헤치며 붉은빛의 용자가 나타났다.
[아니!?]
[뭐, 뭐야!!?]
레드건과 블루건이 놀라는 목소리에, 마이트아머의 '노이즈 섞였던 AI'는 간신히 제 상태를 찾을수 있었다. 동력이 끊겨 굳어있던 몸에 전력을 집어넣는 마이트 아머의 눈으로, 세찬 물줄기를 받으며 그 웅장한 모습을 베이타워 기지에 드러낸 용자, 마이트 카이져2가 들어왔다.
{사랑의 날개에 용기를 싣고서, 돌아라, 정의의 대차륜! 용자특급 마이트카이저,기대대로 바로 지금 도착!!!}
마이트 카이져의 등장. 그것은, 레드건과 블루건에게는 상당한 임팩트였다. 갑자기 기지의 외벽을 뚫고 들어와 멋진 대사를 읊는 용자. 하지만, 데스캐리건에게는 별 임팩트를 주지 못한듯 했다.
"헤에.....벽속에 격벽이 따로 들어있나봐. 물이 멈췄는데, 외벽에 막혀서."
"......저기, 지금 비상상황아닌가?"
"흐음.....그런걸지도."
태연자약한 데스캐리건의 모습에 한숨을 쉰 다크엔젤과 멍해져버린 레드건과 블루건. 그들의 신경이 한순간 데스캐리건에게로 향한 그때, 마이트카이져는 재빨리, 저 멀리에 쓰러져 있던 마이트아머에게로 다가갔다.
뒤쪽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키는 마이트아머의 앞을 막으며, 마이트카이져는 어느샌가, 다크엔젤과 데스캐리건의 앞을 막는 레드건과 블루건을 바라보았다.
{네놈들은.......!?}
"붉은쪽은 레드건! 푸른쪽은 블루건! 저 뒤쪽에 쓰러져있는 염룡과 빙룡이라는 용자로봇의 카피판!! 덧붙여 나는 엘릭서 스피릿 데스캐리건에 이 꼬마는 엘릭서 스피릿 다크엔젤!!!!"
........그렇게 소리친것이 마이트아머라면 고맙다라고 답하는것이 당연하겠지만, 무척이나 밝은 목소리로 그렇게 소리친것은, 레드건과 블루건의 뒤쪽에 서있던 두명의 여자(적어도 마이토의 눈에는)중 나이가 들어보이는 쪽이었다. 그것에 비틀거리지 않은것만으로도, 폭풍의 용자는 대단하다고 칭송받아야 할것이다. 보통사람은 당황과 황당에 쓰러질테니까.
".........................제발...!!! 왜 가르쳐 주는거야앗!!!!"
".......훗, 나 친절하지? 역시 나는 착하다니까."
한순간, 세대의 로봇이 한여자를 물끄러미 쳐다보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경악을 넘어서 분노까지 담은(심지어는 자기편인 레드건과 블루건에게까지도) 그 시선을 받으며 당당하게 V자를 그린 그 데스캐리건은, 옆에서 말도 못하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하는 다크엔젤을 무시하며 당당하게 소리쳤다.
"네 녀석이 마이트카이져로구나!!! 여기까지 들어온것은 가상하지만, 들어온 이상 그냥 보내줄수는 없다! 나, 엘릭서 스피릿 데스캐리건의, 신마저 초월한 미모의 날개에 투지를 실어 널 처단해주지!!"
{......................................................}
"오~호호호호호!!!! 역시 이 나의 미모에 반해서 움직이지 못하는 건가? 아니면 내 투지에 겁을 내는건가? 떨고있는 모습이 귀엽구나아~~!!!"
"아무도 떨고있지 않아앗!!!!!! 저 로봇에서 귀여움따위는 느낄수도 없다고--!!! 제발 좀 진지해져 달란 말이얏---!!!!!!!!!!!!!!!!!!"
곧이어, 스무살정도로 보이는 여자와 열네살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볼만한 격투를 벌이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마이트카이져는, 역시 진땀을 흘리며 그것을 내려다보는 레드건과 블루건에게 넌지시 말을 걸었다.
{...............저 여자들이 엘릭서 스피릿이라고....?}
[........아까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르겠.....그런것 같군.]
[........도저히 깨닫지 못하겠는데 말이지.]
....................한순간 전장에는 고요가 흐르고, 전시를 가정해 암묵적 휴전을 한 데스캐리건과 다크엔젤은 다시 마이트카이져를 날카롭게 쏘아보기 시작했다.
{.....................무슨이유로 이곳을 습격했나!}
".........적이 적의 기지를 습격하는데 이유같은게 필요할까?"
다크엔젤의 차가운 말에 데스캐리건은 심히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데이타 가지러 왔다고 솔직하게 말하면 상황설명 다 되는데...' 하지만, 그 중얼거림을 무시한 다크엔젤은 마이트카이져를 보며 다시 말했다.
"안됐지만, 혼자 들어온것은 무모했어. 여기서 끝장을 보는수밖에 없겠는데?"
{뭐라고!?}
"레드건, 블루건. 합체다. 어떻게 하는지는 알고 있을거야."
[............롸져.]
[맡겨주십시오!!!!!!]
"데스캐리건, 저녀석은 네가 맡아줘."
"에?"
"너, 기체의 성능같은것은 실력으로 커버하는 데에는 전문이잖아. 오랜만에 직접 조종하는것, 보고 싶어."
"......................아아, 나의 아름다운 조종실력은 같은 여자도 반하게 하는구나~!"
"......................"
다시 전장에는 고요가 흘렀다.
[.......아, 아무튼 갑니다.]
[.......좋, 좋아!!! 간다, 블루건!!!]
[신메트리컬 도킹!!!!!!]
하나의 목소리로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블루건와 레드건. 둘의 팔이 돌아가며 직각으로 고정되고, 그들의 머리쪽으로 그들의 가슴장갑이 올라갔다. 등에 붙어있던 블루건의 크레인과 레드건의 사다리가 분리되고, 등쪽 장갑이 머리위로 올라옴과 동시에 그들의 고정되었던 팔이 위로 올라가 그 장갑과 합체, 고정되었다. 다리가 대퇴부를 중심으로 뒤로 꺾이고, 그대로 합체되어 하나의 거대한 형체를 만드는 둘. 다리에서 그 형체의 팔이 튀어나와 합체되고, 그들의 사다리와 크레인이 허리에 합체되었다. 그리고, 블루건의 크레인 뒤쪽에 있던 머리, 레드건의 사다리 밑에 있던 가슴판이 합체함과 동시에, 썬더 바이킹이 빛을 뿜으며 완성되었다!
[썬더--!!! 바이킹---!!!!]
초류진과 아주 똑같이 생긴 썬더바이킹. 그 모습이 마이트카이져와 마이트 아머의 앞에 드러났다.
{이익!!}
[......놈은, 제가 맡겠습니다.]
조용하게 말하며 썬더 바이킹의 앞으로 나온 마이트 아머. 아까의 공격으로 깨져나간 왼쪽눈의 글래스에서는, 카메라의 붉은빛이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아까의 빚은 갚아 주겠다!]
카카카카카캉!!!
그대로, 앞으로 달려 들어가며 개틀링건을 쏘기 시작하는 마이트 아머, 그것에, 썬더 바이킹도 양손의 더블건을 쏘며 돌격하기 시작했다.
[이쪽도 아까같지는 않을거다!!!]
두 로봇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자, 그러면 이제는 내 차례군."
아까 푼수를 피던 모습과는 정 반대의 모습. 데스캐리건이 약간의 웃음을 머금으며 손을 위로 들어올리는 모습을 응시하며, 다크엔젤은 몸을 뒤로 물렸다.
다크엔젤의 등 뒤쪽으로, 검은빛의 날개가 뻗어올랐다.
- 나타나라, 나의 또하나의 모습이여!!!
한순간, 데스캐리건을 중심으로 붉은 빛이 세차게 뻗어오르기 시작했다. 강렬한 빛의 줄기는 그대로 빅 오더룸을 휩쓸기 시작하고, 그것에 마이트카이져는 움찔하며 뒤로 약간 물러나고 말았다.
{크윽!}
갑자기 전광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콕핏에, 마이토는 신음을 흘렸다. 단순한 빛인 그것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실려있어, 단순히 그 빛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센서가 엉망이 되는 것이었다.
빛의 줄기는, 마이트 카이져가 힘겹게 두발자국을 물러난 후에야 멈추고 말았다. 데스캐리건이 있는 곳을 바라본 마이트카이져는, 그곳에 서있는 하나의 모습을 발견했다. 약 30m정도. 순백에 군데군데 붉은 빛이 들어가 있는 로봇의 몸. 어깨에 붙어있는 큰 장갑과 등 뒤쪽 밑으로 뻗어있는 날개. 그 포에 하나씩 붙어있는 기관총을 빼고는, 전체적으로는 여성의 곡선을 띄고 있었다. 하지만 엘 타블리스에 비하면 훨씬 거칠은 그 모습에 약간씩은 비례에 맞지 않는 듯한 부분도 있었다.
조용조용히 말하는 엘 데스캐리건의 말은 허세를 부리고 있었지만, 전혀 허세를 부리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지않고 있었다.
강자인 그녀에게는, 그렇게 말하는것이 오히려 어울렸다.
{뭐라고!?}
- 실력은 잘 보고 있었어, 미소년....하지만, 그 정도 실력으로는 나를 막을수가 없어!!!
부웅!!!!
오른팔의 장갑이 십자가같은 모습으로 변형되고, 그것을 오른손에 옮겨 쥔 엘 데스캐리건. 그 십자가모습의 칼자루의 끝에서, 빛의 날이 뻗어오르기 시작했다. 거의 마이트카이져의 키만한, 폭마저 넓은 대검. 그것을 한손으로 들어올리며, 엘 데스캐리건은 그대로 마이트카이져를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크윽!! 카이져 빔!!!!}
콰앙!
마이트 카이져의 이마에서 뻗어나온 광선이, 똑바로 엘 데스캐리건에게로 뻗어나갔다. 하지만, 발로 땅을 차며 뛰어올라 그 빔을 피한 엘 데스캐리건은, 등과 어깨의 스러스터를 뿜어내며 위로 올라갔다.
- 흥!!
{이익!!!}
엘 데스캐리건은 날아오른 그 자세에서, 오른손에 들었던 그레이트 소드를 그대로 집어 던졌다. 완벅한 원을 만들며 그대로 마이트카이져를 향해 쏘아진 그 대검은, 예상치도 못한 공격에 간신히 피한 마이트 카이져의 어깨를 살짝 치고 뒤의 벽에 꽃혔다. 그 순간, 두 손에서 붉은 빛을 발하며 마이트 카이져를 향해 날아든 엘 데스캐리건.
두 로봇이 서로 세차게 부딛쳤다.
{으윽!}
- 자아, 나가자!!!
순간 강렬하게 분사되기 시작한 엘 데스캐리건의 등의 스러스터는, 그대로 마이트카이져를 밀치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버티려던 마이트카이져는, 그대로 엘 데스캐리건에 떠밀려 빅 오더룸의 외벽에 부딛쳤다. 거기에는 엘 데스캐리건의 그레이트 소드에 꽃혀 있었다.
쿠웅!!!!!
그 순간, 엘 데스캐리건은 손을 뻗어 그레이트 소드를 움켜쥐고 그대로 내리긋고 말았다. 그리고 그것과, 마이트카이져가 부딛친 충격에 갈라지기 시작한 외벽이 그대로 터져 나갔다.
- 썬더 바이킹, 그 녀석도 데리고 나와!!!
[라져!!!!!]
엘 데스캐리건의 말에, 서로 총을 쏘아대던 썬더바이킹과 마이트아머중 마이트 아머가 먼저 움직였다. 그대로 돌진해 마이트아머를 밀어붙힌 썬더바이킹은, 크레인을 이용해 마이트아머를 조금 들어올렸다.
[무슨...!]
조금이었지만 그것으로 발에 땅이 닿지 않게 되어버린 마이트 아머. 그 터지기 시작한 외벽에 마이트카이져를 밀어붙이고 있던 엘 데스캐리건은 그순간, 무서운 힘으로 마이트카이져를 밀어붙였다.
{우아악!!!}
콰아아앙!!!!
외벽이 완전히 터져나가며, 마이트카이져와 엘 데스캐리건이 베이타워 기지에서 바닷속으로 튀어 나왔다. 거의 동시에 마이트아머를 들고 그 구멍으로 밀어붙힌 썬더바이킹과 마이트아머로 바닷속으로 튀어나오고, 네대의 로봇은 밖으로 나온 순간 서로 떨어지며 수면을 향해 상승하기 시작했다.
"아아....정말...."
검은빛의 날개를 천천히 움직이며 한숨을 쉰 다크엔젤. 그녀의 앞으로, 비상 격벽이 작동되어 엘 데스캐리건이 뚫은 벽이 메워지고 있었다.
"........별수없네. 데스카이져, 들려?"
{.......보고있다.}
"엘 데스캐리건이 밖으로 나갔어. 나는 엘 데스캐리건을 지원하겠으니, 네메시스가 작업을 마치면 따라 나와줘."
{알았다.}
리시버로 들리는 데스카이져의 무뚝뚝한 목소리가 끊긴것을 확인한 다크엔젤은, 피식 웃으며 눈을 감았다.
- 정말...나도 그렇지만, 모두 쉽게 열받는단 말이야..
그녀의 몸에서 붉은 빛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가이의 공격은 정확하고 강력했지만, 카르카스의 방어는 훨씬더 정확하고 완벽했다. 가이가 주먹을 내지르면 카르카스는 그것을 슬쩍 흘리며 카운터 공격을 날리고, 잡으면 재빨리 풀으며 킥으로 얼굴을 후려 쳤다. 발차기를 시도하면 몸을 약간 옆으로 돌리며 그것을 피하고 그대로 어퍼컷을 날리고, 그 공격에 다시 이으며 어퍼컷을 시도했다. 그 공격은 하나같이 정확하고 완벽하고, 강했다.
강하다. 너무 강하다.
콰앙!!!
"윽!!!"
마지막의 어퍼컷에 다시 날아가 벽에 몸을 심하게 부딛쳐버린 가이. 이를 악물며 억지로 일어나기는 했지만, 이미 한계인것은 분명했다. 이미, 입에서는 가늘게 피까지 흐르고 있던 것이었다.
"그렇게 터져도 일어나는군. 사람을 잘못보지는 않았는데."
그렇게 한계에 다다른 가이와, 시원시원하게 말하는 카르카스는 대조되는 것이었다.
"젠....장...!"
"그 정도가 한계는 아니겠지? 좀더 힘을 내봐."
적이라고 하기엔 친절한 목소리가 오히려 가이를 도발하고 말았다.
"시끄러워!"
"......오랜만에 싸울만한 상대를 찾았다. 그런데 이정도라면...하이퍼 모드를 사용해라. 네 녀석이 얼마나 할수 있는지, 보고 싶다!"
이미 물러서기에는 틀린 일이었다. 앞으로 나갈길은, 전력을 다해 만들수 밖에 없었다.
가이는, 그의 머리의 에너지 이큐미터를 잡아, 돌렸다.
"하이퍼 모드!!!!!!!!!!"
번쩍!!!!!!!
가이의 몸이 갑자기 황금빛으로 번쩍인 것을 본 카르카스는, 씨익 웃으며 몸을 뒤로 날렸다. 카르카스가 서있던 그곳으로, 아까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의 가이의 주먹이 내질러 졌다. 카르카스가 그것을 피한것은 아주 간발의 차였던 것이다.
"그래, 그 정도는 되어야지!!!"
"아직이다!!!!"
그대로 서로를 향해 땅을 찬 둘. 둘의 공격이 서로 부딛치기 시작했다. 정상인의 눈으로는 전혀 보이지 않을정도의 속도로, 둘은 서로 공격을 주고받으며 교차하기 시작했다.
"지금, 너에게 질수없어!!!!!"
소리를 지르며 그대로 주먹을 내지른 가이. 이번에는 막을수 없었다.
퍼억!!!!
가이의 오른주먹에 그대로 얼굴을 얻어맞은 카르카스. 그의 머리가 세차게 젖혀졌다. 하지만, 그 강력한 공격중에도, 카르카스의 오른주먹은 그대로 뻗어지고 있었다.
퍼억!!!!
카르카스의 오른주먹에 가격당한 가이. 그의 몸과 카르카스의 몸이, 공중에서 서로의 공격에 회전하며, 세차게 튕겨나고 말았다. 간신히 안전하게 착지하는 둘. 그 둘은, 신음을 흘리며 서로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거봐. 힘이 나지?"
카르카스는 입에서 흐르는 피를 쓱 닦고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가이라고 별수 있는가. 웃는수 밖에.
"......정말, 나와 싸우기 위해서만 온건가?"
"다른것은 생각 안해."
순수하게, 강한자와 싸우고 싶다. 그 순수한 투지에 가이도 미소짓고 말았다.
"3분이면 얼마 안남았다. 와라!! 사이보그!!"
"우와아아앗!!!!!!"
기합을 넣으며 그대로 서로를 향해 돌진한 가이와 카르카스. 둘의 주먹이 서로를 향해, 그들 최고의 힘을 싣고, 뻗어졌다.
퍼어어억!!!!!!
카르카스가 노린 부분은 복부. 가이가 노린부분은 얼굴.
공격을 완성한 것은 카르카스였다. 하지만, 카르카스의 주먹이 배에 닿기 바로 직전에, 가이의 주먹도 카르카스의 얼굴을 후려첬다.
퍼억!!! 퍼억!!!!
"크윽!!"
"커헉!!!!"
후려친 그 순간에 어퍼컷이 작렬했다. 가이는 그 거대한 파워의 어퍼컷을 그대로 받았고, 카르카스쪽은 그의 공격에 반감되었긴 했지만 강력한 가이의 공격을 주고받고 말았다. 서로의 몸이, 서로의 공격에 튕겨나가며, 그대로 땅에 뒹굴고 말았다.
"으....윽..."
엎어진 상태에서 간신히 고개를 든 가이였지만, 그의 황금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대로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그러나, 카르카스쪽은 얼굴을 감싸며 간신히 일어날수는 있었다.
"...............으, 으윽...이어, 오느으 이기어가?"
그리고 피를 밷어내기 시작하는 카르카스. 아무래도, 이빨이 부러진듯했다. 그것도 몇개는.
참고로, 해석하자면 '이거, 오늘은 이긴건가?'
가이와 카르카스의, 대단히 순수하고 열혈이 넘치는 격투전에 비하면, 하인과 데스트로이어의 전투는 서로의 몸이 닿지 않는 무기를 쓰는 전투를 하고 있었다. 둘의 성격도 열받으면 뒤도 안보고 주먹을 날리는 성격이 아닌, 열받을수록 적의 약점만 노려 공격하는 성격이었으니, 자연스럽게, 빠르지만 전혀 열혈은 아닌 전투를 벌일수 밖에 없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데스트로이어는 하인에게 접근에 총부터 베어버리고 목과 어깨와 다리만 공격하고 있었고, 하인역시 계속 새 총을 꺼내 데스트로이어의 얼굴, 어깨, 다리만 공격하고 있었다. 아아, 이것이 용자의 싸움이란 말인가.
촤악!!!
다시, 데스트로이어의 플라즈마 소드가 하인의 권총을 베고 재빠르게 목을 베어 들어갔지만, 하인은 그것을 뒤로 물러나 간발의 차로 피하며, 다시 코트 주머니에서 권총을 꺼내 데스트로이어의 이마를 노리고 쏘았다. 그것에, 데스트로이어의 투구가 맞고, 그것에 투구가 약간 금이 가고 말았다.
".........!"
약간 놀란듯, 데스트로이어는 멈칫했고, 그 틈을 노려 하인이 재빠르게 총을 발사했다. 알아채고 재빨리 피한 데스트로이어였지만, 그 어깨에 총알이 적중되고 말았다.
".......쳇, 또 빗맞았군."
"..............하나, 물어봐도 죌까."
굉장히 나직한 목소리에다가, 아까 이름을 물어보고는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에, 하인은 약간 멈칫했다. 그래도, 총은 계속 겨누고 있었지만.
".......뭐지?"
"지금까지, 네가 꺼낸 총이 몇자루라고 생각되지?"
"글쎄."
"다 합해 18자루에 탄환만 260발 쐈다. 그중 나에게 맞은것은 17발."
".......그런데?"
"대체, 그런 많은 권총이 들어갈 자리가 어디있는거지?"
한가한 하인의 목소리에, 그를 주시한 데스트로이어. 그 순간, 하인이 코트 안쪽으로 손을 뻗는 것을 본 데스트로이어는, 그대로 하인을 향해 달려들어갔다.
하인이 등 뒤에서 대구경의 오토매틱 라이플을 꺼내 난사하기 시작한 것은 그때였다.
"!!!!!"
퍼퍼퍼퍼퍼퍽!!!!!!
데스트로이어의 전신에 철갑탄이 명중했다. 총의 비. 유 하인의 인간을 뛰어넘는 반응속도와 완력만으로밖에는 다룰수 없는, 이른바 '하인 스페셜 사양'의 148구경 오토매틱 라이플이 쏟아내는 총알이었다. 그만한 라이플에 들어가는 탄환 80발이 모두 데스트로이어의 전신에 쏟아졌다.
".......쳇, 역시 빨리 떨어지는군."
총탄이 떨어지고, 탄약냄새가 가득한 그곳에는 라이플을 들고 서있는 하인과 전신에 총을 맞고 바닥에 쓰러진 데스트로이어만 남았다. 그때가, 하인에게는 바로 바라 마지않던 기회였다.
"...............돌아버리는 줄 알았네...."
사이보그여서, 전신에 총탄을 맞아도 작은 상처만 입을뿐인 데스트로이어가 정신을 차려서 살짝 고개를 들었을때, 하인은 주머니에서 여유롭게 담배를 꺼내 입에 물고 있었다. 불을 붙이고, 기분좋게 숨을 들이키고, 내쉬는 모습에, 데스트로이어는 순간 멍해졌다.
"후우......죽는줄 알았어."
"..................으윽..."
작게 신음을 내며, 간신히 일어나는 데스트로이어. 하지만, 곧 다리에서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무너지듯 주저않고 말았다,
"미안하군. 양쪽다리에는 80발중 50발을 쐈다. 그 정도여야 움직이지 못할거라고 생각했거든. 참고로, 20발은 양손에. 손에 힘 안들어가지?"
"..............네놈....!"
"결판은 난거 같군. 확실하게 재워둬야 겠지."
총을 휙 돌려 총구를 잡은 하인은, 그것을 들어올리며 싸늘하게 웃었다. 그것을 잡은 오른손에서는, 지금 붉은 빛이 한껏 솟아오르고 있었다.
".................큭..!"
퍼어어억!!!!!!!!!!!!
하인에 의해 내려쳐진 라이플의 개머리판에, 데스트로이어는 그대로 후두부를 후려맞고 말았다. 한순간 굳었다가, 그대로 땅에 쓰러지는 데스트로이어. 그것을 보고있던 하인은, 라이플의 매거진을 교체한 후, 데스트로이어의 머리위에 담배재를 털었다.
"갈까."
탄약냄새가 진동하는 통로에 담배냄새까지 남긴 에보류더는, 쓰러진 엘릭서 스피릿을 두고 유유하게 새 담배를 물으며 통로를 걷기 시작했다.
베이타워 기지, 메인 오더룸.
".......흥. 데스트로이어 녀석이 당했군..."
콘솔에 기대어 앉아서 폐쇄 카메라로 하인, 데스트로이어와 가이, 카르카스의 모습을 보던 데스카이져는, 귀찮다는 듯 중얼거리며, 아주 귀찮다는 듯 통신기를 들고 말했다.
"모두에게. 카르카스는 사이보그를 해치우고 귀환중. 데스트로이어녀석은 지금 적 에보륟에게 당했고, 타블리스는 세이버 엘 카이져와 교전중. 데스캐리건과 다크엔젤은 외부로 나가 확인불가. 네메시스, 뭐하나?"
{.......응? 아. 거의 다 했다. 필요한 데이타들은 이미 다 복사했어. 다만...기밀섹션에 있던 자료들이 문젠데...잘 안깨지는데....}
"........기밀?"
{아, 좀 기다려봐. 다 깼다.....응?......오오?.......엇! 이건....}
"? 뭐야?"
{호오....오오....우우.....오호.......이건.......데스캐리건이 좋아할만한 데이타....엄청난 분량이다...좋아, 이것도 가지고 가자!!!}
".......이봐, 어이."
{............}
그리고 응답없는 통신기. 데스카이져는 의심간다는 듯이 그가 들고있던 통신기를 보다가 어깨를 으쓱하며 통신기를 집어 던졌다.
"뭐야, 이녀석......뭔가, 괜찮은 정보라도 발견했나 보군..."
콰앙!!!!
르네 카디프가 메인오더룸으로 들어온것은 바로 그때였다. 이큅상태에서 대전차로켓포를 든 상태에서 그대로 문을 부수고 들어온 르네가, 대전차포를 데스카이져에게 겨눈것과, 데스카이져가 여유롭게 그녀를 돌아본것은 거의 동시였다.
".......누구냐!!!!"
"누군지도 모르면서 그런것을 겨누는건가."
물어본 사람이 오히려 미안해질정도의 말을 여유롭게 해서 더 그 효과를 배가시킨 데스카이져는, 다시 여유롭게 고개를 돌려 스크린을 바라보면서 르네를 바보로 만들어 버리고 말았다.
물론, 르네는 무시당하는 것은 못참는 성격이었고, 인간 이상의 상대라고 판단하는 상대에게는 상당한 폭력을 구가하는 스타일이었다. 일단 주위를 돌아보아 메인오더룸에 있던 사람들이 저 구석에 쳐박혀 있는것을 확인한 르네는, 주저없이 대전차포를 데스카이져에게 발사했다.
콰앙!!!!!
그냥 이름만 대전차포가 아니다. 그 이름대로 확실한 파괴력을 내보이는 대전차포는 그대로 데스카이져가 앉아있던 장관석을 향해 날아가고, 폭발과 함께 지독할정도의 폭연을 내뿜었다. 이 정도면 사람이라면 살아남지 못할 정도였다.
사람이라면.
"허술하군."
한순간 안심했던 르네가 데스카이져의 그 말에 퍼뜩 정신을 차린순간, 뒤쪽에서 누군가가 그녀의 목을 움켜 잡았다.
"컥!!!"
그 손아귀의 힘은, 아무리 사이보그라도 버텨내지 못할정도로 강했다. 한순간 목이 졸리며 온몸에 힘이 빠지고, 르네의 손에서 힘없이 대전차포가 떨어졌다. 그런 르네를, 뒤에서 잡은 데스카이져는 그녀를 한손으로 잡고 그대로 들어올렸다.
"잘 들어라. 내 이름은 엘릭서 스피릿 데스카이져다."
"컥..............!!!"
"네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모르는 사람한테 저런 것을 쏘다니. 그 정도로 해줬으니 그만큼 답해주지."
그렇게 말한 데스카이져는, 그대로 르네를 집어던지고 말았다.
"아악!!"
퍼억!!!!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나가떨어진 르네는, 그대로 날아가 앞의 대형 스크린에 쳐박히고 말았다. 그대로 튕겨져 나가며 바닥으로 떨어진 그녀에게는 일별도 안주며, 데스카이져는 천천히 콘솔로 걸어와 그것의 스크린에 비쳐지는 다른 엘릭서 파워즈의 모습을 보기 시작했다.
"....네놈이 데스카이져냐?"
하인이 들어온것은, 바로 그때였다. 뒤에서 들려온 그의 목소리에, 천천히 돌아본 데스카이져. 약간 예상은 못했다는 듯한 시선이 하인에게 전해져 왔다.
"알고있던건가, 아니면 추측한건가?"
"맞을 확률은 1/6이었지. 주사위 굴리는것하고 똑같다."
"그런가......꽤 빠르군. 데스트로이어를 본것은 방금 전이었는데."
"빈정거림이라고 생각하겠어."
드르르르르르륵!!!!!!!!
아까, 데스트로이어를 쓰러트렸던 오토매틱라이플의 탄환이 데스카이져를 덮치기 시작했지만, 그것들은 순간 펼쳐진 빛의 장막에 가로막혀 튕겨나가고 말았다. 빛의 장막 너머에서, 여유롭게 하인을 돌아본 데스카이져.
데스카이져가 손을 휘저으려는 찰라에 움직인 하인이었지만, 데스카이져의 손에서 뻗어나온 광파를 완전하게 피하지는 못했다. 얇은 칼날같은 그 붉은빛의 광파에 오른쪽 어깨를 적중당한 하인은, 그 충격에 메인 오더룸의 벽에 부딛치고 말았다.
"큭!!"
".........이놈이나 저놈이나, 그냥 들어와서 몇대 갈기고 한방에 뻗는군."
"........빌어먹을, 저런 새끼고양이에 날 빗대지마..."
"시끄러워!!!!!"
정신을 차린 르네는 고함을 지르며 뛰어올라, 데스카이져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데스카이져는 표정하나 바꾸지 않으며, 르네의 빠른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익!!! 하이퍼 모드!!!"
단번에 하이퍼모드까지 펼치며 맹공을 펼치는 르네. 이번에는 무기를 쓰지 않는 근접전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이었다. 집요한 연속공격으로 몰아붙인다.
하지만, 데스카이져는 그녀가 지금까지 상대해왔던, 바이오네트등의 어떤 수인이나, 어떤 사람과도 달랐다. 르네가 하이퍼모드에서 펼칠수있는 모든 공격을 막고 있었다. 주먹을, 무릎을, 다리를, 팔꿈치를, 타격뿐만이 아니라 관절을 잡으려고까지 했다. 그러나, 그 모든공격은 데스카이져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막고, 흘리고, 피했다.
"........이곳의 인간들은 배움이라는 것을 모르나 보군."
퍼억!!!!!!
"악!!"
단순히 팔을 뻗은 것으로 일어난 충격파가 르네를 덮쳐 뒤로 주욱 밀려나게 하고 말았다. 그대로 밀려나가며, 벽에 부딛치며 바닥에 엎어지고 만 르네. 그녀의 황금빛이 그대로 사라졌다. 그녀에게 천천히 걸어가 발끝으로 툭툭 건드려본 데스카이져는, 움직임이 없는것에 약간의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흥....별 볼일도 없는 녀석들이...응?"
바로 그때, 데스카이져는 문득, 자신의 몸이 약간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마치, 고속으로 내려가는 엘레베이터에 있는 것 처럼.
이 메인 오더룸이 내려가고 있었다. 아니, 떨어지고 있었다, 고속으로.
"..............!"
어깨에서 대량의 피를 흘리고 있던 하인은, 놀란 빛을 비치는 데스카이져의 모습을 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었다.
"괴물을 퇴치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지."
점프하려고 했던 데스카이져의 발목을 잡는 것이 있었다. 르네의 손. 그것은, 데스카이져를 누르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AI 자기수복기능을 작동시키며 가사상태의 AI와 작동불능의 동체를 수복하고 있던 효류와 엔류는, 갑자기 빅 오더룸에 울려퍼진 엄청난 진동에 황급하게 전 기능을 작동시켰다.
[큭...뭐지?]
[.......배리어 리프가!!!]
엔류와 효류의 카메라에, 전까지는 메인오더룸에서 내려오는 배리어 리프가 있어야할 자리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폭발같은것은 아니라, 무언가가 떨어지면서 일어나는 연기같은 것이었다.
"...................무모한 녀석들...."
효류와 엔류의 눈에는 별로 파손되지 않은모습의 배리어 리프. 그 중심에서 붉은빛의 장막을 내뿜으며 엎드려있던 장발의 남자도 별로 다치지는 않은듯 했다. 그 남자의 옆에 엎드려있던 여자와 약간 떨어진 곳에 엎어져 있는 남자는 크게 다친듯, 신음만 흘리며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다.
"빌어먹을....녀석들..."
그때까지도 그의 발목을 잡고있던 르네의 손을 뿌리치고, 천천히 일어난 데스카이져. 낙하의 충격으로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은 상당한 것이었다. 뭐, 어쨌든 인질들까지 합해서 죽은사람들은 없는듯했지만.
[저녀석....설마....엘릭서 스피릿...!]
[반응은 비슷하다..]
갑자기 들려오는 합성음. 데스카이져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 그것은 저쪽에서 천천히 일어나는 효류와 엔류의 것이었다.
"........쳇."
온몸에서 느껴지는 고통을 무시하고 퉁겨지듯 일어난 데스카이져. 그것에 효류와 엔류도 황급하게 몸을 일으켰다.
[움직이지 마라!]
"타블리스, 네메시스. 데스트로이어. 퇴각한다."
촤아아악!!!!
무언가 공기를 가르는 듯한 소리가 났다, 라고 생각한순간, 엔류와 효류의 중심으로, 바닥에서 은빛이 직선을 그리며 뻗어나와, 바닥을 갈랐다. 호류와 엔류가 어떻게 하기도 전에 깨끗하게 잘려진 바닥.
[!!!]
[우아악!!!]
바닥이 조각나며 효류와 엔류의 몸이 밑의 층으로 떨어지는 것과 동시에, 지하에서 두개의 형체가 뛰쳐올라왔다. 거의 비슷한 크기의 두개의 형체중, 떨어지는 엔류와 효류의 몸에 푸른빛을 내던것이 부딛치며 같이 지하로 떨어지고 말았다.
- ........후우, 다행이다...
그 은빛의 형체는, 그 틈을 타 빅 오더룸의 바닥에 내려서 데스카이져의 앞에 섰다. 그것은, 전신에 칼에 베인 상처를 입고 있던 엘 타블리스였다.
"....타블리스냐."
- 예, 데스카이져님.
무릎을 꿇고 왼손을 데스카이져의 앞에 내려놓은 엘 타블리스. 데스카이져는 그의 손에 올라탔다.
"그럭저럭 잘 버틴것 같군, 타블리스"
- 운이 좋았습니다.
정말 그런듯 했다. 엘 타블리스의 동체에는 칼에 날카롭게 베인 상처가 엄청나게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상대하고 있었던 용자에 비하면.
[..........]
호류와 엔류를 들고 천천히 바닥에서 올라오는 세이버 엘 카이져가, 엘 타블리스와 데스카이져의 앞에 드러났다.
"........저 녀석은 상처하나없군."
[실력차가 나니까.]
양손에 부축하던 효류와 엔류를 바닥에 내려놓고, 들고있던, 서늘하게 번쩍이는 푸른빛의 검을 엘 타블리스에게 겨눈 세이버 엘 카이져. 그의 검을 본 데스카이져는, 눈썹을 찌푸리고 말았다.
"싫은 검이다."
- 예?
"피가 흐르고 있군. 너무 피를 많이 본 녀석의 검이다."
세이버 엘 카이져의 기세가 약간 흔들리는 것까지도, 데스카이져는 알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위험한 기세의 칼잡이다."
- 데스카이져님?
"네메시스가 오고 있다. 합류해. 저 녀석은 내가 상대한다."
세이버 엘 카이져는 그런 데스카이져와 엘 타블리스를 보면서, 갑작스러운 환상을 보았다.
엘 타블리스의 온 몸에서, 자기가 만들어놓은 수많은 상처가 붉디 붉은 선혈을 내뿜는 것을.
그의 검에 뭍어있는 것은 그 엘 타블리스의 피일까.
[젠장....]
저 엘 타블리스의 손에 서있는 데스카이져의 주위로 붉은빛의 폭풍이 불어닥쳤다.
그것이, 세이버 엘 카이져의 눈에는 꼭 피빛의 폭풍같아 보였다.
- ............내 장난감에 상처입힌 대가는 단단히 치루게 해주지. 칼잡이.
이미 용자라고 불리지도, 스파클 파워즈라고 불리지도 않는다. 그런 이름따위는 과거에 포기해버린지 오래다.
[.................내 과거는 아직도 나를 붙잡고 있다.......]
- 멍청한 녀석. 네가 과거에 매달리고 있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