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31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호봉제 도입 대신 일부 수당 인상 대책을 내놓은 박근혜 정부에 총력투쟁을 예고했다.양우람 기자 |
청와대·교육부·새누리당이 내놓은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대책에 대해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당정청은 지난 30일 “고용안정과 차별시정을 위한 방안”이라고 했지만 학교비정규직 당사자들은 “교섭을 방해하고, 핵심 요구를 비껴 가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전국여성노조·공공운수노조 전회련학교비정규직본부·전국학교비정규직노조가 공동투쟁을 위해 조직한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31일 "당정청이 내놓은 학교비정규직 대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무기계약 전환기한 단축? … "뒷북치는 대책"
당정청이 학교비정규직 대책에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학교비정직의 경우 무기계약직 전환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는 것이다.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상 무기계약직 전환기한(2년)을 절반으로 줄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을 알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강원도교육청의 경우 지난해부터 계약직으로 채용된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을 채용 3개월이 되는 시점부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도 최근 민주노총 서울본부 서울일반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에서 무기계약직 전환기한을 1년으로 줄이기로 했다.
교육감 직접고용도 마찬가지다. 당정청은 이를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7곳에서 조례나 단체협약을 통해 교육감 직접고용을 앞두고 있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무기계약직 전환기한을 단축하거나 교육감 직접고용은 내용상으로 나쁠 것이 없다”면서도 “이미 상당수 지역에서 시행되고 있거나 노사 간 교섭을 통해 체결될 가능성이 큰 사안을 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은 생색내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수당 5천원 인상으로 호봉제 요구 '물타기'
연대회의는 당정청이 발표한 임금체계 개편방안에 대해서도 “근본적인 차별을 고착화시키는 정책”이라고 반발했다. 당정청은 학교비정규직 근속수당 인상기준(2년 1만원)을 축소해 매년 1만원씩 최대 15만원까지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연대회의는 이를 호봉제 요구를 비껴 가기 위한 물타기로 보고 있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학교비정규직의 평균임금은 월 133만원 수준으로 정규직(227만원)의 58.8%에 불과하다.
더구나 정규직의 경우 △호봉승급분 △정근수당 △정근수당가산금이 지급돼 일을 하면 할수록 비정규직과의 임금격차가 심화된다. 예를 들어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는 1년차 비정규직의 평균 월임금은 115만원으로 교육공무원(9급) 급여의 64.6% 수준인데, 20년이 지나면 39.3%로 격차가 대폭 벌어진다.
연대회의는 정규직의 40% 수준인 호봉간격 월 3만원의 호봉제 도입과 정규직에게만 지급되는 식비(월 13만원)와 명절휴가비(기본급 60%) 지급을 요구해 왔다. 그럼에도 당정청은 근속수당 연간 5천원 인상으로 답했다. 기타수당 지급에 대해서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
"당정청 대책은 하나의 교섭안일 뿐"
이 밖에 교육공무직 전환과 관련한 내용도 빠졌다. 연대회의는 유기홍 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대표발의한 교육공무직원의 채용 및 처우에 관한 법률(교육공무직법) 제정안을 통과시켜 학교비정규직의 직업안정성을 키워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연대회의는 이날 오전 서울시 세종대로 교육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장담했던 박근혜 정부가 고작 이 정도 대책을 내놓은 것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연대회의는 당정청이 진전된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9월 말에서 10월 초 사이에 전면파업에 나설 예정이다. 연대회의 관계자는 “교육부와 시·도교육청별로 단체교섭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당정청의 발표는 하나의 안에 불과하다”며 “헌법에 보장된 단체교섭과 단체행동권으로 완전한 호봉제 쟁취를 위해 투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