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겨울인지 올해 초인지 기억은 잘 안 나는데
운영진들이 모여서 술 마시고 놀다가 이런 주제로 토론이 붙었습니다.
"올해 한화 몇 등 할까?"
사람마다 생각은 제각각이라 의견이 분분했는데
그때 저는 냉소적인 목소리로 이렇게 주장했죠
"외국인 원투펀치가 초대박이면 6등? 그게 아니면 7~9등 중 아무데나" 라고 말입니다.
<그래도 김XX 나갔는데 5등은 하지 않겠냐?>고 되묻던 사람들에게
"올해 몇 등하는지는 개인적으로 관심 없고 지금 시점에서 그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었습니다.
게시판에서 여러 번 얘기했지만
저는 팀 전력의 강약을 따질때 '선발투수의 양과 두께'를 가장 많이 보는 편이고
'야잘잘'을 매우 신뢰하며
'갑툭튀'를 거의 믿지 않은 스타일입니다.
개인적으로 신인에 대한 (단기적인) 기대치는 거의 제로에 가깝고
어떤 선수가 올 시즌에 갑자기 커리어 평균보다 훨씬 잘 할 확률도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저는 두산이 우승할 확률이 98% 정도 된다고 생각하며)
(정규리그 순위와 가을야구 최종순위가 똑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평소의 야구관에 근거해서
18이글스의 성적표는 하위권이라고 예상했죠.
제 기준에 따르면, 지금의 순위와 승패표는 사실 <기적>입니다
[1] 외국인 원투펀치가 건강하게 로테이션 돌면서
[2] 안영명 이태양 윤규진이 모두 제 몫을 하고
[3] 김민우 김재영이 로테이션을 잘 돌아주는 가운데
[4] 서균 박상원 김범수같은 영건들도 1군에 훌륭하게 안착하며
[5] 송은범이나 배영수 같은 투수가 부활하면
정우람이 버텨주면서 그걸 중심으로 선발과 중간이 전체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는 <기대>는 저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팬심의 영역이지
현실적으로 그 바람이 다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봤거든요.
그런데 전반기에는 그게 거의 다 됐죠.
문제는, 지금 [3]번이 무너지면서 [2]번도 흔들렸고 [1]번까지 변수가 생겼고요.
이 변수를 어떤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도 아직은 알 수 없고요.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올 시즌 가을야구 진출 여부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이 해법을 찾아야 준플옵이든 플옵이든 올해부터 치룰 수 있다는거겠죠.
문제를 빨리 해결하겠다고 무리수를 꺼내드는 건 물론 안 되고
지속가능한 솔루션을 찾았을 때 그게 가능하고 말입니다.
(오늘 장민재는 자기 몫을 해줬지만) 31경기 연속 승리를 못 챙긴 국내 선발을 보면서
타선이 전체적으로 답답하기는 해도 매 경기 4~5점씩은 꾸역꾸역 올려주는 가운데
최근 들어 자꾸 대량실점이 나오는 요즘 투수진을 보면서
그리고, 모처럼 코앞까지 다가 온 가을야구가 혹시 무산될까봐 자꾸 불안해지는 제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서
지난 겨울 술자리에서 주장하던 제 초심을 한번 떠올려봅니다.
'전력 약하니까 6등 아래로 내려가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다만, 우리는 기본 전력이 약한대도 나름의 원칙을 정해두고 그 룰을 지키면서 정석대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왔죠
촌놈 마라톤 달리듯 시즌 초반 잠깐 반짝하다 결국 미끄러지는 팀들이 과거에도 많았지만
올 시즌 이글스는 하루하루 쥐어 짜내면서 무리수를 두고 위태롭게 달려온 게 아닙니다
그랬기 때문에 전반기 대부분을 좋은 페이스로 이어올 수 있었죠
눈 앞으로 다가온 가을야구가 자꾸 마음을 급하게 만들지만
헤일을 데려온 것은 '포스트시즌에 가자'는 구단의 메시지니까 거기 맞춰 팀을 운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올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가졌던 초심을 다들 꽉 붙잡았으면 좋겠습니다.
올해 1년이 아니라 3년, 또는 그 이후를 보겠다던 한용덕의 출사표와
'그래 맞다. 우리도 기다려주자'고 했던 팬들의 다짐을 말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그 초심을 계속 되새기면,
역설적으로, 가을야구 할 확률이 오히려 더 높아질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첫댓글 강팀에 주눅들지 않고 약팀에 자만하지 않는 평정심을 유지하는 경기력을 가졌으면 하는 제 바램입니다
분명히 타격에서는 쫌 각성을 해야한다고 봅니다.... 갑자기 잘 할 수는 없다하드라도, 상대 선발에대해 타자들이 스스로라도 쫌 연구도하고 뭔가 노력한다는 걸 보여주길 바랍니다... 뭐 욕심이겠지요 이것두....
견물생심이죠..가을야구하는게 11년만인데 2위가 아른거리니 욕심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격하게 공감되는 말씀입니다. 2위가 눈앞이고 2위 하면 코리안시리즈도 갈 것 같고 그러니 2위 욕심이 정말 많이 생겨서 더 조바심이 나는 것 같습니다. 3위 하면 그 싫은 넥센을 만날 것 같아서 더 그런 것 같구요...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