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법이 국회의장 김형오의 직권상정에 이어 박근혜 의원의 찬성 발언에 힘입어 가까스로 통과가 됐지만 후유증이 만만치 않아 야당 수뇌부가 잇달아 의원직 사퇴서를 던지고 거리로 나갔고 통과된 법안도 절차상의 하자 때문에 헌법재판소 신세를 지게 생겼다. 어수선한 가운데서도 한나라당의 친이 특히 이재오 직계의 몇 몇 의원들이 이재오 전의원의 복귀를 위한 조기 전당 대회를 주장해서 눈길을 끌었다.
이재오 전 의원, 이명박 정권 창출의 킹메이커로 알려져 비록 지금은 정치 2선으로 물러나 있지만 그가 아직도 권력실세 중의 한 사람이란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한 때 개가 나와도 한나라당 후보만 되면 대권을 잡는다는 논평이 외신을 타고 국내에 퍼지던 무렵 슬그머니 한나라당의 지지율을 꿰차고 경선 룰을 바꾸자고 몽니를 부려 이명박에게 억지 승리를 안겨주고 공천권을 미끼로 의원들과 당원들을 이명박 앞에 줄 세운 일등공신 이재오, 한때는 막강한 권력의 주인이었으나 지금은 시들어가고 있다.
이명박이 대권을 잡았을 때 그는 박근혜 의원을 향해 경선 과정에서 이명박에 얽힌 의혹과 범법사실을 비난한 것을 사과하고 백기 투항해야 한다고 주장을 했을 만큼 기고만장 했고 자서전 출판기념회를 문경 산골짜기에서 열었을 때는 무려 만 여명이나 되는 인파가 몰려들었을 정도로 그의 위세는 막강했다. 18대 총선에 즈음해서는 강재섭 대표를 휘하에 두고 친이 실세로 공천심사 위원회를 구성한 이재오 앞에서 몇 몇 강골 친박 의원을 제외하고는 무릎을 꿇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러나 이재오의 전성시대는 거기까지였다. 막상 벼르고 별렀던 친박 죽이기 공천이 시작되자마자 여기저기서 파열음이 나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공천에서 배제된 친박 의원들이 친박연대를 구성해서 친이 후보들에게 대항했고 일부 의원들은 친박 무소속의 깃발을 들고 독자출마해서 대거 국회로 살아 돌아오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대표였던 강재섭은 거물 친박 홍사덕이 자기 지역구 출마를 선언하자 지레 겁을 먹고 사퇴해 버렸고 사무총장을 역임한 이방호 역시 설마 했던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그 자신도 민심의 역풍에 패배, 정치권의 보헤미안이 되고 말았다.
싸늘한 민심을 피해 미국에서 장기 체류하면서 대학의 객원교수로 지내기도 하고 4.29 재보선에 일정을 맞추느라 세계 일주도 하고 왔으나 문국현의 선거법 위반 혐의는 재판이 끝나지 않았고 민심은 여전히 한나라당에 우호적이지 않다. 국민의 외면 속에 한나라당은 4.29 재보선에서 전패를 기록했고 미디어법 강행처리 여파로 10월 재보선 승리도 기대난망이다. 몇 번을 망설이던 박희태 현 대표도 승리를 점치기 어려워 주위에서 말리고 있는 형편에 더구나 공천 난도질의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는 이재오가 설 곳은 없다.
정치권과 아예 연을 끊게 될지도 모를 위기에 놓인 이재오에게 서울시당위원장 선거는 한줄기 서광이었다, 자신을 대리한 의원이 승리했을 때 휘하에 들 서울시당협 위원장이 무려 49명이고 단체장 후보를 포함한 대의원의 숫자는 2000명에 이른다. 막후에서 공천권을 행사하며 국면을 조종하면 예전의 위상을 되찾을 절호의 기회였다. 서울시당위원장에 자기의 휘하 세력을 앉히고 수도권의 세력을 발판 삼아 조기전당대회를 석권하여 정치적 재기 내지 당 복귀를 노렸으나 전여옥의 패배로 전면 복귀는 멀어졌다.
49명의 당협위원장 중 친 이재오 성향 30명을 믿고 자신의 수족인 전여옥 의원을 출마시키면 승리할 줄 알았으나 권영세 의원의 사당화 세력, 공천 난도질 세력 발언은 큰 반향을 일으켜 이재오 본인과 전의원의 동반 망신, 나아가서는 정몽준 의원을 포함, 3인방의 망신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당위원장 경선 실패는 이재오 몰락의 전조다. 수도권에서의 영향력 상실 자체도 큰 손실이지만, 주도권을 친박에게 가져다 바친 꼴이 되어버렸다. 이재오 자신의 입장에서는 스스로 위상을 깎아내리고 제 손으로 장벽을 쌓은 결과가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여옥이 승리했다면 여세를 몰아 조기전당대회를 주장하고 자연스럽게 당대표 또는 최고위원으로 복귀할 절호의 찬스였으나 권영세 의원의 조기에 전당대회 반대 선언에 이은 친박의 반대에 부딪쳐 공성진 진수희, 정두언의 9월 조기전대 주장은 날이 갈수록 힘을 잃고 있다. 지금은 일부 친이마저 반대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으니 이재오로서는 공연히 정계 복귀 야심만 드러내고 조급한 성질에 패착을 둔 셈이 됐다.
이명박이 손을 댄 사업은 다 망했고 그와 가까이 한 사람은 뒤끝이 좋지 않다는 속설이 있다. 현대건설이 그랬고 BBK가 그랬다. 정주영 회장은 그의 배신에 치를 떨었고 정인봉, 김유찬은 원수가 되었다. 강재섭, 이방호는 낙방거사가 되었고 이재오도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재오의 실패는 자연히 공성진, 진수희 등, 직계 의원들을 애비 없는 자식으로 만들어 동반몰락의 길로 인도하고 있다. 국민에게 외면당하는, 전성기 지난 퇴물 정치인의 욕심이 몰고 오는 도미노 현상이다.
아직까지도 이재오는 민심의 소재를 모르고 있다. 입각설이 도는 가운데 아직도 2인자로 착각하고 있으나 더 이상 협잡의 정치, 기만의 정치가 설 곳은 이 땅에 없다. 전 의원 패배의 의미를 겸허히 받아들이고 또 다시 킹메이커를 자처할 꿈도, 2인자로 권력을 이어갈 꿈도 버려야 한다. 조용한 산사에 방 하나를 얻어 지나온 세월을 반추하며 나라와 국민의 안녕을 기원함이 가장 바람직한 퇴출 정치인의 자세다. 그것도 싫으면 제2의 민중당이나 창당해서 국민에게 버림받은 정치인의 말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제2 제3의 이재오 출현을 막는 괜찮은 방법이다.
산지기님글
첫댓글 서울수도권은 1000표 내로 당락이 결정되는 선거구가 대부분 이였습니다( 전번 선거에서는 서울에서 APT 지구에서 한나라당표가 많이 나온 현상은 첨 본다고 했는데 뉴타운 약발이 라고 보던데요?)........한나라당 10월 보선을 노리는 사람들은 전여옥+정두언+진수희+공성진+이재오+ ? 등이 전면에 부상하여 선거에서 초칠을 할 까봐 상당히 두려울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