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배터리 양 날개로… SK, 재계 2위 날았다
공정위, 2022 대기업집단 76곳 지정
SK그룹이 반도체와 석유사업 성장에 힘입어 자산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현대자동차그룹은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내려앉았다.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로 굳어졌던 상위 5대 기업 순위가 12년 만에 바뀐 것이다. 두나무는 가상화폐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대기업집단에 포함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다음 달 1일 기업집단 76곳을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대기업집단, 자산 5조 원 이상)으로 지정한다고 27일 밝혔다. 공시대상기업집단은 지난해보다 5곳 늘었다. 자산 10조 원 이상인 47개 기업집단은 상호·순환 출자, 채무보증 등이 금지되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으로 지정된다. 중흥건설, HMM, 태영, OCI, 두나무, 세아, 한국타이어, 이랜드 등 8곳이 포함되고 한국투자금융은 제외된다.
○ SK, 미래 먹거리 투자와 기업공개로 재계 2위
SK가 자산 규모 2위로 올라선 데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미래 먹거리 산업 투자가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정위는 “SK의 반도체 매출 증가와 물적분할에 따른 신규 법인 설립, 석유사업 성장으로 SK가 자산 규모 2위가 됐다”고 했다.
주로 자산이 증가한 분야는 △반도체 매출 및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20조9000억 원) △SK온, SK어스온 등 물적분할(7조9000억 원) △석유화학 매출(4조3000억 원)이다.
SK는 반도체 분야의 경우 2012년 하이닉스 인수 뒤 국내에 4개 공장을 증설하는 등 자산을 키웠다. 기업공개와 기업분할로 투자금을 흡수해 자산이 늘기도 했다. 2020년 SK바이오팜과 지난해 SK바이오사이언스, SK아이이테크놀로지 등을 상장하며 자산이 약 4조 원 늘었다. 27일 전기자동차 핵심 부품인 실리콘카바이드 전력반도체 설계·제조사 예스파워테크닉스를 1200억 원에 인수하는 등 올해도 반도체 사업을 키우고 있다.
이날 공정위의 공시대상기업집단 경영성과에 따르면 매출액 기준으로는 현대자동차(211조4060억 원)가 SK그룹(169조2840억 원)을 웃돌며 재계 2위 자리를 지켰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LG에너지솔루션을 보유한 LG그룹이 재계 2위다.
○ 기업집단에 처음 등장한 가상화폐 사업자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가상화폐 사업자로는 처음으로 자산총액 10조 원을 넘겨 공시대상기업집단 및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이 됐다. 두나무의 2022년 자산총액은 10조8225억 원이며 이 중 5조8120억 원이 가입자 예치금이다.
금융회사나 보험사는 가입자 예치금을 뺀 자본총액을 기준으로 기업집단을 지정한다. 하지만 두나무는 한국표준산업분류상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 자산 매매 및 중개업’으로 분류돼 가입자 예치금을 제외할 근거가 없다. 김재신 공정위 부위원장은 “우리가 채택한 회계기준을 검토한 결과, (두나무의 경우) 고객예치금은 자산으로 편입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자산 순위가 가장 많이 오른 기업집단은 중흥건설로, 대우건설 인수에 따라 47위에서 20위로 27계단 올랐다. HMM은 해운 수요 증가로 1년 만에 23계단 뛰어올라 25위가 됐다. 미국 국적인 쿠팡 김범석 이사회 의장은 이번에도 동일인(총수) 지정을 피했다. 창업주인 김정주 NXC 이사가 올 2월 말 세상을 떠난 넥슨에서는 배우자인 유정현 NXC 감사가 새 동일인으로 지정됐다.
세종=김형민 기자, 송충현 기자
SK하이닉스 1분기 12조 매출… 반도체 슈퍼 호황기 실적 넘어서
공급망 리스크-비수기 악재 딛고, 영업익도 작년보다 116% 뛴 2.8조
업계 “D램-낸드 출하량 늘며… 2분기 이후 실적 전망도 긍정적”
SK하이닉스가 공급망 리스크와 비수기 악재를 딛고 1분기(1∼3월) 기준 최대 매출액을 올렸다. 4년 전 반도체 ‘슈퍼 사이클’(최대 호황기) 당시마저 넘어섰다. 예상보다 메모리반도체 가격 하락 폭이 둔화된 데다 자회사로 편입된 인텔 낸드사업부 매출까지 더해진 결과다.
SK하이닉스는 27일 경영실적 발표회를 열고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2조1557억 원, 2조8596억 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의 8조4942억 원보다 3조6615억 원(43%),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1조3244억 원에서 1조5352억 원(116%)이 각각 늘어났다.
영업이익률도 24%로 전년 동기의 16%보다 8%포인트 높아졌다. 다만 영업이익의 경우 증권가 전망치(약 3조 원)보다는 밑돌았다.
반도체 최대 호황기였던 2018년 1분기 SK하이닉스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조7197억 원, 4조3673억 원이었다. 영업이익은 4년 전에 미치지 못하지만 매출은 3조 원 이상 늘었다. 반도체 슈퍼 사이클 당시는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반도체 기업 영업이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때다.
이는 지난해 말 자회사로 편입된 솔리다임(인텔 낸드사업부) 매출이 더해진 효과로 풀이된다. 지난해 4분기(10∼12월) 이후의 메모리 제품 가격 하락 폭이 예상보다 작았던 것도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총괄 사장은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1분기 우크라이나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와 중국 내 봉쇄로 공급망 이슈가 장기화하며 사업이 불확실해졌다”며 “그럼에도 수요 변화에 대응해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지속했다”고 설명했다.
영업이익이 증권사 전망치에 미치지 못한 것은 일부 D램 제품에서 품질 저하 현상이 발생해 보상비용 3800억 원을 회계 처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2020년 D램 수요와 공급이 급격히 증가하는 과정에서 일부 공정이 변경됐는데, 일부 제품에서 품질 저하가 일어난 것으로 SK하이닉스는 파악하고 있다.
SK하이닉스 측은 “기술 개발과 차세대 제품 생산 등 사업 일정이 진행돼 향후 실적에는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10나노급 4세대 D램과 176단 4D 낸드 제품의 수율을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2분기(4∼6월) 이후 실적 전망도 일단 긍정적이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과 낸드 출하량이 늘며 SK하이닉스의 2분기 영업이익이 4조5000억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하반기에는 메모리 수급 개선이 본격화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전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조달 문제로 차세대 반도체 양산 일정이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노 사장은 “올해 반도체 장비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장비 수급에 어려움이 있다”며 “사업 계획을 기존 일정보다 상당히 앞당겨 수립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기 용인시 반도체 클러스터 산업단지 외에 생산능력 확충을 위한 추가 공장 증설 여부도 내부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송충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