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며칠 전 텔레비전에서는 한복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 프로그램에는 우리나라 한복 학자 중 내로라 하는 분들이 출연했더군요.
모델을 앉혀놓고 한복 설명을 하는데 남자 바지 끝에 묶는 대님 설명을
대수롭지 않게 하고 있었습니다. 한복에 대해 제대로 모르는 시청자들이
혹시 잘못된 상식으로 받아들이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하며 보았습니다만,
한복의 대님은 아무렇게나 적당히 편리한 단추나 찍찍이를 달아 입어도
되는 것이 아닙니다. 그날 방송에서는 입는 사람이 편리하게 고쳐 입으면
된다는 식으로 얼버무리고 있었습니다만 그렇지 않습니다.
이참에 우리는 대님에 대해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습니다. 대님을 매야 하는
분명한 이유를 안다면 대님은 생략할 수도 적당히 바꿀 수도 없는 것입니다.
원래 바지 대님은 겨울철의 부목 구실과 밖의 찬 기운을 막아줄 뿐더러 몸의
기운이 밑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땅 위의 음기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구실을 해줍니다. 음양으로 볼 때 남자는 양인이라 음기의 땅 위를 걸어다니는
동안 음기를 많이 받게 됩니다만 이때 대님을 맴으로써 이를 막을 수 있지요.
또한, 대님을 매는 자리는 지라(비장)ㆍ간장ㆍ콩팥(신장)선이 교차하는
‘삼음교{三陰交)’라고 하는 경혈자리로 대님으로 묶어 마사지를 해주면
이 세 장기의 균형이 깨지지 않도록 해줍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바빠서 생각할 겨를이 없는 현대인이 아침에
대님을 매면서 하루의 활기찬 시작을 다짐하는 의미도 있고 퇴근 후에는
대님을 풀며 하루를 무사히 마친 것에 대한 감사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대님을 매면서 자신을 뒤돌아보는 작은
여유를 갖는 슬기로움을 주기도 합니다. 대님은 자칫 달아나기도 하는지라
요즈음은 바짓부리에 박음질로 붙여주면 잃어버릴 염려도 없고 묶기도
편합니다. 오랜 세월 대님을 매며 살아온 우리 겨레는 단추를 다는 것이
편리한 줄 몰라서 대님을 쓴 것은 아니며 대님 하나에도 깊은 철학이 들어
있던 것이었음을 매일 아침 대님을 매면서 느껴보게 됩니다.
한복의 디자인과 모양이 바뀐다 해서 단추나 찍찍이로 대신 할 게 아니라
대님의 효과와 의미를 살리는 한복이라면 훨씬 유용할 것입니다. 한옥을
현대화한다 해서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까지 서양식으로 바꿔 버린다면
한옥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대님도 한복에서는 한복을 한복답게 하는
중요한 부분임을 기억했으면 합니다.
문화저널21 김영조 master@mhj21.com 님 글을 퍼온 것입니다.
일년 내내 집에서 한복 바지에 대님을 치고 사는 저에게는 이 글이
남다르게 다가오네요. 중국옷인지.. 일본옷인지.. 서양의 옷인지 모를
정체불명의 옷을 한복이라고 입고 다니는 것을 보면 화도 나고 슬퍼요.
불편할 것 같은 대님이 익숙해지면 전혀 불편하지 않다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첫댓글 올려주신 글에
쉬었다 갑니다
대님에 대해 배움도 하구요
좋은 글 고맙고 감사합니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세요 ~
추천하고갑니다
좋은글 다녀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