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회
토어봐를 만날 날이 밝아 오자 아침 일찍부터 기운이 넘쳤다. 한 가지 걱정은 그녀는 내가 그녀를 찾아오는 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언제 그녀를 만나야 좋을지 몰랐다.
시험치기 전에 보자니 그녀가 스토커냐고 겁먹어 정신 사나워 할 수도 있겠고 시험 후에 보자니 내가 제정신으로 시내구경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이래저래 고민을 하였다.
일단 부딪쳐 보는 심정으로 시험치기 전에 그녀를 만나 보기로 했다.
그녀가 놀랄 것이 분명했지만 최소한 그녀도 싫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시험이 오전 9시부터 시작된다고 했으니 아무래도 시험 시작 조금 전에 그녀가 올 것 같아 학원에 8시 20분경 가서 그녀를 기다렸다.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나의 심장 박동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창문 너머 보이는 건물 모퉁이로 사람들이 지나 다니는 모습만 봐도 그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런데 그녀는 10분, 20분, 30분이 지나도 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시내구경은 해야겠는데 그녀가 오지 않아 초조해졌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녀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는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미녀답게 늦잠을 자고 있는지도 몰랐지만 마냥 죽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출입구 바로 앞에 위치한 안내데스크에 가서 직원아주머니께 그녀에게 남기는 쪽지를 부탁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직원아주머니는 상당히 친절하게 걱정마라며 그녀가 오면 꼭 전해 주겠다고 했다.
학원을 떠나 처음 간 곳은 환전소였다. 시내버스 요금을 낼 현금이 필요했기 때문에 환전소를 찾아 환전을 하려했는데 환전소마다 환율차이가 심하게 났다.
환율을 잘 쳐 준다는 중앙역의 우체국을 가서 물어보니 환율 자체는 좋았는데 수수료(commission)를 터무니없이 많이 요구하였다. 10유로를 바꾸는데 50Nkr(노르웨이 크로네), 즉 6유로 정도 되는 돈을 수수료로 받는 다는 것이었는데 기가 찼다.
독자들 같으면 환전금액의 반 이상을 수수료로 요구한다면 환전을 하겠는가? 물론 환전하는 돈의 액수가 커질수록 수수료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아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날 차비를 위해 약간의 현지화만 필요로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높은 수수료를 무시할 수 없었다. 지나가는 현지인들 여러 명한테 물어 알아 본 결과 은행의 환전기계를 이용하면 10Nkr(1유로가 조금 넘는 금액)을 수수료로 뗀다고 하여 환전기계를 찾아 환전하였다. 독자들도 해외여행, 특히 북유럽을 여행할 때 환전 시 환율 판만 보지 말고 수수료를 꼭 알아보고 환전하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한다.
환전기계에 10유로짜리 지폐를 집어넣었더니 동전 몇 개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1유로를 8Nkr로 환산한 금액에서 수수료 10Nkr를 제한 70Nkr가 나온 것인데 쉽게 말해 15,000원 정도 되는 지폐 한 장을 기계에 넣어 달랑 동전 4개를 받은 것이다. 정말 살벌한 기계였다. 그런데 더욱 살벌한 것은 버스를 탔을 때였다. 시내버스를 탔는데 버스요금이 30Nkr 즉, 5,500원 정도 되는 금액이었다. 이정도 되면 독자들이 노르웨이의 물가를 대충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버스를 타고 콘티키 호 박물관에 가서 관람을 마치고 그 옆의 프람호 박물관도 들어갔다. 물론 입장료는 학생할인을 받아 신용카드로 처리하였다. 박물관 관람을 마치고 다시 태어나서 처음 타본 제일 비싼 시내버스를 타고 시내로 들어갔다.
시내버스 두 번 탄 비용이 11,000원 가량 되었으니 그냥 점심은 '헝그리'정신을 발휘하여 건너뛰기로 하였다. 하긴 토어봐랑 어쩌면 저녁식사를 같이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가능한 최대한 '출혈'(지출)을 막아야 했다.
시내로 돌아온 나는 아케르스후스성에 일단 가 보았는데 그날따라 안개가 자욱해서 오히려 신비감 더했다. 그리고는 토어봐의 시험이 끝날 무렵까지 시내를 걸어 다니며 시간을 보냈다.
그녀의 시험이 끝날 즈음 되어 괴테학원에 다시 갔더니 아침에 본 오스트리아 직원 아주머니가 쪽지는 전달했고 그녀가 아직 시험을 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토어봐에게 보낸 쪽지에 만약 나를 만나지 못하더라도 오후 5시까지 기다리라는 내용을 썼기에 나는 학원 주변을 잠시 다녀와 5시 전에 돌아오려 하였다.
학원을 나와서 근처를 돌다가 빈민가를 구경하였고 또 근사한 성이 있길래 가까이 가 보니 어째 분위기가 너무 삭막했다. 알고 보니 그곳은 원래 성이었다가 현재는 감옥으로 사용되는 건물이었다.
날까지 어둑어둑해져서 음산하기 까지 해서 그렇지 건물 자체는 아름다웠다. 물론 이 감옥은 현재까지 내가 본 어느 여행책자에도 소개되지 않았다.
그곳을 떠나 다시 괴테학원으로 간 시간은 오후 4시 50분.
출입구를 들어서니 대기실 벤치 주위를 밝혀주는 누군가가 앉아있었다. 내가 그렇게 찾아다녔던 토어봐였다. 그녀는 나를 반갑게 맞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첫댓글 빠른연재 바랍니다.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확실히 느끼고 있습니다..
연재기간의 폭을 단축하라~ 단축하라~~^^*
부럽당..미모의 여대생~~..나도 다시한번 해외여행을 떠나고 싶어지네요..아~~ 회사에 속박된 몸이라~ 확 사표내고 여행이나 떠날까~~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