츠바사가 네 살 나던 해 여름에 내 얼굴을 돌아보지 않은 채 "주스" 하고 말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츠바사 입장에서는 "주스"라고 말하면 마법처럼 하늘에서 주스가 내려오는 걸로 느꼈을 겁니다. 어휘가 늘었다고 안심하던 나는 난데없이 발목을 잡힌 심정이었습니다. 뭔가를 요구할 때는 상대를 쳐다보며 말해야 하는데, 츠바사의 말은 허공을 향해 있었습니다.
엄마와 아빠가 힘을 합쳐 가르치다
그래서 누구에게 말을 하는 건지 분명히 하기 위한 훈련에 들어갔습니다. 방법은 간단했습니다.
"주스 주세요."하고 츠바사가 말해도 내가 못들은 척합니다. 그때 아빠가 와서 츠바사의 손을 잡아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고는, 누구에게 이야기하는 건지 알 수 있도록 "엄마"라고 이름을 넣어 말합니다.
"엄마, 주스 주세요."
그러면 츠바사도 따라 말합니다.
"엄마, 주스 주세요."
"엄마한테 말한 거구나. 그래, 알았어." 하고는 내가 주스를 따라줍니다.
또 츠바사가 "목말!"하고 말해도 모른 척했습니다. 이번에는 내가 츠바사의 손을 잡아 아빠를 톡톡 두드려 부른 뒤에, "아빠, 목말 태워주세요."하고 부탁했습니다. 츠바사가 제대로 따라하면 목말을 태워줬습니다.
"별의 커비!"라고 소리치면,
"형, 형, 별의 커비 빌려주세요."라고 고쳐 말하게도 했습니다.
이렇게 계속하다보면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을 쳐다봐야 하는 거구나.'라는 걸 점차 깨닫습니다.
친구 이름을 익히고, 눈 맞추기를 잘하게 되다!
'말을 할 때는 상대방을 쳐다봐야 하는 거구나.' 하고 상대를 의식하는 태도가 싹트자, 츠바사도 늦게나마 사람은 저마다 이름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갔습니다. 어린이집 친구와 선생님의 이름도 차차 익히게 되었고요.
하루는 츠바사가 어린이집의 한 친구 이름을 기억해주자 친구가 기뻐하며
"내 이름 알고 있었어?" 하고 물었답니다.
지금까지 장난감 자동차를 일렬로 늘어놓고 혼자서만 놀던 츠바사가 "다로."라고 자기 이름을 바르게 불러준 것이 좋았던 모양입니다. 그 뒤로 츠바사가 시치미를 떼는 얼굴로 "하나코"라고 다른 아이의 이름으로 부르면,
"츠바사, 아니잖아!" 하며 모두들 웃곤 했답니다.
그게 하나의 놀이가 돼서, 이제 츠바사는 이름을 가지고 또래 애들과 대화를 즐기고 있습니다.
또 이름을 부르면 그 사람이 자기를 쳐다봐준다는 것도 깨달은 것 같습니다. 덕분에 남들과 눈 맞출 기회도 많아졌죠.
<요점> 1) 이름을 부르지 않고 요구하는 것들은 무시한다.
2)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서, 한 사람은 아이가 적절한 호칭을 붙이도록 돕는다.
출처 : 사토 도모코 지음/이규원 옮김/자폐아이 생활백서/한울림스페셜(20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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