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상 21:1]
그 후에 이 일이 있으니라 이스르엘 사람 나봇이 이스르엘에 포도원이 있어 사마리아 왕 아합의 궁에서 가깝더니....."
본절은 나봇 사건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을 암시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친 아람과의 교전에서 승리를 거둔 아합은 당시 이스라엘에 별궁을 지어 두고 사치와 방탕 생활에 빠져들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바로 그 즈음에 아합은 나봇의 포도원을 자신의 유흥지에 편입시키고자 하는 탐욕에 사로 잡혔던 것이다.
이스라엘 - 므깃도와 벧산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 오늘날의 제린으로 추정되는 성읍이다. 구약 시대 당시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곳이었는데 아합은 특별히 이곳에 별궁을 건설, 종종 거처하였던 듯하다. 이에 관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18:46 주석을 참조하라.
나붓 - '나봇'은 아마도 '싹트다'는 말에서 유래한 이름일 것으로 추정된다...나봇의 조상들은 이스라엘에서 대대로 포도 재배를 해왔을 터이니 그러한 직업과 관련된 이름이 붙여졌음직도 하다. 포도원 - 팔레스틴의 가장 특징적 식물 가운데 하나인 포도와 이를 재배하는 포도원은 많은 사람들에게 재정의 원천이 되었다
신20:6은 포도원을 만들고서도 그 첫 수확을 보지 못한 자에게는 병역 의무를 면제하여 귀가 조치케 하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팔레스틴에서 포도원이 갖는 경제적 비중을 짐작할 수 있는 구절이다.
[왕상 21:2]
아합이 나봇에게 일러 가로되 네 포도원이 내 궁 곁에 가까이 있으니 내게 주어 나물 밭을 삼게 하라 내가 그 대신에 그보다 더 아름다운 포도원을 네게 줄 것이요 만일 합의하면 그 값을 돈으로 네게 주리라.....'
나물 밭 - 여기서 '나물'(야라크)이란 녹색의 풀 종류 일반을 말한다. 그리고 '밭'은오히려 '뜰' 또는 '정원'이라고 해야 옳다. 그러므로 '나물 밭'이란 '푸른 정원'을 가리키는 말이다. 보통 이러한 정원은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피하는 장소로 고안되곤 했다. 그리고 또한 종종 우상 숭배의 장소로 이용되기도 하였다
만일 합의하면 - 이에 해당하는 원문은 문자적으로 '눈에 좋거든'이란 뜻이다. 물론 이 말은 상대방의 의사를 한껏 존중하는 표현이다. 여기서 비록 왕이라도 남의 토지를 무작정 몰수할 수 없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데서 비록 초기의 은 많이 빛바랜 것이 되었지만,
백성들에게 기업으로 분배한 땅은 원래 하나님의 소유이므로 권력자라도 그 소유관계를 함부로 변경할 수는 없다는 이스라엘 전통의 구속력을 보게 된다 그러나 이것은 형식적인 제한일 뿐 왕정 시대가 개막된 이래 왕들은 끊임없이 자신의 토지 소유톨 확장하려 들었다. 사실 고대 근동의 왕들은 모두 대지주였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왕돌조차 이를 흉내냈다는 현실적 사실은, 조건은 어떠하든지간에. 하나님의 백성이 꿈꾸던 삶의 형태는 아니었다. 어쨌든 지금 아합이 시도하는 토지 소유의 확대는 일찍이 사무엘이 경고했던 바에 부합한다
즉 백성들은 자신의 것이 아닌 왕의 토지를 경작해야 하며, 거기서 거둬 들인 농산물은 더이상 생산자인 백성 자신의 것이 아니다.
그리고 왕은 자꾸 백성들의 포도원과 감람원을 빼앗아 자기 신복들의 손에 넘겨 준다. 이러한 경고는 신정 왕국 이스라엘에 있어서 왕은 어디까지나 백성을 위해 존재하는 봉사자여야 하나 실제로는 모든 백성이 도리어 왕을 위해 존재하게 되는 타락이 있으리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제 이를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아합이 나봇의 포도원을 탐내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아합이 나붓의 포도원을 소유하려는 표면적 구실은 무엇이든 그 실제적 동기는 왕권의 극대화를 위한 토지 소유의 확대 도모로 보아야 한다.
[왕상 21:13]
때에 비류 두 사람이 들어와서 그 앞에 앉고 백성 앞에서 나봇에게 대하여 증거를 지어 이르기를 나봇이 하나님과 왕을 저주하였다 하매 무리가 저를 성 밖으로 끌고 나가서 돌로 쳐 죽이고....."
본절에 나오는 재판은 무엇인가 졸속 진행의 냄새가 난다. 정상적인 재판절차에서는 피고의 유죄 사실을 입증하는 증인뿐만 아니라 피고의 혐의를 벗겨 줄 증인도 동석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므로 나봇에게 공정한 기회가 주어졌다면 무뢰배들의 무고에 대해 자신을 변호해 줄 증인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한 통상있게 마련인 원고(고발자)에 대한 언급이 없는 것도 수상하다. 따라서 나봇은 영문도 모르고 끌려나와 순전히 형식적인 재판 끝에 희생된 것임이 분명하다. 한편 참고로 당시 이스라엘의 재판 절차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일반적으로 소송 사건은 고발자로 등장한 어느 개인에 의해 시작되었으며
고발은 대부분의 경우 구두로 하였으나 특별한 경우에는 서류상으로도 가능하였다. 그리고 법정에는 재판관과 원고외에도 피고와 중인들이 동석하였다. 한편 재판이 진행되기 시작하면, 원고와 피고는 각각 사실 증명을 위한 증거품들을 제시했으며
재판관은 그것들을 자세히 조사하고 기타 고발 사항 및 변호 사항들을 모두 심리한 후 최종적으로 중인들을 세웠다. 이때 형의 확정, 선고를 위해서는 최소한 2명의 증인이 요구되었으며, 거짓 증인으로 판명된 자는 도리어 피고에게 뒤집어 쐬우려고 했던 만큼의 형벌을 대신 받아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