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성서 - 소금항아리]
예수님은 당신을 기억하여 사랑을 살라고 하셨습니다.
2020/12/30/수/성탄 팔일 축제 제6일
루카 복음 2장 36-40절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밤낮으로 하느님을 섬겼다.
기억하여 행하라
영명 축일을 맞이한 동료에게 “기도 안에서, 미사 안에서 기억합니다.” 하고 문자를 보내던 중 ‘내 기억이 더 오래 효과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양한 기회에 기도를 부탁받기도 하고 기도하겠다는 약속도 하게 됩니다. 미사를 봉헌하면서 기도가 필요한 사람들을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따로 메모한 종이를 들고 입당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사실 ‘기억만’ 하고 끝내는 인사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그것이 의미 없다는 것은 아니지만 기억에 어떤 것도 담지 않은 채 그저 간단한 인사치레로, 형식적인 태도로 그친 적이 많았다는 고백입니다. 한나는 ‘성전을 떠나는 일 없이 단식하고 기도하며 하느님을 섬겼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단식을 했을까, 하루에 기도는 몇 시간씩 했을까 궁금해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입니다.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서 있는 힘껏 사랑하였다.”는 뜻이니까요. 그녀는 기억하여 힘껏 사랑하였고 마침내 하느님을 만납니다. “우리의 책임을 하느님께 전가하기 위해서 기도를 이용한다면 그 기도는 창피스러운 속임수에 불과하다.”(루이 에블리) 누군가에게 “기억하겠습니다!” 하며 건네는 인사에 하느님만 아시는 작은 희생을 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김현 신부(수원교구 시화성베드로성당)
생활성서 2020년 12월호 '소금항아리'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