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제기한 라임 펀드 특혜 환매 의혹이 검찰 수사로 확대되면서, 펀드 판매사 중 한 곳이었던 대신증권에 불안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내년 대신증권의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신청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신파이낸셜그룹 창업주 3세인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2020년 11월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에 해당하는 ‘문책 경고’를 받았다. 상급 기관인 금융위원회는 3년 가까이 미룬 최종 제재를 조만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의 최후 처분을 앞두고 미래에셋증권·유안타증권·NH투자증권 등 라임 펀드 판매사들의 불법 행위 의혹이 부각되자, 대신증권 내부에서도 술렁임이 감지된다.
앞서 대신증권을 비롯한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 CEO에 대한 제재 수위가 당초 금감원 안보다 경감될 것이란 기대가 나왔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금감원을 상대로 낸 중징계 취소 소송에서 승소하는 등 법원 결정에서는 판매사의 손을 들어주는 분위기가 감지됐기 때문이다. 정영채 사장이 연임에 성공하고,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KB금융지주 회장 후보로 거론됐던 것도 이 같은 상황 변화 때문이었다. 하지만 라임 재수사가 모든 것을 안갯속으로 돌려버렸다.
양홍석 부회장은 올해 3월 말부터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을 맡고 있다. 금융위가 금감원이 제시한 문책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내릴 경우, 수년간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이 경우 전사적으로 추진 중인 종투사 승격에도 타격이 생길 수 있다.
대신증권을 통해 라임 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조선DB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는 라임·옵티머스 펀드 불완전 판매와 관련해 판매사인 대신증권·KB증권·NH투자증권의 대표 제재를 연내 결론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정례 회의는 한 달에 두 번 격주 수요일에 열린다. 라임 펀드 판매사 재수사가 시작되면서 이달 13일 정례 회의엔 제재안이 상정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10월 국정감사가 끝난 후 열리는 정례 회의에서 금감원 제재안이 의결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라임·옵티머스 펀드는 투자 손실로 환매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도 은행·증권사를 통해 계속 판매됐다. 지난해 7월 기준 금감원 추산에 따르면, 2019~2020년 환매 중단으로 라임 펀드는 4473명에게 1조5380억 원, 옵티머스 펀드는 884명에게 5084억 원의 피해를 줬다.
금감원은 2020년 11월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어 라임 펀드 사태 관련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금융회사지배구조법) 등을 이유로 양홍석 당시 대신증권 사장과 박정림 KB증권 대표이사에게 문책 경고를 결정했다. 2021년 3월엔 옵티머스 펀드 사태와 관련해 같은 이유를 들어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이사에게 문책 경고를 의결했다. 내부 통제는 금융사 임직원이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지켜야 할 기준과 절차를 말한다.
대신증권은 라임 펀드를 판 금융사 20곳 중 네 번째로 판매 규모가 컸다. 금감원은 당시 나재철 전 대신증권 대표이사에겐 문책 경고보다 수위가 높은 직무 정지 징계를 내렸다. 금융사 임원 제재는 ‘주의->주의적 경고->문책 경고->직무 정지->해임 권고’ 순으로 수위가 높아진다. 금융위는 지난해 초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등에 대한 징계 심의를 중단했다. 라임 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소송에서 법원 판결이 엇갈리는 등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금융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금감원의 판매사 추가 검사와 검찰 수사는 제재 대상 증권사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위에서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가 확정되면 제재 확정일로부터 3~5년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대신증권은 법적 공방에서 수세에 몰린 상황이다. 올해 2월 대신증권은 반포WM센터장이었던 장모씨가 라임 펀드 판매 과정에서 행한 사기적 부정 거래를 막지 못하고 주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가 유죄로 인정돼 2억 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앞서 장씨는 투자자에게 위험성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불완전 판매한 혐의로 징역 2년과 2억 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서울남부지법 형사7단독 박예지 판사)는 대신증권이 내부 통제 기준을 갖추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대신증권에 벌금 3억원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대신증권이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점 등을 참작해 감형했다. 대신증권은 지난해 금감원의 분쟁조정위원회 보상 권고안에 따라 투자 피해자에게 투자액의 80%를 배상했다.
앞서 대신증권은 투자 피해자가 낸 민사 소송 1심에서도 패소했다. 방송인 김한석·이재용씨 등 4명은 2020년 2월 라임 펀드 판매사인 대신증권을 상대로 투자금 100% 반환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4월 서울중앙지법은 대신증권이 투자금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펀드 판매 계약을 사기 행위로 판단했다. 대신증권은 금융 투자 상품은 본질적으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다며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이달 21일 항소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 있는 대신증권 본사 사옥 대신343 건물. /대신증권
라임 사태 추가 수사 향방과 양홍석 부회장에게 내려질 징계 수위에 따라 대신증권의 종투사 진출에 영향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홍석 부회장은 대신증권 창업자인 고 양재봉 회장의 손자로, 올해 6월 말 기준 대신증권 지분 10.19%(특수 관계인 포함 16.19%)를 가진 최대주주다. 어머니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이 2005년부터 20년 가까이 맡았던 대신증권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나고, 양홍석 부회장이 올해 3월 의장직을 이어받았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종투사 전환 방침을 공식화했다. 금융위 인가를 받아야 종투사로 지정된다. 현재까지 종투사로 지정된 증권사는 9곳(메리츠·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하나·한국투자·KB·NH투자)이다. 종투사가 되면 신용 공여 한도가 자기자본 100%에서 200%로 높아져 이자 수익을 늘릴 수 있다. 헤지펀드 등을 대상으로 프라임 브로커리지 서비스(PBS)도 가능해진다.
대신증권은 종투사 자격 요건인 별도 자기자본 3조 원 이상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서울 중구 을지로 본사 사옥 ‘대신343′ 매각을 추진 중이다. 6월 말 기준 대신증권의 별도 자기자본은 2조1010억 원 수준으로, 3조 원 기준 충족까지 9000억 원가량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신343′ 사옥은 지하 7층, 지상 26층 규모로, 매각가는 7000억 원 안팎으로 거론된다. 지난달 14일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 협상 대상자로 선정하고 사옥 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다른 보유 자산 일부도 매각해 연말까지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비즈
김남희 기자
첫댓글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이 중징계가 과하다고 소송을 내서 경감되는 대법 확정 판결을 받았네요. NH증권 사장은 연임되고...불확실성이 빨리 해소 됐으면 합니다.
내부통제 미흡에 따른 중징계는 대법원에서 과하다고 확정 판결 난 거군요. 금감원 제재 심의 확정이 빨리 났으면 합니다. 대법원 판결로 금감원도 참고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네요.
대신증권이 종투사로 가는길에 영향이 없길 바랍니다. ~
각자도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