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책임이 부동산 스타강사에만 있을까
‘말 잔치’가 판쳤던 부동산 시장인데, 이제 입단속을 할 때가 됐다는 말이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자칫 입이라도 잘 못 놀려 정부 눈 밖에 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부동산 스타 강사’에 대해 "현장 조사를 철저히 해서 정밀 관리하고, 필요하면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했다.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부동산 스타 강사 수강료가 1100만원이라고 하는데, 학원업을 등록하고 하는지 알 수 없어 세무조사를 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묻자 이렇게 답한 것이다.
이런 말이 나오자 그동안 언론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던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조차 익명을 요구하거나 기자 질문을 물리면서 몸을 사리기도 한다. 한 전문가는 "부당하게 이익을 얻어 세금을 탈루한 부동산 강사가 있다면 당연히 세금을 토해 내야겠지만, 정부가 세무조사를 언급하는 것 자체에서 위압감을 느낀다"며 "집값이 문제가 되면 늘 중개업소를 단속하는 구태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2015년 이후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과열되면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동하거나 부동산 설명회와 강의 등을 정기적으로 여는 부동산 전문 강사들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적절한 논리와 근거로 시장 상황을 분석하는 이들에겐 많은 팬이 따라붙었다. 서울 집값이 몇 달 만에 수억원씩 올랐으니 시장이 안정된다는 정부 말보다 그들의 말이 더 믿음직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과거 부동산 과열기에 일부 부동산 강사들은 강연 참석자를 끌어들여 특정 지역 물건을 싹쓸이하거나 자신의 물건을 정리하기 위해 매수자를 동원하기도 했다. 그래서 과거 정부에서도 부동산 정보업체와 전문가, 중개업자들이 부동산 투기를 부추기는 세력으로 찍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말 그들의 ‘입’이 작전이었고 주택 시장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영향력이 컸을까? 수억원이 넘는 집을 부동산 강사의 말만 듣고 사고팔고, 그런 식으로 지방 아파트 값이 단기에 두 배가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다.
투기를 조장하는 일부 전문가나 중개업자들이 어느 정도 영향을 줬을 수도 있겠지만, 서울이든 지방이든 입지가 좋아 수요가 몰려 공급이 달리면 집값이 오르는 게 기본적인 집값 상승 구조다. 최근 주택산업연구원이 개최한 ‘주택시장 현황분석 및 발전방안 모색’ 세미나에서도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서울 아파트 공급량이 5만4000가구 부족했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김태섭 주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의 경우 아파트 신규 공급량이 부족한 상황에서 양도세와 중과와 입대주택 등록 등의 영향으로 기존 매물이 잠기며 최근 집값이 급등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라 불리는 이들의 '입'과 정부 정책 중 어는 쪽이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묻지 않아도 답이 나오는 질문이다. '종로에서 뺨 맞고 한강에서 눈 흘긴다'고 했는데, 정부가 부동산 실책의 핑계를 이번에도 애먼 곳에서 찾지 않을까 걱정이다,
조선비즈, 이진혁 부동산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