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로 제임스
복자 요한 손(Joannes Thorne)과 복자 로게루스 제임스(Rogerus James, 또는 로제로 제임스)의 출신과 생애에 대해 알려진 바가 없다. 다만 그들은 1534년 헨리 8세(Henry VIII) 왕이 자신의 이혼과 재혼 과정에서 가톨릭교회와 결별하며 수장령(首長令, Act of Supremacy)을 발표하고 서명을 강요했을 때 영국 잉글랜드 남서부 서머싯(Somerset)에 있는 성 베네딕토회의 글래스턴베리 수도원(Glastonbury Abbey)의 수도승 사제였다. 1536년과 1539년에 수도원 해산과 재산에 대한 몰수가 강제로 집행되면서 이에 반대하는 이들에 대한 혹독한 박해가 시작되었다. 1539년 1월까지 글래스턴베리 수도원은 서머싯에 남아있던 유일한 수도원이었다. 하지만 수도원 해산과 재산 몰수에 끝까지 반대한 대수도원장인 복자 리카르도 화이팅(Richardus Whiting)이 체포되어 런던탑에 갇혔을 때, 수도원의 회계 담당인 복자 요한 손 신부와 성구(聖具) 담당인 복자 로제로 제임스 신부도 군인들에 의해 체포되었다. 그들은 영국 왕의 탐욕스러운 추종자들로부터 수도원의 다양한 보물을 보호한 혐의로 체포되어, 왕의 수장령에 반대하는 반역자로 사형 선고를 받고 1539년 11월 15일 서머싯의 웰스(Wells)로 끌려가 대수도원장 신부와 함께 교수형과 극형을 받고 순교하였다.
복자 로제로 제임스 신부는 1895년 5월 13일 교황 레오 13세(Leo XIII)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고, 순교한 날인 11월 15일에 축일을 기념하고 있다. 그리고 2000년에 잉글랜드와 웨일스 교회의 새 전례력이 교황청에서 승인된 후에는 1970년 10월 25일 교황 성 바오로 6세(Paulus VI)에 의해 시성된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40위 순교자’(The Forty Martyrs of England and Wales)와 종교개혁 시대에 순교한 모든 복자 · 성인들이 ‘영국의 순교자’(The English Martyrs)라는 이름으로 5월 4일 전례 안에서 기념하게 되면서 복자 로제로 제임스 또한 그날 함께 축일을 기념하게 되었다. 이날은 종교개혁 시대 영국에서 순교한 영국 성공회의 순교자와 성인들의 기념일과 같은 날이다. 2001년 개정 발행되어 2004년 일부 수정 및 추가한 “로마 순교록”은 11월 15일 목록에서 영국 글래스턴베리에서 성 베네딕토회 대수도원장인 복자 리카르도 화이팅과 복자 로제로 제임스와 복자 요한 손이 거짓 고발을 당해 반역죄와 신성 모독죄로 헨리 8세 왕 때 잔인하게 고문을 당한 후 순교했다고 기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