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7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옛 창고에서 김소월, 현진건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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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jy9713
2024.05.15. 14:27조회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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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한국근대문학관
옛 창고에서 김소월, 현진건을 만나다
오래된 것들은 늘 향수를 자극한다. 첨단 건축의 세련된 박물관보다 옛 창고를 개조한 박물관은 그래서 더욱 살갑다. 근대 문화가 깃든 인천 개항장 문화지구에 한국근대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한국의 근대문학을 총망라한 문학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외벽에는 옛 물류창고의 세월과 투박함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개항기 물류창고를 개조해 새롭게 문을 연 한국근대문학관.
개항 도시 인천의 멋을 살린 문학관
인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는 묘하게 뉴욕 브루클린과 닮았다. 옛 창고를 개조해 예술가들의 갤러리와 작업장으로 쓰는 것도 닮았고, 컨테이너가 드나들던 포구와 철로가 뒤엉켜 있는 것도 유사하다. 문화지구 뒤편 자유공원에 올라서면 바다와 인천역으로 이어지는 철로, 허름한 창고와 예술공간, 옛 가옥들이 늘어선 전경이 한눈에 펼쳐진다. 그 아스라한 개항장 문화지구에 올 가을 한국근대문학관이 문을 열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100년 세월의 물류창고를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이 인문학적 관점에서 문학박물관으로 재조성한 곳이다. 박물관은 옛 온기를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처음 지어진 창고의 투박한 외벽과 내부의 목조 천장에서 옛 개항장의 분위기가 아련하게 묻어난다.
한국근대문학관 내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특정 문인과 유파를 떠나 근대문학을 총망라하고 있는 곳이다.
문학관은 근대사의 의의도 십분 살려냈다. 인천 개항장 일대는 개항 도시인 인천의 근대 문화가 아직까지 살아 숨쉬는 터다. 근대문학관은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한국 문학사 중 1890년대 계몽기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근대문학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국내에 60여 곳의 문학관이 있지만, 특정 문인과 유파를 떠나 근대문학을 총망라한 문학관은 이곳이 유일하다.
옛 문인들의 희귀본 작품 전시
한국근대문학관은 3만 점 가까운 자료들을 갖추고 있다. 최남선, 한용운, 김소월, 나도향, 현진건, 백석, 염상섭 등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기라성 같은 문인들의 작품을 한꺼번에 조우할 수 있다. 한국 최초의 국한문 혼용서인 유길준의 [서유견문] 초판, 염상섭의 [만세전] 초판 등 빛바랜 희귀본들에서 묘한 문향의 기운이 솟아난다.
한국근대문학관은 인천을 대표하는 예술창작 공간인 인천아트플랫폼과 나란히 들어서 있다. 지역 특색을 반영해 문학관 역시 예술과의 색다른 접목을 시도하는 모습이 돋보인다. 근대문학관 관람은 후대 작가들의 특별전을 구경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황순우 작가의 ‘보물창고’ 전은 문학관으로 새롭게 태어난 창고 건물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벽과 천장에 묻혀 있는 벽돌, 목재의 흔적을 영상으로 담아낸 전시다.
문인들의 얼굴이 새겨진 벽.
문학관 상설 전시장에서는 시대별 문학의 변천사와 주요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계몽기, 근대문학의 태동기, 김소월과 한용운이 활동했던 시기와 함께 사회 부조리를 꼬집었던 문인들의 시와 소설 들을 일목요연하게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공간은 문인들의 얼굴을 벽 전체에 모아놓은 곳이다. 별도의 앱을 다운로드하면 소설가와 작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이곳에서 기념 촬영도 할 수 있다.
2층 체험 공간에 마련된 스탬프 체험. 시대별 주요 작가들의 모습이 새겨진 스탬프를 찍고 우편엽서를 직접 부칠 수도 있다. | 문하관 내의 영화관 입구. |
전시장 안에서는 매시간 격동기 서민의 삶을 소재로 한 영화를 상영한다.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 그림 앞에서 작품 속에 스며든 추억의 슬라이드도 감상할 수 있다. 2층 체험 공간에는 1층에서 조우했던 시대별 주요 작가의 모습이 새겨진 스탬프가 마련돼 있다. 스탬프를 찍고 시간을 추억하는 우편엽서도 직접 부칠 수 있다.
개항장을 배경으로 한 작품과 그 흔적들
자유공원의 중국식 문루.
한국근대문학관 인근은 본격적인 개항장 문화지구를 관람하는 공간이다. 사실 주말이면 짜장면을 파는 식당이 밀집한 차이나타운은 호객 행위로 번잡하다. 호젓하게 옛 근대사 건물과 작품들을 감상하고 한적한 산책을 즐기려면 중구청으로 이어지는 자유공원 반대편 길목이 좋다. 문화지구 골목길로 접어들면 옛 일본 가옥에 들어선 찻집들도 따사롭고, 개항박물관, 근대건축관 등 개항 시기 은행에서 박물관으로 변신한 건축물들도 곳곳에 눈에 띈다. 찻집들은 옛 문인들이 들렀을 법한 아늑한 분위기다. 실제로 인근 월미도, 자유공원 일대가 문학가들의 작품 배경이 되기도 했다. 염상섭은 1928년 발표한 장편소설 [이심]에서 당시 개항장의 분위기를 이렇게 그려내고 있다.
“자동차는 사람이 장날같이 복작대는 해안을 한 바퀴 돌아서 만국공원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오늘은 여기도 사람의 떼로 우글거린다. 중등학생의 떼며 여학생들의 행렬도 앞에 보인다. 아마 이 학생들도 음악회 구경하느라고 몰려 들어오는 모양이다.”
근대문학관에서 개항장 문화지구를 거쳐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길은 깊은 가을 분위기가 완연하다. 길을 걷다 보면 옛 문인들의 소설과 시 한 편이 귓가에서 맴돌아 사색을 부추긴다.
갤러리
[네이버 지식백과]
인천 한국근대문학관 - 옛 창고에서 김소월, 현진건을 만나다 (한국관광공사의 아름다운 대한민국 이야기, 한국관광공사, 서영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