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여름 눈사람 만나기
2000년도 《아동문학평론》에 동시에 이어 2004년도에 평론이 당선되면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한 김종헌 시인의 두 번째 동시집. 동시조집 『뚝심』이 나온 이후로 오랜 기다림 끝에 선보이는 동시집이라 설레임이 더욱 크다. 또한 동시전문지 계간 《동시발전소》 주간 일을 맡아 동시를 보는 눈 또한 더욱 선명하고 선선해졌을 것이다. 어린이의 시선에서 때로는 따스하고도 예리한 관찰자의 눈으로, 거슬러 시인의 어린 시절을 불러내 앉히는 다양한 마음들 속에서 독자들은 웃고 울고 때론 심각해질 것이다.
목차
그땐 문학 이야기만 했었네_곽해룡
1부 눈사람이 뚜벅뚜벅
누굴까 / 씽씽카 / 빅 뉴스
한여름 눈사람 마중하기 / 고양이가 호랑이를 잡는 법
뒤뚱뒤뚱 비둘기 / 돌배나무 이야기 / 개학 날
꼭 그만큼 / 어린이 인정구역에서 / 소나기
겅중겅중 / 사춘기① / 사춘기② / 사춘기③
나도 저랬겠지 / 동글동글 / 체험학습 야영장에서
노랑나비 / 봄은 선생님 없는 미술 시간
2부 곶감보다 더 쫀득하게
설날 연휴가 끝나고 / 참 예쁘다 / 할머니 공부
능소화 웃음 / 할머니 손글씨 / 요양병원에서
그날 / 넓고 넓은 놀이터 / 버스 안에서
정말 그랬으면 / 어떻게 할까? / 단풍
3부 바싹 마른 아버지 목소리
유기견 백구 / 퀵 배달 아저씨
더 글로리 / 우리 캐슬아파트니까
논술학원 앞 / 뉴스를 보다가 / 알랑방구
가뭄 / 깐부 / 그날도 오늘 같았지
한낮 / 고것 참, 마치맞네 / 이사하던 날
4부 환하게 더 환하게
거리두기 / 추석 달 / 아빠 구두에 묻은 꽃잎
온라인 개학 날 / 아침에 / 오늘
그해 4월 이후
해설_타자화된 시간성의 회복과 나만의 한여름 눈사람 찾기_김재복 어린이문학평론가
시인의 말
저자 소개
글: 김종헌
경북 선산에서 태어나 대구에서 자랐다. 경북대학교와 동 대학원(석사)을 졸업하고 대구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구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지금은 대구교육대학교 학술연구교수로 있다. 대구·경북지역 아동문학 연구에 관심을 가지고 「일제강점기 경북지역 소년운동 연구」, 「1960년 전후 대구지역 아동문학 연구」, 「1970년대 대구·경북지역 아동문학 연구」 등의 논문을 발표하였다.
2000년 계간 「아동문학평론」 동시 부문 신인문학상을 받으며 문단에 나왔고, 2004년 「아동문학평론」 에 [언어 유희를 넘어선 내적 음악성의 부각]을 발표하면서 아동문학평론을 시작했다. 저서로는 『동심의 재발견과 해방기 동시문학』, 『동심의 표정 동시의 미학』, 그리고 동시집 『뚝심』 등이 있다. ‘쪽배’ 동인으로 참가하여 창작과 평론을 함께 한다. 「동시발전소」, 「아동문학평론」 편집위원 일도 맡고 있다. 이재철아동문학평론상, 한국동시조문학대상(공동) 등을 받았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한국동시문학회, 대구아동문학회 회원이다.
그림: 신은숙
오늘도 신나게 그림을 그리고 글을 씁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 『다섯 번 울어야 말하는 고양이 카노』 『진짜 진짜 신나요』, 그린 책으로 『개와 고양이의 은밀한 시간』 『여행을 떠나요』 『오줌 단짝』 『별이 다가왔다』 『유치원에 가지 않는 방법』 『산에 사는 금붕어』 『사랑에 빠진 콩』 등이 있습니다.
출판사 리뷰
첫 번째 동시조집 『뚝심』에 이어 두 번째로 내는 이번 동시집 『한여름 눈사람』에서 김종헌은 “동시가 단순성을 갖추면서도 어린이의 시선에만, 또 어린이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는데, 왜 첫 마디가 단순성인가 궁금했다. 동시의 단순성은 동시의 특별함이 아닌가. 『한여름 눈사람』을 다 읽은 지금 그가 극복하고 싶었던 동시의 단순성은 다른 말하기의 욕망이었을지 모른다고 느꼈다. 이번 동시집에서 발견하게 될 특별함은 타자화된 시간성의 회복과 결론짓거나 단정할 수 없는 삶의 복잡함이다.
『한여름 눈사람』에서 어린이의 시선과 공간에 머물지 않으려는 시인의 의지는 어린이가 맺고 있는 가족과 그들이 겪는 시간성을 통해 표현되고 있었다. 생애 모든 순간은 당연히 소중한데 사춘기라는 혼란, 늙음에 따라오는 신체 질병, 외로움, 죽음은 생산성을 중심으로 굴러가는 세상의 시간으로 볼 때 어린이라는 시간만큼 왜소하다. 어린이나 사춘기 청소년, 노인은 사회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간에 들어서기 전이거나 밀려나고 벗어난 시간을 산다. 동시가 어린이 존재도 역시 삶의 중심이라는 걸 증명하려고 했던 이유가 사회적 시간이 아니라 자연적 시간의 존재임을 회복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이 동시집에는 사춘기라는 제목의 시편이 3편이나 연이어 들어 있다. 당연히 사춘기란 “꽃눈 하나 틔우는”(「사춘기 1-차동현」) 시간이며, 돌덩이가 바윗덩이가 되었으나(「사춘기 2-형아」) 이 겨울 같은 시간을 지나 얼음이 녹고 물이 되면 “알싸한 꽃샘바람/지나간 그 자리에/속닥속닥/들썩들썩 싹”(「사춘기 3-우수」)이 돋을 것이다. 사춘기의 신체적· 정신적 혼란은 건너뛸 수 없는 과정의 일이다. 많은 동시가 이 시기의 혼란을 보듬는다. 이 자연스러운 시간이 자주 외부-어른에 의해 유난이라고 폄하되고 빨리 지나가도 되는 시간처럼 취급받기 때문일 것이다. 김종헌의 경험 혹은 사유처럼, 사춘기가 인간의 시간에서 싹을 틔우는 시기라고 생각하게 되면 정성을 다해 돌볼 시간이다. 대충 지나치지 말고 제대로 잘 지내야 할 시간이다. 사춘기는 흐려지거나 지워지지 않게 자주 말해왔어도 계속 말해야 하고 잃어버렸다면 회복해야 하는 시간이다.
―김재복 아동문학평론가 해설 〈타자화된 시간성의 회복과 나만의 한여름 눈사람 찾기〉 중
시인의 말
국민학교 5학년 때 대구로 전학을 온 나는
해거름 그림자가 비칠 때쯤이면
경북실내체육관 밑 대도시장 입구에서
체육관 지붕 위로 퍼지는
붉은 노을을 바라보곤 했습니다.
그 붉은 저녁노을이
아직도 가슴에 스며있고
철부지를 보살펴 주신 할머니가
여태 내 눈시울에
젖은 채 매달려있었나 봅니다.
그리움이 아닌 그 결핍의 기억에다
오늘날 우리의 모습을 포개서
동시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동시가 단순성을 갖추면서도
어린이의 시선에만,
또 어린이의 공간에만 머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두 번째 동시집을 냅니다.
이 시집에 실린 동시 어느 한 편에서라도
독자 여러분의 저민 마음을 헤아리는
‘한여름 눈사람’을 만날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쁘겠습니다.
2024년 여름 김 종 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