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를 수식하는 단어는 여러가지다. 알프스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 하이디와 각종 치즈와 초콜릿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중에서 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건 뭘까. 바로 기차다. 알프스가 자연이 준 선물이라면, 3000m 알프스 고봉부터 빙하가 녹아 만든 청정호수 곳곳을 연결하는 교통시스템은 스위스 사람들이 일궈낸 업적이다.
래티셰반에서 운영하는 베르니나 특급 열차(Bernina Express) / 사진=스위스정부관광청
스위스는 유럽에서, 아니 전세계에서 대중교통으로 여행하기에 가장 편리한 여행지다. 비행기를 이용해서 스위스로 들어가든, 근접 유럽 국가에서 기차를 타고 국경을 넘든 간에 일단 스위스 땅 안으로 들어오면 기차, 버스, 페리, 산악열차, 케이블카 등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해 해발 3000m에 펼쳐진 만년설부터 빙하가 녹아내려 만든 청정 호수까지 어려움 없이 즐길 수 있다.
# 모든 교통편 아우르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
스위스 여행을 계획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교통편을 예약하는 것이다. 우선 스위스까지 가는 비행편을 알아보고 그 다음에는 스위스 트래블 패스를 예약해야 한다. 티켓 한장으로 기차, 벗, 유람선, 산악 열차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티켓은 3, 4, 6, 8, 15일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또 500개 이상 박물관에 무료 입장할 수 있다.
사진=스위스정부관광청 홈페이지 캡처
스위스 트래블 패스로 이용 가능한 프리미엄 파노라마 기차는 빙하 특급(Glacier Express), 베르니나 익스프레스(Bernina Express), 고타드 파노라마 익스프레스(Gotthard Panorama Express), 팜 익스 프레스(Palm Express) 등이 있는데 좌석 예약을 해야하고 예약하지 않고 이용하면 추가 요금을 내야 한다.
가격은 6일 2등석 기준 359 스위스 프랑(약 50만9000원), 1등석 기준 570 스위스 프랑(약 80만9000원)이다. 만 25세 이하 여행자라면 30% 할인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스위스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 유용한 앱이 있다. SBB앱에서 목적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면 실시간으로 정보가 뜬다. 구글맵에는 나오지 않는 시골 마을 버스 정보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어서 편리하다.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SBB 어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 세계에서 가장 정확한 기차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온 스위스 사람들. 알프스의 나라는 세계 최고 기차의 나라가 됐다. 앞으로는 ‘지속가능한 여행의 선두주자‘가 되려고 새로운 캐치프레이즈 ‘스위스테이너블(swisstainable)’을 발표했다. 스위스는 ‘지속가능성’이라는 화두가 나오기도 훨씬 전부터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알프스에 적응하며 살기 위해 철로를 놓고 불편함 없이 나라 곳곳을 다니기 위해 세계 최고의 철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전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여행‘이 화두가 되면서 사람들은 ‘기차의 재발견’을 들고 나왔다. 탄소배출의 주범인 비행기 대신 기차를 이용해 유럽을 여행하자는 거다. 향후 몇십년 간 전 세계 여행 트렌드가 될 ‘지속가능한 여행‘이 궁금하다면 스위스로 가자.
올해로 스위스 철도는 출범 175주년을 맞았다. 스위스에서 꼭 타봐야 할 기차를 소개한다. 기차를 타야지만 볼 수 있는 풍경들이 차창밖으로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1. 빙하 특급Glacier Express
빙하 특급 열차 내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빙하 특급 열차 내부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체르마트(Zermatt)부터 생모리츠(St.Moritz)까지 291㎞를 8시간에 걸쳐 달리는 빙하 특급 열차는 세상에서 가장 느린 특급 열차라는 별명이 있다. 발레(Valais), 우리(Uri), 그라우뷘덴(Graubunden) 등을 통과하면서 3000~4000m 알프스 고봉부터 ‘스위스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는 라인(Rhine) 협곡 풍경과 셀 수 없이 아름다운 호수들을 눈에 담는 스위스 대표 관광열차다.
빙하 특급 열차 / 사진=스위스정부관광청
2. 베르니나 특급
Bernina Express그라우뷘덴 쿠어(Chur)에서 출발해 생모리츠를 지나 이탈리아 티라노(Tirano)까지 122㎞를 간다. 특급 열차 선로 중 대부분은 2008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기찻길(알불라/베르니나 지역의 래티셰 철도)이다. 1904년 운행을 시작한 알불라 라인(투시스Thusis~생 모리츠St. Moritz)은 67km 길이의 기찻길로 42개 터널과 144개의 다리를1910년 시작한 베르니나 라인(생 모리츠~티라노)은 총 길이 61㎞로 13개 터널, 52개 다리를 지나는 유서 깊은 길이다.
스위스 대표 관광열차 베르니나 특급 / 사진 = 홍지연 여행+ 기자
스위스 대표 관광열차 베르니나 특급 / 사진 = 홍지연 여행+ 기자
베르군(Bergun)~프레다(Preda) 구간, 폰트레시아(pontresina)~ 포스키아보(Poschiavo) 구간이 백미로 꼽힌다. 쿠어(584m)에서 출발한 열차는 서서히 고도를 높여 베르니나(2253m) 빙하 지역을 지나 해발 2091m 지대에 위치한 알프 그룸(Alp Grum)역에서 정차한다. 이후부터는 내리막 길이다. 키 작은 목초와 바위 덩어리들만 보이는 이색적인 풍경부터 사시사철 눈으로 덮인 빙하, 푸른 하늘과 하얀 산을 고스란히 반영한 레이크 비앙코(Lake Bianco) 등 아름다운 스위스 알프스의 모습을 보여준다.
베르니나 특급 열차를 타고 볼 수 있는 풍경과 열차 내부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베르니나 특급 열차를 타고 볼 수 있는 풍경과 열차 내부 모습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베르니나 특급을 타면 휴대폰 와이파이에서 ‘인포트레인먼트(infotrainment)’에 접속하면 실시간으로 열차가 지나는 주변 정보에 대해 들을 수 있다.
3. 구르미노 Gourmino
구르미노 미식 열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구르미노 미식 열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구르미노 미식 열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구르미노 미식 열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그라우뷘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철도회사 래티셰반(Rhatische Bahn)에서 운영하는 미식 열차다. 쿠어에서 생모리츠 사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알불라 라인 중 일부를 달린다. 파란색 외관의 식당칸은 1930년대 빈티지 스타일로 꾸며져 있다. 총 34개의 좌석이 마련돼 있고 내부는 목재로 마감돼 따뜻한 분위기가 느껴진다. 현지 재료를 활용한 3코스 메뉴와 와인을 맛볼 수 있다.
4. 역사 기차 Historical train
역차 기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역차 기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역차 기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역차 기차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래티셰반이 여름 시즌에만 특별 운영하는 역사 기차다. 2022년 운행은 끝이 났고 2023년에는 5월 13일부터 10월 29일까지 매일 2회 다보스 플라츠(Davos Platz)~ 필리수르(Filisur) 구간을 운행한다. 다보스 플라츠에서 오전 10시 18분, 오후 3시 18분, 필리수르에서는 오전 11시 6분, 오후 4시 6분에 출발한다.
약 40분 동안 1920년대에 만들어진 역사적인 기차를 타고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선로를 달린다. 사방이 뚫린 객차에 타면 맑은 알프스 공기를 실컷 마시면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역사 기차는 아름다운 고가교, 터널 등 다채로운 풍광을 선사한다.
# 오고 가고 중에 한번은 꼭 페리
페리는 단순히 호수를 가로지르는 것만이 아니라 자체로 훌륭한 여행 방법이 된다. 배 안에서 밥을 먹고 차를 마시면서 여유롭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루체른에서 탄 페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루체른에서 탄 페리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호반 도시 루체른은 1856년 기차가 놓이기 전까지 호수를 통한 뱃길로만 오갈 수 있던 곳이었다. 해서 지금도 페리 관광이 매우 활성화되어 있다. 물론 호수 주변으로 선로가 개발돼 기차로도 갈 수 있지만 이색적인 여행을 위해 갈 때는 배로 올 때는 기차를 이용하면서 루체른 곳곳을 돌아다녀보자.
루체른 유람선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루체른 유람선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루체른 유람선 / 사진=홍지연 여행+ 기자
스위스를 수식하는 단어는 여러가지다. 알프스가 가장 먼저 생각나고 하이디와 각종 치즈와 초콜릿 등 스위스를 대표하는 단어들이 줄줄이 나온다. 그중에서 스위스 사람들이 가장 자부심을 갖는 건 뭘까. 바로 기차다.알프스가 자연이 준 선물이라면, 3000m 알프스 고봉부터 빙하가 녹아 만든 청정호수 곳곳을 연결하는 교통시스템은 스위스 사람들이 일궈낸 업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