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를 앞두고 바쁘고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몸과 마음에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면,
나는 차 한 잔을 들고 뜰로 나간다.
그리고 오렌지나무에 둥지를 틀고 지극정성으로
알을 품고 있는 벌새를 바라보곤 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도,
밤에 전등 스위치를 내리기 전에도
마음으로 인사를 나눈 나날이
벌써 보름은 되었나 보다.
낮에도 슬며시 뜰을 어슬렁거리며
내 눈길은 늘 벌새집으로 향했다.
처음 발견했을 때보다 둥지는 더 커지고
하얀 장식도 생겨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둥지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는데,
내가 그쪽으로 다가가면 새는 ‘쌩~’ 소리를 내며
날아가 버리곤 했다.
아마 멀지 않은 저쪽 어딘가에서 숨을 죽인 채
제 둥지를 바라보고 있었으리라.
관심 없는 척 돌아서 있어도
내 마음이 온통 그곳에 가 있으며,
오직 사랑의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벌새가 눈치채 주길 바랐다.
며칠 동안 벌새가 유독 분주해 보이더니,
목요일부터는 어쩐지 기척이 없었다.
몇 번이고 오렌지나무 곁으로 가보았지만
둥지에 앉아 있던 새는 보이질 않았다.
만 하루가 다 지난 것 같은데
왠지 둥지가 비어 있는 느낌이다.
어제는 너무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벌새집 속으로 검지 손가락을 살며시 넣어보았다.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았다.
솜털처럼 부드러운 둥지는
예감처럼 텅 비어 있을 뿐이었다.
덜컥 겁이 났다.
혹시나 알이 땅에 떨어졌나 싶어
나무 아래를 샅샅이 살피고,
어렵사리 스마트폰을 밀어 넣어 둥지 안
사진도 찍어보았다.
다행히 깨진 흔적은 없었다.
아마 그사이 알에서 깨어난 어린 벌새들을 데리고
무사히 이사를 갔나 보다.
나처럼 그동안 다른 보금자리를 구해놓고
그쪽으로 총총히 옮겨갔을 벌새 가족을 상상해 본다.
내가 너무 자주 쳐다봐서 불편했던 것은 아닐까.
오렌지나무 곁을 하루에도 몇 번씩 서성거리는 게
두려워서 도망친 건 아닐까.
혹은, 내가 곧 떠날 것을 알고 녀석들이 먼저
작별을 고한 것은 아닐까.
쓸쓸한 마음에 홀로 부질없는 질문들을 던져본다.
벌새는 어디로 갔든 또다시
예술품 같은 집을 짓고 새끼들을 키워낼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 새끼들을 저 넓은 세상 밖으로
완전히 독립시켜 보낼 것이다.
자식들을 다 키워 품 안에서 떠나보내고
비로소 혼자가 되었던 나의 어느 날처럼,
어미 벌새 역시 언젠가는 그때의 내 마음을
마주하게 될 터였다.
지금 오렌지나무에 남은 벌새 집이
유난히 외롭고 쓸쓸해 보인다.
새들은 한 번 떠난 둥지로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고 들었던것 같다 .
저토록 정성스럽게 지은 보금자리를
이대로 영영 버려둔다는 것이
못내 아쉽고 가슴 아프다.
내가 이 집을 완전히 떠나기 전,
딱 한 번만이라도 그 작고 경쾌한 날갯짓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떠나기 전,
오렌지나무의 빈 둥지 곁에 나의 새집 주소를
자그맣게 남겨두고 싶어진다.
기적처럼 영리한 그 작은 새가 바람을 타고 날아와,
이사 간 나의 집 안뜰에 새롭게 둥지를 마련하면
얼마나 반갑고 고마울까 .
오래도록 나의 다정한 벗이자 위안으로
머물러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었음이
벌새에게 전달되었길 바라는 맘이다 .
첫댓글
저도 그렇습니다.
점심상을 차리는데, 글이 올랐다는 신호음에
'빈둥지를' 까지만 보였습니다.
닉은 보이지 않았지만,
아녜스님으로 짐작했습니다.
이사하는 집으로
그 벌새가 따라오면 했었는데...
벌새가 떠난 뒤의 빈둥지를 바라보는
아녜스님의 그마음~ 알아차렸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답글이 늦었습니다 .
벌새가 떠난 후 텅빈 집이 오렌지 나무에
매달려 있습니다 .
그래도 가끔 혹시나 하고 들여다 보게 되네요.
요즘 제가 바쁘다 보니 수필방에 뜸하게
들르게 되네요 .
그래도 글감이 많이 생겨 재미있는 글을
쓰게 될것 같습니다 .
벌새란 꿀을 좋아하는 아주 작은 새를 뜻하는거 같은데?
미국에서는 볼수 있나 봅니다
대한민국에는 없어서 아쉽습니당
충성 우하하하하하
Hummingbird 라고 하죠 .
날개짓 소리가 마치 허밍하는 소리와 같다고 해서요.
한국에서도 보셨다고 하신 분들이 있네요 .
아마 미국에서만 볼수 있는 새는 아닐걸요 .
제가 찾아보니 남북 아메리카와 북은 알래스카,
대체로 열대지방에 서식한다네요 .
자연과 하나되는 삶
자연과 가까이 하면 마음에
잔잔한 평온이 오는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
떠난 뒤에야 비로소 남겨진 빈자리의 온도를 느끼게 되는 것 같습니다.
벌새를 바라보는 시선 속에 결국은 자식 떠나보낸 어머니의 마음, 그리고 삶의 이별들이 함께 담겨 있었네요.
마지막 문장의 바람처럼, 새로운 집에도 꼭 작은 기적 같은 날갯짓이 다시 찾아오기를 바랍니다.
흔히들 자식을 모두 떠나보내고 나서 느끼는 그 감정을
"빈둥지 증후군"이라고 하지요 .
저도 예전에 느껴본것입니다 .
그런 마음이 벌새의 빈둥지를 보니 되살아 났습니다 .
그냥 미미한 작은새였지만 아녜스님은 그동안 많은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신 마음이 정답습니다.... 애지중지 키운 자식들도 크며은 부모의 둥지를 떠나가듯 벌새도 새로운 둥지에서 잘 살겁니다. 너무 걱정안하셔도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갈겁니다.
저의집에 벌은 수없이 많은 집을 지었는데
벌새가 집을 지은것은 처음입니다 .
기다리는 마음이었는데 이집을 떠나려 하는데 벌새가
집을 만들고 또 떠났습니다 .
저도 며칠 후 떠납니다 .
많이 서운하겠습니다.
저도 평택에 근무할 때 살고 있는 원룸 계단 출입구 위에 제비집이 있었어요. 새끼를 낳고 새끼들이 날아 갈 때까지 관심있게 보게 되더라구요~
제 마음이 고든님의 그때 그맘과 닮은것 같습니다 .
제비는 또 다시 그집으로 돌아 오는지 궁금하네요 .
빈둥지가
단정하고 깨끗하네요.
사진으로 검색했던 새
곱고 예쁘던데
집이 정갈해요.
인연이 연결 되어
또 만났으면 좋겠는데
기대해 보렵니다.
집을 거미줄로 지은다고 읽었는데
정말 푹신 합니다 .
그 작은 몸으로 어찌 저런 집을 지을수 있을까요?
모성의 위대함을 절로 느낍니다 .
또 다른 벌새와의 만남을 기대 해 봅니다 .
저렇게 정갈하게 지은 새 둥지를 두고 떠나야 할 이유가 무엇이었을까요?
거주하는 공간의 주인이 이사하는 것을 감지한 걸까요?
어느 날 비어버린 새 둥지를 대하는 허전함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그곳은 날씨가 어떤지요?
이곳은 5월 중순인데 낮에는 벌써 한여름의 더위입니다.
원래 여름을 타는데, 스테로이드 단약 부작용으로 온 몸의 근육통과
우울함, 무기력함과 조금 걸어도 숨차는 등, 각종 증세로 예전보다 더
힘들고 버거운 여름일 거 같아 걱정입니다.
이사 잘 하시고,
이사갈 곳에 그 벌새가 둥지를 털어 아녜스 님과의 연을 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만, 그렇지 못하더라도
새 집 뜨락에 또 다른 소중한 연이 찾아오겠지요.
그로해서 또 하루하루 미소짓는 일상이 되기를 바랍니다.
아마 알이 부화를 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아기새로 어미새와 함께 다른곳으로 떠났을거라
짐작을 합니다 .
날씨가 더워지니 많이 힘드시군요 .
어서 낫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입니다 .
이곳 날씨는 아침 저녁은 시원하고
낮엔 좀 덥습니다 .
습도가 없는곳이니 생활하기는 좋은 계절이지요.
우린님 힘내세요 !!
삭제된 댓글 입니다.
저도 이집에 정을 많이 붙이고 살았지만
이사할 맘을 정하고는 바삐 움직였습니다 .
이때 아니면 영영 못할것 같아서요 .
고맙습니다 .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6.05.21 22:22
뭘로 지었는지 새둥지같지
않아요.너무 깨끗합니다.
지금은 벌새가 넓은 산야에서
새끼들과 비행훈련,먹이활동을 하고 있지 않을까요?
지네들의 일정이 사람의 관심과는무관할테지요.
둥지는 2 년 쓰고 버리더군요.
너무 애닯아 마세요.
둥지를 2년을 쓰는군요 .
집으로 다시 오려나 ?
벌새집을 제가 관심을 많이 갖고
있었기에 떠남이 섭섭했습니다 .
벌새는 제게 무관심이었을까요 ?
제가 살짝 알에 손을 대 보긴 했는데
그게 떠남의 이유가 아니길 바랍니다 .
울아녜스님의 깊은 사색에 공감합니다.
잔잔한 물결처럼 이어지는 울아녜스님의 사색에 함께 물들어 봅니다. ^^*
제가 요즘 정신이 없다 보니 답글이 늦었습니다 .
새벽에 일어나 밀린 댓글에 답글을 드립니다 .
카페 할동을 활발하게 하셔서 보기에
좋습니다 .
건강하세요 수피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