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장고 문이 나보다 성격 좋은 이유
냉장고 문을
습관처럼 열어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
이걸 왜 열었지?”
소주 한 병,
맥주 한 캔이 앞쪽에 있었고,
그 안쪽에
보일 듯 말 듯
글감 하나가 숨어 있었다.
오늘은 술 말고
글이나 한 잔 하자 싶어,
글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 생각 하나를
슬그머니 꺼내 들었다.
그 순간
냉장고 문이
참 성격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열고 닫는데도
한 번도 짜증을 내지 않는다.
아침에 열고,
점심에 열고,
저녁에 열고,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괜히 열어보고,
뭘 찾는지도 모르면서
한참 들여다보다가 닫아도
냉장고 문은
그저 조용히 다시 닫힌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야,
너 참 성격 좋다.
나라면 벌써
한마디 했을 텐데.”
그러자 냉장고 문이
살짝 찬 기운을 내보내며
말하는 것 같았다.
“형님,
저는 열리는 게 일입니다.
열릴 때마다 화내면
하루를 못 삽니다.”
듣고 보니
맞는 말이었다.
사람도 그렇다.
살다 보면
누가 자꾸 내 마음의 문을 연다.
묻고 싶지 않은 걸 묻고,
건드리고 싶지 않은 기억을 건드리고,
닫아두었던 서운함을
괜히 다시 꺼내놓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벌컥 열린다.
“왜 또?”
“무슨 일인데?”
“그 얘기를 지금 왜 해?”
생각해 보니
냉장고 문보다
내 마음이 훨씬 바빴다.
냉장고 문은
누가 열어도
자기 온도를 지키려고 애쓴다.
문이 열리면
잠깐 찬 기운이 빠져나가지만,
다시 닫히면
조용히 자기 안의 온도를
회복한다.
그런데 나는 어떤가.
한 번 마음이 열리면
한참 동안 닫히지 않는다.
누가 한마디 하고 가면
그 말이 마음 안에서
계속 덜컹거린다.
문은 닫혔는데
내 속은 아직 열려 있다.
냉장고 문이 다시 말했다.
“형님,
문은 열리는 것보다
잘 닫히는 게 중요합니다.”
아,
오늘 냉장고 문에게
한 수 배웠다.
나이 들수록
사람은 마음의 문을
잘 여닫을 줄 알아야 한다.
늘 닫아두면
사람이 차가워지고,
늘 열어두면
내 안의 온도가 다 빠져나간다.
필요할 때 열고,
필요한 만큼만 내주고,
다시 조용히 닫을 줄 아는 것.
그게 어쩌면
나이 든 마음의 품격인지도 모른다.
오늘 나는
냉장고 문을 닫으며
작게 웃었다.
“그래,
네가 나보다 낫다.”
냉장고 문은
아무 말 없이
딱, 하고 닫혔다.
그 소리가
마치 이런 말처럼 들렸다.
“형님,
마음도 너무 세게 닫지 말고,
너무 오래 열어두지도 마세요.”
맞다.
사는 일도
문을 여닫는 일과 닮았다.
열어야 할 때 열고,
닫아야 할 때 닫고,
다시 내 온도를 회복하는 일.
그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오늘,
냉장고 문이 나보다
성격 좋은 이유를 알았다.
자주 열려도
자기를 잃지 않고,
자주 닫혀도
차갑게 굳지 않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누가 내 마음을 잠깐 열고 가도
너무 오래 흔들리지 않고,
다시 조용히 닫혀
내 안의 온도를 회복하는 사람.
오늘,
냉장고 문 하나가
내 마음의 문도
너무 오래 열어두지 말라고
조용히 가르쳐 주었다.
열릴 줄도 알고,
닫힐 줄도 아는 마음.
그리고 다시
자기 온도를 회복할 줄 아는 마음.
그게 어쩌면
나이 들어 배워야 할
가장 시원한 성격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글 읽다보니 옛 시골집 담장이
떠올랐어요.
담장 너머 집안이 훤히 보여도
집을 지킴에 부족함 없던.
열려 있어도 넘침이 없고
닫혀 있어도 걸림이 없던.
좋은 글 읽고 냉장고 문을
괜히 한번 열고 닫아봅니다. ㅎ
마음자리님
시골집 담장 이야기를 읽으니
저도 괜히 오래된 풍경 하나가 떠오릅니다.
훤히 보여도
서로 선을 넘지 않던 마음들,
열려 있어도 부담 없던 시절이 있었지요.
냉장고 문 하나에서 그 담장까지 이어 주시니
글보다 댓글이 더 따뜻해집니다.
오늘은 저도 괜히
냉장고 문을 조용히 한 번 더 열어보게 됩니다. ㅎㅎ
'냉장고 문의 교훈'이라 할 만 하네요.
필요하면 열어주었다가
반드시 닫는 것,
닫아서 일정한 온도를 지키는 것,
신바람이 날 땐 낼 수 있고,
조용히 품위를 지켜야 할 땐 지키고,
남의 말을 경청할 땐 조용히 입을 닫고,
전체 분위기를 위하여 참을 땐 참고...^^
뭐, 이런 것 조절을 잘 하는 사람이면
되지 않겠습니까?
탁구시인님 ~ ^^
읽다 보니 정말
“냉장고 문의 교훈”이라는 제목도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열릴 땐 열리고,
닫힐 땐 조용히 자기 온도를 지키는 것.
생각해 보면 사람 마음도
그 균형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말씀처럼
신바람 낼 때는 함께 웃고,
참아야 할 땐 한걸음 물러설 줄 아는 것,
어쩌면 나이 들수록 더 필요한 기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냉장고 문보다
더 따뜻한 말씀 남겨 주셔서 고맙습니다.
좋네요~
제가 잠깐 생각해 본 제목은 성격 좋은 냉장고문 입니다. ㅎ
“성격 좋은 냉장고 문”
읽는 순간 저도 웃음이 났습니다. ㅎ
생각해 보면
냉장고 문이 주인보다
더 인내심 좋은 집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제목 하나
함께 얹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탁구시인님 글에는
교훈이 되는 배울점이 많습니다.
저도 냉장고처럼 균형을 잃지 않고
일정한 온도를 유지할 줄 아는
안정감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어요.
필요할 때 여닫을줄 아는 사람
품격이 다르네요^^
냉장고처럼
자기 온도를 잃지 않는 사람.
생각해 보면 참 쉽지 않은 일인데,
말씀을 읽으니 저도 다시 배우게 됩니다.
너무 차갑지도 않고,
너무 뜨겁지도 않게,
필요할 때 마음을 열고 닫을 줄 아는 사람.
어쩌면 그게 진짜 안정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따뜻하게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냉장고 문에게 한수 배웁니다. 하루에도 수십번 문을 열어 제쳐도(나를 건드려도) 똑같은 기온(마음)을 유지하려는 태도는 나에게도 지극히 필요합니다.
하루에도 수십 번 열려도
자기 온도를 유지하려는 태도.
그 말씀을 읽으니
냉장고 문이 괜히 오래 버티는 게 아닌가 싶어집니다.
사람 마음도
누가 건드릴 때마다 같이 출렁이기보다,
조용히 자기 온도를 회복할 줄 아는 힘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좋은 생각 함께 나누어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