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디 머큐리, 죽음과 마주한 퀸의 최후의 작품
-롤링스톤즈 일본반 2018년
11월 13일 기사-
현재 절찬리에 상영 중인 ‘보헤미안 랩소디’로 다시금 주목 받는 영국의 전설적인 록 밴드 퀸. 1991년 겨울, 프레디 머큐리,
브라이언 메이, 존 디콘, 로저 테일러로 이루어진
오리지널 멤버 최후의 걸작 앨범이 발매 되었다. 데이빗 보위의 유작 ‘Black
Star’처럼 머큐리의 생존 중 발매된 최후의 앨범 ‘Innuendo’을 통해 퀸은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된다.
91년 2월 5일 발매 당시, 미국 랩퍼 바닐라 아이스의 메가 히트 곡 ‘Ice Ice Baby’가
빌보드 ‘Hot Dance Club Play’ 차트를 흔들었다. 그러나, 이 곡은 81년 퀸이 데이빗 보위와 콜라보 했던 싱글 ‘Under Pressure’의 존 디콘의 베이스 라인을 도용 했음이 밝혀졌다.
그러던 차에 마치 구원처럼 팬들 앞에 나타난 앨범이 바로 ‘Innuendo’였다.
메이는 ‘Ice Ice Baby’에
대해, Q지 91년 3월호에
이와 같이 말했다.
“‘재밌구만. 근데 이런 쓰레기에 돈을 쓰는 바보가 있을까?’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틀렸군.”
2016년
1월, 퀸과 친했던 데이빗 보위가 마지막 앨범 ‘Black Star’의 발매 직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난 것과 머큐리가 HIV 감염
합병증에 의한 폐렴으로 요절하기 9개월전에 발매 된 ‘Innuendo’의 비극이 비교 되기도 했다. 80년대 후반의 쇠약했던 모습, 90년에 런던의 Dominion Theatre에서 개최 된 Brit Awards에서
퀸이 특별 공로상(Outstanding Contribution to British Music)을 수상 할 때의 매우 마르고 쇠약한채 메이의 뒤에 서있던 모습(이것이 머큐리의 공식석상에서의 최후의 모습이 되었다)으로 인해 머큐리의
건강 상태가 매우 나빠졌다는 의혹이 퍼져 나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건강에 대한 소문은 완강히
부정 되었다. 로저 테일러는 리포터에게 머큐리는 건강하며 작업도 하고 있다고 주장 했고, BBC 라디오 1에서 방송 된 인터뷰에서 머큐리는 건강에 대한 질문을
피하지 않았다.
“프레디는 놀랄 정도로 평온 했고 단 한번도 나에게 푸념을 늘어놓지 않았지.”
메이는 2011년 BBC에서 방송된 퀸의 다큐멘터리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에서 확실하게 말했다.
“어느 날 밤, 같이 외출 한 적이 있었지. 그 녀석의 다리는 매우 심각한 상태였어. 나의 시선을 느꼈는지 ‘브라이언, 이 다리 좀 봐봐. 재밌지
않아?’라며 농담을 했지만, 나의 표정을 보고선 ‘정말 미안해 달링, 그런 표정을 짓게 할 생각은 없었어’라고 말했어. 녀석은 ‘이게
뭐야. 내 인생은 최악이야. 난 곧 죽을거야.’라는 말 따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어. 놀라울 정도로 강한 녀석이었지.”
‘Black Star’처럼 ‘Innuendo’에서 죽음에 이르는 남자의 슬픔은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병과 정면으로 마주한 아티스트의 작품처럼, 그리고 생전에 머큐리가 외친 ‘쓰러지는 그 순간까지 계속 만들거야.’라는 맹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Innuendo’의 사운드는 그의 의도가
명확히 나타나 있다. 핑크 플로이드 같은 사이케 델리아, 초기
EDM, 더 스미스 같은 로맨티시즘에 의지 하면서도 과소 평가 된 89년의
앨범 ‘The Miracle’에서 시작 된 퀸의 70년 초기의
하드 록으로의 회귀, 많은 면에서 ‘Innuendo’는 성공
한 것처럼 보였다. 볼레로로 시작되어, 플라멩코를 끼워 넣고, 오페라적인 하드록으로 끝나는, 앨범의 오프닝을 장식하는 6분 30여초의 타이틀곡은 ‘보헤미안
랩소디2’로 평가 받았다. 그러나 이 곡은 명확히 레드 제플린의
‘Kashmir’에서 착안 한 완전히 다른 곡이었다(92년에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프레디 머큐리 추모 공연에서 로버트 플랜트와 퀸의 멤버들이 그 두 곡을 메들리로 연주 했다). 또 이 곡은 퀸이 외부의 기타리스트(예스의 스티브 하우)와의 피처링으로 녹음 한 유일한 곡이기도 하다. 치밀하게 구성 된
곡의 중반부에 들어간 플라멩코 기타 솔로가 그 부분이다.
“그들의 연주를 듣고 기절초풍 했다고.”
영국의 음악 잡지
‘프로그’ 2012년 3월호에서
하우가 회상 했다.
“모두 함께 입을 모아 ‘날아갈 것 같이 크고 크레이지 한 스페니쉬
기타 연주를 원해. 뭐든 좋으니까 쳐보라구!’라고 말하기에
즉흥으로 기타를 쳐봤지만 꽤 괴로웠었지. 몇 시간이 지나고 ‘나한텐
무리인 게 아닐까?’라고 생각도 들었어. 곡의 구성을 기억해야
했고 코드의 루트도 해석해야 했어. 자신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고 있어야 했지. 그래도 밤이 되고 모두 함께 즉흥에 즉흥을 더하는 동안에 점점 더 즐거워졌어.
굉장한 소리들을 풀코스로 맛보고 스튜디오에 돌아와 들어 봤지. 그랬더니 그들은 ‘최고였어. 이걸 원했던 거야.’ 라고
하더군.”
91년에 싱글 ‘Innuendo’의 프로모션 비디오 메이킹에서 메이가
한 이야기에 따르면, 앨범의 엣지 효과를 낸 기타는 그가 들었던 스티브 바이나 조 새트리아니 같은 80년대 후반의 기타의 명장에게 영향을 받은 부분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앨범에서의 메이의 연주는 뻔한 쇼맨쉽을 뛰어넘어, 퀸이라는 하나의 밴드가 디콘과 테일러라는 두명의 탁월한 리듬체와 메이와 머큐리라는 두명의 프론트맨에 의해 성립되었다는 명확한 증거가 된다.
“우리들은 어떤 때라도 함께 있으면 강해진다고.”
로저 테일러는
‘Innuendo’의 프로모션 비디오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모두 함께 굉장한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어. 프레디는
마치 에너지 탑 같았지. 함께 일을 하고 있으면, 그는 언제나
베스트를 끌어내며 주위 사람들을 마저 힘을 내게 해주었어.”
‘Headlong’은 원래 브라이언 메이의 솔로 앨범을 위한 곡이었지만 머큐리에게 불러보게 했고, 결국 퀸의 곡으로 더 어울린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The Hitman’이나
‘I Can't Live With You’ 같은 B-side 곡은, 74년의 앨범 ‘Sheer Heart Attack’ 이후 밴드가
들여온 어떤 사운드 보다도 헤비한 기타 사운드를 중심으로 한 곡이었다. 밴드가 보여준 화려한 일렉트릭
사운드로의 회귀는, 80년대에 퀸이 거친 뉴웨이브, R&B, 사이비
냄새가 나는 신스팝의 우여곡절을 견뎌 온 팬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음에 틀림없다.
“이전부터 우리들은 여러 장르의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
테일러는 91년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여러가지 장르에 손을 대본거야. 하지만 경로를 바꾸면 세간에선
이렇고 저렇고 불만을 쏟아내곤 했지.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건, 농밀하게
집어넣은 기타와 드럼, 베이스로의 회귀라고 생각했어. 지금은
키보드를 넣어서 하모니를 더 넓히면 좋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앨범은 그야말로 그걸 구현화 시킨거야.
”
한편, 머큐리의 병세의 악화를 가미하여 쓴 ‘Innuendo’의 가사를 강조하기 위해 폼과 텍스처를
찾는 작업은 밴드에게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는, 문자
그대로 죽음에 걸쳐 있었다. 레코딩 중 밴드 동료들의 눈 앞에서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괴로운 시간을 보낸 경험임에 틀림없다. 다크 유머를
섞어서 부르고는 있지만, ‘광기로의 서곡’은 레코딩 중에
발병 되었다고 알려 진 머큐리의 에이즈로 인한 인지장애증상과의 싸움을 떠오르게 한다.
또한,
‘Delilah’은 머큐리의 고양이 델라이아에게 바치는 달콤한 이별의 곡이었다.
‘한 입, 한 입 맛보고 일순간 일순간을 소중히 한다. 거친 폭풍에 휩쓸려도’라고 발라드 ‘Don't Try So Hard’에서 머큐리는 노래했다. 곡을 지탱하는
챠임 같은 메이의 기타와 프로듀서 데이빗 리차드에 의한 코르그 M1의 프리셋 사운드는 80년대 후반, 브릿팝에 영향을 끼친다.
머큐리의 45번째 생일에 발매되어, 에이즈의 말기였던 91년 5월에 촬영된 뮤직 비디오에 생전 최후의 모습이 담겨 있다는
점에서 신디사이저 발라드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는 ‘Innuendo’ 앨범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곡이라 할 수 있다. ‘Love Of My Life’를 떠올리게
하는 이 발라드는, 흑백 영상(훗날 다큐멘터리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에서 미공개의 컬러 영상이 합성되었다)의 쇠약한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머큐리에겐 상당한 부담이었다.
“상태가 악화될수록 레코딩의 의욕은 높아지는 것 같았지.”
다큐멘터리에서
로저 테일러가 말했다.
“자기 자신에게 무언가를 부과하는 것은 일어서기 위한 이유가 되지. 그래서
그는 가능한한 음악을 계속 하려고 했어. 실제로 상당한 집중력을 보여주기도 했고.”
발매 후 2주, ‘Innuendo’의 평판이 좋다는 걸 안 머큐리는, 철을 뜨거운 동안에 때려야 한다고 말하는 것처럼 신보의 제작에 들어가도록 밴드 멤버들을 독려했다.
“그 당시 프레디는, ‘곡을 써줘. 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어’라고 말했지.”
메이는 다큐멘터리
‘These Are The Days Of Our Lives’에서 밝혔다.
“더욱 더 가사를 써줘. 곡도 계속 써줘. 내가 부를게. 꼭 부를거야. 그
후엔 너희들이 하고 싶은데로 해. 맡길게.”
그런 세션에서
95년 앨범 ‘Made In Heaven’이 탄생했다. 하이라이트인 ‘Mother Love’는, 신디사이저를 많이 사용하여 머큐리 죽기 불과 몇 주전에 녹음되었다. ‘죽기
전에 안식을 원해’라는 가사를 통해 그는 심정을 토로한다. 하지만
‘Innuendo’가 갖는 톤이나 배경에서
생각해보면, 머큐리가 정말로 남기고 싶었던 말은 이 앨범의 마지막 곡,
‘The Show Must Go On’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마음 속이 찢어질 거 같아’ – 이제서야 보위의 ‘I Can't Give Everything Away’에
부합 하게 된, 이 파워풀한 이별의 곡으로 머큐리는 노래 한다.
“화장이 벗겨져도 나는 계속 미소 지을거야.”
2018년 11월 29일
번역 : 하작가
원문 링크 : https://rollingstonejapan.com/articles/detail/25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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