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 수필>
- 나를 돌아보다. -
권다품(영철)
어릴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으로부터 "학문은 금고"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었다.
책에서도 그런 내용의 글을 더러 읽었다.
어릴 때라 그냥 흘려 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든 지금에 와서야 그 말들이 생각난다.
참 맞는 말이다 싶다.
정말, 아무리 써도 없어지지 않는, 정말 엄청난 금고다 싶다.
아니겠다.
내 생각에는 쓰면 쓸수록 이자가 붙고 더 채워지는 마법같은 금고라는 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르겠다.
이자까지 붙어서 더 발전한다는 말이겠다.
그런데, 아무리 높은 졸업장을 가진 사람이라도 그 배움을 쓰지 않으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배움으로 다른 사람을 무시하거나, 다른 사람을 헐뜯는데 악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이라면 차라리 배우지 못한 것만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 따위 배움이라면 학문이 아니겠다.
배움은 바르게 사용할 때 빛이 나지, 나쁘게 사용하면 흉기보다 더 무서운 무기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배움을 쌓아가는데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일까?
책을 읽으면 지식들이 쌓일 것이다.
책을 읽고 다른 사람에게 과시하기 위해서 읽는 것이 아니라, 그 지식들을 마음 속에서 무르익히고, 자신을 돌이켜보고 반성한다는 마음가짐이어야 할 것 같다.
그런 정서들이 쌓여가면 자신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은은한 인품의 향으로 변해 가지 않을까 싶다.
가끔 '저 사람은 자신의 박식함을 과시하기 위해 책을 읽은 사람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도 있다.
좋다, 다른 사람에게 지기 싫고, 과시하고 싶어서 책을 읽는 것도 이해는 할 수 있다고 하자.
그런데, 다른 사람이 실수하는 말이나 부족한 부분을 쪽집게처럼 찾아낼 줄 아는 것을 똑똑함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있다.
한자성어나 영어 등의 외국어를 쓰며 자신의 어줍잖은 지식을 과시하며 다른 사람들을 은근히 밟고 올라서려는 사람도 있다.
자기보다 똑똑하다 싶은 사람을 밟아 버려야 자신이 더 똑똑해지고, 빛이 나는 줄 아는 사람도 있다.
정말 꼴불견이다.
또, 자신보다 배움이 앞서고 말을 잘한다 싶거나, 자신보다 인기가 좋은 사람을 시샘해서 다른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은근히 헐뜯는 사람도 있다.
"말은 청산유수처럼 잘 하는 것 같지만, 말만 많지 사실 쓸 말은 거의 없어. 그 친구 말을 조금만 생각해 보면, 깊이는 없어. 우리가 다 말을 안해서 그렇지 그 정도는 우리도 다 아는 것들이지."라며, 자신은 그 사람의 머리 위에 놀고 있다는 듯이 무시하는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또, 자신의 과시를 싫어하거나, 자신의 말을 지지해주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평범한 일상을 큰 험담으로 각색해서 말하는 작고 못난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
언젠가는 외로울 것 같다.
그런 사람이라면, 설사, 박사라도, 교수라도, 매스컴을 타는 인기있는 사람이라도 마찬가지겠다.
우선 지적받은 그 당사자의 마음을 잃을 것은 다연하겠다.
또, 아무 말은 않지만 그걸 지켜보던 다른 사람들의 마음도 당연히 돌아설 것이다.
한 사람 떠나고, 두 사람 떠나고, 결국 그 사람은 "나한테 전화 한 통 하는 놈 없다."는 불평을 하며 혼자 늙어가는 날이 올 지도 모른다.
반대로, 이미 알고 있는 말인데도 가만히 다른 사람의 말을 들어줄 줄 아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의 말에다가 호응도 해줄 줄 알고, 얼굴에 선한 웃음이 묻어나는 사람도 있다.
꼭 말을 많이 하지 않아도 그런 사람에게선 깊이가 느껴지고, 자꾸 마음이 가는 사람이겠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는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고, 닮고 싶기도 하다.
또, 그 사람을 통해서 나도 한 번 더 돌아볼 수도 있고.....
나는 책을 얼마나 읽었을까?
또, 부족하게 읽은 책이나마 내 정서로 만들기 위해 내 생각을 얼마나 무르익혔을까?
혹시, 그동안 보잘 것 없이 채워왔던 짧은 지식들로 나를 과시한 적은 없었을까?
가만히 돌이켜 보면, 하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말, 쓰지 않는 것이 더 좋았을 글들도 더러 있었을 것 같다.
내 짧은 생각과 나도 모르게 드러나는 경망스러움도 있었을 것 같다.
부끄럽다.
지금보다 더 자주 돌아 봐야 겠다.
2013년 2월 8일 저녁 8시 20분,
2024년 11월 2일 시골에서 쪼매이 고치고 보탰다.
아따 시간이 벌써 이래 돼뿠네!
오후 3시가 다 돼 가네!
커피를 한 잔 타 마셔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