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수요일날 저녁 늦게 부산에 내려갔다.
오월말 책을 쓸 때부터 이빨이 많이 아팠는데
꾹 참았다가 기말고사 마지막 시험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그날로 바로 내려간 것이다.
부산에는 나에게 명상을 배우는 치과의사 선생님이 한 분 계신다.
명상을 열심히 배우시는 분이라 나에게 무척 잘해주신다.
작년에 날더러 공짜로 스케일링과 미백을 시켜주겠다고 해서 갔더니
이왕에 온 김에 엑스레이를 찍자고 해서 찍었는데
아픈 이빨 말고도 왼쪽에 6개 브릿지를 걸어놓은게 별로 좋지 않으니
자기가 브릿지를 자르고 임플란트를 해주겠다고 하셨다.
이번에 치료를 하는 김에 임플란트도 하러 갔다.
무료로 해주시겠다고 하지만 공짜로 비싼 치료를 받기는 뭐해서
아내의 작품 두점을 감사의 선물로 드리기로 하였다.
배낭에 작품을 두 점 넣으니 엄청 무겁다.
거기에다 부산에 채류기간에 채점을 해야 하는 시험지 수백장,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짐, 기타 한대...
부산역에 도착해서 역앞의 사우나에서 몸 좀 풀고
열두시에 치과의사와 <꽃, 새, 눈물>을 같이 부르던 친구를 만나
치과의사님의 인도로 해운대 근처의 오피스텔로 갔다.
동백섬과 해운대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엄청 넓은 오피스텔, 80평 정도 될까...
사실 고층 아파트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전망은 정말 좋았다.
아무튼 휑하니 넓은 오피스텔 바닥에서
세명이서 오붓하게 명상을 하였다.
명상을 마치는 시간은 새벽 3시가 조금 넘었다.
명상이 끝난 뒤 기타를 꺼내고는 친구와 더불어
둘의 추억이 서려있는 <꽃, 새, 눈물>을 소리 높혀 불렀다.
그리고는 노래 두어곡 정도를 부르고 같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날은 해가 가장 일찍 뜬다는 하지의 아침,
그러나 아쉽게도 장마때문에 일출을 보지는 못하였다.
그리고는 짧게 수면을 취하고...
일찍 일어나서 3층에 있는 사우나에서 간단하게 목욕을 하고
아침은 해운대 근처의 아주 유명한 복국 집에서 복매운탕을 먹었다.
7시밖에 안되었는데 사람들이 참으로 많다. 맛도 좋았다.
그리고는 드디어 치과에 갔다.
비장한 마음으로 수술대에 누우니 마취가 들어가고
이어서 왼쪽 아래 송곳니에서 어금니까지 걸려있는 브릿지를
일부 절단하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비록 마취한 상태지만 작은 전기톱으로 이빨을 잘라낼 때는 느낌이 약간은 섬찟...
곧 이어 오른 쪽 아랫쪽 이빨 작업이 시작되었다.
5월 중순 이래 한 달 이상이나 나를 고생시켰던 문제의 이빨...
평소 약을 먹지 않는 나이지만 이 이빨 때문에 약 좀 먹었다.ㅠ,ㅠ
나는 책 쓰느라 너무 신경을 많이 써서 그런 줄 알았더니
아말감으로 때운 지가 상당히 오래된 이빨인데 운나쁘게 갈라졌다고 한다.
갈라진 틈의 세균이 침투 그래서 이빨 뿌리에서 염증이 생긴 것이라고 한다.
뽑느냐 살리느냐 하다가 일단을 살리기로 하였다.
이빨에 덮혀있던 아말감을 파내고 긁어내는 작업
이빨 신경을 건드려서 시큰하고 아프다.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가만히 바라보기를 한다.
그리고 어깨에 힘을 빼고 느긋하게 풀어준다.
어느 새 힘이 들어가있는 것을 알아차리고 또 힘을 뺀다.
그러기를 반복하는 사이에 일단은 치료가 끝났다.
이번에는 의자를 안쪽으로 옮겨서
방금전에 절단하였던 왼쪽 어금니 부분 에 이빨을 심는 작업
레이저로 잇몸을 절개하고 거기에 나사를 박는다.
태어나서 처음 하는 작업인데 느낌이 묘하였다.
마취는 되어 있는 상태인데 잇몸에 이물질이 들어온다.
그리고는 드드륵드르륵 소리와 함께 나사를 박는다.
나사를 박고 난 뒤에는 절개된 잇몸을 실로 꿰메는 작업
실을 팽팽하게 당기고 가위로 실을 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아내가 한번씩 나에게 하는 제왕절개 이야기가 떠오른다.
아내는 둘째 주홍이 낳을 때
버터링비스켓과 우유를 먹고 난 뒤에 얼마 되지 않아 진통이 시작되어
전신마취를 하지 못하고 부분마취를 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가위로 배를 자르고 자궁을 자르는 소리를 다 들었다고 한다.
얼마나 끔찍한 느낌이었을까...
아내에게 앞으로 더욱 잘 해줘야 겠다.
아무튼 수술을 무사히 끝나게 되었다.
친구와 함께 원장실에서 놀고 있는 사이에 의사선생님은 계속 환자를 보고..
그러다가 점심 시간이 되었다.
의사선생님은 날더러 옻닭이 어떠하냐고 물어보았다.
평소에도 고기를 잘 먹지 않지만 양쪽 이빨을 대 공사를 하였는데,,,ㅠ,ㅠ
참 짓궂은 면이 있다.^^
결국 나를 생각해서 추어탕 집에 갔다.
추어탕은 모든 것을 푹 삶아서 씹을 게 별로 없어 좋다.
모든 치료를 마친 뒤에 집에 갔다.
부모님과 보내는 시간들...
어머님은 내 이빨을 보시더니 당장 죽을 한 솥 끓이셨다.
역시 어머니 사랑...
주말 내내 방구석에서 틀어박혀 채점을 하였다.
일요일에는 친구와 함께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 근처의 어느 농가에 갔다.
옛날 고등학교 시절 낙동강 하구의 을숙도에 자주 가곤 하였다.
갈대숲과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을숙도 입구에는 <강나루>라는 술집이 있었다.
허름한 판자집이었지만 바로 옆에 갈대숲이 있어서 운치가 있었다.
그때만 해도 그쪽은 워낙 후진 곳이라 단속이 없었고
까까머리에 교복을 입고 있는 우리들도 조개탕에 소주를 마실 수 있었다.
소주 한잔 마시고 밖에 나와서
해지는 저녁노을에 흘러가는 강물과 갈대숲, 그리고 철새들을 바라보며
인생과 사랑을 이야기하곤 하였다.
그러나 낙동강 하구언이 생기면서 을숙도의 옛 운치는 다 사라져버렸다.
옛날 우리가 술을 마시던 을숙도 입구의 강나루 술집은 지금은 아파트 단지가 되고 말았다.
아아, 이 허전함...
낙동강 가운데의 섬 중앙에 있는 어느 농가에 들렀다.
친구가 자주 찾아와서 쉬는 어느 도예가의 작업장이다.
해질 무렵 평상에 앉아 강 건너 먼산을 바라보면서 명상을 하다.
불어오는 강바람, 광할한 김해평야가 그런대로 운치가 있었다.
월요일에 다시 치과에 가서 경과를 보고 치료를 받고...
점심때에는 아버지와 막내 동생을 데리고
며칠 전의 그 유명한 복국집으로 갔다.
동동주 한 잔에 복국을 맛있게 드시는 아버지를 바라보는 것은
참으로 큰 기쁨이었다.
맹자가 말하기를 군자의 즐거움이 세 가지 있다고 하였는데
부모님이 두 분 다 생존해 계시고 형제가 무고한 것이 첫째 즐거움이요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고 사람들에게 부끄러움이 없는 것이 두번째 즐거움이요,
그리고 천하의 영재를 얻어서 가르치는 것이 셋째 즐거움이라고 하였다.
나는 세 가지를 다 누리고 있으니 너무나 복이 많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상명대학교 학생들과 내 명상모임의 제자들을 천하의 영재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나의 망가진 이빨을 정성을 다해 고쳐주시는 주치의님이 있으니...
받은 만큼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복을 나누어주는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다.
일주일간의 이빨 치료를 마치고 오늘 상경하였다.
아내와 둘째와 셋째가 나를 반긴다.
큰 애가 안보이길래 물어보니 농활갔다고 한다.
큰 놈이 대학생활을 참으로 알차게 보내고 있어 든든한 마음이다.
너른돌
첫댓글 저도 얼마 전 치과 치료를 받았는데 너른돌님의 이야길 읽으니 전 아주 양호한 상태였고 수월한 치료였슴을 새 알게 됩니다.항상 주변에 좋은 친구분들이 계신 너른돌님은 정말 행복하신 분이십니다.그나저나 을숙도는 예전 학창시절 수학여행을 가서 갈대숲과 철새들의 낙원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그 곳이 다 아파트로 바뀌었다니 너무 아쉽군요.이러나 모든 국토가 아파트로 뒤덮이는 건 아닐런지요.
을숙도를 어찌한다 할때 앎다운 저의 추억까지 사라지는것같아 아쉽더군요. 울 후손들 다시 을숙도 만드려면 을메나 고생할꼬. 마이 안타까운 일이지요.
훈장님, 반달님, 반갑습니다. 을숙도 정말 안타깝죠. 우리는 몇푼 안되는 돈때문에 너무나 많은 것을 스스로 파괴하고 있습니다. 그게 안타깝네요..ㅠ,ㅠ
박교수님 얼마나 고생이 심했습니까? 저도 얼마후에는 어금니 뺀곳에 새로운 이를 하나 해서 넣어야 하는데 겁이 몹시 나는군요....며칠전에 큰딸애와 도서관을 가서 책을 고르다가 박교수님이 저술한 명상관련 책을 보았습니다. 그날은 딸애가 읽을 책을 골라주느라고 저는 그냥 왔습니다만 다음 기회에 박교수님이 저술한 책을 읽어볼까 합니다.워낙 방대하고 두툼해서 읽을 엄두가 안나드만요.....꽃,새,눈물은 저도 아주 좋아하는 노래랍니다. ^^
주재근님 안녕하세요. 그 책은 아마 명상 길라잡이일것 같은데, 상당히 어려운 책입니다. 그냥 안보시는 것이 나으실듯...^^ 조금 있으면 일반인들을 위한 명상책을 내니 그것을 보세요.^^
그래두 일석조를 노린 이번여행은 참으로 유익하고 쌈빡하게 긴 알뜰여행이었다고요그쵸
맞습니다. 일석삼조를 노린 이번 여행 참으로 알뜰한 여행이었습니다. ^^
저도 하나 박혀야 됩니다.
제가 도와 드릴까요? ㅎㅎ
아니, 명동지기님이 하나 박혀야 한다는 뜻은?^^
공사다망했던 일주일이었군요. 이빨공사 성공을드리고 앞으론 이갈리는 일 없으시길..^^
아직 다 끝난게 아니랍니다. 이번 주말에 또 내려갑니다.ㅠ,ㅠ
축하!! 이빨이 공사 성공!!
이빨이 공사, 그게 만만치가 않습니다. 워낙 여러 군데를 쑤셔놓아서리... 근신하면서 조금 더 두고보고 있는 중입니다. 또 더 뽑아야 할지 말지 당분간 두고 보아야 할 것같다는...
정말 큰 공사 하셨네요...전 치과가...젤 무셔요^^
수님, 안녕하세요. 치과 그거 겁내면 나중에 더 큰 일이 벌어지지요. 평소 자주 가는 것이 더욱 현명할 듯,...
너른돌님.. 얼마나 고생이 많으셨어요. '바라보기' 하셨으니 다행이지만 그래도 마이 아프셨죠 이 치료하심서 할건 다하셨으니 부러워해야 되는건지... 이제부터 눈깔사탕 가틍거 묵지 마세요. 에 오셔서 와인으로 치료한 이를 살짝 소독해야 되는거 맞죠, 명동지기님 그날 뵈요^^
요즈음은 마취해서 수술하기 때문에 별로 아프지가 않지요. 그래도 꽤 아프던대요... 앞으로는 눈깔사탕 안묵을겁니다.^^ 지금 가려고 짱을 보는 중인데... 좀 더 두고보아야 할듯...ㅠ,ㅠ
일주일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이젠 후련하고 개운하시죠?? ...
아직 다 끝나지 않아 아주 후련하거나 개운하지는 않네요. 게다가 지금 뿌리만 심어놓은 상태인지라 새 이빨을 덮으려면 3달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답니다.그때까지는 허전하게 살아야지요...ㅠ,ㅠ
코앞에 오셨는데 전화라도 했으몬 좋았을낀데 말입니다.^^
반달곰, 미안허이. 전화걸까 생각했다가 아무래도 만나면 술이라도 한잔 해야 될터인데 술은 전혀 마시지 못하는 중이라 그저 명상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온 것이야. 다음에 내려갈 때는 전화할께.^^
너른돌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는 사랑니 3개를 한달이 걸려서 뺄 수 있었답니다. 그 때도 시술이 겁나고 무서워서 첫번째 병원에서 사진 찍어놓고서 안가고 다른 병원을 갔었지요. 지난해 여름에. 엄살처럼 아프고 얼굴이 퉁퉁부어 일주일 열흘씩 고생을 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너른돌님 일반인을 위한 명상책의 빠른 탄생을 기다려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