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9. 괴산 우리시 자연학교를 참석하며
"시가 좋아 우리시가 좋아, 요즘 살아가는 일이 행복합니다
그래서 시부모님도 남편도 아이도 더 좋아지게 되었어요
우리시 회원을 만나면 그 행복이 더욱 부풀어 가는 것 같아요" 라는
방인자 시인님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울산서 괴산행 버스가 없어 청주로 가야했기에 청주에 사는 방인자시인의 도움으로
괴산까지 청주의 여러분과 함께 할 수 있어 감사하다고 인사 드리고 싶다
■ 우리시의 시 정신
작년 처음으로 무주 여름캠프를 인연으로 우리시와 인연을 맻은 지 딱 일년 만이다
우리시는 5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홍해리이사장님과 임동윤선생님, 이생진선생님, 돌아가신 황도제선생님, 임보선생님
김금용선생님 등 인격이 픙부하시고 솔설수범 하시는 선배님을 만나면 그냥 고개가 숙여진다
선배님들의 땀과 얼이 녹아있는 탄탄한 문단이기에
이곳에 오면 그냥 편안하고 어릿광 부리고 싶어진다
올 봄 영동 워크숍 때 임보 선생님께서
"시 정신이란 무엇인가 바로 선비 정신이다"란 말씀이
우리시를 대표하는 것 같아 마음이 가다듬어 진다
선배님이 닦아 놓은 이 길을 후배가 더럽혀선 안된다는 생각,
더욱 정진하여 빛내가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괴산 여름캠프에 참여했다
■ 행복한 얼굴들
모처럼 마주치는 밝고 따뜻한 시인들의 모습에서 기분이 좋아진다
167명이라는 문인들이 모인 자리는 열기만큼 후끈 달아올랐다
세상에 어떤 단체가 이런 곳이 있더냐 싶을 정도이다
나도 여러 곳을 할동하고 있지만 우리시는 편하고 사람냄새가 난다.
그래서 자석처럼 끌려와 가슴에 환한 웃음을 매 단다
내가 카메라를 드는 이유는 여기 있다.
이 분 들이 맑은 표정을 담아 내고 싶어서다
앵글 속에 비친 모습들이 남여노소 할 것 없이 연록색 이파리같이 보드럽다
셔터를 누르는 손가락 감각이 아직도 아련히 젖어있다
무엇보다 괴산에 계시는 송문헌선생님께 감사인사 드리고 싶다
그냥 형님이라고 부르면 좋을 만큼 가슴이 넓고 따뜻하다
이 번 연수에 군수를 비롯하여 괴산 문인협회의 지원을 받아 모든 진행을
물흐르듯 순조롭게 물길을 터여 놓았기 때문이다
처음 괴산 군수의 인사말씀이 거창했다. 괴산 특산물인 대학 찰 옥수수며
청량고추이며 자랑이 끝이 없자 "야^ 이제 그만해라"라는 송문헌선생님과
군수님의 친밀한 교우관계를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괴산 문인협회 회원들이 자기 일 인냥 상기되어 참석하였다
사뭇 그들의 표정이 여유 남 달랐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우리시 여름캠프에 참석하기 위해 한달 전 부터
시낭송을 연습하여 모두 척척 외워 멋진 낭송을 선보였다
■ 괴산 옛길의 정취
둘째날의 괴산 저수지 주변을 잇댄 낭만적인 옛길 걷기가 있었다
이 날도 괴산군수가 함께 하면서 자상하게 설명을 해 주셨다
KBS-2 TV PD와 작가 카메라기사도 우리와 같이 하면서 열땐 취재를 했다
호수를 낀 기슭 모퉁이에 나무 두거루가 힘차게 오줌을 누고 있었다
나무 둥치로 솟아내는 약숫물이 신기해서 한모금 했다
괴산의 정기를 마신 느낌이다
푸른 호수에 한가히 떠 있는 조각 배,
강 속에 무언가 잃어버린 것이 있는지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다.
내가 잃어버린 것들을 건지려 시를 쓰는 것 처럼...
돌아오는 길, 진입로에서 마신 살얼음 동동주와 인삼튀김 안주는 아직도
입 안이 싸하다. 왕복 2시간 가량의 옛길 걷기는 특별한 체험이었다
■ 감동있는 시 어떻게 쓸 것인가
이번 여름캠프의 주제다.
"평생 누구의 가슴에 오래 남아있는 시 한 편 남기는게 제 소원입니다"라는
도종환시인의 이번 강의가 아직도 내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먼저 이승하교수의 감동있는 시에 대한 강의가 있었다
사형수로서 시를 쓰는 복역중인 제자 이정진씨의 시를 소개하였다
청년시절 변심한 애인을 살해한 죄로 10년간 복역중인 그의 심경을 쓴 시가 울림이 컷다
그리고 실명위기로 세상이 어두워져가는 배우식씨의 절규를 담은 시를 소개하면서
가장 어둡고 가장 낮은 곳의 사람에 눈길을 준 이승하교수는 감동 그 자체였다
중학교 교과서에 시가 실린 복효근시인의 강의는 교사답게 시가 정갈하고
시의 교과서같이 탄탄하고 아름다웠다
그림을 전공한 복시인의 "선 하나가 그림을 살려내듯, 시에도 뚜렷한 선이 있어야한다"
는 말이 오래 남아있다
도종환시인의 특강차례다.
혼란의 군부 시국에 저항하여 정의의 왜침으로 투옥당하고 해직교사로서
참담함과 두살배기 아이와 4개월된 아이를 두고 암으로 꺼져가는 아내의
죽음앞에서 끝까지 그의 곁에서 그를 잡아 준 것은 시였다고 한다
시는 그의 버팀목 이었다
신병으로 산 속에 지금까지 요양하면서 작품할동을 하는 그의 대표시
접시꽃 당신, 담쟁이 시 낭송이 가슴을 울렸다
■ 숲 속 백일장에서
이 번 백일장의 시 테마는 "물" "가을이 오면" 이다
오행시는 "생명 자연 시"이다
시인은 시를 쓸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는가
또한 각자 나름대로 자리를 잡아 시를 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무예를 겨루는 듯한 날카로운 시상이 숲 그늘마다 번뜩였다
"물"이란 테마가 마음에 들었지만 막상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았다
여태 물에 관련한 시가 없었던게 안타까웠다
막판에 물의 속성을 생각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물(백일장 졸시)
누가 형태도 색깔도 없다고 하는가
요령좋게 요리조리 빠져 나간다고 하는가
이미 그어진 길 거역 못한 채
이름 없는 기슭마다 곤두박질치며
구비구비 꺾인 멍에 그 누가 알겠는가
발 없이도 내 달려야 했고
입 없이도 소리치며 흘러온 길
그 길목엔 이정표가 없다
물길은 내 발자국을 지워내지만
한 가닥도 잘라내지 못한 채
길고도 느릿한 몸을 끌고 간다
돌아가고픈 계곡을 꿈꾸는 동안
산 어귀를 둘러싼 무지개를 본다
솟구쳐 오르고 싶은 목마른 무지개
여태 꿈꾸어온 내 영혼인 것을
날 물로 보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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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숲 속 캠파이어
울창한 소나무 슾 속 뒤란 같은 넓직한 무대 위로 달 그림자가 움직인다
4인조 보컬 징검다리의 신명나는 키타 연주와 노래를 하는 동안에
통돼지 바베큐 두마리가 식성을 돋우고 있다
장작불에 불을 밝히자 모두 손에 손잡고 빙글빙글 돌면서
월광에 취해 노래를 불렀다. 달도 흥얼거리며 우리를 따라 돌았다
멋진 시 낭송과 흥겨운 노래를 섞어 가면서 밤이 깊어 가는 동안에
통돼지 두마리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달빛도 상기된 서로를 바라보며 행복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오후 4시에 도착한 도종한시인은 밤 11시 캠파이어 끝 날 때 까지
같이 즐기며 보낸 추억이 새롭다
■ 마무리 하며
마지막 날 임보 선생님의 "나의 시 나의 삶" 이란 특강을 가슴속에 새기며
백일장 시상식이 있었다
부산서 올라오신 김석규선생님께서 숲속의 백일장 심사위원장이시다
홍해리이사장님과 밤을 꼬빡 새워 엄격하게 심사를 하셨다고 한다
시 부문 장원에 황연진시인의 "물" 이었다 짧은 시간에 참 맛있게 썼다
5행시 부문 장원은 남유정시인이다
부족한 난 과분한 참방을 받아 몸 둘 바를 몰랐다
자연학교 교장이신 조병기선생님의 감격의 인사와
홍해리이사장님의 마지막 인사로 우리시 여름 캠프는 막을 내렸다
닭백숙으로 점심을 먹고 홍명희 생가와 제월리를 방문하는
길엔 참석하지 못했지만
헤어짐이 안타까워하던 모습을 뒤로하며
검게 그을린 임동윤선생님의 숨은 노고가 잔잔히 베어든다
울산행 버스 안에서 역동적인 우리시의 뿌뜻함에 감싸인다
첫댓글 저도 우리시의 시정신이 참 아름답고 귀하다고 생각합니다. 시 정신이란 무엇인가 바로 선비 정신이다고 말씀하신 임보선생님 말씀처럼 시인은 자존심을 지킬 줄 알아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시인으로서의 그리고 사람으로서의 자존심이겠지요. 그래서 정말 들여다보아도 즐거워지는 마음입니다.
공감입니다. 저도 우리시 만의 시 정신이 톡특하다고 생각해요. 우리시에 오면 그냥 즐거워집니다. 시인으로서의 자존심, 선비 정신을 잊지 말아야 겠다는 마음입니다.
일목요연하게 일정을 소개 해주신 이성웅님 글 잘 보았습니다 참으로 애쓰셨습니다 사진이며 보컬 초대며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기 바랍니다~~~
다 읽어 주셨군요ㅎ 울산서 오래 사셨기에 시 낭송가이신 박태언샘을 뵐 때 마다 친근하게 느껴집니다. 언제나 건강하세요
참으로 멋진 후기 입니다. 이렇게 각각의 느낌이 하나가 되어 모인다는 것이...일정 하나 하나 세심하게 그려진 글. 잘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최윤경시인님^미소를 잃지 않고 묵묵히 뒷일을 도우시는 모습, 참 보기 좋았습니다. 미천한 후기 멋지다시니 고맙습니다
장작불,홍명희~~~~~~~죄송 오타 났사옵니당~~섬세하신 후기글 잘 읽었습니다 아름다운 밤 입니다 라고 말씀하시던 임보선생님의 캠프파이어 현장 생생하군요 이성웅시인님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타 잘 수정했습니다. 바쁜 중에 글 써 올리느라.... 석양에 비친 역광의 사진, 잔잔한 이미지가 떠 오릅니다.격려해 주시어 감사드립니다
TV에서 비치는 순박한 모습, 기왕이면 반대 편에서 좀 잡아주시지... 그래도 미남이시데~~~ ^(^
ㅎ걸치요.송샘^ 칼자국이 달빛에 선명하여 더 좋아 보이지 않으셨나요. 순박한 모습으로 봐 주시어 감사합니다
왠 칼자국이셨나요? 좀 기럭지가 긴 보조개인 줄 알았는데...ㅎㅎㅎ
일제에 대항하다 사무라이 칼에 좀..ㅎ 이제는 보조개로 여기고 지낸답니다 ㅋ
아이쿠!! 제 이야기까지...부끄럽습니다 행사내내 사진 담아주시느라 정신없으셨을텐데 백일장도 참여하셔서 수상 하시고 열정이 부럽습니다^^
잠시 차로 이동하는 동안 방시인님한테 많은 것을 배웠고 신세 졌습니다. 시적인 삶을 사는 분 같았어요. 큰 행사 때 마다 뵙게 되어 기쁘답니다.
이시인님, 참으로 멋지게 요약해 주셨습니다. 그 날의 감동이 평생 갈 것입니다.
글치요 박시인님^ 숲속을 고요히 적시는 하모니카 소리가 아직도 울려퍼져요. KBS-2 TV 세상의 아침을 박시인님의 하모카 향기로 멋지게 장식 하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