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를 두드리면 어느샌가 목이 뻐근해져온다. 하이힐을 신고 출근하기를 몇 년째, 한 번 접질린 발목은 영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매일같이 집안 살림에 만신창이가 된 두 팔은 시도 때도 없이 저리기 일쑤다. 이런 증상을 몇 번의 주사로 간단히 해결하는 치료법이 있다. 바로 ‘프롤로치료’다. 프롤로치료 전문가, 청담마디신경외과의 심재현 원장을 만나 건강한 관절 유지 비법을 전해들었다.
‘저는 일본 오키나와에 거주 중인 캐나다인 마샬 홈즈입니다. 한국에 계신 심재현 선생님께 프롤로치료를 받고 싶습니다. 언제쯤 방문하면 될까요?’
지난 11월 5일, 일본에서 영어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캐나다인 마샬 홈즈 씨가 논현동 청담마디신경외과를 방문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프롤로치료학회 ‘해켓-햄월재단(www.hacketthemwall.org)’에서 인정한 프롤로치료 전문가 심재현 원장을 만나기 위해서였다. 마샬 홈즈 씨가 거주 중인 일본 오키나와에는 아직까지 해켓-햄월재단에서 인정받은 일본인 프롤로치료 의사가 없다. 심 원장은 이 재단의 홈페이지에 등록된 한국인 의사 두 명 중 한 명이다.
농축 포도당으로 손상된 인대와 힘줄을 치료한다
“프롤로치료가 처음 생긴 건 1950년대 미국에서입니다. 해켓이라는 박사가 주사를 이용한 인대와 힘줄의 증식치료를 ‘프롤로치료’라 명명하면서부터였지요. 그런 치료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하고 다른 의사들에게도 교육하기 시작하면서 유럽 및 아시아권으로 퍼지기 시작했어요. 저도 해켓-햄월재단에서 프롤로치료를 배우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프롤로치료(Prolotherapy), 즉 증식치료는 현재 여러 병원에서 사용되고 있는 관절 통증 치료법 중 하나다. 심재현 원장은 해외에서 정규코스를 밟은 프롤로치료 전문가다.
“‘증식’을 뜻하는 ‘proliferation’과 ‘치료’를 뜻하는 ‘therapy’가 합쳐져 만들어진 단어가 프롤로치료입니다. 손상된 인대나 힘줄에 새로운 인대와 힘줄 조직을 생성해 그것을 증식시켜주지요. 일시적인 관절 통증 완화가 아닌 근본적인 치료에 해당하는 시술입니다.”
인대는 마치 고무 밴드처럼 관절 내 뼈와 뼈를 고정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대개 인대는 한번 약해지거나 손상되면 원래 상태로 완벽하게 회복되기 어렵다. 근육과 뼈를 연결하는 힘줄도 마찬가지다. 힘줄은 인대와 구조가 비슷하기 때문에 손상을 입으면 불완전하게 회복되고 반복적으로 통증을 일으킨다. 프롤로치료는 인대와 힘줄의 이 같은 회복의 어려움에서 틈새를 파고든 치료인 셈이다.
“만약 인대의 손상 정도가 심각하다면 수술을 해야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오랜 기간 만성통증을 겪은 환자의 경우 프롤로치료가 매우 효과적입니다. 수술 대신 간단한 시술로 회복할 수 있고,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이지요. 통증을 느끼는 부위의 여러 지점에 주사를 놓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3~5일간 다소 욱신거릴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관절을 안정시키는 치료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 통증도 차츰 사라집니다.”
프롤로치료는 통증을 잠시 가라앉히는 임시방편이 아닌 근본적인 치료를 지향한다. 그리고 수술을 대체할 정도의 탁월한 효과는 물론 비용과 입원의 번거로움도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치료를 시작하면 평균 4~6회 정도 주사를 놓습니다. 개인차에 따라 2~3회 주사에도 통증이 사라지는 환자가 있고, 심한 경우 그 이상의 횟수로 주사를 맞아야 통증이 가라앉는 환자도 있습니다. 주사를 많이 맞는다고 해서 몸에 부담을 주거나 부작용이 있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도 됩니다. 주입하는 증식제가 주로 포도당이거든요.”
프롤로치료는 고농도의 포도당을 인대나 힘줄이 뼈와 닿는 부위에 주사하는 것으로 부작용이 거의 없다. 주사한 부위에 국소적인 염증반응이 일어나면서 혈액 공급이 증가하고, 이후 영양물질을 충분히 공급하면 조직이 회복되는 원리다. 콜라겐 형성을 유도하는 증식제가 프롤로치료에 사용되는데,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바로 농축 포도당 용액이다. 안전하고 효과적이라 가장 선호되는 증식제이기도 하다.
“다양한 증식제를 시도해본 결과, 포도당이 가장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포도당은 흡사 설탕물 같은 것이라, 몸에 주사해도 해로울 일이 거의 없지요. 최근 미식축구선수 하인스 워드나 골프선수 타이거 우즈 같은 스포츠 선수들이 프롤로치료의 일종인 PRP치료(혈소판 풍부혈장)를 받아 주목받기도 했어요. 자신의 혈액을 채취해 성장인자만 추출한 다음 재주입하는 치료법이죠. 자극이 훨씬 강하고 회복반응도 빠릅니다. 그러나 일반 환자들은 포도당을 사용한 프롤로치료가 일반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