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거결과 예측모델 이라는데...
지구의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 전세계 76개국에 전국단위 선거가 열리는 국가도 40개국에 세계 국내총생산(GDP) 합계의 약 42%(44조2000억 달러)에 해당하는 나라가 선거를 치른다.
이중 우리에게 중요한 선거중 대만,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총선은 끝났고 미국 대선만 남아있다. 대한민국 총선은 여소야대로 끝났다.
○ ‘페어모델’
'페어모델'로 불리는 이론이 있어 이를 바탕으로 2024년 우리나라 4.10 총선을 예측해본 결과는 정확하게 맞아떨어졌다.
‘페어모델’을 만든 사람은 미국 예일대의 '레이 페어'교수로 계량 경제학자인 페어 교수는 경제 성장률 물가 상승률 실업률 등의 지표로 선거 결과를 도출하는 예측 모형으로 정평이 나 있다.
○ 미국 예측 결과
1916년부터 27번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세 차례를 제외한 모든 선거 결과를 자신의 모형으로 정확하게 설명해 냈기 때문인데 특히 페어 교수는 “투표에서 특히 중요한 변수는 선거 직전 3분기 동안의 경제 성장률”이라고 강조한다.
물가상승률이 낮고 생산량 증가율이 높으면 경제가 안정적이라고 판단한 유권자들이 집권 정당에 투표할 확률이 높아 현 집권당이 재집권할 가능성이 높고, 경제 상황이 안 좋으면 판세가 뒤바뀔 수 있다는 얘기이다. 너무나 당연한 것 같지만 이론적으로도 들어맞다는 것이 참 신기하다.
역사적으로 페어 교수의 예측 모델은 곧잘 들어맞았다. 대표적인 예가 2008년 대선 당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 경제가 대공황때 만큼이나 흔들렸다. 그해 1월 25일 연준은 역사상 처음으로 정례회의가 아니라 긴급회의를 열어 금리를 인하했다. 2007년 말 4.25%였던 기준금리는 2008년 0.00~0.25%까지 떨어진 덕분에 11월 대선에서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유색인종으로는 처음 44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실패 역시 경제로 미리 예측할 수 있었다. 2019년 3분기부터 점진적으로 악화되던 미국 경제는 2020년 코로나19와 함께 직격탄을 맞았다. 대선 직전 분기인 2020년 2분기에 미국의 GDP 증가율은 –32.9%를 기록했다. 미국 정부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1947년 이후 최악의 기록이었다. 코로나19 발병이 시작된 2020년 1분기 -5%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으로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이다. 그해 4월 미국 실업률은 15%에 육박했다.
Fed가 서둘러 제로금리 정책을 펼치며 새로운 경제 국면이 찾아왔지만, 유권자들은 코로나19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을 심판했다.
페어 교수의 예측모델은 2020년 대선 결과도 맞혔다.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 페어 교수의 예측 모델은 트럼프 대통령이 35%의 표를 확보해 65%를 얻은 민주당 대선후보 조 바이든에게 크게 뒤처질 것으로 내다봤다.
○ 그렇다면
2024년 미국 대선을 결정지을 숫자는 무엇일까? 페어 교수가 2023년 2월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메모를 참조할 만 한데, ‘미국의 물가상승률이 2023년 3%, 2024년 2%를 기록하고, 2024년 경제가 4% 성장하면, 민주당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
반면 물가상승률이 4~5%를 웃돌고 경제성장이 2%대로 위축되면 공화당 후보가 승리하며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2024년도 경제 성적이 대선 판도를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주목할 점은 바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직접적으로 이야기하면 금리를 올리느냐 내리느냐에 따라 표심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페어 교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특정 정당을 돕는 것이 아닌데도 연준의 결정이 가져올 정치적 결과는 엄청나다”며 “후보자 토론회나 여론조사 결과 보도가 넘쳐나겠지만 정말 중요한 건 물밑에서 벌어지는 연준의 움직임”이라고 말한다.
미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것은 일단 바이든에게 유리할 수 있지만 경기침체 없이 물가를 잡을 수 있을 금리 정책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거다. 만일 금리를 여러차례 내린다면 경기가 정점에 다다른 것이란 의미와 함께 경기침체가 우려된다는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에 트럼프에게 유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금리를 계속 동결하거나 한두차례 내리는 것에 그치면서 물가를 잡는다면 바이든에게 유리할 수 있다. 과연 파월은 어떤 쪽의 손을 들어줄까?
○ 대한민국은...
페어모델이 대한민국에도 적용될 수 있느냐는 점인데 대통령 직선제가 도입된 이후 치러진 한국의 대통령선거 결과를 살펴보면...
1987년 대선부터 2012년 대선까지는 대선이 12월에 치러졌기 때문에 당해 연도 자료로, 2017년 2022년은 5월 대선이기 때문에 전년도 지표를 활용해 봤다.
1987년 3저 호황에 경제성장률은 12.7%에 이르렀고, 연간 주가상승률은 92.6%에 달했다. 물가도 3%대 상승으로 당시 기준으로 굉장히 낮은 수준을 기록 페어모델에 따르면 여당 승리로 실제로 민주화 물결 속에서도 야권 분열로 당시 여당 후보가 당선됐다.
1992년은? 경제성장률은 7.2%로 전후 10년래 가장 낮은 수준이었고 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합한 경제고통지수는 8.7로 낮게 나타났다. 주가상승률도 11.1%로 이전 2년간 마이너스를 벗어났다. 페어모델에 따르면 여당 승리 실제로도 3당합당으로 탄생한 거대여당 민자당이 승리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정권교체가 이뤄진 1997년 대선은? 외환위기 속에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에 경제가 전면에 부각될 수밖에 없었다.
대선 전인 11월 당시 미디어리서치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차기 대통령의 과제로 ‘경제살리기’를 꼽았고 적합한 후보로 김대중을 선택했다. 대선 결과도 여론조사 결과와 같았다.
2002년 대선은? 경제성장률은 7.7%로 외환위기를 완전히 극복하고, 정상궤도에 오르는 수치를 보여줬다. 실업률은 3.26%로 5년 만에 3%대로 내려왔고, 물가도 2.8%로 안정 수준에 들어왔지만 IT버블 붕괴로 주가는 연간 9.5% 하락 페어모델에 따르면 여당 승리가 점쳐졌고 실제로 여당인 노무현 후보가 막판 역전하는 기적을 이뤄냈다.
2007년 대선은? 성장률은 5.8%로 이후 그 수준의 성장을 이룬 해는 한 해밖에 없을 정도로 괜찮았다. 노무현 정부를 괴롭히던 아파트값 상승도 잠잠해졌고, 경제고통지수도 전후 10년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고, 주가도 32.3%나 뛰었다. 페어모델에 따르면 여당 승리가 점쳐졌지만 변수가 ‘부자되세요’ 구호로 경제대통령이란 이명박이 승리했기 때문인데 국민들의 욕망에 불을 지피는 전략이 페어모델을 이겨낸 것이다.
2012년 대선에서 경제지표는 특이점이 별로 없었다. 경제성장률은 2.4%로 낮은 수준이었고, 실업률은 3.23%, 물가상승률은 2.2%로 전반적으로 활력이 떨어졌다. 이명박 정부에서 경제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는 기대에 그쳤다. 주가상승률도 9.4%에 머물렀지만 또다시 여당은 국민들의 욕망에 불을 지펴 빚내서 집사라는 황당한 부추김에다 ‘모든 노인에게 매달 20만원 기초연금 지급’이라는 표퓰리즘이 또다시 페어모델을 이겨냈다.
2017년 대선은 대통령 탄핵 후 5월에 이뤄진 선거라 경제지표가 큰 의미가 없다. 성장률 2.9%, 실업률 3.68%, 물가상승률 1%, 연간 주가상승률 3.3%. 완연한 저성장 국면의 특징을 나타냈다.
2022년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하는 데 결정적이었던 건 부동산이었다. 선거 직전 해인 2021년 아파트값 상승률은 16.3% 반면 2020년 30%가 넘었던 주가상승률은 3.62%에 그쳤다. 이 때문에 윤석열 정부가 탄생했다.
○ 지금까지 선거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에서도 페어모델은 어느 정도 통하고 있다. 다만 페어모델을 뛰어넘는 위력을 지닌 부동산 부추김이 간혹 판도를 뒤엎기도 한 거라서 다음 대선도 경제지표를 앞세운 페어모델의 승리냐, 아니면 부동산 등 부에 대한 욕망의 승리냐 싸움일 수 있다.
○ 총선은 어땠을까?
페어모델이 적용될 수 있었을까? 1992년 3월 14대 총선의 경우 직전해인 1991년 경제성장률은 10.8%로 괜찮았고, 물가상승률이 9.3%에, 주가는 세계경제 침체의 여파로 연간 12% 하락 200석이 넘었던 거대여당 민자당은 1당은 유지했지만 전체 의석수에서 야당에 밀려 여소야대 국회가 만들어졌다.
15대 총선은? 직전 해인 1995년 경제지표만 놓고 보면 여당의 승리처럼 보였다. 성장률 9.6%, 실업률 2.07%, 물가상승률도 당시로서는 높지 않은 4.5%에 그쳤다. 다만 연간 주가는 14.1%로 떨어졌다. 그런데 더 큰 변수로 삼풍백화점 붕괴와 대구 가스 폭발로 수백 명이 사망하면서 민심은 흉흉했다. 선거 결과는 범보수계가 우세했지만, 여당이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로 나왔다.
20세기 마지막 선거였던 2000년 총선 역시 경제지표와의 연관성이 떨어졌다. 직전 해인 1999년 경제지표는 상승세로 성장률은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11.5%에 이르렀고, 물가상승률도 0.8%로 안정적이었다. 주가도 연간 82.8%나 뛰었지만 선거 결과는 애매했다. 야당인 신한국당이 1당 자리를 차지했지만 여권 연합과의 차이는 단 1석에 불과했다.
2004년 17대 총선은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승리로 끝났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역풍이 짙었지만 경제지표도 나쁘지 않았다. 2003년 성장률은 3.1% 그쳤지만 실업률과 물가는 3%대로 안정됐고, 한 해 주가상승률은 30%에 육박했기 때문이다.
이후 두 번의 총선도 비슷하다. 2008년 18대 총선 직전 해의 경제지표는 좋았다. 성장률은 5.8%에 이르렀고, 주가상승률도 32.3%에 달했지만 대선에서 야당이 승리했고, 새 정부 출범 후 두 달 만에 열리는 허니문 선거란 성격 때문에 한나라당이 153석을 차지하며 완승을 거뒀다. 승리의 핵심 요인은 역시 부동산정책 당시 한나라당 후보들이 뉴타운 공약을 일제히 들고 나온 것도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
2012년 선거를 앞둔 2011년 경제지표는 지지부진했다. 성장률 2.4%, 실업률 3.4%로 특이점을 찾기 어려웠다. 다만 물가상승률은 비교적 높은 4%였고 주가는 11% 하락했다. 따라서 야당 승리가 점쳐지기도 했지만 이듬해 대선과 같은 해에 선거가 치러진 영향을 받아 여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박근혜 정부 말기인 2016년 총선은 페어모델이 잘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 직전 해 경제지표도 박근혜 정부 내내 이어진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2%대 성장률, 3%대 실업률, 1% 안팎의 물가상승률 등 숫자에 힘이 없었고 주가상승률도 2.4%에 그쳤다. 지표로만 봐도 야당의 승리를 점칠 수 있었다. 이 때문인지 여당인 새누리당은 122석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123석)에도 1석 밀려 제2당이 됐다.
2020년 총선은 코로나19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는 와중에 경제지표가 영향을 미칠 공간은 거의 없었다. 2019년 경제성장률이 2.2%에 불과했고 증시 역시 2.6%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여당인 민주당이 완승했다.
지금까지 살펴봤듯이 총선도 페어모델의 영향을 받긴 하지만 외부변수 파워에 따라 뒤집혀지기도 한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는 “대선은 전망적 투표의 성격이 강하고, 총선은 회고적 투표의 성격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대통령 임기 전반부에 치러지는 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도에 영향을 받고 후반부에 치러지는 선거는 차기 후보의 경쟁력에 영향력을 받는다”고들 한다.
이미 치뤄진 2024년 4.10 총선을 페어모델에 적용하면 여당의 참패가 확실해 보였고 결과도 그러했다. 경제성장률이 1.4%로 추락하고 물가상승률은 3.6%로 치솟았고 실업률은 2.8%에 그쳤지만 청년실업률이 5.3%로 심각했다.
야당의 수많은 악재의 변수에 혹시 하였지만 판도를 뒤집지는 못했고 여당의 참패로 페어모델이 정확하게 적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