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챙기고, 여행도 즐기고
환절기 때면 만성피로를 호소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난다. 추웠던 날씨는 풀리는데 몸은 오히려 나른하고 입맛도 없고, 밤에 잠도 오지 않는다. 기온 변화로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이럴 때 가면 좋은 여행이 있다. 몸 상태를 점검하고 치료하고 푹 쉬면서 여행도 하는 초락당 헬스투어다.
하루나 이틀을 꼬박 잠만 자도 풀리지 않는 직장인의 피로. 머리를 식힌다며 여행을 떠나고는 피로까지 한 짐 짊어지고 돌아오는 현대인들. 하지만 ‘지친다, 피곤해’ 하면서도 시간 내서 건강검진 한번 받으러 가기는 왜 그리 힘든지. 방치한 몸에는 나날이 피로만 쌓여간다.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고, 집중력 저하, 두통, 수면 장애, 건망증, 그리고 관절과 근육 통증 등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을 의심해 봐야 한다. 피로를 그냥 방치하면 류머티즘 등의 발병률이 높아져 일상생활 유지도 힘들게 된다. 요즘은 20~30대의 젊은 나이에도 암을 비롯한 성인병의 발병률이 높다. 치열해지는 사회생활에서 생기는 각종 스트레스, 운동 부족, 비만 등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몸에 질병이 생기는 것처럼 마음에도 병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몸과 마음의 치료가 필요하다.
건강과 휴식을 잡는 두 마리 토끼
경북 울산의 초락당(艸樂堂)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지정한 헬스투어가 있는 한방의료기관으로, 쉽게 말해 자연 속에 있는 한의원이라고 할 수 있다. 치료와 휴식과 여행 스케줄이 적절히, 하지만 ‘널널하게’ 짜여 있는 헬스투어는 대부분의 시스템이 내방한 사람에게 맞추어져 있어 말 그대로 건강한 여행을 즐길 수 있다. 1박 2일부터 3박 4일간의 일정 중 미리 예약을 하면 진찰(체지방, 혈압, 맥진, 생혈, 간기능, 초음파, 심전도)을 통해 현재 몸 상태를 파악한 후 치료한다. 황토 온열 치료 및 유기농 3식이 제공되고 울산의 국보인 천전리 각석과 암각화 여행까지 가능하다.
250년 되었다는 정자에 황토로 지은 치료실과 참나무로 군불을 때 뜨끈뜨끈한 황토 숙소, 기와에 황토를 섞어 쌓은 담장…. 옛 고택에 놀러온 듯 풍경이 한갓지다. 울산에서 한의원을
하던 박승휘 원장이 5년 전 한방을 테마로 한 초락당을 오픈하였다고 한다.
현재 몸 상태를 점검도 하고 여행도 할 겸 경주의 한 호텔과 여행사에 근무하는 정혜정씨와 이주연씨가 헬스투어에 참여했다. 서비스업인 호텔의 특성상 내내 서서 일하는 혜정씨는 늘 웃으며 응대해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다리 부종을, 여행사 내근직인 주연씨는 하루 종일 모니터를 보면서 생긴 어깨 통증과 눈의 피로를 호소한다.
초락당에 도착하면 진료부터 받는다. 혈압 체크-비만도 검사-대뇌활성도 검사-초음파로 스트레스 진단 등의 종합검사를 통해 혜정씨는 소음인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수족냉증이 있으며 돼지고기, 맥주 등의 음식을 금하고 항상 몸을 따뜻하게 만들어줘야 한다는 진단.(자세한 내용 생략) 태음인인 주연씨는 소화 기능은 좋은데 배출하는 능력이 떨어지므로 음식물이나 노폐물이 몸에 쌓이지 않도록 해야 한단다.
진단이 끝나면 피로 회복을 돕는 유근피, 당귀, 정향 외에 몸 상태에 따라 처방한 약재물에 몸을 푹 담그고 목욕을 한다. 약간 땀이 날 정도로 목욕을 즐긴 뒤에는 45℃로 일정하게 유지되는 치료용 찜질방에서 찜질을 병행하여 치료효과를 높인다.
“야~, 니는 뭔 땀을 그리 흘리노?” “쪼메 덥다!” 서로 반대되는 체질을 갖고 있는 두 친구는 치료의 반응도 다르게 나타난다. 바깥으로 산중 산책로, 황토로 지은 내부 시설은 휴게실, 식당, 치료실 등으로 나누어져 자유롭게 오가며 휴식과 치료를 즐긴다. 서두를 것도 없고 누가 뭐라는 이도 없다.
저녁식사는 유기농 채소를 비롯한 건강식으로 달걀찜, 콩잎, 냉이된장국, 갈치조림 등이 곁들여진다. 휴양차 왔다는 옆 테이블의 남성은 녹즙 한 컵이 식사의 전부다. 잘 쉬고 잘 먹는 여행 같지만 몸 상태에 따른 처방은 따라야 하는 법이다. 뜨끈한 구들장에 배를 깔고 누워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도 하고, 24시간 개방하는 치료돔을 오가며 저녁 시간을 보낸다.
울산의 보물 보러 떠나요!
다음날 한결 가벼워진 몸으로 여행에 나선다. 치료 프로그램에 산책과 여행이 들어 있어 가이드와 함께 울산의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과 천전리 각석을 둘러본다. 이것도 치료 과정의 하나다. 전날 아이티(Haiti)에서 온 루돌프씨도 여행에 동참한다.
“Do you know shaman? I wanna see a shaman exorcising! It's interesting!” 무당이 굿하는 장면을 보고 싶다는 루돌프씨는 동양의 한방, 역사, 토속신앙 등에 관심이 많은 프로그래머. 두 달 예정으로 한국에서 배낭여행을 하던 중 감기에 걸렸는데 여행을 중단할 수 없어 관광책자를 보고 이곳을 찾았단다.
연꽃이 핀 듯한 산세인 연화산 자락에 울산의 국보 중 하나인 천전리 각석이 있다. 6,000 ~7,000년 전 신라의 화랑들이 이곳에서 무예를 닦으며 갖가지 무늬와 동물, 인물상을 암벽에 새겨놓았는데 15도가량 비스듬히 서 있어 풍화작용을 받지 않아 선명하게 그 흔적을 볼 수 있다.
병풍처럼 두른 기암괴석에 주변이 비경인지라 여름철에 오면 참 좋겠다. 맞은편에는 1억 년 전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남아 있는데, 마침 움푹 팬 발자국 자리에 물기가 있어 선명하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 다른 국보인 반구대 암각화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연중 5~6개월은 물에 잠겨 있지만 11월부터 이듬 해 5월까지는 약 3개월가량 망원경으로 암각화를 볼 수 있다.
여행이 끝나면 처음과 비교하여 재검진을 받는데, 이때 본인도 미처 몰랐던 질병이 발견되기도 한다. “전 수족냉증이 있는지 몰랐거든요, 평소에 맥주를 즐겨 마시는데 이제 다른 술로 바꿔야겠어요. 좀 두려웠지만, 내 몸 상태를 알고 나니 한결 마음이 편해요.” 맥주를 마시면 안된다는 원장의 말에 놀란 혜정씨.
중병이 아닌 이상 마지막 날에 검진결과를 알려준다. 미리 알면 제대로 휴식을 취할 수 없다는 이유다. 하루 사이에 몸 상태가 달라질 수는 없겠지만, 좋은 것 먹고 구들장에 등 지지며 푹 쉬었던 몸은 이제 그 맛을 안다.
글·사진 박지영 기자
Info 해마다 10월이면 봉계한우축제가 열리는 봉계마을은 예전에 어시장이 형성되던 곳으로 한우숯불구이가 유명하다. 마을을 따라 한우촌이 오십여 곳 형성되어 있지만 봉계교를 건너 경주 방향에 있는 유천암소숯불구이(054-748-8376)를 추천한다. 300여 두의 암소를 직접 한약재와 두부비지 등을 먹여 키우며 좋은 육질의 고기만 상에 낸다. 소금구이를 시키면 등심, 낙엽살, 치맛살, 채끝등심, 안심, 갈비살 등 부위별로 즐길 수 있다. 잡냄새가 없는 한우라 핏기만 가실 정도로 살짝 익혀 먹는데 혜정씨와 주연씨가 숨도 안 쉬고 먹는 바람에 사진 찍을 타이밍을 놓쳤을 정도. 곰거리, 국거리는 택배도 가능하다. |
초락당은 사전 예약이 필수다. 1박(10만원, 2인 이상)에 한방 진찰, 황토 온열 치료 및 유기농 3식, 천전리 각석, 암각화 여행 포함. 약재 목욕은 별도(2만원)이며 매주 화요일은 휴무. 2박(20만원)은 약재목욕이 무료. 저녁에는 다소 무료하므로 평소 읽고 싶었던 책을 가져가면 좋다. 평일엔 자녀들에게 효도 선물 받은 부모님, 주말에는 가족이나 친구끼리 많이 찾는다.
경부고속국도 경주IC → 35번국도 언양 방면 우회전 → 봉계리 한우마을 끝에서 좌회전 → 초락당
문의 _ 052-264-8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