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931 --- 기상청의 예보가 빗나가 고맙다
이번 폭우로 온 나라가 발칵 뒤집혀 시끌시끌하다. 사망 실종이 50명에 이르고 만 명 이상이 대피했다. 재산상 손해는 집계가 멀었다. 그런데 아직도 200밀리 이상 비가 더 올 예정이라고 한다. 앞이 캄캄하다. 근래에 없었던 역대급이다. 충남 청양 지방은 2일간 500밀리 가까이 비가 내렸다. 7~8월 두 달 강수량이 불과 2일 동안 한꺼번에 내린 것이다. 곳곳에 물난리다. 산사태에 하늘길 바닷길도 막혔다. 말 그대로 물난리 수난이다. 그래도 이렇지는 않았다. 특히 충청도, 대전, 전북, 경북으로 이어지는 중부지방이 가장 심하다. 남부의 고기압과 북부의 저기압이 마주치는 경계라 더 그렇다고 한다.
한쪽에서는 천재로 불가항력이라고 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인재로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은 전이나 크게 다르지 않고 여전하다. 얼키설키 엉켜 설상가상이다. 일기예보에는 앞으로 200밀리 이상 더 내린다고 하는데 대전은 거짓말처럼 검은 구름이 걷히고 활짝 개어 푸른 하늘을 드러냈다. 비록 일기예보가 빗나갔지만 다행이다. 폭우의 소식이 정확하게 맞는 것보다 확실하게 빗나가 일기예보가 틀리는 것이 그 얼마나 반가우면서 신나는 일인지 모른다. 기상대의 예보가 엉터리라 할망정 현실적이고 실리적이다. 탓할 일이 아니다. 예보가 틀려 얼마나 다행스러운지 모른다.
어쨌든 이쯤에서 멈춘 것이 그래도 다행이다. 이처럼 기상대의 예보가 빗나가서 엉겁결에 고마운 일도 있다. 농촌의 여름은 잡풀을 뽑고 돌아서면 며칠 지나지 않아 꼴사납다. 마치 한 달간 이발을 안 하면 머리가 수북한 것이나 다르지 않지 싶다. 깔끔하려면 자주 다독거리고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농촌은 여름이면 폭우가 아니라도 풀과의 전쟁이다. 아예 처음부터 비닐을 씌워 풀을 차단하기도 한다. 지나는 사람마다 논밭에 풀이 많으면 기본이 안 되었다고 한다. 게으르다고 하고 초보자라고 하고 대뜸 이상한 눈빛으로 보는 것 같아 괜스레 억울하고 서럽다. 그런 것이 아니라고 변명도 필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