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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창정궤(明窓淨几)
창문은 햇살로 환하고 책상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뜻으로, 독서와 명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의미이다.
明 : 밝을 명(日/4)
窓 : 창 창(穴/6)
淨 : 깨끗할 정(氵/8)
几 : 안석 궤(几/0)
출전 : 서거정(徐居正)의 시 명창(明窓)
추사의 글씨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글귀는 예서로 쓴 '작은 창에 볕이 많아, 나로 하여금 오래 앉아 있게 한다(小窗多明, 使我久坐)'는 구절이다.
작은 들창으로 햇살이 쏟아진다. 그는 방 안에서 미동(微動) 없이 앉아 있다. 명창정궤(明窓淨几), 창문은 햇살로 환하고, 책상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 이 네 글자는 선비의 공부방을 묘사하는 최상의 찬사다. 서거정(徐居正)의 명창(明窓)에 나온다.
明窓淨几坐焚香
頗覺閑中趣味長
밝은 창 정갈한 책상 앞에 앉아 향을 사르니, 한가한 가운데 취미가 거나함을 깨닫네.
交絶陳蕃懸客榻
詩多長吉滿奚囊
사귐은 진번과 끊어져 객탑을 매달았지만, 시는 장길보다 많아서 해낭에 가득하구나.
一生已誤謀身計
百歲何須却老方
일생을 두고 이미 모신의 계책 그르쳤거늘, 백년을 살자고 어찌 각로방을 기다릴쏜가.
但得有錢勤買醉
是非憂樂兩相忘
다만 돈이 있어 술사서 취할 수만 있다면, 시비 우락 따위는 둘 다 서로 잊으련다.
(註)
○ 사귐은 진번과 끊어져 객탑을 매달았지만 : 객탑(客榻)은 손님 접대용의 걸상을 가리키는데, 여기서는 친구들과 점차 멀어지는 것을 한탄한 말이다. 후한 때의 고사(高士)였던 예장 태수(豫章太守) 진번(陳蕃)은 빈객(賓客)을 전혀 접대하지 않았으되, 다만 당대의 고사였던 서치(徐穉)가 찾아오면 특별히 걸상 하나를 내다가 그를 정중히 접대하고, 그가 떠난 뒤에는 다시 그 걸상을 걸어 두곤 했던 데서 온 말이다. (後漢書 卷53 徐穉列傳)
○ 시는 장길보다 많아서 해낭에 가득하구나 : 장길(長吉)은 당대(唐代)의 시인 이하(李賀)의 자이고, 해낭(奚囊)은 이하의 종 해노(奚奴)의 주머니란 뜻으로, 이하가 매일 제공(諸公)과 함께 명승지를 놀러 다니면서 그때마다 해노에게 금낭(錦囊)을 지고 따르게 하여 시를 얻는 족족 그 주머니에 담았던 데서 온 말이다. (昌谷集 李長吉小傳)
○ 각로방(却老方) : 사람이 늙지 않고 장생불사할 수 있는 약방(藥方)을 이른다. 한서(漢書) 권25상 교사지(郊祀志)에 의하면, 한 무제(漢武帝) 때 방사(方士) 이소군(李少君)이 각로방을 가지고 천자를 알현했다고 한다.
오장(吳長)은 서실소기(書室小記)에서 "고인의 책이 수십 질 있어서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혹 손길 따라 뽑아서 보고, 혹 무릎을 꿇고 소리 내서 읽으면, 문득 생각이 전일하고 간절해지는 것을 느낀다(有古人書數十帙, 明窻靜几, 或隨手抽檢, 或斂膝誦讀, 頗覺意思專切)"고 썼다.
유원지(柳元之)의 병을 앓은 뒤(病起)란 시도 있다.
溫房病起意差淸
坐趁輕凉氣自平
따뜻한 방 병이 나아 뜻이 조금 맑기에, 시원한 곳 찾아 앉자 기운 절로 편안하다.
多少人間快活事
明䆫靜几讀詩經
인간 세상 으뜸가는 쾌활한 일이라면,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시경을 읽는 걸세.
오랜 병치레 끝에 모처럼 책상을 깨끗이 닦고 볕 드는 창에 앉아 '시경'을 소리 내어 읽으니, 세상에 아무 부러울 것이 없더라는 얘기다.
명창정궤를 쳐보니 무려 171회의 용례가 나온다. 여기에 이어진 아래 구절 중에 몇 가지를 뽑아보면 다음과 같다.
諷誦古書
옛 책을 소리 내 읽는다.
拱手斂膝
손을 모두고 무릎을 여민다.
蕭然無雜
조촐해서 잡스러움이 없다.
端坐終日
종일 단정히 앉아 있는다.
焚一炷香
한 심지의 향을 사른다.
靜對詩書
고요히 시서와 마주한다.
兀然端坐
오도카니 단정히 앉는다.
圖書滿壁
도서가 벽에 가득하다.
볕 잘 드는 창 아래 앉아 책상을 말끔히 치우고 차분히 마음을 가라앉혀 한 해의 구상으로 새해를 시작하면 어떨까? 우리는 너무 말이 많고 심히 부산스럽다.
■ 명창정궤(明窓淨几)
밝은 창과 말끔한 책상이라는뜻으로, 독서와 명상에 좋은 환경을 이르는 말이다.
햇살로 환하게 밝은 창(明窓),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한 책상(淨几)이라면 글쓰기와 책 읽기가 저절로 될 것 같은 분위기다. 예전의 검소를 미덕으로 삼던 선비들은 아담한 문방(文房)에서 사색을 하며 차를 마시고 고담(高談)을 가다듬었을 것이다. 그러면서 종이 붓 먹 벼루를 문방사보(文房四寶)로 아끼며 일필휘지하여 후세에 명문(名文)과 대작(大作)을 남길 수 있었다.
지필묵연(紙筆墨硯)과 함께 밝은 창가의 서궤는 다양한 우리 문화재의 생산지이기도 했다. 이처럼 옛 문사들이 가까이 했던 '밝은 창과 정갈한 책상'을 문방이나 서재를 의미하는 일반명사로 사용하는 표현이 됐다.
성어가 중국에서 처음 사용된 곳은 송(宋)나라 정치가이자 문인 구양수(歐陽脩)의 '시필(試筆)'이라고 나온다. '밝은 창과 깨끗한 책상(明窓淨机), 붓 벼루 종이와 먹( 筆硯紙墨)'이 뛰어난 것을 사용하는 것이 인생의 즐거움이라 했다. 机는 책상 궤이니 几와 통한다.
명(明)의 허차서(許次紓)라는 다인은 '다소(茶疏)'에서 차 마시기 좋은 때로 밝은 창가의 깨끗한 책상을 대할 때(明窓淨几)를 24가지 중의 하나로 꼽았다. 이보다 훨씬 다양하게 우리나라 고전에서의 용례를 잘 보인 것은 한문학자 정민 교수의 성어 모음집 '석복(惜福)'에서다.
조선 전기의 학자 서거정(徐居正)의 시를 먼저 보자. '명창(明窓)'이란 시의 앞 구절이다.
明窓淨几坐焚香(명창정궤좌분향)
밝은 창 정갈한 책상에 앉아 향을 사르니,
頗覺閑中趣味長(파각한중취미장)
한가한 중 취미가 거나함을 깨닫네.
인조(仁祖) 때의 학자 유원지(柳元之)는 오랜 병치레 끝에 볕드는 창가에 앉아 독서하는 시를 남겼다.
多少人間快活事(다소인간쾌활사)
인간 세상 으뜸가는 쾌활한 일이라면,
明䆫靜几讀詩經(명창정궤독시경)
밝은 창 깨끗한 책상에서 시경을 읽는 걸세.
'우리 한시 삼백수'(정민 평역)의 칠언절구편에 실려 있는 이유태(李惟泰)의 시도 좋다. 숙종(肅宗) 때의 문신인 그가 집안 조카에게 학문을 권면하며 지었다는 시다. 앞부분은 이렇다.
明窓淨几絶埃塵(명창정궤절애진)
맑은 창가 책상 닦아 먼지 하나 없는데,
默坐澄心意味眞(묵좌징심의미진)
고요히 앉아 마음 맑히니 의미가 참되어라.
이 모두 고요히 마음을 침잠시켜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마음을 가꾸었던 선인들을 떠올리게 한다. 오늘날 바쁜 시기에 경쟁에 몰리고 생활에 급급한 사람들에겐 부러울 뿐이다.
▶️ 明(밝을 명)은 ❶회의문자로 날 일(日; 해)部와 月(월; 달)의 합해져서 밝다는 뜻이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明자는 '밝다'나 '나타나다', '명료하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明자는 日(날 일)자와 月(달 월)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낮을 밝히는 태양(日)과 밤을 밝히는 달(月)을 함께 그린 것이니 글자생성의 의도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밝은 빛이 있는 곳에서는 사물의 실체가 잘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明자는 '밝다'라는 뜻 외에도 '명료하게 드러나다'나 '하얗다', '똑똑하다'와 같은 뜻까지 파생되어 있다. 그래서 明(명)은 (1)번뇌(煩惱)의 어둠을 없앤다는 뜻에서 지혜 (2)진언(眞言)의 딴 이름 (3)사물의 이치를 판별하는 지력(智力)으로 이치가 분명하여 의심할 것이 없는 것 (4)성(姓)의 하나 (5)중국 원(元)나라에 뒤이어 세워진 왕조(王朝)로 태조(太祖)는 주원장(朱元璋) 등의 뜻으로 ①밝다 ②밝히다 ③날새다 ④나타나다, 명료하게 드러나다 ⑤똑똑하다 ⑥깨끗하다, 결백하다 ⑦희다, 하얗다 ⑧질서가 서다 ⑨갖추어지다 ⑩높이다, 숭상하다, 존중하다 ⑪맹세하다 ⑫밝게, 환하게, 확실하게 ⑬이승, 현세(現世) ⑭나라의 이름 ⑮왕조(王朝)의 이름 ⑯낮, 주간(晝間) ⑰빛, 광채(光彩) ⑱밝은 곳, 양지(陽地) ⑲밝고 환한 모양 ⑳성(盛)한 모양 ㉑밝음 ㉒새벽 ㉓해, 달, 별 ㉔신령(神靈) ㉕시력(視力) ㉖밖, 겉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밝을 금(昑), 밝을 돈(旽), 밝을 방(昉), 밝을 오(旿), 밝을 소(昭), 밝을 앙(昻), 밝을 성(晟), 밝을 준(晙), 밝을 호(晧), 밝을 석(晳), 밝을 탁(晫), 밝을 장(暲), 밝을 료(瞭), 밝힐 천(闡),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꺼질 멸(滅), 어두울 혼(昏), 어두울 암(暗)이다. 용례로는 명백하고 확실함을 명확(明確), 밝고 맑고 낙천적인 성미 또는 모습을 명랑(明朗), 분명히 드러내 보이거나 가리킴을 명시(明示), 분명하고 자세한 내용을 명세(明細), 밝고 말끔함을 명쾌(明快), 밝음과 어두움을 명암(明暗), 명백하게 되어 있는 문구 또는 조문을 명문(明文), 밝은 달을 명월(明月), 분명하고 똑똑함을 명석(明晳), 세태나 사리에 밝음을 명철(明哲), 똑똑히 밝히어 적음을 명기(明記), 일정한 내용을 상대편이 잘 알 수 있도록 풀어 밝힘 또는 그 말을 설명(說明), 자세히 캐고 따져 사실을 밝힘을 규명(糾明), 사실이나 의사를 분명하게 드러내서 밝힘을 천명(闡明), 날씨가 맑고 밝음을 청명(淸明), 흐리지 않고 속까지 환히 트여 밝음을 투명(透明), 틀림없이 또는 확실하게를 분명(分明), 마음이 어질고 영리하여 사리에 밝음을 현명(賢明), 어떤 잘못에 대하여 구실을 그 까닭을 밝힘을 변명(辨明), 의심나는 곳을 잘 설명하여 분명히 함을 해명(解明), 의심할 것 없이 아주 뚜렷하고 환함을 명백(明白), 어떤 사실이나 문제에서 취하는 입장과 태도 등을 여러 사람에게 밝혀서 말함을 성명(聲明), 불을 보는 것 같이 밝게 보인다는 뜻으로 더 말할 나위 없이 명백하다는 말을 명약관화(明若觀火), 맑은 거울과 고요한 물이라는 뜻으로 사념이 전혀 없는 깨끗한 마음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명경지수(明鏡止水), 새를 잡는 데 구슬을 쓴다는 뜻으로 작은 것을 얻으려다 큰 것을 손해 보게 됨을 이르는 말을 명주탄작(明珠彈雀), 아주 명백함이나 아주 똑똑하게 나타나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말을 명명백백(明明白白), 맑은 눈동자와 흰 이라는 말을 명모호치(明眸皓齒) 등에 쓰인다.
▶️ 窓(창 창, 굴뚝 총)은 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구멍 혈(穴; 구멍)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悤(총)의 생략형(省略形)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悤(총)의 생략형(省略形)과 마음속(心)의 밝은 눈이라는 뜻이 합(合)하여 구멍을 내어 밝은 빛을 받는 창을 뜻한다. 그래서 窓(창, 총)은 ①창(窓) ②창문(窓門) ③지게문(마루와 방 사이의 문이나 부엌의 바깥문) 그리고 ⓐ굴뚝(총)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창문을 이르는 말을 창건(窓楗), 창문의 틈을 창극(窓隙), 창을 만드는 데 쓰는 나무를 창목(窓木), 한 서당에서 함께 공부한 벗을 창반(窓伴), 외부와 어떤 일을 교섭하고 절충하는 곳을 창구(窓口), 공기나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벽에 만들어 놓은 작은 문을 창문(窓門), 마음에 느낌을 창촉(窓觸), 창과 문의 통칭을 창호(窓戶), 말리지 않은 쇠가죽을 팔던 가게를 창전(窓前), 창문에 단 유리를 창경(窓鏡), 같은 학교에서 공부를 한 관계를 동창(同窓), 동쪽으로 난 창을 동창(東窓), 배의 창문을 선창(船窓), 차의 창문을 차창(車窓), 햇빛이 잘 드는 창을 명창(明窓), 문짝이 한 쪽만 달린 창을 독창(獨窓), 고운 견직물로 바른 창을 사창(紗窓), 학생으로서 학교에 다니는 일 또는 그 학교를 학창(學窓), 쇠로 창살을 만든 창문으로 감옥을 일컫는 말을 철창(鐵窓), 나그네가 거처하는 방을 객창(客窓), 나그네가 거처하는 방 또는 그 방의 창을 여창(旅窓), 녹색의 창이라는 뜻으로 여자가 거처하는 방을 이르는 말을 녹창(綠窓), 공부하는 방의 창으로 학문을 닦는 곳을 형창(螢窓), 추위나 밝은 빛을 막기 위하여 미닫이 안쪽에 덧끼우는 미닫이를 갑창(甲窓), 방을 밝게 하기 위하여 방과 마루 사이에 낸 두 쪽의 미닫이를 영창(映窓), 햇빛이나 햇볕이 들도록 낸 창을 광창(光窓), 누각 따위의 벽 위쪽에 바라보기 좋게 뚫은 창을 망창(望窓), 자기 고향이 아닌 곳을 한창(寒窓), 뚫어진 창과 헐린 담벼락이라는 뜻으로 무너져 가는 가난한 집을 비유해 이르는 말을 풍창파벽(風窓破壁), 백거이의 북창삼우시에서 유래한 말로 거문고와 술 및 시를 두고 이르는 말을 북창삼우(北窓三友), 십년 동안 사람이 찾아 오지 않아 쓸쓸한 창문이란 뜻으로 외부와 접촉을 끊고 학문에 정진함을 비유하는 말을 십년한창(十年寒窓), 창 앞에 푸르름이 가득하다 뜻으로 창가에 초목이 푸르게 우거진 모양으로 초여름의 경관을 녹만창전(綠滿窓前), 객창에 비치는 쓸쓸하게 보이는 등불이란 뜻으로 외로운 나그네의 신세를 말함을 객창한등(客窓寒燈), 햇빛이 잘 비치는 창밑에 놓여 있는 깨끗한 책상이라는 뜻으로 말끔히 정돈된 서재의 모습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명창정궤(明窓淨机), 하얗게 꾸민 벽과 깁으로 바른 창이라는 뜻으로 미인이 거처하는 곳을 이르는 말을 분벽사창(粉壁紗窓) 등에 쓰인다.
▶️ 淨(깨끗할 정)은 ❶형성문자로 浄(정), 瀞(정)과 통자(通字), 净(정)은 간자(簡字), 凈(정)은 동자(同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삼수변(氵=水, 氺; 물)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爭(쟁; 맑다, 정)으로 이루어졌다. 물이 맑아지다의 뜻이 전(轉)하여 널리 '맑고 더럽지 않다'의 뜻으로 되었다. ❷회의문자로 淨자는 ‘깨끗하다’나 ‘맑다’, ‘사념이 없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淨자는 水(물 수)자와 爭(다툴 쟁)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爭자는 줄을 놓고 서로 팽팽하게 잡아당기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다투다’라는 뜻이 있다. 淨자는 오염되지 않은 맑은 물을 뜻한다. 오염된 것을 걸러내고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화(淨化)과정이 필요하다. 그러기에 淨자에 쓰인 爭자는 깨끗함을 유지하기 위한 정화과정을 다툼(爭)으로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래서 淨(정)은 ①깨끗하다 ②맑다, 밝다 ③깨끗이 하다 ④사념(邪念)이 없다 ⑤정(淨)하다(맑고 깨끗하다) ⑥차갑다 ⑦악인(惡人)의 역(役)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깨끗할 결(潔),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더러울 예(穢)이다. 용례로는 깨끗하게 함을 정화(淨化), 정하고 깨끗함을 정결(淨潔), 깨끗하고 맑은 소리를 정음(淨音), 글씨를 깨끗하게 씀을 정서(淨書), 마음을 깨끗하게 함을 정신(淨神), 깨끗하고 맑은 지혜를 정혜(淨慧), 깨끗하고 뛰어남을 정묘(淨妙), 맑고도 조촐한 행복을 정복(淨福), 바지나 치마 앞자락 위에 덧입는 치마를 정상(淨裳), 저고리 소매 위에 덧씌우는 토시를 정수(淨袖), 어떤 조직이 자체 내의 나쁜 부분을 자력으로 없애는 일을 자정(自淨), 조촐하거나 깨끗하지 못함을 부정(不淨), 맑고 깨끗함 또는 더럽거나 속되지 않음을 청정(淸淨), 깨끗하고 말끔함을 결정(潔淨), 깨끗하게 빨거나 씻음을 세정(洗淨), 간단하고 깨끗함을 간정(簡淨), 산뜻하고 깨끗함을 개정(介淨), 말끔하게 씻어 깨끗이 함을 식정(拭淨), 일 처리를 깨끗이 하여 뒤에 남는 것이 없음을 건정(乾淨), 밝고 맑음을 명정(明淨), 엄숙하고 깨끗함을 엄정(嚴淨), 배 먹고 이 닦기라는 뜻으로 배를 먹으면 이까지 희어진다는 말로 한 가지 좋은 일 끝에 또 다른 좋은 일이 따르게 되는 경우를 이르는 말을 식리정치(食梨淨齒), 사람이 죽으면 그 육신은 땅에 묻히어 흙이 되고 벌레가 먹으면 똥이 되는 등 신체의 종말이 깨끗하지가 못하다는 말을 구경부정(究竟不淨), 웃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뜻으로 윗사람이 바르지 못하면 아랫사람도 행실이 바르지 못하게 된다는 말을 상탁하부정(上濁下不淨), 햇빛이 잘 비치는 창밑에 놓여 있는 깨끗한 책상이라는 뜻으로 말끔히 정돈된 서재의 모습을 형용해 이르는 말을 명창정궤(明窓淨机) 등에 쓰인다.
▶️ 几(안석 궤, 몇 기, 무릇 범)는 상형문자로 幾(기)의 간자(簡字), 凡(범), 凣(범) 동자(同字)이다. 다리가 뻗어 있고 안정되어 있는 책상을 본뜬 모양이다. 그래서 几(궤, 기, 범)는 (1)나이가 많아서 벼슬을 그만 둔 대신이나 중신(重臣)에게 임금이 주던 물건. 앉았을 때 팔을 기대어 몸을 편하게 하는 것으로 나무로 만들었음. (2)제향(祭享) 때 쓰는 탁상(卓床)의 하나. 장방형의 판(板)에 좌우(左右)로 굽은 다리가 둘씩 있어서 각기 발위에 박았음. (3)명기(明器)의 하나. 앞쪽이 조금 움츠러 들어간 타원형(楕圓形)의 판(板) 뒤쪽 중앙(中央)과 앞으로 좌우(左右) 세 개의 굽은 다리가 있음 등의 뜻으로 ①안석(案席: 벽에 세워 놓고 앉을 때 몸을 기대는 방석) ②명기(名器)의 한 가지 ③제향에 쓰는 기구(器具)의 한 가지 ④책상(冊床) ⑤사물의 왕성(旺盛)한 모양 ⑥함께 지내는 모양 ⑦기대다, 그리고 ⓐ몇, 얼마, 어느 정도(기) ⓑ그(기) ⓒ거의(기) ⓓ어찌(기) ⓔ자주, 종종(기) ⓕ조용히, 조용하고 공손하게(기) ⓖ바라건대, 원하건대(기) ⓗ가, 언저리(기) ⓘ기미(幾微), 낌새(기) ⓙ조짐(兆朕), 징조(徵兆)(기) ⓚ고동(기계 장치), 기틀, 요령(기) ⓛ때, 기회(機會)(기) ⓜ위태하다, 위태롭다(기) ⓝ살피다, 자세히 살펴보다(기) ⓞ바라다, 원하다(기) ⓟ시작하다(기) ⓠ다하다, 끝나다(기) ⓡ가깝다, 가까워지다(기) ⓢ헌걸차다(매우 풍채가 좋고 의기가 당당한 듯하다)(기) 그리고 ㉠무릇, 대체로 보아(범) ㉡모두, 다, 전부(범) ㉢보통(普通), 보통의, 예사로운(범) ㉣대강(大綱), 개요(槪要)(범) ㉤상도(常度), 관습(慣習), 관례(慣例)(범) ㉥평범하다(범) ㉦범상하다(범)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죽은 이의 혼령을 위하여 차려 놓은 영궤와 영궤에 딸린 모든 물건을 궤연(几筵), 침착해 있는 모양 또는 번성한 모양을 궤궤(几几), 상대방을 존경하여 직접 일컫지 않고 그가 쓰는 물건을 대신하여 일컬는 말을 궤석(几舄), 책상을 이르는 말을 서궤(書几), 안석을 잡는다는 뜻으로 아랫사람이 어른을 가까이서 모심을 이르는 말을 조궤(操几), 검은 빛깔의 궤를 오궤(烏几), 벼루를 올려 놓는 조그마한 책상을 연궤(硯几), 경전을 올려 놓은 책상을 경궤(經几), 옥으로 꾸민 책상을 옥궤(玉几), 깨끗한 책상을 정궤(淨几), 도마 위에 오른 고기로 어찌할 수 없는 막다른 처지에 빠졌다는 뜻의 속담을 궤상육(几上肉), 창문은 햇살로 환하고 책상 위는 먼지 하나 없이 깨끗하다는 뜻으로 독서와 명상하기에 가장 좋다는 말을 명창정궤(明窓淨几) 등에 쓰인다.